꼭 정정해야 할 사항들에는 항목 번호(또는 항목 내 세부 사항) 옆에 §§를 표시했습니다. 이 항목들은 대부분 번역자의 의도에서 크게 벗어난 편집이나 당초 번역의 모호함(혹은 불충분, 오류)†으로 인해 유발된 것들이어서 독자들의 오독이나 독해 불능 등 원저의 취지 전달에 장애를 초래하는 부분들입니다.
그 밖의 항목들은 정정이 꼭 필요하지는 않다고 볼 수 있더라도 번역자가 설명한 근거나 이유 들이 참작되기를 바라는 사항들입니다. 경우에 따라 되도록 정정되기를 바라는 수정안이 제시된 사안도 있고, 앞으로의 편집 정책에라도 감안되기를 바라는 의견만 제시된 사안도 있습니다.
†) 당초 번역의 모호함/불충분(아래 29.§§ 항의 2번, 32.§§ 항, 33.§§ 항),
당초 번역의 오류(아래 29.§§ 항의 1번).
* * *
1.§§. 23쪽, 첫 문단 밑에서 2째 줄(맨 위에서 9째 줄) ── 1장 (1절 초창기 국민회계)
- 수정 이전: 벤저민 미트라-칸Benjamin Mitra-Kahn에 따르면, 『국부론』은 ^경제에 관한 새로운 관념을 도입했고^ ( ... ...)
- 수정 이후: 벤저민 미트라-칸Benjamin Mitra-Kahn에 따르면, 『국부론』은 ^경제라는 관념을 새롭게 제시했고^ ( ... ...)
- 당초 번역: 벤저민 미트라-칸Benjamin Mitra-Kahn에 따르면, “『국부론』은 ^경제economy라는 새로운 관념을^ 도입했고
- 해당 원문: According to Benjamin Mitra-Kahn, "The Wealth of Nations introduced a new idea of the economy, ( ... ... )
※ '경제에 관한 새로운 관념'에는 경제를 구성하거나 경제와 관련된 온갖 가지 관념이 다 들어갑니다. 가령 누가 최저 임금이라든가 에너지 생산과 소비라든가 그 밖의 여러 분야의 활동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이를테면) 수요/공급 곡선과는 다른 환경 보존의 관점에서 제시했다면, 이것 역시 경제<에 관한> 새로운 관념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것은 경제<라는> 관념 자체를 새롭게 구성해서 제시했다는 이야기입니다.
※ 편집자가 보기에 '경제라는 새로운 관념을 도입하다'라는 표현이 납득하기 어려웠던 모양입니다. 이 표현은 '아담 스미스 이전에는 경제라는 관념이 없었는데, 그때부터 생겼다'라고 읽히는 듯한 문제가 있습니다. 그래서 아예 새로운 표현 방식을 찾아 '경제라는 관념을 새롭게 제시하다'로 수정안을 제시합니다.
2. 28쪽 맨 밑 줄 ~29쪽 위에서 4째줄 ── 1장 (2절 현대적인 국민계정의 탄생)
- 이전 구절: 하지만 쿠즈네츠는 자신의 과업은 나라 경제의 '산출량'만이 아니라 '후생'까지 측정하는 방법을 고안하는 것이라 보았다. 그는 이렇게 썼다.
( ... ... ) 사회에 이로움을 더하는 것이 아니라 줄이는 요소를 총계에서 제거하는 국민소득 추계값을 산출하는 것은 대단히 값진 일일 것이다. 그러한 추계값에서는 현행 국민소득 추계에서 군비 지출 전부[가 빠지게 될 것이다.] ( ... ... )
( ... ... ) 위 인용문은 그가 첫 국민소득계정 통계를 의회에 제출한 1937년에 쓴 글이다.
- 수정 이전: 그 얼마 후 ^대통령은^ 나라의 전체 생산능력을 보여 주기는 하되 정부의 군비 지출 증가분을 산출량으로 나타내지 않는 경제 측정을 원했다. 군비 지출이 나라의 총산출을 감소시킨다고 ^본^ 것이다.
- 수정 이후: 그 얼마 후 ^대통령도^ 나라의 전체 생산능력을 보여 주기는 하되 정부의 군비 지출 증가분을 산출량으로 나타내지 않는 방식의 경제 측정을 원했다. 군비 지출이 나라의 총산출을 감소시킨다고 ^인정한^ 것이다.
※ 이 부분은 국민소득 집계에 대한 쿠즈네츠의 확고한 철학을 소개하는 27쪽 하단으로부터 시작해, 쿠즈네츠의 인용문을 거쳐, 29쪽 첫 문단까지 일관되게 흐르는 문맥 속에 위치합니다. 이 문맥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쿠즈네츠는 국민소득에 포함되는 산출액에서 군비 지출을 제거하기를 원했다. 1937년에 쓴 인용문에 그러한 확고한 입장이 나타나 있었다.
- 그 얼마 후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쿠즈네츠의 이러한 입장을 수용하여 전년 대비 군비 지출 증가분을 나라의 총산출에 포함시키지 말자는 의견을 따랐다.
- [이 직후의 문맥은] 이러한─군비지출을 산출량에서 제거하는─입장에는 앞으로 설명할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다.
이러한 흐름에서 수정 대상 부분은 위 문맥 요소 (2)번에 해당합니다. 루스벨트가 쿠즈네츠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이 군비 지출 증가분을 산출량에서 제거하기('나타내지 않는다'='제거하다')를 원했던 것이 아니라, 쿠즈네츠의 의견을 따르기를 원했던 것입니다. 이렇게 보아야 (1)→(2)로 가는 문맥 흐름의 앞뒤가 서로 맞아 떨어집니다. 더욱이 2차 세계대전이 끝나기 전 전쟁기(적어도 1940년대 초반까지) 국민소득 집계의 모든 과정을 진두 지휘했던 사령탑이 쿠즈네츠이고, 그의 판단이 대통령을 움직였다고 봐야 합당합니다.
이러한 문맥의 흐름을 적극적으로 잡아당기는 당초 번역안에 준해서, <대통령은>→<대통령도>로 수정하고, <~고 본 것이다>를 <~고 인정한 것이다>라고 수정하면 , (1)→(2)로 가는 문맥이 명확해집니다.
※ 이 수정 사항과는 별도로, 원문에서 모호하게 작성된 마지막 어구(as reducing the nation's output)의 해석을 놓고 편집자와 논쟁이 있었지만,
<루스벨트 역시 군비 지출 증가분이 나라의 총산출을 감소시킨다고 봐서 이를 산출량으로 나타내지 않는 방식의 경제 측정을 원했다>로 읽는 것이 합당하다고 합의를 본 바 있습니다. 해당 원문을 아래 해석(1)이나 해석(2)처럼 읽어야 앞뒤 문맥에 정확히 들어맞습니다.
- 해당 원문: Before long, the president would want a way of measuring the economy that did indicate its total capacity to produce but did not show additional government expenditure on armaments as reducing the nation's output.
- 원문 해석(1): Before long, the president would want a way of measuring the economy that did indicate its total capacity to produce but did not show additional government expenditure on armament as (= because) it reduces the nation's output.
- 원문 해석(2): Before long, the president would want a way of measuring the economy that did indicate its total capacity to produce but did not show additional government expenditure on armament, agreeing [to Kuznets' position] that it reduces the nation's output.
3.§§. 30쪽 내 첫 문단(인용문), 위에서 6~12째 줄(인용문 문단의 앞 2/3 전체가 오류이니 당초 번역문으로 모두 원상 복귀시켜야 합니다) ── 1장 (2절 현대적인 국민계정의 탄생)
- 수정 이전: ^국민총생산Gross National Product, GNP의 개념과 통계가 갖추어지기 전에는 다음 해의 예상 국민소득에서 예상 국방비를 빼는 오류가 종종 벌어졌다. 그리하여 비군수용(즉 민간) 재화와 서비스의 생산액으로 여겨진 그 나머지만 국민소득으로 잡았다. ... 이렇게 계산한 평가액은 암울했다. 왜냐하면 이 국민소득은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 전체를 시장가격으로 평가한 값에 못 미쳤기 때문인데, 이 값에는 국방비 지출이 포함되어 있었다.^ ( ... ... )
- 수정 이후: ^국민총생산Gross National Product, GNP의 개념과 통계가 갖추어지기 전에는 다음 해의 국민소득 예상액에서 국방비 예상액을 빼고 남는 값을 비군수용(즉 민간의) 재화와 서비스의 생산액으로 해석하는 오류가 종종 벌어졌다. ... 이렇게 계산한 민간 생산액은 암울할 정도로 작았다.[역주] 왜냐하면 국민소득은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 전체를 시장가격으로 평가한 총생산액인 GNP보다 작은 값이기 때문이다. GNP보다 작은 범주인 국민소득에서 GNP의 구성 요소인 국방비 지출액을 빼면, 빼고 남은 값은 당연히 실제 민간 생산액보다 작게 평가될 수밖에 없었다.^ ( ... ... )
※ 현재 인쇄본 편집안의 오류에 대한 설명
─.
문제점 (1)
- 현재 상태: 국민총생산Gross National Product, GNP의 개념과 통계가 갖추어지기 전에는 다음 해의 예상 국민소득에서 예상 국방비를 빼는 오류가 종종 벌어졌다. 그리하여 비군수용(즉 민간) 재화와 서비스의 생산액으로 여겨진 그 나머지만 국민소득으로 잡았다.
- 당초 번역: 국민총생산Gross National Product, GNP의 개념과 통계가 갖추어지기 전에는 다음해의 국민소득 예상액에서 국방비 예상액을 빼고 남는 값을 비군수용(즉 민간의) 재화와 서비스의 생산액으로 해석하는 오류가 종종 벌어졌다.
- 해당 원문: Before GNP [Gross National Product] was made available, projected defense expenditures were sometimes erroneously subtracted from projected national income, producing a residual that was interpreted as the amount of production left for non-war goods and services.
※ 원문에서 지칭하는 오류의 내용은 GNP(의 개념과 통계)가 갖추어지기 전에 국민소득과 민간 생산액을 해석했던 방식입니다. 즉, GNP 이전 시절에는 금년의 시점에서 내년의 예산을 수립할 때, 당시 미국 정책 당국에서
예상 국민소득-예상 국방비=예상 민간 생산액 ── (X)
[ 원문의 표현으로 이 등식을 다시 쓰면,
projected national income-projected defense expenditure=(projected) production for non-war goods and services ]
와 같은 등식을 전제하여, <예상 국민소득-예상 국방비>라는 뺄셈을 수행하고, 이 뺄셈의 결과값(나머지)를 <예상 민간 생산액>으로 해석했다는 것이 오류의 내용입니다. 그런데 인쇄본 편집안의 두 번째 문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그리하여 비군수용(즉 민간) 재화와 서비스의 생산액으로 여겨진 그 나머지만 국민소득으로 잡았다." ── (A)
여기서 "그리하여"란 '(오류인 그) 뺄셈의 결과로'를 뜻하는데, 뒤따르는 구절은 본래의 오류 내용인 뺄셈의 등식 <예상 국민소득-예상 국방비=예상 민간 생산액>과는 달리, 엉뚱하게 다음과 같은 등식으로 바꿔놓는 서술이 되어 버립니다.
예상 국민소득-예상 국방비=비군수용(즉 민간) 재화와 서비스의 생산액=예상 국민소득 ── (Y)
이 등식의 좌우 끝을 취하면 결국,
예상 국민소득-예상 국방비=예상 국민소득 ── (Y')
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예상 국민소득에서 예상 국방비를 뺄셈한 나머지가 다시 이 뺄셈을 하기 전의 값인 예상 국민소득과 같다'는 이야기인 것입니다. 인쇄본 편집안 중 문장 (A)의 문제점은 원문에 표현되어 있는 등식 X를 등식 Y(와 Y')로 바꿔 버렸다는 점입니다. 이 자체로 명백한 오류이고 한국어 문장도 비효율적입니다("~으로 여겨진 값을 ~으로 잡았다").
※ 위 원문 문장을 잘못 해석한 편집안의 오류를 친절하게 설명하자면,
- 첫째로, 'were sometimes erroneously subtracted'이라는 주절의 동사구와, 그와 호응하는 분사구문 'producing a residual that was interpreted as the amount of production left for non-war goods and services'의 관계를 원인과 결과로 분리해서 전자만을 오류로 이해하고, 후자를 그 오류의 결과로 판단했다는 점입니다. 주절 동사구 'were subtracted'는 앞서 말한 뺄셈 <예상 국민소득-예상 국방비>를 표현하는 것이고, 분사구문 'producing a residual that was interpreted ( ... )'는 이 뺄셈의 산출값을 <=(예상) 민간 생산액>으로 해석했다는 것입니다. 바로 이 해석이 오류의 핵심입니다. 주절 동사구 속의 오류(erroneously)의 내용은 논리적으로 이것까지 포함합니다.
- 둘째로, 당초 번역문상에 잘 들어나 있는 잘못된 등식 <예상 국민소득-예상 국방비=민간 생산액>을 편집자가 자의적으로 <예상 국민소득-예상 국방비=(예상) 국민소득>으로 만들어 버리는 서술을 창조했다는 점입니다.
─.
문제점 (2)
- 현재 상태: ... 이렇게 계산한 평가액은 암울했다. 왜냐하면 이 국민소득은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 전체를 시장가격으로 평가한 값에 못 미쳤기 때문인데, 이 값에는 국방비 지출이 포함되어 있었다.
- 당초 번역: ... 이렇게 계산한 민간 생산액은 암울할 정도로 작았다.[역주] 왜냐하면 국민소득은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 전체를 시장가격으로 평가한 총생산액(즉, GNP)보다 작은 값이기 때문이다. GNP보다 작은 범주의 국민소득에서 GNP의 구성 요소인 국방비 지출액을 빼면, 그렇게 빼고 남은 값은 당연히 실제 민간 생산액보다 작게 평가될 수밖에 없었다.
- 해당 원문: ... The assessment was overly grim because national income fell short of the total market value of goods and services produced, of which defense spending was a component...
※ 원문에 등장하는 첫 낱말 'The assessment'은 앞서 묘사된 <예상 국민소득-예상 국방비> 뺄셈값의 해석에 해당하는
<비군수용(즉 민간의) 재화와 서비스의 생산액>을 지칭합니다. 당초 번역문에서는 이것을
<이렇게 계산한 민간 생산액>이라는 구체적 표현으로 이어 받았습니다. 그런데 현재 인쇄본 편집안을 그 앞 문장과 함께 읽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 ... ) 그리하여 비군수용(즉 민간) 재화와 서비스의 생산액으로 여겨진 그 나머지만 국민소득으로 잡았다. 이렇게 계산한 평가액은 암울했다. 왜냐하면 이 국민소득은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 전체를 시장가격으로 평가한 값에 못 미쳤기 때문인데, 이 값에는 국방비 지출이 포함되어 있었다.
- 첫째로, 여기서 원문의 'assessment'를 기계적으로 해석한 '평가액'이란 말은 앞의 '국민소득'을 이어 받습니다. 즉, 앞에서 발생한 오류를 그대로 연장합니다.
- 둘째로, 원문의 구절 "(because) national income fell short of the total market value of goods and services produced, ( ... )"에서 'national income'은 맨 처음 문장에서 표현된 <예상 국민소득-예상 국방비> 뺄셈의 결과인 <(예상) 민간 생산액>을 뜻하지 않습니다. 이 because 절에서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앞서 기술된 전쟁기 미 정책 당국의 해석 오류와는 별개로 GNP가 정립된 이후 시점의 지식을 갖추고 난 연후의 견지에서 "필연적으로 국민소득(national income)은 GNP보다 크기가 작은 개념이다"라는 것입니다. 즉, 여기서의 'national income'은 새로운 GNP 개념 체계하의 국민소득을 일반적으로 지칭하는 말이고(그래서 정관사 the나 기타 지시어를 앞에 붙이지 않았습니다), 이 절 자체가 이 (앞의 계산/해석 오류와 무관한) 국민소득과 GNP의 일반적 관계를 설명하는 묘사입니다.
그러니 현재 상태의 인쇄본,
"왜냐하면 이 국민소득은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 전체를 시장가격으로 평가한 값에 못 미쳤기 때문인데 ( ... )"
에서 지시어 '이'를 붙인 '이 국민소득'이란 표현은 그 앞의 오류(예상 국민소득-예상 국방비=예상 민간 생산액을 '국민소득'으로 등치시키는 Y와 Y'의 오류)에 이어서 because 절에서 새롭게 얘기하는 'GNP 이후 관점에서 본 일반적인 국민소득'을 앞의 오류(Y와 Y')로 등치시키는 새로운 오류를 함께 포함하는 표현입니다.
- 셋째로, because 절에서 표현하는 국민소득과 GNP의 일반적 관계란, GNP로 정립된 통계의 개념 자체에서 <국민소득 + 알파 = GNP>이기 때문에 <국민소득은 GNP보다 작은 값일 수밖에 없다>라는 것입니다. 그처럼 국민소득보다 값이 클 수밖에 없는 GNP의 속성을 묘사하는 어구가 바로 원문에 등장한 'the total market value of goods and services produced'입니다. 그래서 이 because 절이 포함하는 논리적 항목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GNP는 국민소득보다 값이 큰 범주다. ("national income fell short of ...")
(2) 국방비는 GNP에 포함되는 요소다. (" ... of which defense spending was a component ...")
인용문의 논지는 (1)과 (2)를 바탕으로 맨 앞에서 지적한 1940년대 초 미 정책 당국의 오류─즉 <예상 국민소득-예상 국방비=예상 민간 생산액>이라고 해석하는 오류─를 설명합니다. 그 설명의 내용이란 바로 because 절입니다. 즉, 작은 범주의 값(국민소득)에서 그보다 큰 범주인 GNP의 구성 요소(국방비)를 뺄셈하니, 그 계산값이 암울할 정도로 작을 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입니다.
※ 이와 같은 논리적인 관계가 원문의 해당 인용문에서는 이런 변수 관계를 잘 아는 독자들을 대상으로 아주 간략하게만 설명되어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인용문의 출처는 "Review of Income and Wealth"라는 전문 학술지이고, 해당 논문의 제목은 "The History of the United States National Income and Product Accounts: The Development of an Analytical Tool"입니다. 거기서 부분만 발췌된 인용문의 영문 표현을 적혀진 말 그대로 번역해서는 전달하기 곤란한 논리적 관계를 몇 문장에 걸쳐서 묘사해 놓은 것이 위에서 제시한 수정 이후 문안이자 당초 번역안입니다.
그러면, 짧디짧은 인용문의 설명 요소("The assessment was overly grim because national income fell short of the total market value of goods and services produced, of which defense spending was a component")만 보고서 번역자는 어떻게 표현되어 있지도 않은 그 배후의 논리적 관계─국민소득과 GNP의 관계에 더하여 이것이 <국민소득 예상액-국방비 예상액>의 뺄셈과 가지는 논리적 함축─에 대해 알 수 있었을까요? 미국에서 일어난 당시의 사정을 상세히 서술하는 다음 저술과 씨름을 하며 읽어서 알아낸 것입니다.원문의 인용문도 다음 저술에 그대로 등장합니다.
[발췌: J. Lacey's] Keep from All Thoughtful Men: How U.S. Economists Won World War II (2011) (제 블로그, 2015년 12월 22일 게시물)
※ 첨언:
- 이 인용문에서 '국민소득 예상액'을 '예상 국민소득'으로 바꿔서 얻을 게 별로 없고, '국방비 예상액'을 '예상 국방비'로 바꿔서 얻을 게 별로 없습니다.
- 당초 번역문에 보탰던 역주를 다시 포함시키면, 이 인용문에서 설명하는 상황이 당시 1940년대 초 실제 미국 대통령 예산안의 실례를 들어 묘사되므로 독자들이 더 실감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역주 내용: 이와 직접 관련된 다음 실례와 비교해 보면 이해하기 쉽다. “1942년 초에 분석가들이 대통령 예산안상의 1943년 국민소득 예상액 1,100억 달러에서 1943년 국방비 예상액 560억 달러를 빼니 540억 달러가 남았다. 1943년의 이 나머지 540억 달러와, 1941년에 대해 똑같은 방법으로 계산한 나머지 810억 달러를 비교해 보니, 정부가 전쟁 수행에 필요한 자원을 동원하려면 민간의 국민소득을 3분의 1이나─즉, 810억 달러에서 540억 달러로─줄여야 할 방도를 강구해야 함을 뜻했다.” James Lacey, Keep from All Thoughtful Men: How US Economists Won World War II (Annaspolis: Naval Institute Press, 2011), p. 48.─옮긴이
4.§§. 36쪽 위에서 5째 줄 ── 1장 (2절 현대적인 국민계정의 탄생) + 이후 여러 곳
- 이전 구절: 1940년 이래 GDP의 역사는 곧 거시경제학의 역사이기도 하다. 국민계정 통계를 사용할 수 있게 되니, 정부가 경제의 수요를 관리하는 일이 가능할 뿐 아니라 과학적인 것으로 보이게 되었다.
- 수정 이전: 이와 더불어 국민계정 통계를 사용해 ^계량경제모델을^ 추정하는 방법이 발전함에 따라 경제를 조절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더욱 힘을 받았다.
- 수정 이후: 이와 더불어 국민계정 통계를 사용해 ^경제의 ‘모형’을 계량경제학적으로^ 추정하는 방법이 발전함에 따라 경제를 조절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더욱 힘을 받았다.
- 해당 원문: This sense of control was enhanced by the parallel development of methods for using national accounts statistics to estimate econometric "models" of the economy.
- 당초 번역: 이와 더불어 국민 계정 통계를 사용해 계량경제학적 경제 ‘모형’을 추정하는 방법이 발전함에 따라 경제를 조절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더욱 힘을 받았다.
※ 여기서 문제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 첫째, 영어의 'model'은 경제학을 포함한 사회과학에서 일반적으로 두 가지 의미를 가집니다.
- 하나는,
'복잡한 현실의 실체를 특정한 목적(보통 과학적인 이해나 예측)을 위해 단순한 변수들과 모양(즉 구조)으로 단순화/축소화한 표상' ... (A)
이라는 것입니다. 이 뜻으로는 한국어 '모형'이 아주 널리 쓰이며, 경제학과 여타 사회과학뿐 아니라 자연과학에서도 아주 널리 사용됩니다. 일례로, 크고 작은 경제 모형(가령 주가 예측 모형)을 만들고 활용하는 연구자들은 "모형을 추정한다"라고 말할 때가 "모델을 추정한다"라고 말할 때보다 훨씬 많습니다. 왜냐하면 여기서 '모형'이라는 말이 바로 좁은 의미의 이 뜻으로 잘 지정되어 있는 데다 이미 두루 활용되기까지 하는 용어로 굳어졌기 때문입니다.
- '모델'의 또 다른 의미는 '본보기', '표준', '모범' 등의 뜻입니다. 예컨대, '북구 나라들의 복지사회 모델'이라는 표현과 같은 용례에서는 '모델'을 '모형'으로 바꿔 표현하기 어려운 문맥들이 있습니다. 의미가 모형과 다르기 때문입니다. 즉, '북구 나라들의 복지사회 모델'이라는 표현은 보통 '북구 나라들이 이룩한 복지사회의 표준/귀감/본보기/모범'이라는 뜻입니다. 이러한 뜻의 '모델'은 앞의 '모형'이란 의미에서 쓰는 '모델'과 전혀 다릅니다.
- 이 밖에도 '모델'의 말뜻에는 '의상 모델', '인물화 모델'과 같은 용례의 '모델'도 있고, 자동차나 컴퓨터 등 제품의 특정 사양을 지칭하는 '모델'이란 뜻도 들어 있습니다.
따라서 (A)와 같은 뜻으로 '모형'이 쓰이는 용례에서 그보다 많은 다양한 의미를 품고 있는 영어식 용어 '모델'을 쓰는 것은 좁은 의미로 쓰이는 정확한 용어를 내다버리고 일부러 모호한 용어를 찾아서 쓰는 격이고, 알차게 익은 술에 물을 타는 식입니다.
─. 둘째, 원문의 표현에서 보듯이 저자는 <'모형'을 추정하다estimate ... "models" of the economy>라고 표현하면서 model에 따옴표까치 쳤습니다. 이러한 글쓰기가 함축하는 것은 '복잡한 경제의 실체를 단순하게 이해하기 위해 모형을 만들다'라는 사태에서 바로 '모형'의 의미를 강조하는 것이며, 그래서 따옴표까지 친 겁니다. 그런데 편집안은 이런 함축도 흔적도 싹 없애 버렸습니다.
※ 왜 어휘의 좁은 의미까지 정확하게 전달하려는 번역자의 노력과, 원저자의 함축을 모두 무시해 없애 버리는 편집을 애호하는 것일까요? 아마도 편집자는 <계량경제학적 경제 ‘모형’>과 같이 세 가지 어휘가 조합되는 기다란─그런데 정말 기다란 것일까?─표현을 짧게 줄이고 싶었던 욕망이 있었나 봅니다. 이 점까지 고려하여 위와 같이 당초 번역문을 조금 수정하여 <경제의 '모형'>을 하나의 말뭉치로 독립시키고, <계량경제학적으로>를 동사 '추정하는'을 꾸미는 부사어로 분리시키는 수정안을 제시합니다. 이렇게 수정하면, 원문이 의도하는 함축도, 정확하고 좁은 의미를 담을 수 있는 '모형'이란 말의 활용도, 기다랗게 이어지는 어구의 축소도 모두 해결될 것입니다.
4-1.§§. 위와 동일한 근거에서 정정해야 할 그 밖의 부분들
※ 반면에, 당초 번역안 및 현재 편집안 그대로─'모형'이 아니라─'모델'이 유효한 문맥들
(1). 123쪽, 맨 밑에서 5째 줄
- 사례: 월마트는 ( ... ... ) 도시 외곽의 대형 매장에서 판매하는 사업 모델을 개발했다.
(2). 141쪽, 두 번째 문단 첫 줄 (맨 위에서 4째 줄)
- 사례: '오만'은 널리 통용되는 경제성장 모델이 승리했다는 확신이었다.
(3). 197쪽, 새 문단 4째 줄 (맨 위에서 7째 줄)
- 사례: GDP는 금전 거래만을 측정하기 때문에 새로 출현하는 '무료' 사업 모델은 잘 측정되지 않는다.
─. 바로 위 (1), (2), (3)과 같은 문맥에서는 '모델'이란 어휘의 의미가 위 (A)와 같이 '복잡한 현실의 실체를 특정한 목적(보통 과학적인 이해나 예측)을 위해 단순한 변수들과 모양(즉 구조)으로 단순화/축소화한 표상'으로 좁혀지지 않습니다. 따라서 넓은 의미의 '모델'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낫습니다. 이런 용례에서 '모델'을 대체할 만한 다른 어휘를 골라 보면 (A)와 같은 의미의 '모형'과는 다른 의미라는 것이 드러납니다.
- 월마트는 ( ... ... ) 도시 외곽의 대형 매장에서 판매하는 사업의 표준을 개발했다.
- '오만'은 널리 통용되는 경제성장의 표준이 승리했다는 확신이었다.
- GDP는 금전 거래만을 측정하기 때문에 새로 출현하는 '무료' 사업 형태(패턴)는 잘 측정되지 않는다.
5.§§. 43쪽 맨 아래 문단, 밑에서 4째 줄 ── 1장 (3절 GDP의 기본 개념)
- 수정 이전: 이것이 뜻하는 바는 여느 회계장부와 마찬가지로 국민계정에서도 각 ^부문의^ 합산액끼리 서로 맞아 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 수정 1안: 이것이 뜻하는 바는 ^국민계정에서도 여느 회계 장부와 마찬가지로 장부의 서로 다른 각 측면을 합산하면, 각 합계의 숫자가 모두 맞아 떨어진다는^ 것이다.
- 수정 2안: 이것이 뜻하는 바는 여느 회계장부와 마찬가지로 국민계정에서도 각 ^측면의^ 합산액끼리 서로 맞아 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 후속 구절: 소비자 한 사람이 돈을 지출하면 그 돈은 어떤 기업의 매출액으로 잡힌다. 따라서 경제 전체를 통틀어 일정 기간 동안 소비자가 지출한 돈을 모두 합하고 또 기업이 소비자에게 판매한 매출액을 모두 합하면, 두 값은 일치해야 한다.
※ '부문'을
'측면'으로 원상 복귀시켜야 합니다.
- '부문(division 또는 department)이라고 하면, 농업/제조업/서비스업의 구분처럼 어떤 하나의 전체를 여러 부분(part)으로 나누어 놓은 것들 중 하나를 뜻합니다.
- 하지만 본문에서 '측면(side)'이라는 말은 전체의 일부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를 바라보는 여러 가지 관점 중의 하나를 말합니다. 바로 이어지는 본문에서도 언급하듯이 '소비자의 지출액'과 '기업의 매출액'은 어떤 하나의 전체를 여럿으로 나눈 부분들이 아니라, 어떤 전체를 다른 위치에서 바라본 것입니다. 그래서 측면(side)이라는 말이 사용된 겁니다.
※ 원문에서는 "the national accounts, like any accounts, add up on each side of the books."이라고 간단히 표현되어 있지만, 여기서 'each side'는 '서로 다른 각 측면', 즉 '서로 다른 관점에서 바라본 각각의 측면'을 말합니다. 이 앞의 41~42쪽에서도 설명되어 있듯이 GDP라는 전체를 바라보는 측면에는 생산 측면/소득 측면/지출 측면, 이렇게 '서로 다른 측면들'이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이미지를 좀 더 독자의 손에 잡히도록 전달하고자 다음과 같이─이를테면 의역하여─번역했던 것입니다.
- 당초 번역: 이것이 뜻하는 바는 국민 계정에서도 여느 회계 장부와 마찬가지로 장부의 서로 다른 각 측면을 합산하면, 각 합계의 숫자가 모두 맞아떨어진다는 것이다.
※ 의견: 이 번역문에서처럼 '장부의 서로 다른 각 측면'이라고 어구를 조성해 주면, 회계학을 따로 공부하지 않은 독자들도 '아, 회계 장부가 어떻게 구축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런 측면도 있고 저런 측면도 있는 것인가 보다'라고 이미지를 형성해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독자의 머릿속에 하나하나 구축되어 가는 입체적 이미지 형성 과정을 한국어로 어떻게 재현하느냐이지, 원문에 무슨 낱말이 있느냐 없느냐가 아닙니다.
6.§§. 44쪽 첫 문단, 위에서 4째 줄 ── 1장 (3절 GDP의 기본 개념)
- 수정 이전: 다음 ^방정식^이 그러한 설명의 골자를 추린 것이다.
- 수정 이후: 다음 ^등식^이 그러한 설명의 골자를 추린 것이다.
- 후속 구절: GDP = C + I + G + (X-M)
※ 여기서 'equation'은 방정식(어떤 문자가 특정한 값을 취할 때에만 성립하는 등식, 즉 미지수를 포함하는 등식)을 뜻하지 않습니다. 이 GDP 분해 표기는 미지수가 없는 단순한 등식을 뜻하고, 정확하게는 항등식입니다. equation에는 방정식이라는 뜻도 있고, (방정식이 아닌) 등식이라는 뜻도 있습니다.아울러 경제학과 학생들이 경제학 원론부터 해서 거시 경제학에 이르기까지 위 등식은 "방정식이 아니라 항등식이다"라는 교과서 설명과 강의 설명을 누누이 듣습니다. 책에서 방정식이라고 표현해 버리면 이 확립된 지식을 오히려 흔드는 셈이 됩니다.
- 당초 번역: 다음의 등식이 그러한 설명의 뼈대를 이룬다.
7.§§. 44쪽 두 번째 문단, 밑에서 2째 줄 ── 1장 (3절 GDP의 기본 개념)
- 수정 이전: 이 ^방정식^은 GDP가 소비 지출, 투자 지출, 정부 지출을 더하고 여기에 '수출 빼기 수입'을 합한 것임을 뜻한다.
- 수정 이후: 이 ^등식^은 GDP가 소비 지출, 투자 지출, 정부 지출을 더하고 여기에 '수출 빼기 수입'을 합한 것임을 뜻한다.
※ 앞과 동일.
8.§§. 45쪽 첫 문단, 위에서 2째 줄 ── 1장 (3절 GDP의 기본 개념)
- 수정 이전: 이 ^방정식^에 담긴 생각은 간단하다.
- 수정 이후: 이 ^등식^에 담긴 생각은 간단하다.
※ 앞과 동일.
9.§§. 49쪽 위에서 4째 줄 ── 1장 (3절 GDP의 기본 개념)
- 수정 이전: 경제 안에서 발생하는 소득은 범주^에 따라^ 분류된다.
- 수정 이후: 경제 안에서 발생하는 소득은 범주^별로^ 분류된다.
- 당초 번역: 경제 안에서 발생하는 소득은 범주별로 분류된다.
※ '─에 따라(서)'의 대표적 의미는 '─을 기준으로 (삼아)', '─을 준거로 (삼아)', '─이 정하는 대로'입니다. 이를 다음과 같이 대입해서 '수정 이전 문장'을 적어 놓고 읽어 보면 이상한 느낌을 줍니다.
- 경제 안에서 발생하는 소득을 '범주를 기준으로'('범주를 준거로', '범주가 정하는 대로') 분류한다. ─ (A)
이상한 느낌을 주는 이유는 아마도 이 문장 안에서의 '범주'란 말이 '경제 안에서 발생하는 소득'과는 별개의(즉, 소득과는 독립된) 어떤 구체적인 기준인 것처럼 보이기 때문일 겁니다. 그러나 이 문장에서 범주란 말은 소득과 별개의 것이 아니며, 소득으로부터 독립된 의미를 갖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본래 이 문장이 의도하는 바는 "경제에서 발생하는 소득을 <그것(즉 소득)의 종류들을 구분하여 집계한다>"이니, 여기서 '범주'란 말이 '소득'을 전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별(別)'이라는 접미사에 대한 표준국어대사전의 정의는
<‘그것에 따른’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라고 되어 있지만, 이 정의는 너무 부족합니다.
<‘그것에 따라 구별한 단위’의 뜻을 더하여 명사를 만드는 말. 주로 조사 ‘로’와 함께 쓰인다>와 같이 기술한 고려대 한국어대사전의 정의가 좀 더 정밀합니다. 접미사 '─별'에 대한 고려대 한국어대사전의 정의를 대입해 '수정 이후 문장'을 적어 보면 이렇습니다.
- 경제 안에서 발생하는 소득을 '범주에 따라 구별한 단위'로 분류한다. ─ (B)
이렇게 위 (A)와 (B)를 대비해 볼 때도 '수정 이후 문장'으로 정정하는 것이 낫습니다.
10. 50쪽 밑에서 8째 줄 ── 1장 (3절 GDP의 기본 개념)
- 검토 요망: 그렇게 ( ... ... ) 숫자가 산출되면, 어느 한 해를 선택해 그해의 숫자를 100으로 '재설정rebase'한다. ^그다음 해^의 물가지수는 각 품목의 가격이 지난해에 비해 얼마나 올랐는지 계산한 뒤, ( ... ... ) 합산함으로써 산출된다.
- 당초 번역: 그렇게 ( ... ... ) 숫자가 산출되면, 어느 한 해를 선택해 그해의 숫자를 100의 ‘기준값으로 다시 정한다rebase.’ ^그 다음해^의 물가 지수는 각 품목의 가격이 지난해에 비해 얼마나 올랐는지 계산한 뒤, ( ... ... ) 합산함으로써 산출된다.
※ 여기서 꽤나 불편하게 다가오는 문제는 '그다음 해'라는 띄어 쓴 어구에서 '그다음'이라는 낱말이 두 번째 문장를 시작하는 첫머리에 위치함으로 인해 '그다음'이라는 낱말이 문두에서 '그다음
,(그다음+반점)'이나 '그다음에'처럼 부사어적 역할을 하는 말처럼 읽힐 때가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나 이곳의 문맥은
물가지수를 산출하는 계산 행위의 각 단계를 서술하는 부분이라서 문두의 '그다음'이란 말이 다음 단계의 계산 행위를 설명하기 위한
문장 부사(또는
접속사)처럼 읽히는 순간이 발생한다는 점입니다.
─. 책의 다른 곳에서 비교해 볼 만한 유사한 대목은,
컴퓨터의 헤도닉 가격을 산출하는 계산 행위의 각 단계를 서술하는 132쪽 5~15째 줄의 서술입니다.
"컴퓨터의 헤도닉 가격을 계산하려면, 컴퓨터 사양을 구성하는 몇 가지 요소의 가격을 구한다. 우선[,] 통계 전문가들은 판매되는 모든 컴퓨터의 실제 지불 가격을 수집하고, 동시에 컴퓨터 사양의 갖가지 요소에 대한 자료도 수집한다. 메모리 크기는 얼마며, 모니터의 크기와 해상도는 어떠한지, 와이파이가 내장되어 있는지 등을 조사하는 것이다. 그다음 실제 가격이 이런 다양한 요소와 어떠한 상관관계를 맺고 있는지 추적한다. ( ... ... )
여기서 등장하는 '그다음'과 앞의 해당 문장에 등장하는 '그다음'을 나란히 적어 놓고 보면, '그다음'이라는 말의 실제 쓰임들이 국어사전들이 풀이하고 제한하는 내용들과 얼마나 잘 들어맞고 있는지 일말의 의구심을 가져야 한다고 봅니다.
- 그렇게 숫자가 산출되면, 어느 한 해를 선택해 그해의 숫자를 100으로 '재설정'한다. 그다음 해의 물가지수는 각 품목의 가격이 지난해에 비해 얼마나 올랐는지 계산한 뒤, (... )를 합산함으로써 산출된다. ── (A)
- 우선 통계 전문가들은 판매되는 모든 컴퓨터의 실제 지불 가격을 [수집한다.] 그다음 실제 가격이 이런 다양한 요소와 어떠한 상관관계를 맺고 있는지 추적한다. ── (B)
(A)는 명사 '그다음'이 다른 명사 '해'를 제한하는 관형어적 역할을 하도록 의도된 문장입니다. (B)는 명사 '그다음'이 다른 명사 '실제 가격'을 제한하는 관형어적 역할을 하지 않습니다. (B)에서는 명사라는 '그다음'이 뒤따르는 문장 전체를 제한하는
문장 부사(또는
접속사) 역할을 합니다. 즉, 여기서는 '그다음'과 '실제 가격'이 각각의 역할에서 강력하게 분리됩니다. 따라서 이런 경우에는 '그다음'의 다음에 반점(,)을 붙여야 한다고 봅니다. 이런저런 용례들을 생각해 볼 때, 위 해당 문장에서 하늘이 두 쪽이 나도 "그 다음해"라고 표기할 수 없다고 판단한다면 차라리 어색하더라도 '이듬해'를 쓰는 것이 낫다고 봅니다. 즉,
- 수정안: 그렇게 ( ... ... ) 숫자가 산출되면, 어느 한 해를 선택해 그해의 숫자를 100으로 '재설정rebase'한다. ^그 이듬해^의 물가지수는 각 품목의 가격이 지난해에 비해 얼마나 올랐는지 계산한 뒤, ( ... ... ) 합산함으로써 산출된다.
※ 한편, '그다음'이란 어휘에 대한 표준국어대사전이나 다른 국어사전상의 예문들을 봐도 보통 '그다음'은 문두가 아니라 문장 중간에 배치됩니다. 다음은
표준국어대사전과
고려대한국어대사전의용례:
- 몇 년만 지나 봐라, 너도 그땐 일이 몸에 무거울 건 뻔한 이친데 그다음에 뭘 할래?
- 어머니는 엉금엉금 방을 기어가서 문을 열고, 그다음, 우물로 달려갔다.
※ 그리고,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이듬해'와는 달리 '다음해'를 별도의 표제어로 인정하고 있지 않지만, 연세한국어사전과 고려대 한국어대사전은'다음해'를 별도의 표제어 명사 어휘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 [
연세한국어사전] 다음해: 명사.
- (그 해의) 다음에 오는 해. 비슷한말: 이듬해/익년, 반대말: 지난해.
- [예문] 그 다음해 봄 방학 때, 나는 두 달 동안을 시골에서 방을 얻고 지냈다.
- [예문] 내가 교장을 다시 만난 것은 졸업을 한 다음해 여름, 해수욕장에서다.
- [
고려대 한국어대사전] 다음해: 명사.
- (1) 기준으로 하는 어떤 시점의 바로 뒤에 오는 해. 유의어: 이듬해, 명년, 익년. 준말: 담해. (2) 이번 해의 바로 다음에 오는 해.
- [예문] 지주들은 풍흉에 따라 다음해의 경작지를 늘리거나 휴경지를 늘리거나 하면서 수지를 맞추었다.
- [예문] 우리나라의 학년제는 각 학년이 3월 1일에 시작하여 다음해 2월 말일에 끝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 두 국어사전의 풀이와 용례를 받아들여 해당 문장에서 ^그 다음해^라고 표기해 주면 '다음해'라는 명사 어휘가 명확히 지정되기 때문에 문두에 위치하는 ^그다음^이라는 어휘가 유발하는 혼선이 말끔하게 해결됩니다.
※ 이러한 국어사전들의 서로 다른 견해에서 서로 다른 권위를 끌어 오지 않더라도 상식적으로 문장을 읽을 때 쓰여 있는 말의 순서와 띄어쓰기에 따라 읽는 호흡의 박자가 정해지기 마련입니다. <그다음 해>라고 써 놓으면 읽는 사람의 두뇌 회로 역시 한 호흡의 박자 내에서 <그다음>을 먼저 읽고 나서, 한 번 쉰 다음에 <해>를 읽습니다. 반면에 <그 다음해>라고 써 놓으면 읽는 사람의 두뇌 회로 역시 한 호흡에 <그>를 먼저 읽고 나서, 한 번 쉰 다음에, <다음해>를 읽습니다. 글자가 아니라 소리로 하는 말에서도 "나는 졸업하던 해에 군대에 입대했어. 그 다음 해에 전쟁이 났지"라는 발화가 있다고 치면, 아래 2번처럼 말하는 경우보다 1번처럼 말하는 경우가 훨씬 많고 자연스러울 것입니다.
- "나는 졸업하던 해에 군대에 입대했어. 그 (짧게라도 한 번 쉬고) 다음해에 전쟁이 났지."
- "나는 졸업하던 해에 군대에 입대했어. 그다음 (짧게라도 한 번 쉬고) 해에 전쟁이 났지."
11.§§. 60쪽 두 번째 문단, 밑에서 4째 줄 ── 1장 (3절 GDP의 기본 개념)
- 이전 구절: OECD의 국민계정 안내서는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 있다. "정부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GDP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보는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 수정 이전: 정부 서비스는 판매되는 것이 아니더라도 국민계정에 산출액(즉 부가가치)으로 ^잡히며^, '정부가 생산하는 비시장 서비스'라고 불린다.
- 수정 이후: 정부 서비스는 판매되는 것이 아니더라도 국민계정에 산출액(즉 부가가치)으로 ^포함되며^, '정부가 생산하는 비시장 서비스'라고 불린다.
※ 이곳은 OECD가 국민계정 통계를 어떻게 취급해서 산출하는지 관행적 행위를 설명하는 부분입니다. 즉 통계를 산출하는 능동적 행위를 설명합니다. 그런데 "정부 서비스가 ( ... ) 산출액으로 <잡힌다>"라고 하여 <잡히다>라는 동사를 이곳에서 사용하는 것은 두 가지 점에서 부적합니다.
- 첫째로, "무슨 숫자 자료를 어떤 통계 항목으로 <잡는다>"라고 말하거나, "무슨 숫자 자료가 어떤 통계 항목으로 <잡힌다>"라고 말하는 경우는 수많은 통계 항목 중 어느 하나가 선택된다는 의미로 쓰입니다. 반면에 이곳에서는 그런 식의 복수 선택지(통계 항목들) 중 하나를 선택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그보다 아주 대단히 커다란 범주 구분인 ‘산출액으로 취급하느냐’, 아니면 ‘산출액으로 취급하지 않느냐’ 하는 구분을 말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여기서 "정부 서비스가 산출액으로 잡힌다"라고 말하는 것은, 마치 "개와 고양이는 인구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라거나, "우리 어머니는 인구 통계에서 여자로 잡힌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꽤나 우스꽝스러운 어휘 선택입니다.
- 둘째로, 통계를 산출하는 '능동적인 행위의 기준과 잣대'를 해설하는 이 맥락에서 <잡히다>라고 말하면, 능동적으로 그렇게 취급한다는 것이 아니라, 수동적으로 저절로 그렇게 이루어진다는 어감이 강하게 실립니다. <잡히다>보다는 <포함되다>가 그러한 행위의 기준과 잣대를 설명하는 맥락에서 더 적합합니다.
혹시, 무슨 알 수 없는 개인적인 어감의 편향으로 말미암아 <포함되다>의 <─되다>라는 접미사를 정말 보기 싫다고 판단한다면, 차라리 사역꼴을 취하여 '능동적인 통계 산출의 잣대'를 명료하게 부각시키는 것이 낫겠습니다. 즉,
- 수정2안: 정부 서비스는 판매되는 것이 아니더라도 국민계정에 산출액(즉 부가가치)으로 ^포함시키며^, '정부가 생산하는 비시장 서비스'라고 ^부른다^.
(앞의 보조사 '─은(는)'을 뒤의 '포함시키다'와 호응시켜서 '─은(는)'에 목적어 역할에 부여했으므로, 그 뒤에 나오는 '불린다'도 이에 맞추어 목적어를 취할 수 있는 타동사 꼴 '부른다'로 함께 수정해 줌이 좋겠습니다.
12.§§. 61쪽 세 번째 문단, 밑에서 2~5째 줄 ── 1장 (3절 GDP의 기본 개념)
- 이전 구절: ※ 자가 생산과 부가가치의 계산이 화제.
- 수정 이전: ^더욱이^ 기업의 외부 구매를 중간재로 취급할지, 아니면 투자 지출로 취급할지가 분명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2008년 이전의 국민계정에서는 기업의 연구개발비를 원료나 청소부에 대한 지출과 똑같이 중간재 지출로 취급했다. 이런 관행이 변하기 시작해 이제는 연구개발을 투자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 수정 1안: ^그 밖에^ 기업의 외부 구매를 중간재로 취급할지, 아니면 투자 지출로 취급할지가 분명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중간재로 취급하면 GDP에 들어가지 않는 반면, 투자 지출로 취급하면 최종 산출물인 투자재를 구매한 것으로 취급되므로 GDP에 들어간다.^ 2008년 이전의 국민 계정에서는 기업의 연구개발비를 원료나 청소부에 대한 지출과 똑같이 중간재 지출로 취급했다. 이런 관행이 변하기 시작해 이제는 연구개발을 ^투자로 취급한다^.
- 수정 2안: ^또 다른 문제로,^ 기업의 외부 구매를 중간재로 취급할지, 아니면 투자 지출로 취급할지가 분명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2008년 이전의 국민 계정에서는 기업의 연구개발비를 원료나 청소부에 대한 지출과 똑같이 ^최종 산출물에 들어가지 않는^ 중간재 지출로 취급했다. 이런 관행이 변하기 시작해 이제는 연구개발을 ^투자로 취급한다^.
- 해당 원문: Besides, it isn't always clear when to count purchase as intermediate goods or, by contrast, investment spending. Before 2008, national accounts treated businesses' spending on R&D in the same way as spending on raw materials or cleaners; that is, as an intermediate good that would not count toward final output. This is starting to change; henceforth, R&D is supposed to be counted as investment.
- 당초 번역: 또 다른 문제로, 기업의 외부 구매를 중간재로 취급할지, 아니면 투자 지출로 취급할지가 항상 분명하지는 않다. 중간재로 취급하면 GDP에 들어가지 않는 반면, 투자 지출로 취급하면 최종 산출물인 투자재를 구매한 것으로 취급되므로 GDP에 들어간다. 2008년 이전의 국민 계정에서는 기업의 연구개발비를 원료나 청소부에 대한 지출과 똑같이 중간재 지출로 취급했다. 이런 관행이 변하기 시작해 이제는 연구개발이 투자로 취급해야 할 대상으로 간주된다.
※(1). '더욱이'로 교체한 것의 문제: '더욱이'라는 부사어를 문두에 배치하면, 앞절에서 다룬 '자가 생산과 부가가치 계산'의 문제가 바로 이 새 문단에서 다루는 연구개발비의 중간재/최종재 취급 문제로
동일한 성격의 문제가 더욱 심화되는 것이라고 서술하는 흐름이 됩니다. 그러나 앞절의 화제(자가 생산과 부가가치 계산)와 뒷절의 화제(연구개발비가 중간재 구매이냐 최종재 구매이냐)는 서로 다른 문제입니다. 그래서 저자도 "Besides,"로 새 문단의 첫 문장을 시작했습니다.
※(2). 보라색 밑줄 친 부분이 삭제됐습니다.
- 원문에서는 2008년 이전에 연구개발비를 청소 용역비와 원료비처럼 중간재 지출로 취급했다고 설명한 뒤, 콜론으로 이어진 뒷절 보라색 밑줄 친 부분에서 이것의 성격을 해설합니다. 이 부분이 원리적인 설명입니다.
- 그런데 최종 산출물로 취급하지 않았다고만 해설했지, 이것의 의미가 GDP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독자들이 손에 쥘 수 있도록 명언해 놓지는 않았습니다. 이 원리적인 설명을 아예 해당 문장의 앞으로 당겨서 확언해 놓은 것이 당초 번역문과 수정 1안입니다. 독자들에게 좀 더 알기 쉽고 좀 더 분명한 내용으로 다가서려는 번역자의 노력을 편집자가 왜 삭제하는지 모르겠습니다.
※(3). '수정 이전' 상태의 마지막에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라는 부분은 저자와 번역자의 진술을 모두 무시하고 편집자가 독자적으로 창작한 내용입니다. 원 상태로 돌려야 합니다.
- 해당 문단의 앞절에서 '(예전에는) 연구개발비를 중간재 구매(중간 지출intermediate consumption)로 취급하다가 (이제는) 투자재 구매(investment expenditure)로 취급한다'라고 서술하는 부분입니다.
- 여기서 앞에서의 '취급'을 똑같이 받아서 뒤에서도 '취급'이라고 표현해 줘야 무엇이 바뀌었는가를 명확하게 진술하게 됩니다. 이걸 '생각하다'라고 바꾸는 것은 정확하게 진술된 표현을 흐릿한 표현으로 망쳐놓는 편집입니다. 연구개발비를 투자 지출로 생각하기도 하고 투자 지출이 아니라고 생각하기도 하는데, 전자가 후자보다 많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원칙상 연구개발비 모두 투자 지출로 취급한다는 뜻입니다. 원문에서도 동사 count를 (같은 의미의 treat를 포함해) 똑같이 네 번 썼습니다.
- 이 문단의 후미에서 통계 수집의 현실적인 문제에서 투자 지출로 집계되지 못하는 경우가 꽤 많다는 부분은 원칙을 묘사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원칙과 별도의 현실 관행상의 문제입니다.
13.§§. 71쪽, 위에서 3~5째 줄 ── 2장 (1절 전후의 부흥)
- 수정 이전: 그들은 장기 성장의 이유를 사용 가능한 자원('생산요소factors of prouctions라 불린다)─주로 노동과 자본─^과^ 자원을 사용하는 방법(즉 생산성)의 발전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이 두 가지 ^요소가^ 모두 전후 황금기의 고성장에 기여했다.
- 수정 이후: 그들은 장기 성장의 이유를 사용 가능한 자원('생산요소factors of prouctions라 불린다)─주로 노동과 자본─^의 증가와^ 자원을 사용하는 방법(즉 생산성)의 발전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이 두 가지 ^요인이^ 모두 전후 황금기의 고성장에 기여했다.
- 해당 원문: Most economists ( ... ) divide the reasons for long-term growth into increases in the availability of resources (described as "factors of production')─mainly labor and capital─and improvements in the use of the available resources, or improved productivity. Both elements contributed to Golden Age growth.
※(1). 장기간에 걸친 경제성장의 요인을, 사용하는 자원량의 증가와 생산성의 증가, 두 가지 요인으로 분해해서 설명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앞의 요인에서 '증가'를 제거하고 그냥 '자원'이라고만 표현해 놓는 것은 부정확하고 부적절합니다.
※(2). 'Y라는 현상이 a, b, c가 빚은 결과다'라고 설명할 때 a, b, c를 지칭하는 용어는 요소보다 요인이 적합합니다. 더구나 앞에서 '생산요소'라는 말까지 등장했으니, 생산요소라는 표현에 동원된 '요소'라는 말과 구분하기 위해서라도 '요인'이라는 말로 원상 복귀시키는 것이 낫습니다. 국어사전류의 상식적인 용어 이해에서도 '요소'는 어떤 전체를 구성하는 일부분이라는 뜻이고, '요인'은 무슨 결과를 초래하는 원인이라는 뜻입니다.
※(3). 원문에 'elements'라고 적혀 있으니, '요인'을 선택한 번역은 부적절하고 'elements = 요소'라고 판단하여 기계적으로 수정한 편집자의 태도가 엿보입니다.
14. 74쪽, 위에서 9~11째 줄: 전달되는 메시지의 본체와 뉘앙스 ── 2장 (2절 우리는 얼마나 잘살고 있는가)
- 현재 상태: ( ... ) 소련 및 그 동맹국들과 대치하는 냉전과 군비경쟁이 찾아왔다. 미국과 서방은 사상뿐 아니라 군대와 전차, 핵미사일에서도 도전에 직면했다. 서방의 소비주의와 맞붙은 것은 소련의 산업과 기술이었다.
- 당초 번역: ( ... ) 소련과 철의 장막 뒤 그 동맹국들과 대치하는 냉전과 군비 경쟁이 찾아 왔다. 미국과 서방이 직면한 냉전의 도전은 사상의 영역뿐 아니라 군대와 전차, 핵미사일의 영역에서도 벌어졌다. 이 냉전의 갈등에서 서로 대치하는 쌍방의 가치는 서방의 소비주의와, 소련의 산업과 기술이었다.
- 해당 원문: (World War II) had given way to the Cold War and the arms race against the Sovient Union and its allies behind the Iron Curtain. The challenge to the United States and the West existed in the realm of ideas as wells troops, tanks, and nuclear missiles. Western consumerism was pitted against Soviet industry and technology.
※ 과연 다음과 같이 흘러가는 현재 상태의 문장 흐름을 읽고 저자가 무얼 전달하고자 하는지 알 수 있을까요?
미국과 서방은 사상뿐 아니라 군대와 전차, 핵미사일에서도 도전에 직면했다. 서방의 소비주의와 맞붙은 것은 소련의 산업과 기술이었다.
이 두 문장 중 두 번째만 보면, '서방의 소비주의와 소련의 산업과 기술이 서로 맞붙었다'는 것입니다. 그 앞 문장을 보면, '미국과 서방이 사상/군대/전차/핵미사일에서 도전에 직면했다'는 것인데, 이걸 읽고 그다음의 두 번째 문장을 읽으면서 저자가 무얼 전달하고자 하는 것인지 알 수 있을까요? 서방에서 소비자들의 풍요로운 소비 행위가 소련의 산업과 기술하고 맞붙었다고 합니다.
15. 75쪽, 첫 문단 밑에서 4~7째 줄 ── 2장 (2절 우리는 얼마나 잘살고 있는가)
- 수정 이전: 이듬해 1953년 UN이 최초의 공식 ^국민계정체계53을^ 발표했다. 뒤따라 공산권 나라들도 표준화 작업을 하여 자기네 국민회계 표준인 물적생산체계Material Product System MPS69를 만들었다.
- 수정 이후: 이듬해 1953년 UN이 최초의 공식 ^국민계정체계System of National Accounts, SNA53을^ 발표했다. 뒤따라 공산권 나라들도 표준화 작업을 하여 자기네 국민회계 표준인 물적생산체계Material Product System MPS69를 만들었다.
※ 구 공산권의 물적생산체계는 독자들이 알아야 할 요소로 원문 표현을 병기하고, 서방의 국민계정체계는 원문 표현을 독자들이 알아야 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여 이를 제거하는 것은 첫째, 형평의 원리상 맞지 않고, 둘째, GDP의 역사적 전개를 이해하는 데 국민계정체계가 애초에 원어로 어떻게 표현되었는지를 아는 것이 구 공산권의 물적생산체계의 원어 표현을 아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는 점에서 부적절합니다. 특히 이 책을 대학원 급의 학생들이 즐겨 읽는 도서로 자리매김을 하고자 한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16. '가장 많이 통용된 환율', '가장 많이 통용된 시장 환율'이라는 표현
(1) 76쪽 새 문단, 위에서 5째 줄 ── 2장 (3절 나라 간 비교의 문제)
- 현재 상태: (영국 파운드화나 프랑스 프랑화를 미국 달러화와 어떻게 비교해야 하는가?) 명백한 답은 GDP 측정 기간의 두 통화 간 환율을 따져 보고 ^가장 많이 통용된 환율^ 값을 사용하는 것이다.
- 당초 번역: 명백한 답은 GDP 측정 기간의 두 통화 간 환율을 따져보고 ^가장 지배적인 환율^ 값을 사용해 환산하는 것이다.
- 해당 원문: The obvious answer is to use the exhange rate that prevailed between the two currencies at the time.
(2) 79쪽 새 문단, 위에서 3째 줄 ── 2장 (3절 나라 간 비교의 문제)
- 현재 상태: (그러나 대다수 경제학자가 무심코 사용하는 구매력평가 환산율은 논란의 여지가 많다.) 구매력평가 환산율로 계산하면 각 나라의 GDP를 ^가장 많이 통용된 시장 환율^을 이용해 하나의 통화로 환산하는 것에 비해 비교역 재화 및 서비스 가격이 저렴한 저소득 국가 GDP의 상대적 수준이 높아진다. 이것이 구매력평가를 고안한 핵심 이유였다.
- 당초 번역: ^지배적인 시장 환율^로 각 나라의 GDP를 하나의 통화로 환산하는 것에 비해, 구매력 평가 환산율로 계산하면 비교역(非交易) 재화 및 서비스가 저렴한 저소득국 GDP의 상대적 수준이 높아진다. 어쨌든 이 점이 구매력 평가 개념을 고안하게 된 핵심이었다.
- 해당 원문: Compared to converting every country's GDP to one currency using the prevailing market exchange rate, the PPP conversion factors will raise the relative level of GDP of those low-income countries where nontraded goods and services are cheap. That was, after all, the point of devising the purchasing power parity concept.
※ 시장 환율은 여러 개의 변수가 아니라 하나의 변수입니다. 하나의 변수가 여러 값을 취하며 계속 변합니다. 위 첫 번째 사례에 등장하는 '가장 많이 통용된 환율'이라는 표현은 그런 대로 넘어갈 만한 것 같습니다만, 두 번째 사례에 등장하는 '가장 많이 통용된 시장 환율'이라는 표현은 문장의 묘사에 등장하는 여러 이미지들을 대단히 복잡하게 만드는 것처럼 읽힙니다. 이것은 분명 첫 번째 사례에서는 묘사되는 사정이 단순한 데 비해, 두 번째 사례에서는 등장하는 다른 요소들이 많기 때문일 것입니다.
※ '통용'이라 하면, '두루 널리 사용되었다'는 뜻인데, 환율에다가 이 수식어를 붙이니 마치 환율을 나타내는 변수들이 여러 가지인데, 그중 '두루 사용된 환율이 하나 있다'라는 것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3가지 어휘의 조합(가장+ 많이+ 통용된)에 비하여 '지배적이다'라는 단 하나의 어휘만 등장하면 좀 더 묘사가 간단해 보일 것 같습니다. '지배적이다'라는 말이 한국어 출판계에서 금기어가 아니라면 말입니다.
17.§§. 80쪽 두 번째 문단, 3~6째 줄 (맨 밑에서 6~9째 줄) ── 2장 (3절 나라 간 비교의 문제)
- 수정 이전: 구매력평가로 환산한 GDP 비교 자료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세계의 빈곤 수준은 실제보다 더 낮아지고 소득분배 추세는 더 고무적인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1990~2000년대에 본격화된 국제 무역 및 투자의 세계화를 우려할 필요가 없어진다.)
- 수정 이후: 구매력평가로 환산한 GDP 비교 자료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세계의 빈곤 수준과 소득분배의 추세가 실제보다 더 고무적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한 비교 자료에 나타나는 대로 빈곤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으며 국가 간 불평등이 악화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개선되는 추세라면,^ ( ... 상동 ... )
※(1). "세계의 빈곤 수준은 실제보다 더 낮아지고"의 문제: <빈곤 수준이 낮아진다>고 말하면 <빈곤이 낮아진다>는 말 못지않게 <빈곤 상태가 개선된다는 것인지 악화된다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말이 되어 버립니다. '빈곤'이란 말 자체에 좋지 않다는 부정적 의미가 있어서 지표의 높낮이를 지칭하는 표현을 사용하면 사태 묘사가 부정확해지니 보통 ' 향상/악화'라든가 '늘어나다/줄어들다'식으로 표현합니다.
- 해당 원문: Taking the PPP-based GDP comparisons on this basis at face value makes the trends in {world poverty levels and income distribution} look more encouraging than they really are. And if poverty has been declining rapidly, and inequality between countries not getting wider but rather possibly diminishing, as the comparisons suggest, ( ... ... )
- 당초 번역: 구매력 평가로 환산한 GDP 비교 자료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세계의 {빈곤 수준과 소득 분배}의 추세가 실제보다 더 고무적인 것처럼 보인다. 바로 그러한 비교 자료에 나타나는 대로 빈곤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으며 국가 간 불평등이 악화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개선되는 추세라면, ( ... 상동 ... )
그런데 원문에서 보듯이, 이곳의 묘사는 '세계의 빈곤 수준'과 '(세계의) 소득분배' 두 사태의 '추세'를 말하고 있습니다. 이 두 사태를 묶어서 <그것들의 추세가 더 고무적으로 보이다>라는 한국어 묘사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추세가 고무적/낙관적/비관적/절망적이다>라는 묘사에는 어떠한 모호함도 없습니다. 그러나 인쇄본 편집안에서는 앞부분의 '빈곤 수준'을 '추세'와 아무 관련이 없는 어구로 분리시켜 놓고 <빈곤 수준이 낮아지고>라는 모호한 표현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당초 번역문으로 원상 복귀시키는 것이 분명히 의미를 전달할 수 있습니다.
※(2). 원문에서는 두 사태를 묶어서 지칭하는 이 추세가 <더 고무적more encouraging>이라는 것의 구체적 의미를 명시적으로 강조하려고, (1) '빈곤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poverty has been declining rapidly)'라는 어구와, (2) '국가 간 불평등이 악화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개선되다(inequality between countries not getting wider but rather possibly diminishing)'라는 묘사를 동원했습니다. 그래서 저자는 이 두 가지 사태 (1)과 (2)가 일어나고 있다면 어떠어떠하다라고 진술합니다. (여기서 잠시 <빈곤이 줄어들다>라는 표현은 <빈곤 수준이 낮아지다>라는 표현보다 의미가 훨씬 명확함을 주목해야 합니다.) 그런데 인쇄본 편집안에서는 앞의 문제를 유발한 데 이어서, 이 부분을 통째로 없애 버렸습니다. 그 결과, 앞의 모호함을 독자들이 이 부분을 읽으면서 교정할 수 있는 단서까지 완벽하게 인멸된 셈입니다. 원상태로 복구되기를 바랍니다.
18. 83쪽, 밑에서 4째 줄 ── 2장 (3절 나라 간 비교의 문제)
- 이전 구절: 각각의 환율을 조정하고 구매력평가 환산율로 전환하는 일에서 기술적인 문제는 조사 자료에서 산출되는 물가지수를 어떻게 사용하느냐 하는 것이다. 물가 조사의 원자료를 활용해서 답해야 할 문제는 다음과 같다.
- 수정 이전: "어느 나라의 전형적인 거주민이 더 부유한 나라의 전형적인 거주민과 동일한 생활수준을 누릴 수 있으려면, 그 나라의 ^평균^ 지출이 얼마나 늘어나야 하는가?"
- 수정 이후: "어느 나라의 전형적인 거주민이 더 부유한 나라의 전형적인 거주민과 동일한 생활수준을 누릴 수 있으려면, 그 나라의 ^1인당 평균^ 지출이 얼마나 늘어나야 하는가?"
- 해당 원문: "How much must the average expenditure in one country be increased to enable its typical inhabitant to have the same standard of living as a typical inhabitant of a richer country?"
※ 여기서 말하는 <그 나라의 '평균 지출'the average exenditure in one country>은 '1인당 평균 지출'(간단히 표현하면, '1인당 지출')을 뜻합니다. 물론, 문맥의 세밀한 요소들을 어느 정도 가늠하고 추론할 줄 아는 독자들은 '평균 지출'이라는 표현을 접했을 때, 그 앞의 '두 나라의 전형적인 거주민이 누리는 생활수준을 비교한다'는 대목과 연결시켜서 '평균 지출'이 '1인당 평균 지출'을 뜻할 것이라고 판단할 수 있을 것입니다. 더 나아가, 동일한 화제의 설명이 계속 이어지는 84쪽의 아래 관련 구절을 읽어 보면, '1인당 GDP의 비교와 아울러 평균적 거주민의 생활수준을 비교'하고 있으니 '1인당 평균 지출'이 비교의 기준임이 확인됩니다.
- 관련 구절(84쪽 9~13째 줄): 가령 미국과 콩고민주공화국 간의 1인당 GDP 비교를 예로 들어 보자. 2005년 자료를 환율로 환산할 경우, 콩고민주공화국의 평균적 거주민이 미국의 평균적 거주민의 후생(혹은 생활)수준을 누리려면, 소득수준이 397배 늘어나야 한다.
※ 하지만 그만한 경제적 사고의 추론을 갖추지 못한 일반적인 독자들을 상정한다면, 위 해당 구절을 읽으면서 '평균 지출'이라는 표현이 무얼 어떻게 평균해서 나온 '평균 지출'을 지칭하는 것인지 막연하게 들릴 수도 있습니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분명하고 정밀하게 표현할 수 있는 것은 분명하게 써 놓는 것이 낫다고 봅니다.
※ 반면에, 이 책의 편집안에서 드러나는 일관된 편집 태도를 보면 '원문에 써 있지 않은 글자는 무조건 배제한다'는 고정관념과, '편집자가 알 수 없는 표현이더라도 써 있는 원문대로 편집자가 직접 직역하자'는 주의(主義)가 대단해 보입니다. 이 태도에 준해서 보면, "'average expenditure'가 구체적으로 뭘 뜻하는지는 모르더라도 이 글자들 속에 '1인당(per capita)'이라는 글자는 없다"고 판단해서 '1인당'을 제거했을 가능성도 꽤 커 보입니다. 이런 일부 편집자들의 답답한 태도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것을 우려하여, 2016년 4월 2일 저자에게 해당 사항을 물어 답변을 받아둔 바 있습니다.
19. 94쪽, 새 문단 4째 줄 (맨 위에서 8째 줄) ── 3장 (도입부)
- 현재 상태: 1950년대에는 미국 정치가 매카시즘에 휘둘렸고 한국전쟁이 터진 데다, 두 냉전 진영의 대립이 미친 짓에 가까운 '너 죽고 나 죽기' 식의 상호확증파괴Mutualy Assured Destruction으로 치달았다. 그래서 1950년대가 냉전의 절정기였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냉전이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20년이나 더 지속된 것은 무척 암담한 일이었다.
- 검토 요망: 1950년대에는 정치가 매카시즘에 휘둘렸고 한국 전쟁이 터진 데다, 완전히 미친 짓이지만 두 냉전 진영의 대립은 ‘너 죽고 나 죽기’ 식의 상호 확증 파괴Mutually Assured Destruction로 치달았다. ^이러한 쌍방의 완전한 공멸은 (나중에 밝혀진 대로) 이론적으로 정확한 것이었다. 지금에야 당시의 극한적인 상황을 되돌아보면서^ 1950년대가 냉전의 절정기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냉전이 좀처럼 잦아들 기미 없이 20년이나 더 지속됐으니 놀랄 정도로 암담한 일이었다.
- 해당 원문: We tend now to think of the 1950s as being its [=Cold War] height because of the political conformism of the McCarthy era, the Korean War, and the development of the insane but (as it turned out) correct theory of Mutually Assured Destruction. Yet the fact that it had persisted for twenty more years with no abatement was surprisingly demoralizing.
※ 굳이 수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기가 애매해 보이지만, 혹시 비의도적으로 누락된 부분은 없는지 확인을 거쳤으면 좋겠습니다.
20. 95쪽 새 문단 4~6째 줄 (맨 위에서 7~9째 줄) ── 3장 (도입부)
- 수정 이전: 그런데 경제성장의 ^원리가 잘 이해되고^ 있다고 자신했던 ^일부 발전경제학자의^ 확신이 잘못되었음이 분명히 드러났다.
- 수정 이후: 그런데 경제성장의 ^작동 원리를 잘 알고^ 있다고 자신했던 ^발전경제학자들의^ 확신이 잘못되었음이 분명히 드러났다.
- 이후 구절: 경제발전의 실패를 부채질하는 요인은 아주 많았다. ( ... ... )
- 당초 번역: 그런데 경제 성장의 작동 원리를 잘 알고 있다고 자신했던 발전 경제학자들의 확신이 잘못된 것임이 분명히 드러났다.
- 해당 원문: Yet the confidence on the part of development economists that the mechanics of economic growth were understood had clearly proven misplaced. ── (A)
※(1).§§. 편집안에서 '발전 경제학자들(development economists)'이라는 표현이 '일부 발전경제학자(이걸 원문으로 재생하자면, some development economists)'로 대체되었습니다. 원문에서 발전 경제학자들의 부류를 구분하거나 한정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나타나 있지 않고 특정 부분을 지칭하지 않은 채 일반적인 범주로 표현하고자 하는 복수 명사 'development economists'라고 적혀 있다는 점에서 이같은 변경은 편집안에서 일어난 자의적인 창작입니다.
이 점은 필히 바로잡아야 합니다.
어쩌면 편집자가 바로 아래에 설명한 'on the part of'의 쓰임과 의미를 몰라서 'the part of development economists'를 '일부 발전경제학자'라고 바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번역자도 오역을 할 때가 꽤 있지만, 당초 번역문을 앞에 두고 편집자가 번역문에 'the part'가 누락되었구나 라고 판단했다면, "번역자가 맹인이 아니라면 part를 못 보았을 리가 없을 텐데 왜 저렇게 번역했을까?"라고 자문하여 반드시 사전을 찾아봐야 합니다. 여기서는 더구나 'a part'가 아니라 'the part'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왜 사전 확인이라는 기본적인 임무도 수행하지 않은 채로 멋대로 수정하는지 그 용기의 정체를 모르겠습니다.
※(2). 'on the part of'는 다음 사전에 잘 기술되어 있듯이 사물이 주어의 위치를 차지하는 영문에서 행위자의 능동성과 주관적 상태를 표현하는 데 아주 유용한 어구입니다.
on someone's part or on the part of someone: by or from someone
- [예문] It took a lot of hard work on everyone's part [=done by everyone] to finish the project on time.
- [예문] It was a good effort on the part of all the students. [=all the students made a good effort]
- [예문] There is a lot of sympathy for the accused woman on the part of the public. [=the public feels a lot of sympathy for her]
편집안에서는 원문 "the mechanics of economic growth were understood"에 대해서 당초 번역안을 뒤집는 다소 과감한 선택을 했습니다. 여기서 "경제성장의 작동 원리가 잘 이해되고 있다"
라고 확신하는 주체는 발전 경제학자들입니다.그렇게 확신하는
능동적인 주체들이 바로 발전경제학자들입니다. 왜 이렇게 판단해야 합니까? 바로 ‘on the part of’가 그걸 강력하게 뜻하기 때문입니다.
─. 첫째로, "잘 이해
되고 있었다"는데, 그렇다면 여기서 "경제성장의 작동 원리를 잘 이해
하고 있던" 그 인식 주체는 누구를 지칭하는 것일까? 여기서 저자가 수동형을 선택한 1차적 이유는 보나마나 그 인식 주체를 분명히 드러내고 싶지 않거나 인식 주체의 범위를 일일이 열거하기가 구차하기 때문입니다.
- 발전 경제학을 다룬 다른 저술들(아마티아 센, 윌리엄 이스털리 등)에서도 잘 드러나듯이 1920년대부터 시작되어 지금에 이르고 있는 저발전국들의 경제 발전 노력과 선진국/국제기구들의 발전 지원 노력은 서방의 원조 자금과 의도적인 경제 계획을 국가가 밀어붙이는 저발전국 내의 강력한 권력이 결합되어 추진되었고, 이를 뒷받침하는 이론과 이론가들이 발전 경제학 커뮤니티입니다.
- 이 커뮤니티에는 발전 경제학자들과, 세계은행 등의 국제기구 및 여타 민관 원조 단체와, 영국의 국제발전부나 미국의 원조부 등과 같은 선진국 내 발전 지원 정책을 수립하는 정책 결정자 등이 들어갑니다. 여기서 저자가 구차하게 일일이 열거하지 않은─"경제성장의 작동 원리를 잘 이해하고 있는"─그 인식 주체들에 속할 만한 1순위 거명자들은 바로 이들입니다. 이 1순위 거명자들을 묶어서 부를 경우, '발전 경제학자들'이라고 부르면 충분하고도 마땅합니다. 그 밖에 2순위 거명자들로 들어가야 할 부류는 딱히 발전 경제학에 몸담고 있지 않지만 경제 발전 현상과 관련이 있다고 봐야 할 폭넓은 경제학자들입니다.
─. 둘째로, 저자가 수동형을 선택한 2차적 이유는 다음과 같이 적어서 인식 주체를 명시적으로 드러내기가 약간 부담스럽다거나 미안하다거나 하여 완곡한 어조의 표현 방법으로 수동형을 택했을 거라고 봅니다. 즉,
Yet the confidence on the part of development economists that they [= development economists] understood the mechanics of economic growth had clearly proven misplaced. ── (B)
─. 셋째로, 저자가 위 (B)와 같이 적는 것이 부담스럽다거나 미안하지 않더라도 행위 주체를 가리는 수동형 표현이 영어 사용자들 사이에서 대단히 자연스럽기 때문에 그쪽을 선택했을지도 모릅니다.
※ 이런 사정들을 염두에 둔 채 일단 그 내용을 접어두고서, "경제성장의 원리가 잘 이해되고 있다고 자신했던 발전경제학자들의 확신"이라는 표현을 진단하는 일이 필요합니다. 이 발화가 한국어로서 잘 전달된다고 판단할 수 있을까요? 이 명사절을 풀어서 문장으로 전환해 봅니다.
발전 경제학자들은 경제성장의 작동 원리가 잘 이해되고 있다고 확신했다. ── (가)
텍스트 해당 문장의 뒷부분까지 이어서 전체 문장을 새로운 문장들로 만들어 봅니다.
발전 경제학자들은 경제성장의 작동 원리가 잘 이해되고 있다고 확신했다. 그러한 그들의 확신은 잘못되었음이 분명히 드러났다. ── (나)
※ 역자의 결론: 이러한 문제에 부딪힐 때는 역자로서 항상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느냐 하는 취사선택의 결과를 생각합니다. "한국어로서 잘 전달되는 문장을 만들 경우, 그러한 한국어 표현 속에 담기는 해석의 확장이나 축소나 변조에 무리가 없느냐?" 즉 전자의 유용성과 후자의 위험성을 견주는 상황이 꽤나 자주 발생합니다.
- '수정 이후' 문안과 당초 번역안을 택했던 이유는 위에서 언급한 첫째 사항으로 1순위 거명자들을 "경제성장의 작동 원리를 잘 이해하는" 인식 주체로 명시화하더라도 이 한국어 표현만을 읽고서 "2순위 거명자들은 인식 주체에서 배제되었으며 오로지 1순위 거명자들만이 인식 주체라는 진술이다"라고 판단할 이유는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 어쨌거나 2순위 거명자들인 폭넓은 경제학자들이 "경제성장의 작동 원리를 잘 이해하는" 유일한 부류였다고 하더라도(사실상 그렇지 않았고 오히려 저발전국의 발전 과정과 발전 경제학의 역사는 그와 정반대입니다. 즉 1순위 거명자들이 주류 경제학의 주요 명제에서 이탈하면서 거의 폐쇄적으로 자기 패당을 형성하며 경제 발전을 지휘하는 정책에 개입했습니다. 하지만 이 점은 논리적인 판단에서 배제합니다), 2순위 거명자들과의 교류와 지성적인 연대를 경유하여 1순위 거명자들 본인들이 그렇게 이해하지 않고는 발전 경제학의 (저발전국 경제 발전에 개입하는) 행동이 일어날 수 없었던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역자의 판단입니다. 그러면 이러한 판단으로 위 문장 (나)를 다시 써 보겠습니다.
발전 경제학자들은 경제성장의 작동 원리를 잘 알고 있다고 확신했다. 그러한 그들의 확신은 잘못되었음이 분명히 드러났다. ── (다)
(나)와 (다)를 비교해 보시고, 수정 이전 편집안과 수정 이후 역자안을 비교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와 같은 번역 과정에 대한 해설이 과연 얼마나 참작이 될 것인지 염려하여 첨언하고 싶은 바는, 역자가 애초에 원문의 수동형을 그대로 유지해서 편집안과 같은 수동형 문장의 꼴을 번역문으로 제시했다면, 과연 편집자가 그 수동형 문장을 그대로 채택했을까 하는 의구심이 남는다는 점입니다. 이 경우에는 수동으로 제시하면 능동으로, 능동으로 제시하면 수동으로 바꿔야만 하고, 다른 경우에도 역시 그와 유사하게 바꿔야만 하는 무슨 이유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3). 'the mechanics of economic growth'라는 원문 표현이 의도하는 바는 'the principles of economic growth'와는 좀 거리가 있습니다. 이 어휘 선택은 적극적인 경제 계획으로 발전 과정에 개입하는 발전 경제학의 지난 행태와 관련이 깊은데, '정책 손잡이 X를 잡아당기면 경제적 결과 Y가 튀어나온다'와 같은 이미지와 관련이 깊습니다. 이런 사태를 묘사할 때는 '경제성장의 원리'라고만 표현하거나 '경제성장의 작동'이라고만 표현하기보다 '경제성장의 작동 원리'라고 표현하는 게 더 낫다고 봅니다.
21.§§. 95쪽 맨 밑에서 2째 줄 ── 3장 (도입부)
- 이전 구절: 이 네 가지 도전은 어느 것이 먼저라고 말하기 힘들 정도로 1970년대 초에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 수정 이전: 이러한 문제들이 한데 뒤엉켜 대공황 이후부터 최근의 금융 위기에 ^이르기까지 기간 동안^ 자본주의에 닥친 가장 심각한 위기를 초래했다.
- 수정 이후: 이러한 문제들이 한데 뒤엉켜 대공황 이후부터 최근의 금융 위기에 ^이르는 기간 사이에^ 자본주의에 닥친 가장 심각한 위기를 초래했다.
- 당초 번역: 이러한 문제들을 서로 다른 인과 관계로 분리하기는 불가능하겠지만, 그 당시까지 관례로 자리 잡았던 전후 시기의 경제적 골격에 대한 이 네 가지 도전이 1970년대 초에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이러한 문제들이 뒤엉켜 대공황 이후 우리 세대의 금융 위기 전까지 자본주의에 닥친 가장 심각한 위기로 불거졌다.
- 해당 원문: It would be impossible to untangle each cause and effect, but these four challenges to the by then conventional postwar economic framework came to a head at the same time, the early 1970s. They coalesced into the most profound crisis of capitalism since the Great Depression and until our own Great Financial Crisis.
※ 편집 과정의 작업 중에 발생한 단순한 타자 오류로 보입니다.
22.§§. 101쪽 위에서 6~8째 줄 ── 3장 (1절 스태그플레이션)
- 이전 구절: 이러한 경험 끝에 1970년대 말, 경제학자들이 도달한 결론은 아무리 필립스 곡선상의 주어진 선택지 중 좋은 조합을 선택하려고 애써 봐야 장기적으로는 물가만 올라가고 떨어진 실업률은 다시 원래대로 돌아간다는 것이었다.
- 수정 이전: 경제학자들은 '자연실업률'[저자주]이 존재하며, 자연실업률은 기업들이 ^고용을 늘릴 만한 유인이 얼마나 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결론지었다.
- 수정 이후: 경제학자들은 '자연실업률'[저자주]이 존재하며, 자연 실업률은 기업들이 ^고용을 늘릴 때 어떠한 유인에 직면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결론지었다.
- 해당 원문: They concluded that there was "natural" rate of unemployment that depended on what incentive firms had to hire extra workers.[저자주] ── (A)
※ 여기서 문제점은 편집자가 다음과 같이 원문을 수정했다는 점입니다.
They concluded that there was "natural" rate of unemployment that depended on how much incentive firms had to hire extra workers. ── (B)
자연실업률은 정부가 경기 대책을 아무리 써도 어떤 수준 밑으로 떨어질 수 없는 최저 실업률과 비슷한 개념입니다. 정부가 경기 확장 정책을 쓰면 당분간 고용과 임금과 물가 수준이 높아지다가 경제가 임금과 물가의 연쇄적 상승을 견디지 못하고 다시 하강하여 실업이 다시 본래 상태로 돌아가게 마련인데 적응 과정을 밟아온 물가는 다시 옛 수준으로 복귀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즉 자연실업률은 단기적으로 실업이 오르락내리락할 수는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어떤 중력에 이끌려 더 떨어지지 못하는 일정한 수준의 실업률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자연실업률 밑으로 실업률이 떨어지면 물가상승률이 가속돼서 얼마 후 실업률이 다시 이 자연실업률 수준으로 높아진다는 사고방식입니다. 이 자연실업률 개념에 대해서는 (그 추정값이 시도 때도 없이 변해서 개념적 타당성이 없다는 식의) 말도 많고, 그 신뢰성이 많이 실추됐지만, 일단 이 개념의 사고방식에 준하여 판단하면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습니다.
- '기업이 고용을 늘리려는 유인이 높다(또는 높아졌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태는 단기적인 고용 증가와 그에 따른 임금 상승과 직결되는 사태이지, 자연실업률이 높아진다거나 떨어진다거나 하는 사태와는 관련이 없습니다. 다시 말해, 고용 유인의 높낮이나 오르내림은 자연실업률의 '중력'을 벗어날 수 없는 일시적인 지위밖에 부여받지 못합니다.
- 즉 자연실업률은 사회 전반의 복지 정책이라든가, 경제의 구조적 특징이라든가, 다른 요인으로는 정부가 어떠한 정책(예로, 고용 확대 정책)을 취하면 어떠한 결과(예로, 결국 물가가 올라서 금리도 오를 테니 금융 조건이 악화될 거다)가 닥칠 거라는 경제 행위자들의 기대 심리 등으로 인하여 장기적으로 더 낮출 수 없는 실업률의 '자연적인' 수준입니다. 이론적으로는 물가상승률이 올라가려고 하는 경제 팽창 압력(경제 전반의 수요 > 경제 전반의 공급)과 물가상승률이 떨어지려고 하는 경제 수축 압력(경제 전반의 수요 < 경제 전반의 공급)이 평형을 이룰 때 형성되는 실업률이 자연실업률입니다. 그래서 자연실업률을 '물가 비가속적 실업률(non-accelerating inflation rate of unemployment)이라고 부릅니다. 즉 이 개념은 경제가 과열되지도 냉각되지 않는 평형 상태에 있는 아주 정상적인 상태에서도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실업의 수준이 있다는 사상입니다.
이와 같은 개념의 자연실업률을 전제하는 '제정신인 상태의 경제학자'가 "기업이 고용을 늘리려는 유인(인센티브)이 크면(또는 커지면), 자연실업률이 떨어진다"고 말하는 사태는 하늘이 두 쪽이 나도 일어나기 어렵습니다. 이 책의 저자가 그처럼 자연실업률에 대한 상식적인 지식을 갖춘 경제학자라고 간주하면, 원문의 해당 문장은 다음과 같은 의도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즉
"기업이 고용을 늘리려고 하는 유인이 생길 때 그러한 유인들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변수들이라든가 그 변수들의 상호 작용이라든가 정치적, 사회적, 구조적 요인이라든가 하는 것들이 그러한 기업의 유인을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가?" 줄여 말해서, "기업의 고용 확대 유인이 어떠한 상태에 놓여 있는가?"
저자는 아마도 분명히 자연실업률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대하여 그동안 경제학자들 사이에 형성된 합의를 간략히 요약하기가 어려워서 원문과 같이 적었을 겁니다. 웬만한 경제학자가 what과 how much를 헷갈려서 how much로 적어야 하는데 잘못 실수하여 what으로 적었다고 누가 판단한다면, 그렇게 판단하는 사람이야말로 제정신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해당 원문에 달린 저자 주석을 아래에 적습니다.
자연 실업률을 나중에는 ‘물가 비가속적 실업률(non-accelerating inflation rate of unemployment)’, 혹은 영문 약자로 ‘나이루(NAIRU)’로 부르게 되었다. 거시 경제학 교과서에서 이 내용을 다룬다. 일례로, 다음 자료를 보라. Wendy Carlin and David Soskice, Macroeconomics: Imperfections, Institutions and Policies (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2005).
이 주석의 의도가 무엇입니까? 바로 "본문에서는 더 자세히 언급하기 어려우니 다음 책을 보고 알아서들 공부하라" 이것입니다. 그러니
당초 번역안 그대로인 '수정 이후' 문안대로 원상 복구되기를 바랍니다.
※ 특히나 강조하고 싶은 것은, 원문 (A)의 내용을 (B)로 수정해서 현재 인쇄본 편집안을 작성한 편집자는 편집자 본연의 임무인 '편집'을 한 것도 아니고, 번역자가 맡아야 할 임무인 '번역'을 한 것도 아니며, 정확히 말해서 새로운 저술을 창조하는 '저술가' 활동을 한 것이라는 점입니다.
23.§§. 101쪽, 밑에서 2~3째 줄 ── 3장 (1절 스태그플레이션)
- 이전 구절: 1970년대의 암울한 경제 경험은 경제사상의 혁명을 가져왔다. ( ... ) 케인스주의의 단순한 수요 관리 기법에 대한 신뢰가 사라졌다. 그 대신 정부는 기업을 위해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새로운 합의가 등장했다. 즉 세금을 낮고 안정되게 유지하고, 노동시장의 규제를 완화하며, 국가가 소유하던 기업을 사유화하는 새로운 정책을 도입하자는 것이었다.
- 수정 이전: ^여기에^ 물가상승률을 낮게 유지하기 위해 ^중앙은행이^ 통화량 증가를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도 덧붙었다.^ 하지만 이 새로운 합의가 ^곧바로 적용된 것은 아니었다.^
- 수정 1안: ^또한 중앙은행은^ 물가상승률을 낮게 유지하기 위해 통화량 증가를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새로운 합의가 ^자리 잡기까지는 험한 여정을 더 겪어야 했다.^
- 수정 2안: ^또한 중앙은행은^ 물가상승률을 낮게 유지하기 위해 통화량 증가를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 추가되었다.^ 하지만 이 새로운 합의가 ^자리 잡기까지는 험한 여정을 더 겪어야 했다.^
- 당초 번역: 이에 더하여, 중앙은행은 물가 상승률을 낮게 유지하기 위해 통화량 증가를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새로운 합의점은 험한 여정을 더 겪어야 했다.
- 해당 원문: (Instead, the new consensus was that the government [A] should concentrate on creating a good environment for business─[A1] low and stable taxes, [A2] labor market deregulation, and [A3] the new policy of privatization of formerly state-owned corporations in the United Kingdom) And [B] to keep inflation under control, the central bank should limit the growth of the money supply. But this new consensus lay ahead.
- 이후 구절: 1970년대 동안 경제학계는 거시경제정책을 놓고 극렬하게 분열되어 있었다. 1975년 영국에서는 물가가 24퍼센트나 상승했고, 실질 GDP는 성장하지 않았다. 게다가 국제수지 적자가 너무 커져서 최근의 그리스와 아이슬란드가 그랬듯이 이듬해에 IMF의 긴급 융자를 받아야 했다. 세계 선두권의 산업 경제국이 구제금융을 요청해야 할 처지에 놓인 것은 초유의 일이었다. 미국의 사정도 별로 나을 게 없었다. ( ... ... ) 경제학자들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자신들이 해결책을 알고 있다고 자신할 수 없게 되었다.
※(1). "~ 의견도 덧붙었다."의 문제: 여기서 저자는 1970년대 중엽부터 1980년 중엽 직전까지 약 10년의 기간을 바라보면서 경제 정책의 패러다임이 변해 가는 과정을 묘사합니다. 경제 정책에 대한 이전의 합의─합의를 이루었다는 행위보다는 그 행위가 이루어진 포인트, 합의의 내용이나 결과. 그런 의미에서 '합의점'─였던 케인스 주의에서 공급 측면 경제학(원문의 A1, A2, A3)과 통화주의(원문의 B)로 변해 가는 과정입니다. 여기서,
- (정부는 뭐를 해야한다는) "새로운 합의가 등장했다. 즉(그 새로운 합의란) A1하고 A2하며 A3하자는 것이었다."
- "그리고/또한/이에 더하여 B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와 같이 흐르는 본문의 흐름에서 '새로운 합의'를 "~는 것이었다"에 이어서 "~는 것이었다"라고 묘사하여 '~는 것이었다'를 한 번 더 쓴다고 해서 문제 될 것은 없다고 봅니다. 달리 보면, A1, A2, A3로 규합되는 A(공급 측면 경제학)과는 개념으로서 일정 정도 범주를 달리하는 B(통화주의)를 A와 동등하게 강조하는 효과도 부각됩니다.
- 반면에, 여러 가지 견해가 모여서 하나의 입장(position)을 이루는 합의점의 요소들을 묘사하는 곳에서 "~라는 의견도 덧붙었다"는 표현은 그냥 별로 중요하지 않은 군더더기 하나가 말 그대로 "덧붙었다"고 하는 이상한 감을 줍니다.
- 역자가 보기에는 당초 번역안에 가까운 '수정 1안'을 택하고 싶지만, '~는 것이었다'의 반복은 하늘이 두 쪽이 나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판단된다면 '수정 2안'을 택해야겠지만, 여기서 '의견'이란 낱말은 제거하는 게 낫다고 봅니다. 하나로 모이는 입장=합의점(the new consensus)을 묘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2). <중앙은행이→중앙은행은> : 너무 민감하게 읽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A(A1, A2, A3)에 대한 묘사로부터 B에 대한 묘사로 작은 화제 변화의 흐름을 부각시킨다는 점에서 '중앙은행'에다 보조사 은(는)을 붙이고 문두에다 배치하는 것이 제가 읽기에는 효과적으로 보입니다.
※(3). "곧바로 적용된 것은 아니었다": 원문 "But this new consensus lay ahead"에서 'lie ahead'는 '앞으로 일어날 일이다',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는 1차적/표면적 의미보다 '앞으로 벌어질 일이 걱정이다', '험한 일을 앞두고 있다'와 같은 뉘앙스를 가집니다. 다음 두 사전이 그러한 쓰임을 풀이합니다. 당초 번역안은 이를 반영한 것입니다.
─. You use lie in expressions such as
lie ahead,
lie in store, and
lie in wait when you are talking about what someone
is going to experience in the future, especially when it is something unpleasant or difficult.
- [예문] She'd need all her strength and bravery to cope with what lay in store.
- [예문] The President's most serious challenges lie ahead.
─. if something
lies ahead, especially something difficult or unpleasant, it is going to happen in the future and
you will have to deal with it.
- [예문] We need to be ready for whatever problems lie ahead.
바로 이어지는 구절에서도 (a) 경제학계의 극렬 분열, (b) 물가 폭등과 성장 정체, (c) 영국의 구제금융 사태, (d) 미국의 사정도 험악(전쟁, 고물가, 마이너스 성장), (e) 경제학자들의 사면초가와 같은 난관들을 새로운 합의점이 형성되던 시기에 닥친 일들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앞의 사전 풀이들과 이후 문맥까지 감안하면, 해당 원문의 "this new consensus lay ahead"가 전하는 뜻은
"이 새로운 합의점이 쉽게 자리 잡지는 못했고 다음(a, b, c, d, e)과 같은 험악한 일들을 더 겪은 뒤에야 찾아왔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취지를 담을 수 있는 표현으로서 "곧바로 적용된 것은 아니었다"는 너무 거리가 멉니다.
반면에 이런 취지를 담으려고 했던 당초 번역안에서도 <'새로운 합의점'이라는 일종의 '의견'이 '험한 여정을 더 겪다'>라고 표현하는 의인화가 지나치거나 부적합하다고 볼 여지가 있습니다. 하여, 위 수정안과 같이 "이 새로운 합의가 자리 잡기까지는 험한 여정을 더 겪어야 했다"를 대안으로 제시합니다.
24.§§. 103쪽, 맨 위에서 5~6째 줄 ── 3장 (2절 냉전의 경제적 결과)
※ 먼저 3장의 새 절인 3.2절 "냉전의 경제적 결과(원저에서 공산주의Communism)"을 시작하는 문맥의 흐름을 소개합니다.
문맥(1): ( ... ) 1989년 11월 베를린 장벽의 붕괴는 공산주의와 계획경제 시스템의 갑작스러운 그리고 완전한 붕괴를 상징하는 사건이었다. [지금엔 이 사건이 불가피했던 일로 보이지만 당시엔 그렇지 않았다] 심지어 마거릿 대처와 로널드 레이건이 1979년, 1981년에 ( ... ) 선거에서 승리할 때도 공산권이 무너질 것처럼 보이지 않았으며, 당연히 1970년대에는 더욱 그러했다.
문맥(1-1): 1970년에 스탈린이 자국민에게 저지른 범죄는 바깥세상에 잘 알려져 있었지만, 마오쩌둥이 저지른 일은 그 후 10여 년이 지나서야 드러났다.
문맥(2): 경제통계자료를 직접 다루는 국가 정보기관 및 관련 업계의 전문 분석가들도 공산권의 경제 산출량 통계가 얼마나 허구적인지 알지 못했다.
문맥(2-1): 공산권 경제 전체에 조작이 만연했다. 각 공장마다 중앙의 계획 당국이 결정하는 산출량 목표가 할당되었는데, 산출량 목표는 텔레비전 대수나 실발 켤레 수 혹은 무게 등 물량 단위로 지정되었다. 이런 식의 양적 목표를 달성하기는 쉽다. ( ... ... )
문맥(2-2): 그러니 ( ... ) 야심찬 경제계획이 수립되더라도 이를 혁혁하게 달성하는 산출량 성장 통계가 나왔다. 그 통계 숫자가 바로 ( ... ) 물적순생산Net Material Product, NMP이었다. ( ... )
문맥(3): 당시 소련의 공식 통계는 ( ... ... )
어쩐 작가든 글쓰기의 과정은 어느 목적지를 향해 그 동네를 잘 아는 안내자(가이드)로서 그곳에 대해 전혀 모르는 여행객을 데리고 가는 과정과 비슷합니다. 3.2절 '공산주의'라는 새로운 목적지를 잡은 가이드는 '세계사라는 고속도로'로 먼저 들어갑니다. 제일 먼저 여행객(독자)에게 안내하는 이정표는 '베를린 장벽의 붕괴'라는 커다란 사건입니다. 이로부터 화제를 이끌어 가는 이정표의 순서는 베를린 장벽(1) → 대처와 레이건의 선거 승리 시기(1의 연속) → 공산권의 정치/체제: 스탈린과 마오쩌둥(1-1) → 경제(2) → 공산권의 경제 계획(2-1) → 공산권의 산출량 통계(2-2) ... 와 같이 펼쳐집니다.
세계사의 고속도로에서
'베를린 장벽(1)'이라는 인터체인지로 진입해,
'공산권 정치/체제(1-1)'를 지나,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공산권의 경제'로 진입하는 인터체인지가 문맥(2)입니다. 여기부터 가이드(작가)는 여행객을 데려가려는 목적지인 경제 쪽으로 방향을 틉니다. 이 과정을 달리 비유하면, 작가가 멀리서 망원경으로 베를린 장벽(1)을 본 다음, 방향을 틀어 정치/체제(1-1)를 본 뒤, 다시 방향을 틀어
'경제'를 조준해서 바싹 당겨보기(zoom-in)를 하는 지점이 문맥(2)입니다. 이 대목은 여행자(독자)들에게 보여줄 본격적인 내용의 무대를 설치하는 주요한 장면 전환과 비슷합니다. 이 문맥(2)의 서두가 어떻게 작성되어 있는지 원문과 당초 번역안과 인쇄본 편집안을 아래에 대비해 보겠습니다.
- 해당 원문: As for the economy, even expert analysts in the intelligence community who studied the figures did not ( ... ... )
- 당초 번역: 경제 면에서는 숫자 자료를 직접 다루는 ‘국가 정보기관 및 관련 업계’의 전문적 분석가들도 ( ... ... )
- 편집 상태: 경제통계자료를 직접 다루는 국가 정보기관 및 관련 업계의 전문 분석가들도 ( ... ... )
문맥(2)는 커다란 인터체인지를 통해 빠져나오는 곳이자 줌을 바싹 당겨서 무대를 설치하는 지점이기 때문에 작가는 반드시
'장면이 전환된다는 신호'를 남깁니다. 이 신호가 원문에서는
'As for the economy,'입니다. "자, 이제부터 경제에 대해서 이야기하겠다"라고 안내 방송을 하는 역할을 합니다. 당초 번역문에서는 이것이 문두에 배치되어 부사어적 말뭉치를 이루는
'경제 면에서는'입니다. 베를린 장벽으로 시작된 (1)과 (1.1)을 지나, 이제 전혀 다른 동네인 '(2)로 들어간다'라며
'공산권의 경제'라는 새 이정표의 깃발을 흔들어 알리는 것입니다.
그런데 편집안에서는 '경제 면에서는'이라는 이 장면 전환의 신호/깃발을 뽑아서 없애 버립니다. 그 대신, 이어지는 어구들과 합쳐서 "경제 면에서는 숫자 자료를"를 "경제통계자료를"이라고 뭉뚱그려버립니다. 이 같은 현상은 화제가 변천해 가는 문맥의 흐름이 독자들에게 어떻게 전달되어 독자의 머릿속에 재생되는지를 편집자가 전혀 감안하지 않거나 그럴 여유가 없이 시간에 매우 쫓긴다는 뜻입니다.
주요 이정표의 흐름을 안내받지 못하는 여행자는 지치고, 뭘 봐야 할지 정신를 차리지 못합니다. 문맥이 흘러가는 주요 이정표를 빼앗긴 독자는 읽어가는 내내 머리가 흐리멍덩해집니다. 읽기라는 여행 과정에서 이 커다란 숲을 불태워 없애 버리고, "경제 면에서는 숫자 자료를"와 같이 띄어쓰기 포함 14글자의 공간을 "경제통계자료를"이라고 7글자 공간으로 축약하는 일에만 골몰하는 것은 불태워 버린 숲을 상실했다는 치명적인 사실은 까맣게 잊은 채, 땔감 몇 개가 더 늘었다고 좋아하는 격입니다.
※ 조판 상태상 바로잡기가 어렵지 않으니, 아래에 수정안을 제시합니다. 그런데 원문에 없는 "서방의"라는 낱말을 추가해 주어야 "국가 정보기관 및 관련 업계의 전문 분석가들"이라는 기다란 어구가 끝나기 전에 미리 이 기다란 묘사가 구 공산권의 기관이나 조직이 아니라, 공산권을 관찰하던 서방의 기관이나 조직임을 독자들이 미리 알아채고서 편안하게 읽어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수정 이전: ^경제통계자료를^ 직접 다루는 국가 정보기관 및 관련 업계의 전문 분석가들도 공산권의 경제 산출량 통계가 얼마나 허구적인지 알지 못했다.
- 수정 이후: ^경제 면에서는, 통계자료를^ 직접 다루는 ^서방의^ 국가 정보기관 및 관련 업계의 전문 분석가들도 공산권의 경제 산출량 통계가 얼마나 허구적인지 알지 못했다.
25. 110쪽, 맨 위에서 6째 줄 ── 3장 (4절 인간 역량 개발)
- 이전 구절: ( ... ) 2011년 고소득 OECD 회원국의 평균 1인당 GDP는 4만 1225달러였고, 저소득 국가들의 평균 1인당 GDP는 고작 569달러였다. 하지만 1인당 GDP가 과연 부유한 나라와 가난한 나라를 비교하는 최선의 방식일까?
- 수정 이전: 지난 수십 년 동안 발전도상국의 GDP 성장을 ^돕기^ 위한 노력이 ^상당히^ 진행되었던 터라 이 질문은 ^큰^ 의미를 갖는다.
- 수정 이후: 지난 수십 년 동안 발전도상국의 GDP 성장을 ^촉발하기^ 위한 노력이 ^치열하게^ 진행되었던 터라 이 질문은 ^더욱 큰^ 의미를 갖는다.
- 당초 번역: 지난 수십 년 동안 발전 도상국의 GDP 성장을 ^촉발^하려고 ^맹렬한^ 노력이 진행된 터라 이 질문은 ^더욱 더^ 의미를 갖는다.
- 해당 원문: The question has ^all the more^ force because of the ^intense^ efforts over the decades to ^trigger^ GDP growth in developing countries.
- 이후 구절: 부자 나라 납세자들이 가난한 나라 정부에 지원한 발전원조금은 모르긴 몰라도 수조 달러에 달할 것이다. 빈곤 해결에 헌신하는 국제 비정부단체들의 기부 금액 또한 어마어마하다. 그럼에도 전후 시기 대부분에 걸쳐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GDP는 별로 성장하지 않았고, 세계 곳곳의 빈곤은 광범위하게 존재한다.
※ 위 수정안과 같이 변경되기를 바랍니다. 왜냐하면 여기서 저자가 선택한 어휘와 어구 들을 보면 실로 매우 강도 높은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이 점을 강조하고 싶다는 저자의 의사가 담긴 표현의 강도를 편집에서 일부러 완화시켜서 독자들이 더 얻을 것은 없습니다.
※ <돕다>보다는<촉발하다>가 훨씬 강도 높은 어휘입니다. <상당히>보다는 <치열하게>가 훨씬 강도 높은 어휘입니다. <큰 의미를 가지다>보다 <더욱더 의미를 가지다>가 강조 효과가 훨씬 큽니다. 아래에서 그 어휘들의 의미를 다시 짚어봅니다.
─.
'trigger'에 대한 사전들의 풀이
- If something triggers an event or situation, it causes it to begin to happen or exist.
- The trigger of a bomb is the device which causes it to explode.
- 촉발시키다, (장치를) 작동시키다, (총)의 방아쇠, 도화선, (폭탄의) 폭파 장치
- 당초 번역("촉발하다") → 편집 상태("돕다")
─.
'intense'에 대한 사전들의 풀이
- Intense is used to describe something that is very great or extreme in strength or degree.
- If you describe an activity as intense, you mean that it is very serious and concentrated, and often involves doing a great deal in a short time.
- 극심한, 강렬한 / 치열한 / (사람이) 열정적인, 진지한: intense competition(치열한 경쟁), intense activity(치열한 활동).
- 당초 번역("맹렬한") → 편집 상태 ("상당히")
─.
'all the more'에 대한 사전들의 풀이
- All is used in structures such as all the more or all the better to mean even more or even better than before.
- (그만큼) 더, 더욱더, 오히려.
- 당초 번역("더욱 더") → 편집 상태("큰")
26.§§. 111쪽 맨 밑줄 ~ 112쪽 맨 윗줄 ── 3장 (4절 인간 역량 개발)
- 이전 구절: GDP와 인간발전지수를 구성하는 지표들 사이에는 양의 상관관계가 있다. 부유한 나라일수록 더 질 좋은 보건 서비스를 갖출 수 있고, 아이들을 더 오랜 기간 동안 초중등학교와 대학에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기대수명도 마찬가지다. 역으로 건강하고 교육 수준이 높은 사람들일수록 경제성장에 더 많이 기여한다.
- 수정 이전: 따라서 ^성장의^ 선순환이 존재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 (A)
- 수정 이후: 따라서 ^GDP와 인간발전지수 사이에 성장의^ 선순환이 존재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 당초 번역: 따라서 이런 숫자들을 보면 분명 성장의 선순환이 존재한다.
- 해당 원문: So the virtuous circle of growth is evident in these figures.
- 이후 구절: 하지만 1인당 GDP의 수준과 인간 발전의 상관관계가 완벽하지는 않다. ( ... ... )
※ 수정해야 할 문제는 해당 문장이 이전 구절을 잘 이어받지 못하고, 그 이어짐이 뚝 끊긴다는 것입니다. 서너 번을 읽어 봐도 그렇습니다. 왜 그런지 살펴봤더니, '이로운 결과를 가져오는 선순환의 프로세스들'이 무엇인지를 이전 구절에서 이어받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 이어받음이 끊기는 고리는 당초 번역문에서 "이런 숫자들을 보면"(원문에서 "in these figures")이 편집안에서 삭제됐다는 점입니다. 얼핏 잘못 보면, 이 부분이 제거해도 될 군더더기처럼 보일지 모르겠으나,
"이런 숫자들을 보면 분명 성장의 선순환이 존재한다." ── (B)
라는 발화가 묘사하려는 사태는 "이런 숫자들(이전 구절을 이어받아, 'GDP'와 '인간발전지수를 구성하는 지표들'을 뜻합니다)을
들여다보면, [거기에] 분명(히) 성장의 선순환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읽는 것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 아닐까? ... 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여기서 (B)와 같은 문장 표현은 "이런 숫자들 사이에는 성장의 선순환이 분명히 나타난다"라고 표현하는 방식─즉, 관찰자(즉 저자)의 행동을 묘사에서 배제하는 방식─을 취하지 않고, 관찰자가 무엇("이런 숫자들")을 들여다보는 행동("~을 보면")을 표현하는 방식을 취한 것입니다. (B)와 대조하여 관찰자의 행동을 묘사에서 배제한 바로 앞의 문장을 아래에 다시 한 번 적습니다.
"이런 숫자들 사이에는 성장의 선순환이 분명히 나타난다" ── (C)
만일 역자가 (B)와 같이 표현해 놓지 않고 (C)와 같이 표현해 놓았다면, 편집가가 앞부분의 "이런 숫자들 사이에는"을 마찬가지로 삭제해 버렸을까, 아닐까 하는 의문이 생깁니다(삭제했을 확률이 90% 정도 된다고 봅니다). 반면에, 위에 제시한 수정안과 유사하게 다음과 같은 번역문을 제시했다면 분명히 더 나은 편집안을 유도했을 것이라는 후회감이 밀려옵니다.
"GDP와 인간발전지수 사이에는 성장의 선순환이 분명히 존재한다" ── (D)
앞에서 누누이 확인되었듯이, 무언가 표현되어 있는 문장의 요소들을 자꾸 삭제해서 줄이려는 편집자의 강박관념이 발동했더라도 "GDP와 인간발전지수 사이에는"→"이런 숫자들 사이에는"으로 바꾸면 글잣수가 몇 개 더 줄어드는 '성과'가 생길 것이므로 바로 이 문두의 어구("이런 숫자들 사이에는")가 살아남았을 공산이 크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위 편집안 (A)를 포함해 문두의 묘사("이런 숫자들을 보면", "이런 숫자들 사이에" 등)를 제거할 경우, 예외 없이 이전 구절을 이어받지 못하는 문맥 끊김 현상이 생긴다는 점입니다.
- [이전 구절 + 따라서] "
(이런 숫자들을 보면) 성장의 선순환이 존재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 (A)
- [이전 구절 + 따라서] "
(이런 숫자들을 보면) 분명(히) 성장의 선순환이 존재한다" ── (B')
- [이전 구절 + 따라서] "
(이런 숫자들 사이에는) 성장의 선순환이 분명히 나타난다" ── (C')
- [이전 구절 + 따라서] "
(GDP와 인간발전지수 사이에는) 성장의 선순환이 분명히 존재한다" ── (D')
※ 결론: 이와 같이 보면,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수정안과 같이 선순환의 작동 프로세스들(여기서는 이를 지칭하는 지표들)을 명시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훨씬 나아 보입니다.
27.§§. 112쪽, 밑에서 5째 줄 ── 3장 (4절 인간 역량 개발)
- 편집 상태: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끔찍한 HIV/AIDS 창궐에도 불구하고, 부국과 빈국의 기대수명과 ^유아사망률^ 격차는 크게 줄었다.
- 당초 번역: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의 재앙적인 후천성 면역 결핍증의 창궐에도 불구하고, 부국과 빈국의 기대 수명과 ^영아 사망률^ 격차는 크게 줄었다.
- 해당 원문: The gap between rich and poor countries in terms of life expectancy and ^infant mortality^ has narrowed significantly, despite the scourage of HIV/AIDS in sub-Saharan Africa.
※
'infant mortality'의 공식적인 한국어 통계용어가
'유아사망률'인지 확인 바랍니다.
- 'infant mortality'의 정의: The infant mortality rate is defined as the number of deaths of children under one year of age, expressed per 1 000 live births. (출처: OECD, WHO)
- 영아사망률(Infant Mortality Rate): 1세 미만에 사망한 영아수를 그해 1년 동안 태어난 출생아수로 나눈 비율로서 보통 1,000분비로 나타냄. (출처: KOSIS 국가통계포탈)
- 유아사망률: <검색어 "유아사망률" 에 대한 검색결과가 없습니다.> (출처: KOSIS 국가통계포탈)
현행법에서 ‘영아, 유아, 영유아’ 등의 용어는 매우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 용어이나 그 규정 연령 범위가 각각의 개별법마다 모두 다르기 때문에 법률 해석과 적용상의 혼란을 가져 올 수 있음. ( ... ) 이에 의학적 근거와 국제 기준을 참고하여 현행 「영유아보육법」상의 영유아의 정의를 수정하고자 함.
"영아"라 함은 만 1세 미만의 아동을 말한다.
"유아"라 함은 만 1세 이상에서 만 6세 미만의 아동을 말한다.
※ 그 밖에 '유아사망률'이 등장하는 부분: (3장, 5장),
─. 113쪽, 맨 위에서 5째 줄: "전 세계적으로
^유아사망률^이 떨어졌는데, ( ... ... )"
─. 174쪽, 맨 위에서 6째 줄: " ( ... ) 후생에 보탬이 되고 기대수명과
^유아사망률^처럼 우리의 ( ... )"
28.§§. 118쪽, 맨 위에서 3째 줄 ── 4장 (도입부)
- 이전 구절: 정부 지출과 세율을 늘렸다 줄였다 하는 방식은 더 이상 경제의 성장률을 관리하는 방편으로 간주되지 않았다. ( ... ) 성장과 소득수준을 꾸준하게 향상시키려면, 경제의 '공급 측면supply side'이 더 효율화되어야 하고 불필요한 규제의 제약이 줄어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 수정 이전: 이러한 ^정책의 선택지 변화와^ 함께 경제학계에도 새로운 합의점이 형성되었다.
- 수정 이후: 이러한 ^정책 선택의 변화와^ 함께 경제학계에도 새로운 합의점이 형성되었다.
- 당초 번역: 이러한 정책 선택의 메뉴와 닮은꼴로 경제학계에도 새로운 합의점이 형성되었다.
- 해당 원문: (To improve growth and levels of income in a lasting way, the "supply side" of the economy needed to be made more efficient, less restricted by unnecessary regulation.) This menu of policy choices was mirrored by the development of a new consensus in economics, (which also downplayed the role of fiscal policy and instead emphasized the role of the central bank in providing monetary stability.)
- 이후 구절: 새로 등장한 경제학의 대세 역시 능동적인 재정정책의 역할을 깎아내렸고, 그 대신 통화를 안정시키는 중앙은행의 역할을 강조했다.
※ 해당 문장에서
"정책의 선택지 변화"는 이전 구절과 잘 맞아 떨어지지 않습니다. 새로 부상한 정책 선택의 내용─달리 말해, 새로 선택하기로 이미 결정된 정책의 내용─을 앞에서 <공급 측면의 효율화와 규제 완화>라고 밝혀 놓았는데, 이 내용에 바로 이어서 "이러한 정책의 선택지 변화"라고 이어받으면 이상해집니다. 뭐가 이상할까요?
- '선택지'라는 말이 선택하기 전에 앞에 놓여 있는 여러 가지 선택 가능한 대안들의 목록을 뜻하기 때문입니다.
- 그러니까 "정책의 선택지 변화"라는 새 어구는 마치 정책의 입장(또는 주체)는 (수동적으로) 가만히 있는데, 주어지는 선택지(선택할 수 있는 대안들의 목록)가 바뀌었다는 말이 되어 버립니다. 그러나 바로 앞에서 표현된 새롭게 선택한 정책의 내용인 <공급 측면의 효율화와 규제 완화>는 정책의 입장(또는 주체)이 적극적으로 선택을 행사한 것입니다.
※ 원문의 표현 "This menu of policy choices"에 등장하는 '메뉴(menu)'는 식당에서 고를 수 있는─즉 고객이 아직 선택하지 않은─음식들의 목록(즉 '선택지')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식당을 포함해 가정에서 먹을 수 있도록 이미 차려 놓은(또는 차려 놓기로 결정된) 음식들 자체를 뜻합니다.
- 전자의 의미로 쓰이는 menu를 사전들에서는 'A list of the dishes to be served or available for a meal'와 같은 식으로 풀이합니다. 일상의 예로, 식당에 가서 "메뉴판 좀 주세요" 할 때의 '메뉴'는 이것입니다. 즉, 선택이 행해지기 전 선택 가능한 것들의 목록(선택지)입니다. ── (A)
- 후자의 의미로 쓰이는 menu를 사전들에서는 'The dishes served or available at a meal'와 같은 식으로 풀이합니다. 일상의 예로, 누가 저녁 초대를 받아 친구 집에 갔다가 주인장 친구에게 "오늘 메뉴가 뭐야?"라고 할 때의 '메뉴'가 이것입니다. 즉, 먹기로 이미 결정해 놓은 음식들의 목록입니다. 이건 선택지가 아닙니다. ── (B)
원문의 "This menu of policy choices"에서 menu는 후자 B의 의미에 해당합니다. '앞에서 말한(
this = 공급 측면의 효율화와 규제 완화)' 것들로 '차려놓은 음식', 즉 '이미 선택이 결정된' 정책의 내용들을 뜻합니다. A와 B의 갈림길에서 의미의 방향을 결정하는 힘을 행사하는 것은 앞의 지시어 'this'입니다.
※ 결론: 이왕 '메뉴'라는 말이 못마땅하여 제거하기로 결정했다면, 그것과 함께 '메뉴'의 의미를 담으려고 가져온 '선택지'까지 확실하게 제거하는 것이 낫습니다. 앞 절을 이어받기 좋은 '변화'라는 강력한 어휘를 가져왔으니 "이러한"에 이어붙인 "정책 선택의 변화"로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29.§§. 136쪽, 밑에서 1~9째 줄: 4장의 마지막 문단 ── 4장 (4절 혁신을 측정하기 어려운 이유)
- 수정 이전: 여기서 우리가 분명히 알아야 할 점은 GDP는 후생의 척도가 아니며, 후생의 측정을 의도했던 적도 없다는 것이다. GDP는 생산을 측정한다. ( ... ) 사이먼 쿠즈네츠가 경제적 후생의 척도를 개발하려고 노력했음을 보았다. 하지만 전시 상황의 요구로 말미암아 그의 포부는 ^생산과 생산적 활동을^ 측정해야 할 필요에 압도당했다. 왜냐하면 희소한 물질 자원과 노동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만약^ 나라의 경제적 후생을 측정할 척도를 만들고 싶다면 GDP를 출발점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달리 말해 GDP를 헤도닉 가격 측정이나 아니면 다음 장에서 거론하겠지만 GDP 비판자들이 제시하는 좀 더 근본적인 방법으로 수정하면 그것은 GDP를 본래의 고안 목적과는 전혀 다른 것으로 바꾸는 셈이다.^
- 수정 이후: 여기서 우리가 분명히 알아야 할 점은 GDP는 후생의 척도가 아니며, 후생의 측정을 의도했던 적도 없다는 것이다. GDP는 생산을 측정한다. ( ... ) 사이먼 쿠즈네츠가 경제적 후생의 척도를 개발하려고 노력했음을 보았다. 하지만 전시 상황의 요구로 말미암아 그의 포부는 ^생산 활동과 생산 능력을^ 측정해야 할 필요에 압도당했다. 왜냐하면 희소한 물질 자원과 노동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만약, 이와 달리^ 나라의 경제적 후생을 측정할 척도를 만들고 싶다면 GDP를 출발점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그처럼 GDP를 수정하려는 시도는 모두 GDP를 본래의 고안 목적과는 전혀 다른 것으로 바꾸는 것이다. 그것이 헤도닉 가격 측정이든, 아니면 GDP 비판자들이 제시하는 좀 더 근본적인 대안이든 간에 말이다. 다음 장에서 GDP 비판자들의 대안에 대해 살펴볼 것이다.^
- 해당 원문: The lesson to draw from this discussion is that GDP is not, and was never intended to be, a measure of welfare. It measures production. ( ... ) Simon Kuznets ( ... ) was keen to develop a measure of economic welfare. But the demands of wartime meant his ambition was overtaken by the need to measure production and productive capacity, in order to use scarce material resources and labor as efficiently as possible. If the aim instead is to develop a measure of national economic welfare, we shouldn't be starting with GDP. Which suggests that any kind of amendment to GDP─whether hedonic pricing or the more radical alternatives suggested by critics of GDP discussed in the next chapter─is trying to turn it into something it was never designed for.
- 당초 번역: 이러한 논의에서 도출해야 할 교훈은, GDP는 후생의 척도가 아니며, 또한 GDP는 후생의 측정을 의도했던 적도 없다는 것이다. GDP는 생산을 측정한다. ( ... ) 사이먼 쿠즈네츠가 경제적 후생의 척도를 개발하려고 열심이었다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전시 상황의 요구로 말미암아 그의 포부는 생산과 생산적 활동을 측정해야 할 필요에 압도당했다. 왜냐하면 희소한 물질적 자원과 노동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목적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만일 이러한 목적과 달리 나라의 경제적 후생을 측정할 척도의 개발이 목적이라면, GDP를 출발점으로 삼지 말아야 할 것이다. 달리 말해 GDP를 어떤 식으로 수정하려고 하든─헤도닉 가격 측정이든, 아니면 다음 장에서 거론하겠지만 GDP 비판자들이 제시하는 좀 더 근본적인 대안이든─간에 그러한 시도는 GDP를 GDP가 고안된 본래의 목적과는 전혀 다른 것으로 바꾸려고 하는 것이다.
※(1). 번역자 오류의 정정: '생산과 생산적 활동'은 원문의 'production and productive capacity'에서 'capacity'를 'activity'로 잘못 읽은 번역자의 오류이니 바로잡아야 합니다. 'productive capacity'는 '생산 능력'이 딱 맞는 번역어인데, 전체 어구를 '생산과 생산 능력'이라고 표현하기보다 '생산 활동과 생산 능력'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앞말과 뒤말이 대구를 이루어 머릿속으로 받아들이기가 더 효과적일 겁니다. 어차피 '생산'이란 말이 '생산 활동'을 뜻하기도 합니다.
─.§§. 그러나, 적혀 있는 글자들을 무조건 축약하려는 아주 왕성한 '편집 장치'가 발동한다고 가정하면 보나마나,
'생산 활동과 생산 능력' → (중복 낱말 '생산'을 발견) → (인수분해/축약 장치 발동) → '생산의 활동과 능력'으로 편집 → '생산 활동과 능력'으로 다시 한 번 더 축약
하는 사태가 발생할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생산 능력(productive capacity)의 의미가 독자들에게 전달되는 데 실패합니다. '생산 능력'은 설비와 시설의 가동률 100%를 가정한 '생산의 능력'을 뜻하는데, '생산 ( ...)과 능력'으로 두 낱말(생산과 능력)이 분리되면 그러한 이미지가 파괴됩니다. 마치 '생산하는 사람들의 능력'이라는 말로도 의미가 번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사태가 초래될 것이라면 차라리
'생산과 생산 능력'의 꼴로 놓아 두는 게 나을 것입니다.
※(2). 편집안에 여러 가지 문제가 있고, 그 문제가 원문 자체에 있는 문제와도 얽혀 있습니다. 당초 번역안도 마찬가지로 문제가 많습니다. 수정안에 제시해 놓은 해결 방식은 편집안을 기준으로 잡고 저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가장 핵심적인 발화를 중심으로 수습해 놓은 것입니다. 핵심적인 발화 두 가지를 고르면, 다음 두 가지입니다.
- GDP는 후생의 척도가 아니다. ... GDP는 생산을 측정한다(GDP is not ... a measure of welfare. It measures production). ── (A)
- 만약 이와 달리 나라의 경제적 후생을 측정할 척도를 만들고 싶다면 GDP를 출발점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If the aim instead is to develop a measure of national economic welfare, we shouldn't be startig with GDP). ── (B)
여기서 핵심 발화 (B)가 이 문단에서 저자가 가장 하고 싶은 말입니다. 이 (B)에 바로 따라붙는 기다란 문장 중 뼈대만을 골라 (B) 바로 다음에 번역해 놓아야만 난관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원문의 (B)와 그다음의 뼈대를 다시 쓰면,
If the aim instead is to develop a measure of national economic welfare, we shouldn't be startig with GDP. Which suggests that any kind of amendment to GDP─...(x)...─is trying to turn it into something it was never designed for. ── (C)
핵심 발화 (B)에 바로 따라붙는 'any kind of amendment to GDP'의 이해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종속절 (x)가 아니라 (B)의 함축입니다. 즉, 그것은
'나라의 경제적 후생을 측정할 척도를 만들고 싶어서 GDP를 출발점으로 삼아 GDP를 수정하려는 모든 시도'를 말합니다. 'any kind of amendment to GDP'에 어떻게 수정(amend)하는 것을 말하는지는 적혀 있지 않지만, 어순상 (B)에 바로 따라붙기 때문에 이렇게 봐야 합니다. 모든 문어에는 구어적 요소가 들어 있고, 그중 중요한 것이 어순입니다. 하여, 이 중요한 골조를 번역하면 다음과 같이 됩니다.
만약 이와 달리 나라의 경제적 후생을 측정할 척도를 만들고 싶다면 GDP를 출발점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그처럼 GDP를 수정하려는 시도는 모두 GDP를 본래의 고안 목적과는 전혀 다른 것으로 바꾸는 것이다. ── (C)
핵심 발화 (B)를 부연하는 주장까지 담아서 묶어 놓은 (C)가 이 문단을 통틀어 저자가 주장하고 싶은 가장 중요한 결론적인 발화입니다.
※ 이 결론적인 발화 (C)에 끼어드는 종속절 (x)에는 저자의 실수(또는 망설임으로 인한 모호함)가 일부 들어 있습니다.
whether hedonic pricing or the more radical alternatives suggested by critics of GDP discussed in the next chapter ── (x)
(x)는 '후생의 척도를 만들고자 하는 의도로 GDP를 수정하려는 모든 시도'의 예를
"~이든 ~이든 전부 다"라는 꼴로 예시하는 곳인데, 여기에 헤도닉 가격 측정이 들어갔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헤도닉 가격 측정을 앞에서 기술할 때, 저자는 생산성/품질의 향상을 잘 측정하지 못하는 GDP의 단점을 보완하는 해결책 중 하나로 설명한 곳도 있고, 생산성/품질의 향상을 측정하려다가 오히려 중복 계산하는 오류의 유발 원인으로도 설명한 곳도 있습니다. 넓게 보면, 생산성/품질의 향상이─품질이 향상된 제품을 소비함에 따라─소비자 후생에 영향을 주지만, 그렇다고 헤도닉 가격으로 측정하는 생산성/품질 향상이 이 문단에서 저자가 보기에 아주 못마땅한 중요한 문제로 제기하는 (GDP를 가지고) 경제적 후생을 측정하려는 시도의 주된 요소는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헤도닉 가격 측정의 주된 기능은 생산을 측정하는 GDP의 단점을 보완하는 수단이라고 봐야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종속절 (x)에 이 헤도닉 가격 측정이 언급되어 있는 바람에 종속절 (x)를 편집안에서처럼 (B)의 번역에 바로 이어서 붙이면 이 문단의 가장 핵심적인 발화를 접하는 독자들은 혼란에 빠지기 십상입니다. 책을 잘 이해하면서 여기까지 착실하게 읽어 온 독자라면 거의 누구나 "어? 이게 무슨 이야기지?" 하는 질문이 떠오를 것입니다. 독자들에게 이런 질문을 유발하는 대목(종속절 x)을 이 문단의 핵심 발화(C)의 한복판에 두면 문단 전체의 메시지가 망가집니다.
따라서 종속절 (x)를 뒤로 빼돌리는 것이 났습니다. 이렇게 해서 얻는 효과는 독자들이 이 문단의 핵심 취지를 먼저 머리에 담고 나서, 핵심 취지에 따라붙는 곁다리로 종속절 (x)를 이해하도록 유도하는 것입니다. 그리하면 독자들이 핵심 취지를 먼저 이해하고 난 뒤에 (x)에 대한 문제를 스스로 제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순서를 뒤바꾸면 핵심 취지를 이해하는 과정 자체가 방해를 받습니다.
※(3). 그 밖의 수정에 대해선 간략히:
- 이와 달리(instead): 앞절과의 대조로 저자가 분명히 표시한 낱말(instead)를 살려 둬야 합니다.
- GDP를 수정하려는 시도(any kind of amendment to GDP): 표현 자체에는 시도(attempt, trying)라는 낱말이 없지만 뒤에 나오는 'is trying to'의 의미를 앞으로 당기면 앞의 (B)와 잘 연결됩니다. '시도'를 앞으로 당겼기 때문에 종결절에서 "~인 셈이다"라고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 기타 생략.
30.§§. 148쪽, 맨 밑에서 5째 줄 ── 5장 (2절, 금융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 수정 이전: 이 시기는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하고 그 여파로 세계 ^금융시장이^ 마비될 지경까지 갔던 때다.
- 수정 이후: 이 시기는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하고 그 여파로 세계 ^자금시장이^ 마비될 지경까지 갔던 때다.
- 당초 번역: 이 시기는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하고 그 여파로 세계 자금 시장이 마비될 지경까지 갔던 때다.
- 해당 원문: ( ... ) the period during which Lehman Brothers went bankrupt and the global money markets were on the verge of ceasing to function.
※ 'money market'을 고리타분한 경제학/금융 교과서들에서는 '화폐시장'이라고 표현하기도 하지만, 금융계(금융시장, 한국은행, 금융 분석가, 금융언론 등)에서 굳어진 용어는 '자금시장'이며, 이것이 금융시장의 현실과 개념 표현의 적확성에서 훨씬 정확합니다. 금융시장을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하면 만기 1년 이내의 '자금시장(money market)'과 만기 그 이상의 '자본시장(capital market)'으로 분류합니다.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한 직후나 금융위기가 괴력을 휘두를 당시에도 주요국 국채 시장 등의 자본시장은 수익률이 급락하는 충격을 받았지만, 이것은 단기 자금과 위험 자본이 안전 자산으로 와락 쏠리는 자금 이동의 급류를 자본시장이 받아내는 버퍼의 역할을 한 셈이지, 자본시장이 마비되는 사태라고까지 보기는 어렵습니다.
※ 아무튼 출판사에서 필히 함양해야 할 올바른 편집의 태도는 다음과 같아야 한다고 봅니다.
─. 첫째, 설령 '자금시장'이란 용어가
죽어도 보기 싫을 정도로 못마땅하더라도 원문을 대조해 보고 'money market'을 옮긴 용어로구나 라고 알아챘다면, 인터넷 자료 검색에서 '자금시장'이란 용어를 검색하고 그 쓰임이 어떠한지 확인해 봐야 합니다.
특히 이 부분을 읽으면서 자신만만하게 "자금시장"→"금융시장"으로 칼질을 한 편집자(아니면 편집자에게 지시한 누구)는
당시 금융위기의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판단했길래 이런 수정 결정을 했다고 추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잘 알고 있습니까? 금융위기로 제일 먼저 마비된 시장은 세계 자금시장 중에서도 대표적인 자금시장인─금융기관과 금융회사들이 장기로 자금을 빌려주고 자금 과부족을 해소하려고 아주 단기(몇 달이나 며칠) 동안 자금을 빌리고 빌려주는─국제적인 도매 자금시장입니다. 이런 정황을 모를 리 없는 경제학자인 저자가 'global money market'이라고 적은 것입니다.
─. 둘째, 원문을 대조하여 확인도 해 보지 않고 "자금시장" → "금융시장"으로 수정했다면, 이런 무책임한 수정을 감행한 당사자에게는 무슨 징계 조치가 주어지는 편집 및 편집 관리 체계가 갖추어지지 않고는 이런 고질적인 관행(사전 확인도 안 하고, 자료 검색도 안 하고 멋대로 수정하는 관행)은 도저히 개선되지 않을 것입니다.
31. 150쪽 새 문단 2~10째 줄 (맨 밑에서 1~11째 줄) ── 5장 (2절 금융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 편집 상태: (결국 은행업이 경제에 가치를 보태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깎아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이해하기 어려웠던 통계 전문가들은 금융 중개 기관의 이익을 어떤 방식으로 측정해야 할지 모색했다. 그래서 (a) 여러 해 동안 통용된 방식은 금융 서비스를 경제 내 가상적인 부문의 마이너스 산출액으로 취급하는 것이었다. (b) ^참으로 이상하고 신기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c) 1980년대에 금융 서비스 산업이 성장하는 동안 측정 방법이 다시 바뀌었고, 1993년에 새로 갱신된 UN의 국민계정체계에서는 '금융 중개 서비스 간접 측정(financial intermediation services indirectly measured, FISIM)'이라는 개념이 도입되었다.
- 당초 번역: (매뉴얼상의 이러한 지적은 은행업이 경제에 가치를 보태는 게 아니라 거꾸로 깎아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이해하기 어려웠던 통계 전문가들은 금융 중개 기관의 이익을 어떤 방식으로 측정해야 할지 모색했다. 그래서 (a) 여러 해 동안 통용된 방식은 금융 서비스를 경제 내 가상적인 부문의 마이너스 산출액으로 취급하는 것이었다. (b) ^이것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말로 표현하자면, 참으로 이상하고 신기한 일이다.^ (c) 1980년대 동안 금융 서비스 산업이 성장하는 와중에 측정 방법이 다시 바뀌었고, 1993년 새로 갱신된 유엔의 국민 계정 체계SNA93에서는 ‘금융 중개 서비스의 간접 측정 산출액(financial intermediation services indirectly measured, FISIM)’이라는 개념이 도입되었다.
- 해당 원문: Unable to imagine when this was written (that banking could be subtracting value from the economy), statisticians sought to find a way of measuring these earnings from financial intermediation. So (a) for many years the convention was to count financial services as the negative output of an imaginary segment of the economy. (b) ^It is, to use a phrase from Alice in the Wonderland, curiouser and curiouser.^ (c) As the financial services industry grew throughout the 1980s, the approach changed again, and the 1993 update of the UN System of National Accounts introduced the concept of "financial intermediation services indirectly measured," or FISIM.
※ 검토 요망: 편집 상태의 문장 흐름을 쭉 읽어 보면, 문장 (b)의 발화, "참으로 이상하고 신기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가 바로 앞 문장 (a)의 사태를 지칭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a)를 지칭하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면서 그 다음의 문장 (c)부터 쭉 이어지는 일련의 사태를 뭉뚱그려서 지칭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나, 분명히 원문의 (b)는 앞의 문장 (a)를 지시한다고 명료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 편집 상태: (b) "참으로 이상하고 신기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 당초 번역: (b) "이것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말로 표현하자면, 참으로 이상하고 신기한 일이다."
- 해당 원문: (b) "It is, to use a phrase from Alice in the Wonderland, curiouser and curiouser."
"curiouser and curiouser"는 "갈수록 더 신기해진다"는 뜻인데, "It is ... curiouser and curiouser"라고 써서 앞의 사태를 "It"로 받아 현재 시제(만고불변의 진리)로 잘라 말했으니, 바로 앞의
(a) "금융 서비스를 경제 내 가상적인 부문의 마이너스 산출액으로 취급하는" 사태에 대하여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이상하고 신기한 일이다"라고 잘라 말한 것이라고 봐야 합니다.
─. 1968년부터 (미국에서는 1947년부터) 1993년 새로운 국민계정체계(SNA93)의 FISIM이 나오기 전까지 실로 오랜 세월인
전 세계적으로 20여 년 동안 (미국에서는 40여 년 동안) "금융 서비스를 경제 내 가상적인 부문의 마이너스 산출액으로 취급"하여 산출된 (황당하기 그지없는) GDP 자료를 가지고 경제를 이해해 왔다는 충격적인 경제사적 현실에 대해서 저자가 분명한 언어로 잘라 말하는 표현이라는─이 책을 통틀어 대단히 중요한(그동안 한국에서 이에 대한 일언반구의 의구심이 제기된 바 없었음)─의미를 부여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함축을 가지는 저자의 발화를
"~라고 할 수 있다"와 같이 말꼬리를 흐려서 재생할 필요는 없습니다. 책을 내는 입장에서 책의 가치를 깎아 먹는 일입니다.
─. 만일, 문장
(b)를 앞의
(a) 사태뿐만 아니라 뒤의
(c)부터 쭉 이어지는 일련의 사태를 지칭하는 것으로 묘사하고 싶었다면, 저자는 (아마도) 필시 "it becomes ... curiouser and curiouser, along the way"라거나 "It keeps going onwards... curiouser and curiouser"와 같은 다른 표현 방식을 택하고서, 아예 새 문단으로 갈음하여 점입가경의 사태를 본격적으로 묘사했을 것입니다. 그 정도로 강하게 나가지는 못하고, 여러 견해와 인용과 통계 자료를 동원하여 적절하게 중심을 잡아 마무리하는 방향으로 서술해 갑니다.
- 따라서, 혹여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Alice in the Wonderland)』 출처의 "curiouser and curiouser"라는 '따따블' 비교급 표현("갈수록 더 신기해지다")이 뒤의 문장 (c) 이후를 지칭하는 것일 지도 모르니까(왜냐하면 쓰여진 '글자 그 대로라는 문자주의 정신'에서 보면 '갈수록 더 신기해진다'는 것이니까), 모호하고 희미한 묘사로 바꿔 버리자는 것이 편집의 의도였는지 의문점이 남습니다. 그래서 주어를 없애 버림과 동시에 말꼬리도 흐리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라는 출처 표기도 제거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 만일 그렇다면, 작은 것에 애써 연연하면서 큰 것을 내다버리는 참 답답한 일입니다. 이러한 문제야말로 (만일 그것이 편집의 의도였다면) 편집진이 역자와 적극적으로 상의해야 할 일입니다('직역 문자주의'에 얽매여 원문에 안 보이는 글자들을 포함하는 적극적인 번역의 흔적을 애써 없애 버리고, 그와는 또 정반대로 돌아서서 원문에 있는 명확한 표현이나 용어들을 삭제해 버리고 그와 동떨어진 새로운 표현이나 용어들로 바꿔 놓는 일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봅니다).
32.§§. 152쪽, 새 문단 6~8째 줄 (맨 위에서 11~13째 줄) ── 5장 (2절 금융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 이전 구절: 보수적으로 추정하더라도 1997년에서 2007년 사이 지금의 공식 측정 방법이 과대평가한 상업은행 서비스 산출액은 적어도 21퍼센트이고 ( ... )
- 수정 이전: 유로존의 경우 은행의 위험 감수를 ^추정치에 반영해 조정하면^ 금융 부문 산출액이 25~40퍼센트 정도 줄어든다.
- 수정 1안: 유로존의 경우 은행의 위험 감수를 ^조정하여 추정치에 반영하면^ 금융 부문 산출액이 25~40퍼센트 정도 줄어든다.
- 수정 2안: 유로존의 경우 ^은행이 감수한 위험의 가치를 조정하면^ 금융 부문 산출액이 25~40퍼센트 정도 줄어든다.
- 당초 번역: 유로권의 경우, 은행권의 위험 감수를 추정치에 반영하면 금융 부문의 산출액이 25~40% 정도 줄어든다.
- 해당 원문: For the Eurozone, adjusting for banks' risk-taking would reduce the measured output of the financial sector by 25-40 percent.
※ "adjusting for banks' risk-taking"을 묘사하는 당초 번역안이
잘못(두루뭉술하여 편집 오류를 유발하기에 충분하도록) 표현되어 있습니다. 이를 조금 가감한 현재 편집안도
잘못(읽어서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도록) 표현되어 있습니다.
- 실질 산출액을 계산하기 위해 "adjusting for inflation"한다고 말하는 것이 물가 상승분을 걷어내기 위해 명목 산출액 숫자‘에 변경을 가함’─물가 상승(inflation)을 특정한 방법으로 측정하여 명목 산출액 숫자‘를 조정함’─을 뜻하는 것처럼,
- 여기서도 "adjusting for banks' risk-taking"은 은행이 위험을 감수한 결과로 보유하고 있는 각종 위험자산의 평가액‘에 변경을 가함’─위험 감수를 특정한 방법으로 측정하여 위험자산의 평가액‘을 조정함’─을 뜻합니다. 앞의 예에서 ‘물가 상승분을 깎아낸’ 결과로 ‘실질 산출액의 추정치’를 얻듯이, 은행이 감수한 ‘위험의 평가 가치에서 일부를 깎아낸’ 결과로 ‘은행 산출액의 추정치’를 얻는 계산 행위를 뜻합니다.
- 따라서 현재의 편집 상태처럼 “은행의 위험 감수를 (은행의 산출액) 추정치에 반영한” 결과로 “조정이 실행되는” 것이 아니라, “은행의 위험 감수를 특정한 방법으로 측정하는 조정의” 결과가 “(은행의 산출액) 추정치에 반영되는” 것입니다..
※ 결론: '수정 1안'은 현재 상태의 어휘 배열을 최대한 유지하는 선에서의 수정안입니다. 그런데 '위험 감수'는 '위험을 감수하는 행위'를 뜻하기 때문에 '위험 감수를 조정하다'라는 표현이 잘 전달되기 어렵습니다. 여기서 조정의 대상은 은행이 이미 위험을 감수해서 그 결과로 보유하는 각종 위험자산의 평가액이지, 은행이 위험을 감수하는 행위 자체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 반면에, '위험 감수를 조정하다'에 '위험을 감수한 결과를 조정하다'라는 의미를 부여해 읽을 수 있으면, '수정 1안'과 같이 표현해도 무방합니다.
- 이보다 더 선명하게 의미를 전달하려면 '수정 2안'처럼 새로운 어휘들─(위험의) 가치, (위험의) 평가액, (위험 자산의) 가치, (위험 자산의) 평가액 등─을 동원해서 묘사하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33.§§. 155쪽, 맨 밑에서 6~7째 줄 ── 5장 (2절 금융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 수정 이전: 경제학자들은 ^은행이 위험을 감수하는 행태를 산출액에 반영하는 FISIM 수치의 조정을 제안하기^ 시작했다.
- 수정 이후: 경제학자들은 ^은행의 위험 감수 행태를 판별해서 산출액에 반영하기 위해 FISIM 산식을 조정하는 방법들을 내놓기^ 시작했다. ── (A)
- 당초 번역: 경제학자들은 은행의 위험 수용 행태를 산출액에 반영하기 위해 FISIM을 조정하는 방법을 제안하기 시작했다.
- 해당 원문: Economists have begun to suggest methods for adjusting the FISIM figure to take account of risk-taking behavior by banks.
※ 앞의
32.§§ 항의 문제와 마찬가지로 당초 번역문에서 '반영하다'가 너무 두루뭉술해서 의미를 전달하기에 부족했다는 것이 문제의 원입니다. 현재 편집 상태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take account of risk-taking behavior'가
'(은행이) 위험을 감수하는 행태를 있는 그대로(즉, 지금의 FISIM 계산 논리 그대로) 산출액에 집어넣다'를 뜻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즉, 편집안의 묘사처럼
"은행이 위험을 감수하는 행태를 산출액에 반영하다(은행의 위험 감수 행태를 산출액에 집어넣다)"를 뜻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 여기서 'take account of risk-taking behavior'의 의도는 은행의 '위험 감수(risk taking)'를 지금의 불합리한 FISIM 기준에 따라 산출액에 집어넣지 말고, <'위험 감수의 행태(risk-taking behavior)'를 판별할 수 있는 잣대를 마련하다>를 뜻합니다. 사실상 'take account of'는 '감안하다', '고려하다' '참작하다', '반영하다'의 의미라서 그런 의미를 담기에는 너무 밋밋한 표현이지만, 저자는 이것을 더 정확히 표현하려고 다른 어구로 길게 묘사하기보다 앞에서 등장했던 'risk taking'과 구분하여 'risk-taking behavior'라고 써서 이 점을 전달하고자 노력했습니다.
- 그러니까 이 문장의 전체적 의도는 그러한 잣대를 마련해서 기존 FISIM의 계산 방식을 바꾸자고 경제학자들이 제안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 해당 원문의 'FISIM figure'에서 'figure'는 말 그대로 '수치'가 아니라 'FISIM을 계산하는 산식'을 뜻합니다.
※ 여기까지 설명한 내용이 이해가 가십니까? 반드시 편집의 칼을 휘두르는 사람이 자기 머릿속으로 이해해야만 그 칼의 쓰임에 의미가 있습니다. 아니면 그냥 의미 없이 휘두르는 위험한 도끼질일 뿐입니다. 우려스러워서 더 설명합니다. 왜냐하면 앞의 32.§§ 항과 이곳 33.§§ 항에 해당하는 원문의 의도가 명확히 전달되지 않으면 제 지인들 중에서도 대단히 기대하면서 주목하는 책의 이 절("금융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전체가 망가지기 때문입니다.
─. 앞의 32.§§항 수정안(본문 152쪽)의 다음 기술이 바로 이곳의 해당 문장과 (계산 방식은 다를지언정 목적과 의미는) 똑같은 사태를 설명합니다. 그 앞부터 맥락이 어떻게 이어지는지 편집진의 머릿속에 자리 잡기를 바라면서 아래에 발췌해 둡니다. 150쪽 하단부터 부분 발췌하면서 숨어 있는 맥락을 명시적으로 연결시키겠습니다.
(x) FISIM 개념은 ( ... ) 은행이 감수하는 위험을 바탕으로 서비스 산출액을 측정한다는 점에서는 원리상으로는 일리가 있었다. 그러나 바로 그것 때문에 금융 서비스의 실질성장률도 높게 기록되는 결과가 나타났다. ( ... ) (y1) [FISIM과 같이] 위험을 바탕으로 측정되는 소득 흐름[은] 은행업의 회계상 이익 실적 또한 과대평가[한다.] 자기자본에 비해 부채를 많이 동원하면 레버리지 효과 때문에 이익률이 저절로 올라가지만, (y2) 그로 인해 증폭된 위험은 반영되지 않기에 부풀려진 이익[이며,] '신기루'다. ( ... )
( ... ) 보수적으로 추정하더라도 1997년에서 2007년 사이 지금의 공식 측정 방법[이게 바로, FISIM]이 과대평가한 상업은행 산업의 서비스 산출액은 적어도 21퍼센트이고[,] 유로존의 경우 (B) 은행의 위험 감수를 조정하여 추정치에 반영하면 금융 부문 산출액이 25~40퍼센트 정도 줄어든다. ( ... ) 최근 몇 년간 통계에서 금융 부문의 크기가 적어도 20퍼센트, 크게는 50퍼센트나 과대평가된 것이다.
여기서
(x)는 FISIM이 은행의
‘위험 감수를 산출액에 반영한다(집어넣는다)’는 것입니다.
(y1)과
(y2)는 FISIM의 산식대로
‘위험 감수를 산출액에 반영하는(집어넣는) 것이 은행의 산출액과 이익을 과대평가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그러면, 이 33.§§ 항과 앞의 32.§§ 항의 두 수정안을 다음 (A)와 (B)로 나란히 펼쳐 놓고 비교해 보겠습니다.
- 경제학자들은 ^은행의 위험 감수 행태를 판별해서 산출액에 반영하기 위해 FISIM 산식을 조정하는 방법들을 내놓기^ 시작했다. ── (A)
- 은행의 ^위험 감수를 조정하여 추정치에 반영^하면 금융 부문 산출액이 25~40퍼센트 정도 줄어든다. ── (B)
(B)에서
‘위험 감수를 조정하여 추정치에 반영’한다는 것은
(x)처럼
‘은행이 감수하는 위험’을 FISIM의 논리 곧이곧대로
‘산출액에 집어넣지 않고’, 위험 감수를 조정한 다음에 산출액 추정치에 집어넣는다는 뜻입니다. (A)에서
‘은행의 위험 감수 행태를 판별해서 산출액에 반영’한다는 것도 바로 이것을 뜻합니다.
34.165쪽, 맨 위에서 4~6째 줄 ── 5장 (5절 후생 측정의 어려움)
- 편집 상태: 마이클 샌델Michael Sandel은 우리가 "시장 지향적인 사고방식에서 ^대단히 두드러지는^ 한 가지 가정에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고 말한다.
- 당초 번역: 마이클 샌델은 우리가 “^대단히 시장 지향적인^ 사고방식에서 두드러지는 하나의 가정에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고 말한다.
- 해당 원문: Michael Sandel says we must "call into question an assumption that informs much market-oriented thinking."
- 수정 제안: 마이클 샌델Michael Sandel은 우리가 "^시장 지향성이 아주 강한^ 사고방식에서 두드러지는 한 가지 가정에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고 말한다.
※ 원문의 한 낱말에 대한 번역자와 편집자의 해석 차이가 미묘하게 갈려서 하나의 자료로 기록에 남깁니다.
Michael Sandel says we must "call into question an assumption that informs much market-oriented thinking."
이 영문에 대해 번역안은 'much'를 형용사 'market-oriented'의 정도를 강조하는 부사로 읽은 데 반해서, 편집자는 'much'를 동사 'informs'를 강조하는 부사로 읽었습니다. 확실하게 단언할 수는 없지만, 여전히 'much'를 'market-oriented'를 강조하는 부사로 읽는 쪽이 옳다고 봅니다. 그 이유는 세 가지입니다.
─. 첫째는, 이러한 의미로 쓰이는 동사 inform에 대한 다음과 같은 사전들의 풀이인데, 동사 'inform'의 의미에 이미 'very noticeable'라고 풀이될 정도로 강조의 의미가 들어 있다는 점입니다.
(1) If a situation or activity is informed by an idea or a quality, that idea or quality is
very noticeable in it. (FORMAL)
- [예문] All great songs are informed by a certain sadness and tension...
- [예문] The concept of the Rose continued to inform the poet's work.
(2) [+ object] formal : to be or provide the essential quality of (something) : to be
very noticeable in (something).
- [예문] His Catholic upbringing informs all his writing.
─. 둘째는, 보통 저술가들이 비판의 표적을 지정할 때 어떤 집단의 전체를 싸잡아서 몰아칠 때보다 화자 입장에서 여유를 마련해 두고 묘사할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즉, 웬만한 경우에서 '시장 지향적인 사람들(이나 사고방식)'
전체를 싸잡아서 말할 때보다 그것의
극단적인 부류를 꼬집어서 표적을 좀 좁혀 놓고 얘기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왜냐하면 전체를 싸잡아서 비판의 화살을 날리면, 정도의 차이를 운운하면서 "너무 심한 지적이 아니냐"라고 씩씩대는 반박이 날아오기 쉽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애초에 말을 꺼낼 때부터 좀 더 묘사하기
'안전한 먹잇감'을 표현하려면 어떤 그룹에서 정도가 심한 선수들을 표적으로 정해 놓고 이야기하는 것이 말하는 입장에서 편리하고도 편안합니다.
마이클 샌델의 해당 원문을 들여다보면 그와 비슷한 흔적이 묻어날 것이라고 추정합니다. 다음과 같은 다른 예문도 그런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Too much market-oriented thinking may well distract our attention from what are the essential needs in society, needs which Mr Linkohr has already referred to. (출처: Official Journal of the European Communities, 1989)
─. 셋째는, 만일 마이클 샌델이 동사 'informs'을 정말로 강조하고 싶었다면 다음과 같은 식으로 썼을 것이라고 추정하기 때문입니다.
Michael Sandel says we must "call into question an assumption that strongly informs (much) market-oriented thinking."
※ 만일, 위와 같은 원문에 대한 해석 차이와는 상관없이, 한국어 묘사 자체에서
'대단히'가 당초 번역문의 따옴표 친
인용구 맨 처음에 위치하는 것을 문제로 삼았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편집안을 택했다면, 전혀 다른 문제가 되어 버립니다. 그렇다면, 위 '수정 제안'과 같은 해결책이 있었을 것입니다. 게다가 '두드러지다'를 '대단히 두드러지다'로 강조해 봐야 '두드러지다'라는 형용사 어휘 자체의 정도 묘사가 더 강해지는 효과도 없기 때문입니다.
35.181쪽 맨 밑줄에서 182쪽 맨 위에서 1~2째 줄 ── 6장 (1절 GDP가 넘어야 할 세 가지 산)
- 편집 상태: 제2차 세계대전의 전비 조달이 GDP의 현대적 정의가 만들어지는 계기가 되었지만, 1930년대부터는 정부가 ^집단 소비와 투자^에서 수행하는 역할이 커지기 시작했다.
- 당초 번역: 2차 세계 대전의 전비 조달이 GDP의 현대적 정의를 촉발하기도 했지만, 1930년대부터는 정부가 ^집단적인 소비와 투자^에서 수행하는 역할이 커지기 시작했다.
- 해당 원문: Although paying for the World War II was the trigger for the modern definition of GDP, after the 1930s the government also began to undertake more collective consumption and investment, (spending our tax money on our joint behalf either on servicers and transfers, or on building roads and other infrastructure. The experience of the Great Depression had already naturally focused political attention on how fast─or not─economic output was growing, and governments wanted both to measure and to influence it. ... )
- 이후 구절: 즉 거두어들이 세금으로 정부가 국민 전체를 대신하여 공공서비스와 이전지출 혹은 도로를 비롯한 사회간접자본에 지출하는 규모가 늘어났다. 대공황을 겪게 되자 당연히 정치적 관심은 경제적 산출이 얼마나 빨리 (혹은 더디게) 늘어나는지에 모아졌고, 정부는 경제적 산출을 측정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 크기 자체에 영향을 미치고자 했다. ( ... ... )
※ 한두 가지 정책적인 편집(혹은 편집자 개인의) 관행과 한두 가지 용어 표현법에 대한 의견을 남깁니다.
(1) 맨 첫 문장만 읽었을 때 그 뒷구절이 독자로 하여금 무엇을 머릿속에 떠올리게 할지가 다소 의심스럽습니다. 즉 그 뒷부분만 다시 쓰면,
(1930년대부터는) 정부가 집단 소비와 투자에서 수행하는 역할이 커지기 시작했다. ── (A)
- 독해 1: "정부가 (집단의 소비)와 (투자)에서 수행하는 역할이 커지기 시작했다."
- 독해 2: "정부가 {집단의 (소비와 투자)}에서 수행하는 역할이 커지기 시작했다."
- 독해 3: "정부가 [정부 이외의 다른] 집단의 소비와 투자에서 수행하는 역할이 커지기 시작했다."
- 독해 4: "정부가 [정부를 포함한] 집단의 소비와 투자에서 수행하는 역할이 커지기 시작했다."
(빨간 소괄호와 중괄호는 의미가 묶이는 말뭉치 연산의 우선 순위를 뜻하고, 파란 대괄호는 독자들이 상상해서 보태는 의미를 뜻합니다.)
반면에, 당초 번역안의 해당 부분을 아래에 다시 적어 봅니다.
(1930년대부터는) 정부가 집단적인 소비와 투자에서 수행하는 역할이 커지기 시작했다. ── (B)
이 문장 (B)에 대해서 볼 경우, 위 (A)에 대한 독해 1 / 2 / 3 / 4 와 같은 읽기 방식을 유발할 수 있을까요? 곰곰이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2) 앞의 '이후 구절'에서 '경제적 산출(economic output)'이라는 표현이 왠일로 멀쩡하게 살아남았습니다. 그래서 그나마 다행입니다. 앞에서는 줄기차게 "경제적 산출"→ "경제 산출"로 축약되었기 때문입니다. "경제 산출"로 축약된 무수한 사례 중 위 발췌(앞의 '이후 구절')에서 가장 근거리에 위치한 사례는 바로 그 앞 쪽, 6장의 첫머리입니다.
(지금까지 언론과 경제정책 세계에서 경제성과의 척도로 사용하는 GDP의 기원과 과정을 설명했다.) GDP는 경제 산출의 크기를 측정하는 비교적 최신 방식이고 ( ... ) ─인쇄본 181쪽
( ... ) GDP is a relatively modern way of measuring the size of economic output, ( ... ) ─원문
이 밖에도 '~적(的)'이라 할 때의 '적(的)'이 제거된 경우가 거의 대부분입니다. 되도록 '~적(인)' '~적으로'라는 표현을 다른 표현 방식으로 대체하려는 노력은 굉장히 값지다고 봅니다. 그래서 저 역시 그 쪽을 노력하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특히 제가 쓰는 글에서는 번역의 제약이 풀리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 그러나, '경제적 산출(economic output)'과 같은 용어의 경우, '경제 산출'로 축약해 버리면, 특히 이 책처럼 국민계정을 다루는 책이나 국민계정의 까다로운(섬세한) 영역에 걸치는 경제 분야 서적에서 이상 야릇한 문제가 생깁니다. 이 책에서도 (반묵시적으로/반명시적으로) 주장했듯이 가사 노동은 '경제 산출'이라는 묘사에 충분히 포함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경제 산출'이라는 조어법 자체가 '경제의 산출', 영어로 표현하면 'output in the economy'이기 때문입니다. 가사 노동에 종사하는 사람의 노동이나 가사 노동에 시간을 보내는 특정 시간대의 노동 지출이 '경제 밖에서(out of the economy)'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판단할 근거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래서 '경제 산출'이라는 조어법은 '경제 안에서 만들어지는 모든 산출물'을 지시하는 효과가 아주 크다고 봅니다.
- 반면에, 일반 독자들은 아니더라도 일정 정도 경제 분야에 관련된 커뮤니티(한국은행, 통계청, 경제학계, 경제학도, 경제언론, 금융계, 산업계 등 + 국외 OECD/World Bank/IMF 등)에서 '경제적 산출(economic output)'이라는 말을 접하면 여기에 '가사 노동'은 제외된다고 받아들이는 것이 거의 당연합니다. '돈으로 지불되지 않는 활동'이 경제 지표에서─대표적으로 국민계정에서─경제 활동으로 (거의 압도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고들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 그러니까 한편으로 보면, '경제적 산출'이라는 조어법은 국내외 경제 커뮤니티와 그들이 생산하는 텍스트에서 가사노동이나 자가생산/소비나 물물교환, 선물 같은 비시장(non-market) 경제 활동을 거의 확실하게 배제합니다. 반면에 '경제 산출'이라는 조어법은 이를 포함한다고 받아들여질 여지가 넓습니다. '~적(的)'이라는 접미사 딱 한 글자만 제거했을 뿐인데 어떻게 그렇게 달라질 수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조어법 자체에서 의미를 잡아당기는 촉수가 확실히 달라진다고 봅니다.
요약하면, '~적(인, 으로)'라는 조어법/표현법을 완전히 몰아내 버리는 것이 항상 좋지만은 않다는 것입니다. '경제 산출'과 '경제적 산출'이 그런 경우라고 봅니다.
- 앞 (1)에서 예시한 '집단 소비와 투자'의 경우도 그러한 (항상 좋지만은 않은) 경우에 해당한다고 봅니다.
(3) '이전 지출'은 경제학을 접하지 못한 독자들에게는 참 이상한 용어일 텐데, 정부가 재화나 서비스를 구매하지 않고 그냥 일방적으로 경제 행위자에게 돈을 지급해서 소득을 이전하는 행위를 일컫는 영어 용어 'transfer payment'와 이를 뜻하는 'transfer'에 딱 대응하는 공식적인 용어입니다.
- 인터넷을 검색해 봤더니 '이전 지급'이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아주 조금 있었으나 그 용례 사용자들의 공신력을 신뢰할 수 없었습니다. 책의 맨 앞부분에서 이를 '이전지급'이라고 괄호 안에서 표현해 놓은 것을 보았지만, 이런 것까지 지적하면 한도 끝도 없을 것 같아 넘어갔습니다.
- 여기서 살려둔 '이전지출'이 굳어진 관행과 공식 용어를 따르는 올바는 표현이라고 봅니다.
36.§§. 198쪽, 밑에서 9~11째 줄 ── 6장 (4절 지속가능성의 문제)
- 이전 구절: 이러한[고정자본 소모=물리적 자산의 감가상각] 지표가 누락하는 측면 하나는 물리적인 자본 스톡(기계, 운송 장비, 건물)이 현 수준에서 소모된 양만큼을 다시 보충하는 것 이상으로 늘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단지] 인구 성장 속도를 따라가려고만 해도 소모된 자본량 이상으로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야 1인당 소비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이것이지, GDP의 총량이 아니다. 이처럼 인구 성장에 비례하는 자본량 증가를 경제학 용어로 '자본 확장capital widening'이라고 한다.
- 수정 이전: 더 나아가 만약 혁신과 기술 진보까지 감안한다면, 혁신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그 새로운 종류의 자본에 ‘필수’ 추가 투자를 나타내는 어떤 경제지표가 포함되어야 하지 않을까?^
- 수정 이후: 더 나아가 만약 혁신과 기술 진보까지 감안한다면, 혁신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전과는 다른 새로운 종류의 자본에 대한 추가적 투자를 모종의 ‘필수적’ 투자 지표로 측정하는 것이 당연히 중요하지 않을까?^
- 당초 번역: 더 나아가 혁신과 기술 진보까지 감안한다면, 혁신을 실행하기 위해 전과는 다른 새로운 종류의 자본에 대한 추가적 투자를 모종의 ‘필수적’ 투자 지표로 측정하는 것이 당연히 중요하지 않을까?
- 해당 원문: In addition, if innovation, technical progress, is taken into accout, surely it is important to include some indicator of "required" additional investment in the new kinds of capital, to implement innovation?
※ '수정 이전'의 편집안만을 쭉 읽어 보면서 말뭉치들(어구에 담기는 의미들의 묶음)의 구분과 그것들 사이의 꾸밈/연결이 잘 전달되는지 천천히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 독해 1: {혁신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그 새로운 종류의 자본)에 ('필수' 추가 투자)를 나타내[다.] ...ㄷㄷㄷ ...어떤 경제지표...
- 독해 2: {혁신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그 새로운 종류의 자본}에 {('필수' 추가 투자를 나타내는) 어떤 경제지표}가 포함되[다.] ... ㄷㄷㄷ
독자는 어순을 따라가면서 이미지를 잡아 가기 마련이니, 처음에는 어순이 흘러가는 대로
'독해 1'처럼 읽습니다. 'ㄷㄷㄷ' 이전까지 '독해 1'을 수행하면,
“‘그 새로운 종류의 자본’에 ‘<필수> 추가 투자’를 나타내다”
라는 뜻이 됩니다. 바로 여기서 말뭉치들 간의 의미 관계가 끊겨서 읽기 과정은 중단됩니다. 왜냐하면
‘( ... ) 자본에 ( ... ) 투자를 나타내다’라는 이미지가 형성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상식적으로 ‘자본에 투자를 나타내는’ 것이 뭘까? ..라는 질문이 레코드판 튀듯이 튀면서 사고 회로가 중단됩니다. 그래서 독자는
'독해 2'를 시도합니다. 이때는 뒷부분의 어구를
{(<필수> 추가 투자를 나타내는
) 어떤 경제지표
}라고 묶어서 읽어 봅니다. 곧이어 독자는 사고 회로 속에 다음과 같은 이미지를 잡습니다.
“‘그 새로운 종류의 자본’에 ‘( ... ) 어떤 경제지표’가 포함되다”
이것이 뜻하는 바는 결국
{( ... ) 자본에
( ... ) 경제지표가 포함되다
} 라는 것입니다.
‘자본에 경제지표가 포함된다’는 것이 뭘까? ..라는 질문이 레코드판 튀듯이 또 사고 회로를 중단시킵니다.
※ 그다음, 당초 번역안을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편집안보다 약 10글자 정도 더 길지만 독자들이 어순대로 읽어서 이미지를 잡는 과정에서 사고 회로를 중단시키는 낭떨어지는 없습니다.
※ 편집안에서와 같은 문제가 왜 발생하는지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편집 상태에 남아 있는 흔적을 보면 '직역 문자주의'가 그대로 드러납니다.
(1) 'the new kinds of capital' → '그 새로운 종류의 자본'
(2) 'required" additional investment → 역시 문자 그대로 착실하게, '<필수> 추가 투자'
(3) include some indicator of "required" additional investment
in the new kinds of capital → '새로운 종류의 자본에 indicator가 포함되다'.
(4) ... 생략 ...
이 중, (3)에서 결정적인 오류가 발생합니다. ‘
include ( ... ) in (the new kinds of capital
)’라고 읽었는데, 여기사 전치사 ‘in’은 ‘include’에 걸리는 것이 아니라, ‘investment in the new kinds of capital’의 말뭉치 내에서 ‘investment’에 붙들려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invest in~’, ‘investment in~’는 ‘무엇에 투자를 하다’로 익어 버린 어구이고, ‘새로운 자본
(new kinds of capital)에 필수적으로
(required) 더
(additional) 투자하다’라는 의미가 바로 ‘
required additional investment in the new kinds of capital’이 뜻하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문자 그대로 '착실하게' 직역하다가 전체를 망쳐버렸습니다.
- 그 밖에, 이 수정안이 제발 그대로 채택되기를 바라면서 지적해야 할 문장 요소는 여기서 'include'는 표면적인 어의 그대로 '포함하다'를 뜻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영문 해석 말고도 한국어 표현을 대하는 태도에서 잘못 자리 잡은 습관이 더 보이지만 세세한 요소들은 생략합니다. 그보다 중요해 보이는 것은 이것이라고 봅니다. 원고를 앞에 놓고 그
번역문이 무엇을 전달하고 있는지 자기 머릿속으로 이해하는 과정이 완료되기
전에─어쩌면 이해하려고 시도하기도
전에─
번역문을 내다버리고, 편집자가 짧은 경제학 지식에다 어설픈 영어 이해 능력을 가지고 원문을
본인이 직접 직역한다는 점입니다. 그렇게 직역한 결과를 본인이 읽어도 알 수 없는 내용인데 그 점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 채 편집안에 집어넣는다는 것입니다. 오독은 언제나 일어날 수 있는 확률적 사건이기는 하지만, 이런 사태는 앞에서 누누이 확인되었듯이 한두 번의 확률적 사건이 아니라 굳세게 자리 잡은 태도의 문제입니다.
37.§§. 198쪽, 맨 밑에서 1~4째 줄 ── 6장 (4절 지속가능성의 문제)
- 이전 구절: 이러한[고정자본 소모=물리적 자산의 감가상각] 지표가 누락하는 측면 하나는 물리적인 자본 스톡(기계, 운송 장비, 건물)이 현 수준에서 소모된 양만큼을 다시 보충하는 것 이상으로 늘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단지] 인구 성장 속도를 따라가려고만 해도 소모된 자본량 이상으로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야 1인당 소비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이것이지, GDP의 총량이 아니다. 이처럼 인구 성장에 비례하는 자본량 증가를 경제학 용어로 '자본 확장capital widening'이라고 한다. 더 나아가 만약 혁신과 기술 진보까지 감안한다면, 혁신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전과는 다른 새로운 종류의 자본에 대한 추가적 투자를 모종의 ‘필수적’ 투자 지표로 측정하는 것이 당연히 중요하지 않을까? 이 문제를 윌리엄 노드하우스와 제임스 토빈은 이렇게 설명한다. “단지 인구와 노동력의 증가로만 이루어지는 성장이라면 자본 확장의 원리가 뜻하는 바는 충분히 명확하다.
- 수정 이전: 하지만 이 원리를 진보하는 경제에 적용할 때는 그 뜻이 전혀 명확하지 않다. 사실 국민소득이라는 개념마저 모호해진다. ^그렇다면 자본 확장은 자본량이 단지 노동력뿐 아니라 산출량과 기술의 변화 속도와도 보조를 맞추어야 함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하지 않을까?” 이것은 혁신이 활발하게 일어나는 경제에서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는^ 질문이다.
- 수정 이후: 하지만 이 원리를 진보하는 경제에 적용할 때는 그 뜻이 전혀 명확하지 않다. 사실 국민소득이라는 개념마저 모호해진다. ^이렇게 기술 진보까지 고려한다면 자본 확장이라는 필요조건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자본량이 단지 노동력뿐 아니라 산출량과 기술의 변화 속도를 따라가야 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하는 것인가?” 이것은 혁신이 활발하게 일어나는 경제에서는 갈수록 시급해지는^ 질문이다.
- 당초 번역: 하지만 이 원리를 기술이 진보하는 경제에 적용할 때는 뜻하는 바가 전혀 분명하지 않다. 사실 국민소득이라는 개념마저도 모호해진다. 이렇게 기술 진보까지 고려한다면, 자본 확장이라는 필요조건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자본량이 단지 노동력뿐 아니라 산출량과 기술의 변화 속도를 따라가야 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하는 것인가?" 이것은 혁신이 활발하게 일어나는 경제에서는 갈수록 시급해지는 질문이다.
- 해당 원문: “ ( ... ) Its application to an economy with technological progress is by no means clear. Indeed, the very concept of national income becomes fuzzy. Should the capital widening requirement then be interpreted to mean that capital should keep pace with output and technology, not just with the labor force?” It is an increasingly pressing question in a highly innovative economy.
※ 바로 앞
36.§§ 항의 내용을 바로 뒤따르는 부분입니다. 앞을 이해하지 못했다면 이 부분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또한 여기서도 똑같은 태도(내용/문맥/함축을 이해하지 못한 채 '직역 문자주의에 입각한 자체 번역으로 교체')의 연속입니다.
편집안에서 가장 큰 문제는 원문의 'then'을 문자 그대로 옮겨 놓은 '그렇다면' 이전과 이후가 잘 연결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 문제를 윌리엄 노드하우스와 제임스 토빈은 이렇게 설명한다. 단지 인구와 노동력의 증가로만 이루어지는 성장이라면 자본 확장의 원리가 뜻하는 바는 충분히 명확하다. 하지만 이 원리를 진보하는 경제에 적용할 때는 그 뜻이 전혀 명확하지 않다. 사실 국민소득이라는 개념마저 모호해진다. 그렇다면 ( ... ... )
'그렇다면' 이전에 무려 네 문장이 있는데, 직전 문장들을 읽고 '그렇다면'이 무엇을 전제하는지를 따라잡을 독자는 흔치 않습니다. ( ... 추가적인 설명이나 논쟁은 구두 대화가 필요합니다... )
38.§§. 199쪽, 맨 위에서 5~7째 줄 ── 6장 (4절 지속가능성의 문제)
- 수정 이전: 새 표준에 제시된 몇 가지 개선책을 처음으로 진지하게 실행한 나라는 미국이다. 예를 들어 연구개발비를 기업의 비용이 아니라 투자로 취급하고, ^연극 공연, TV 및 라디오 프로그램, 뮤지컬 공연, 스포츠 행사, 문학 및 예술 작품 등이 기록 또는 체화되어 있는 원본 필름, 음악 레코드, 원고 테이프 등^ '예술품 원본'의 투자 가치를 추정하는 작업이 새로 도입되었다.
- 수정 이후: 새 표준에 제시된 몇 가지 개선책을 처음으로 진지하게 실행한 나라는 미국이다. 예를 들어 연구개발비를 기업의 비용이 아니라 투자로 취급하고, ^영화와 음악을 비롯한^ ‘예술품 원본’의 투자 가치를 추정하는 작업이 새로 도입되었다.
- 당초 번역: 새 표준에 제시된 몇 가지 개선책을 처음으로 진지하게 실행한 나라는 미국이다. 예를 들어 연구개발비를 기업의 비용이 아니라 투자로 취급하고, 할리우드 영화와 음악 같은 ‘예술품 원본’의 투자 가치를 추정하는 작업이 새로 도입되었다.
- 해당 원문: The United States is the first country seriously to put into practice its suggested improvements, which include counting spending on research and development as investment rather than a business cost, and estimating as well the value of investment in "artistic originals" such as Hollywood movies and music.
※ 여기서 앞의 장들에서 소개된 바 있는 연구개발비에 대한 취급 변경과 나란히 짝지어서 '예술품 원본(artistic originals)'의 가치를 추정한다는 것이 새로운 내용으로 등장합니다. '예술품 원본'이란 것이 어떤 것을 지칭하는 개념인지는 '할리우드'란 말을 제거한 뒤에라도
"영화와 음악을 비롯한 '예술품 원본'의 투자 가치"라고 묘사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봅니다.
"글로벌화가 경제통계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한국은행 보도자료에서 설명하는 세세한 항목들을 다 열거하지 않아도 충분해 보이며, 굳이 그 세세한 목록을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싶다면 주석으로 내려야 할 것입니다.
39.§§. 200쪽, 맨 위에서 6째 줄 ── 6장 (4절 지속가능성의 문제)
- 수정 이전: 이보다 어렵기는 하지만 좀 더 철저하고 야심찬 방법은 한 나라의 모든 자산을 측정하고 이것이 해마다 어떻게 변하는지를 추적하는 '포괄적인 부comprehensive wealth'의 척도를 개발하는 것이다. 이러한 척도는 지속가능성의 진정한 지표를 만드는 데 ^필요한 환경정책을 더^ 강조하게 될 것이다.
- 수정 이후: 이보다 어렵기는 하지만 좀 더 철저하고 야심찬 방법은 한 나라의 모든 자산을 측정하고 이것이 해마다 어떻게 변하는지를 추적하는 '포괄적인 부comprehensive wealth'의 척도를 개발하는 것이다. 이러한 척도는 지속가능성의 진정한 지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요소로 환경의 측정을 좀 더^ 강조하게 될 것이다.
- 당초 번역: 이보다 어렵기는 하지만 좀 더 철저하고 야심찬 방법은 나라 전체의 자산을 측정하고 이것이 해마다 어떻게 변하는지를 추적하는 ‘포괄적 부comprehensive wealth’의 척도를 개발하는 것이다. 이러한 척도는 지속 가능성의 진정한 지표를 구축하는 데 필요한 환경의 측정에 좀 더 강조점을 두게 될 것이다.
- 해당 원문: A more thoroughgoing, but also more ambitious and difficult, approach is to develop a measure of "comprehensive wealth"─all of the nation's assets and how they change from year to year─which would give more emphasis to environmental measures, needed for a true indicator of sustainability.
※ 여기서 문제는
'환경을 측정하는 지표/척도들'을 뜻하는 원문의 용어
'environmental measures'를 당초 번역안에서
'환경의 측정'이라고 표현해 놓았는데, 불가사의하게도 이 용어가 편집안에서
'환경정책(즉, 영어로는 environmental policy)'으로 바뀌었다는 점입니다.
당초 번역문을 읽는 데 어느 정도 난점이 있기는 합니다. 다음 '독해 1'처럼 읽지 않고 '독해 2'처럼 읽으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되어 버리기 때문입니다.
- 독해 1: {이러한 척도는} {(지속 가능성의 진정한 지표)를 (구축하는 데) 필요한} {환경의 측정}에 좀 더 강조점을 두게 될 것이다.
- 독해 2: {이러한 척도는} {(지속 가능성의 진정한 지표)를 (구축하는 데) (필요한 환경)}의 {측정}에 좀 더 강조점을 두게 될 것이다.
이것이 문제라면, 단순한 해결책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환경'과 '측정'이 분리되지 않도록 강하게 묶어 놓는 방법입니다. 즉,
이러한 척도는 지속 가능성의 진정한 지표를 구축하는 데 필요한 환경 측정 (또는 붙여써서 '환경측정')에 좀 더 강조점을 두게 될 것이다.── (X)
이와 같은 문장 표현에 무슨 문제가 있을까? 굳이 상상을 해보자면
'환경 측정'이라는 용어가 못마땅할지도 모릅니다. 원문의 'environmental measures'는 '환경(을 측정하는) 척도들/지표들'을 뜻하는 것이지, '환경을 측정하다(measuring environment)' 자체를 뜻하지는 않는다는 것이 마음에 걸릴지도 모릅니다. 그러면
'환경 지표'라거나
'환경 척도'라는 용어를 사용하면 됩니다. 그래서 이 두 용어를 사용해 각각 문장을 만듭니다.
- 이러한 척도는 지속 가능성의 진정한 지표를 구축하는 데 필요한 환경 지표를 더 강조하게 될 것이다.── (A)
- 이러한 척도는 지속 가능성의 진정한 지표를 구축하는 데 필요한 환경 척도를 더 강조하게 될 것이다.── (B)
그런데 '지표'라는 낱말도, '척도'라는 낱말도 같은 문장 안에서 이미 사용된 낱말들입니다. 원문에도 지표(indicator)와 척도(measure)가 세 번 등장합니다.
- a measure of "comprehensive wealth" ( ... ) which would give more emphasis to environmental measures, needed for a true indicator of sustainability.
‘환경 측정’이나 ‘환경 지표’나 ‘환경 척도’라는 용어 표현을 피하는 것이 너무나도 중요한 과제이기 때문에 원문에도 없고 번역문에도 없는 ‘환경정책’이란 용어를 사용하지 않으면 안 되었던 것일까? 편집안을 다시 읽어 봅니다.
이러한 척도는 지속가능성의 진정한 지표를 만드는 데 필요한 환경정책을 더 강조하게 될 것이다. ── (C: 위 '수정 이전' 편집안)
그렇다면 의도적인 왜곡인데, 설마 그럴 리는 없을 것입니다. 또한 누구에게나 착시 현상이 일어날 수 있으니 착시로 인한 실수일지도 모릅니다. 그야 어쨌든, 이 문장을 읽으면서 과연 독자들은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환경 정책’은 일반적으로 환경을 보존하고 보전하는 데 필요한 정책을 뜻합니다. 그러나 여기서
저자는 ‘환경 정책’을 전혀 의도하지 않았습니다.
해당 문장이 속한 6장 ‘GDP의 미래’, 3절 ‘지속가능성의 문제’에서 저자는 해마다 새로 생산되는 산출량만을─즉, GDP와 같은 유량(flow) 지표만─측정해서는 지금의 세대와 미래 세대가 생산하면서 먹고사는 데 필요한 자산 스톡이 고갈되는지, 유지되는지, 늘어나는지 전혀 알 수 없다고 문제를 제기합니다. 하여, 바로 위 해당 문장에서─물리적인 자산뿐 아니라 자연 자원과 환경 자산 등까지도 포함하는─광범위한 자산 스톡의 범주로 ‘포괄적인 부(comprehensive wealth)’의 척도를 개발하자는 방향을 제시합니다. 그 척도를 설명하는 것이 위 문장 (C)입니다. 여기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본래 취지는 바로 이것입니다.
(그러한 취지로 개발하게 될) ‘포괄적인 부(comprehensive wealth)’의 척도는 환경까지 고려한 진정한 지속 가능성의 지표를 만들기 위해서 환경을 측정하는─즉, 환경을 자산 스톡으로 파악하여 지표로 측정하는─척도들을 (전보다는 좀) 더 강조하게 될 것이다. ── (D)
(D)와 같이 묘사되는 취지를 위 (C)의 편집안이 그럭저럭 대충이라도 전달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일까요? (C)는 ‘진정한 지속 가능성을 대변하는
통계 지표를 만들기 위해서 환경을 보호하는 정책을 더 강조한다’라는 말이 되어 버립니다. 이런 문장 수정은 참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입니다. 왜냐하면 앞의 문장 (X)와 같은 손쉬운 대안도 있고 최종 수정안과 같은 대안도 얼마든지 있기 때문입니다. 이 두 문장을 나란히 적고 다시 읽어 봅니다. 도대체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일까?
이러한 척도는 지속 가능성의 진정한 지표를 구축하는 데 필요한 환경 측정에 좀 더 강조점을 두게 될 것이다.
이러한 척도는 지속가능성의 진정한 지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요소로 환경의 측정을 좀 더 강조하게 될 것이다.
40.§§. 208쪽, 맨 밑에서 2~3째 줄 ── 6장 (5절 21세기에는 어떤 국민통계가 필요한가)
- 수정 이전: 앞으로 '경제'를 좀 더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해야만 ^하는가? 이미^ 이 책에서 제시한 이유들 때문이다.
- 수정 이후: 앞으로 '경제'를 좀 더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해야만 ^하는가? 그렇다. 이미^ 이 책에서 제시한 이유들 때문이다.
- 당초 번역: 앞으로 ‘경제’를 좀 더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해야만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미 이 책에서 제시한 이유들 때문이다.
- 해당 원문: Why will a more radical rethinking of "the economy" be required at some point? For reasons like those already set out 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