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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8월 1일 수요일

[국외 신간] Taxation: Philosophical Perspectives


출처: Martin O'Neill and Shepley Orr 편집, Taxation: Philosophical Perspectives, Oxford University Press, 2018년 8월 7일.

자료: https://global.oup.com/academic/product/taxation-9780199609222?cc=kr&lang=en&promocode=AAFLYG6

* * *

차례

Introduction, Martin O'Neill and Shepley Orr

Part I. On the Tax System: Normative and Conceptual Questions

  • 1: What Political Philosophy Should Learn from Economics about Taxation, Alan Hamlin
  • 2: Welfarism, Libertarianism, and Fairness in the Economic Approach to Taxation, Marc Fleurbaey
  • 3: Striving for the Middle Ground: Taxation, Justice and the Status of Private Rights, Geoffrey Brennan
  • 4: Taxing or Taking: Property Rhetoric and the Justice of Taxation, Laura Biron
  • 5: Libertarianism and Taxation, Peter Vallentyne
  • 6: Tax Policy and Fair Inequality, Alexander Cappelen and Bertil Tungodden
  • 7: Beggar Your Neighbour (Or Why You Do Want to Pay Your Taxes), Véronique Munoz-Dardé and M. G. F. Martin

Part II. Tax Policy and Forms of Taxation: Philosophical Issues
  • 8: The Case for a Progressive Benefits Tax, Barbara Fried
  • 9: Moral Objections to Inheritance Tax, Stuart White
  • 10: The Politics of Land Value Taxation, Iain McLean
  • 11: The State and Tax Competition: a Normative Perspective, Peter Dietsch
  • 12: Global Taxation and Accounting Arrangements: Some Normatively Desirable and Feasible Policy Recommendations, Gillian Brock and Rachel McMaster

2018년 7월 23일 월요일

신간 예고: Exodus


지은이: Kevin Carson
제목: Exodus: General Idea of the Revolution in the 21st Century
출처 1: http://kevinacarson.org/publication/exodus/
출처 2: https://exodus875.wordpress.com/

2018년 7월 21일 토요일

Systemic transformation을 위한 책 세 권

─. Doughnut Economics by Kate Raworth


─. The Patterning Instinct by Jeremy Lent

─. Designing Regenerative Cultures by Daniel Christian Wahl

***

─. 기타: https://m.facebook.com/story.php?story_fbid=418771865286657&id=100014615418677

2018년 6월 9일 토요일

전문가의 독재



  • 지은이: 윌리엄 이스털리
  • 제목: 전문가의 독재: 경제학자, 독재자 그리고 빈자들의 잊힌 권리
  • 원제: The Tyranny of Experts: Economists, Dictators, and the Forgotten Rights of the Poor
  • 한국어판 출판일/출판사: 2016년 12월/ 열린책들
  • 원저 출판일/출판사: 2014년 /  Basic Books


※ 주요 차례:

1부_ 일어나지 못한 논쟁
  • 1장_ 서문
  • 2장_ 두 사람의 노벨상 수상자, 그들은 한 번도 논쟁하지 않았다
2부_ 논쟁은 왜 일어나지 않았는가: 발전 사상의 실제 역사
  • 3장_ 옛날 옛적 중국에서는
  • 4장_ 인종과 전쟁 그리고 아프리카의 운명
  • 5장_ 보고타의 어느 날
3부_ 빈 서판에 쓸 것인가 역사에서 배울 것인가
  • 6장_ 가치: 개인의 권리를 위한 기나긴 투쟁
  • 7장_ 제도: 할 수만 있다면 억압하고야 만다
  • 8장_ 다수의 꿈
4부_ 국가인가 개인인가
  • 9장_ 집인가 감옥인가? 국가와 이민
국가주의의 도덕성 | 개인의 권리를 보호하는 이민 | 빈곤을 줄이는 이민 | 열리지 못하는 유엔 정상회의 | 본국 송금 | 두뇌  유출 | 웨스트버지니아의 사라진 공화국 | 유령 나라 | 무리드파 | 결론
  • 10장_ 국가는 얼마나 중요한가?
5부_ 의도적인 설계인가 자생적인 해법인가
  • 11장_ 시장: 문제 해결자들의 연합
  • 12장_ 기술: 방법을 모른 채 성공하는 방법
  • 13장_ 지도자들: 우리는 어떻게 인자한 독재자들에게 현혹되는가
  • 14장_ 결론

2018년 5월 23일 수요일

GDP 사용설명서: 번영과 몰락의 성적표


  • 지은이: 다이앤 코일
  • 제목: “GDP 사용설명서: 번영과 몰락의 성적표”
  • 원제: “GDP: A Brief but Affectionate History”
  • 한국어판 출판일/출판사: 2018년 5월/ 부키
  • 원저 출판일/출판사: 2014년 /  Princeton University Press
* * *

국민계정과 GDP가 통계적 개념의 꼴을 갖추기 오래전 17세기경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변천해 왔고 시대별로 무엇이 문제였는지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꽤 오래전에 번역했지만, 상식적인 면에서는 우선 책의 두 가지 화제가 떠오릅니다.
    • "GDP가 아무리 늘어도 행복은 증진되지 않는다." 이에 대한 'GDP 진영(?)'의 반론을 명쾌하게 전달합니다. 이것은 간단히 "GDP가 아무리 늘어도 키나 신발 크기가 계속 커지지는 않는다"와 똑같은 통계적 현상이 "GDP가 아무리 늘어도 행복은 더 증진되지 않는다"라고 요약할 수 있습니다. GDP는 무한정 커질 수 있게끔 고안된 통계 숫자인 반면에, 사람의 키나 몸무게, 신발 크기처럼 행복 지수는 지표 특성상 무한정 커질 수 없는 속성 때문에 생기는 당연한 현상이라고 그간의 반론들을 전달합니다.
    • 이보다 훨씬 더 충격적이었던 것은 GDP에 집계되는 금융 산업의 부가가치가 지극히 자의적이라는 점. 이 통계의 기준이 너무 허황돼서 일례로 2008~2009년 금융위기 때 은행들이 망하지 않도록 세금을 퍼주느라고 엄청난 재원을 탕진했던 시기에 영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의 금융산업 부가가치 생산액은 오히려 더 활발하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는데, 그러한 통계 개념의 부당성을 피력합니다. 차례 중 5장 2절이 이 부분을 다룹니다(아래에 언급하는 ‘정정 사항 및 역자 의견’ 중 31, 32, 33 항에서 불명확하거나 잘못된 표현을 바로잡았고 그에 대한 해설을 붙였습니다).
    역자로서 상기 도서의 독자들에게 원저의 취지를 전달하는 데 장애를 초래할 수 있는 (역자의 일부 오류를 포함한) 편집 오류와 부적합한 표현 등에 걸쳐 바로잡아야 할 ‘정정 사항 및 역자 의견’을 2018년 5월 16일 출판사에 전달하였습니다. 책의 어느 부분, 어느 구절을 어떻게 바꿔 읽어야 할지를 표기했고, 그 이유에 대하여 해설한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현재, 출판사에서 검토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압니다. 본래는 편집진에게 설명하기 위한 것이지만, 해당 텍스트에 숨어 있는 맥락과 논리적인 배경을 비롯하여 번역 전략에 중요한 내용이 들어 있으므로 이를 참고하여 읽으시면─좀 더 불편이 따르는 일인 반면에 텍스트의 이면에 있는─원저의 본래 취지를 좀 더 분명하고 깊이 있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위 도서에서 다루는 주제들에 대하여 좀 더 깊이 있게 탐구할 수 있는 길잡이 자료로 미국의 다른 경제학자가 쓴 다음 서평이 상당히 유익할 것으로 보입니다.

      ─. Moshe Syrquin, “A Review Essay on GDP: A Brief but Affectionate History by Diane Coyle,” Journal of Economic Literature 2016, 54(2), 573-588. ── PDF 내려받기 링크.


    주요 차례:

    머리말

    1장_ GDP의 탄생: 경제성과를 측정한다는 것의 의미
    • 초창기의 국민회계
    • 현대적인 국민계정의 탄생
    • GDP의 기본 개념
    2장_ GDP의 전성기: 성장의 비교
    • 전후의 부흥
    • 우리는 얼마나 잘살고 있는가
    • 나라 간 비교의 문제
    • 국제 비교를 통해 무엇을 알 수 있나
    3장_ GDP의 위기: 네 가지 도전
    • 스태그플레이션
    • 냉전의 경제적 결과
    • 환경주의의 발흥
    • 인간 역량 개발
    4장_ GDP의 고민: 혁신을 어떻게 담아낼 것인가
    • 혁신의 등장
    • 신경제 붐
    • 서비스 활동의 측정
    • 혁신을 측정하기 어려운 이유
    5장_ GDP의 반성: 문제와 한계
    • 오만, 미망, 응보
    • 금융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 생산의 경계
    • 비공식경제
    • 후생 측정의 어려움
    6장_ GDP의 미래: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가
    • GDP가 넘어야 할 세 가지 산
    • 복잡해지는 경제
    • 모호해지는 생산성
    • 지속가능성의 문제
    • 21세기에는 어떤 국민 통계가 필요한가 

    2018년 5월 19일 토요일

    경제규칙 다시쓰기: 21세기를 위한 경제정책 보고서


    • 지은이: 조지프 스티글리츠
    • 제목: 경제규칙 다시쓰기: 21세기를 위한 경제정책 보고서
    • 원제: Rewriting the Rules of the American Economy
    • 한국어판 출판일/출판사: 2018년 3월/ 열린책들
    • 원저 출판일/출판사: 2015년 /  W. W. Norton & Company

    * * *

    미국 루스벨트 연구소에서 주로 정치권의 의사 결정자들과 경제 정책 관여자들을 향해 새로운 '경제 규칙(rules of the economy)'의 의제들을 제시하는 보고서로 시작된 책. 동 연구소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있는 조지프 스티글리츠의 지휘로 좀 더 폭넓은 독자들에게 미국 경제가 직면한 근본적인 문제와 해결책의 방향을 간략하고 집약적으로 제시한다. 미국 경제의 문제들을 다루지만, 책에서도 밝혔듯이 문제를 다루는 개념들과 논지는 다른 나라들에도 잘 부합한다.


    주요 차례

    머리말
    서론

    제1부 현재의 규칙
    • 시장 지배력은 키우고 경쟁은 줄인다
    • 금융 부문의 성장
    • 〈주주 혁명〉과 최고 경영자 보수의 급증, 그리고 노동자 쥐어짜기
    • 부자 감세
    • 완전 고용을 지향하는 통화 정책의 종언
    • 노동자 발언권의 억압
    • 근로 기준의 추락
    • 인종차별
    • 성차별
    2부 다시 쓴 규칙

      ─. 1장 최상위층의 과도한 힘을 억제한다
    • 시장에 경쟁이 작동하도록 만든다
    • 금융 부문을 교정한다
    • 장기적인 기업 성장의 동기를 유발한다
    • 세금과 이전 지출 시스템의 균형을 복원한다

      ─. 2장 중산층의 규모를 키운다
    • 완전 고용을 목표로 정한다
    • 노동자에게 힘을 실어준다
    • 노동 시장에 대한 접근과 처지 향상의 기회를 확대한다
    • 경제적 안전과 기회를 확대한다
    결론
    부록: 최근 불평등 추세의 개관 | 기술과 세계화의 역할


    2018년 3월 31일 토요일

    외서신간: 화폐// -Geld-, Für eine non-monetäre Ökonomie (2017)



    출처: Stefan Heidenreich 지음. -Geld-, Für eine non-monetäre Ökonomie, Merve Verlag, Berlin, 2017.


    출처 1: Geert Lovink, "Imagine there’s no money: dialogue between Stefan Heidenreich & Geert Lovink", Mar 2018.


    출처 2: "For a Non-Money Economy": Excerpts from Stefan Heidenreich's new book on the post-currency future. 09.12.2017.

    ※ 발췌 (excerpt):

    "컴퓨터 네트워크들이 거대해지고 모든 지불 행위를 처리하기에 충분할 만큼 빨라지면, 기술적인 면에서 알고리즘으로 화폐의 기능을 모방할 수 있다. 우리는 지금 바로 이 문턱에 도달한 상태고, 몇 년 내에 그 문턱을 넘어설 공산이 크다."

    As mentioned, economic forms without money are not entirely new. Before the rise of money, larger economic units were administered by systems of inscription. Their remains are not only found in the ruins of temples, but also in the myths of guilt or debt(Schuld) in many religions. ( ... )

    Historically speaking, economic relationships did not begin with exchange and certainly not with payment. What came first was giving, helping, and lending. Property was unknown. In small village communities, memory was sufficient to keep track, more or less, of who gave what to whom.

    It was only with the introduction of writing that larger economic units began to be organized over a longer term. ( ... )
    Money only came later. In a strictly technical sense, money is not a medium but a technique that uses all sorts of media to make notes transportable─and the process is read-only. For the economy, this meant that money was a fundamental innovation, for it converted the simple transaction of the gift into a symmetrical exchange. ( ... )

    Peer-to-peer currencies and crypto-currencies are nothing fundamentally new to this system. Bitcoins are still a form of money, even if separated from a central institution. On the path towards the abolition of money, they merely represent a detour. The principle of payment itself is maintained by digital and peer-to-peer payment systems. They simply reproduce old money on the new-media foundation of a distributed network. This corresponds to the first step of a media transformation.

    In media theory since Marshall McLuhan, it has been a commonplace to state that newly developed media are first used to reproduce old content. Media transformations often take place in two phases. First, there is a reproduction of the old in the new: in the case at hand, Bitcoin is the internet’s replication of money. Only in the second phase will it become clear what kind of new life the new medium can develop. This step is still to come for money. It will lie in the takeover of economic functions of money by way of intelligent networks.

    The most important thing about peer-to-peer currencies is the architecture in the background, the so-called blockchain. This represents the foundation for a decentralized technique of administration by which transactions can be communicated anonymously and examined by anyone. The technique works for money just as well as for other moneyless and decentralized systems of notation. Therefore, the blockchain represents a possible building block for an economy after money.

    출처 3: http://www.stefanheidenreich.de/non-monetaere-oekonomie/


    ....


    2018년 2월 15일 목요일

    외서신간: 화폐// La Monnaie. Un enjeu politique. Manuel critique d’économie monétaire (2018)

    ※ 발췌 (excerpts):


    출처 1: http://www.liberation.fr/debats/2018/02/13/jean-marie-harribey-la-monnaie-institue-un-rapport-d-appartenance-des-individus-a-une-collectivite_1629446

    La monnaie institue un rapport d’appartenance des individus à une collectivité.

    Jean-Marie Harribey, Esther Jeffers, Jonathan Marie, Dominique Plihon et Jean-François Ponsot, membres des Economistes atterrés, démontrent comment la monnaie et les institutions bancaires et financières jouent un rôle déterminant dans le déclenchement des crises. Dans une présentation accessible, même au novice, la Monnaie(Le Seuil) décrypte les mécanismes qui ont permis de transformer le capitalisme depuis quatre décennies.


    출처 2: La Monnaie. Un enjeu politique. Manuel critique d’économie monétaire

    Les économistes attérés Jean-Marie Harribey, Jean-François Ponsot, Le Seuil, collection Points Economie, Paris, France, janvier 2018


    출처 3: https://www.universite-si.org/IMG/pdf/PP2.pdf


    출처 4: http://www.atterres.org/livre/la-monnaie-un-enjeu-politique

    ( ... ... ) Ce manuel s’inscrit dans le sillage de Marx, Mauss, Keynes et Polanyi. Au-delà de la "technique" - au demeurant présentée avec pédagogie - il montre comment la monnaie est au cœur des des crises récurrentes du capitalisme. Il invite ainsi les citoyens à s'emparer des questions monétaires.


    출처 5: Esther Jeffers : "Les citoyens doivent se réapproprier la monnaie" (Bondy Blog, Feb 2018)




    ... ...

    2017년 8월 25일 금요일

    [외서 신간] Economism: Bad Economics and the Rise of Inequality (2017)


    • 제목: Economism: Bad Economics and the Rise of Inequality
    • 지은이: James Kwak,
                  associate professor at the University of Connecticut School of Law, and
                  the vice chair of the Southern Center for Human Rights
    • 출판사 (출판일): Pantheon (January 10, 2017)
    • 분량: 256쪽

    ▷ 책 소개 자료들

    ▷ 주요 차례
    Foreword by Simon Johnson

    1. The Best of All Possible Worlds  (3)
    2. The Magic of the Marketplace  (18)
    3. The Long March of Economism  (29)
    4. You Get What You Deserve  (64)
    5. Incentives Are Everything  (87)
    6. The Consumer Knows Best  (108)
    7. Capital Unbound  (130)
    8. It's a Small World After All  (157)
    9. The Best Possible World─for Whom?  (177)

    Acknowledgments  (191)
    Notes  (193)
    Index  (223)

    ▷서평/칼럼

    ※ 주제와 논지의 성격이 조금 다르지만, 이전에 소개한 바 있는 (한국의 어느 출판사가 판권을 매입해 출간을 준비 중이라는) 외서 Econocracy와 거리가 가까울 것이다.

    2017년 3월 5일 일요일

    [예문 메모] 경제 정책의 선택


    Central banks can't ignore inflatin, but neither should they make it their main preoccupation, at least so long as it remains moderate. As the Great Recession made clear, the focus on inflation did not ensure high growth or economic stability. The choice to focus on inflation or full employment is not technocratic, but rather a choice to prioritize one set of econonomic outcomes and interest groups over another. ( ... ... )
    ... ... Rewriting the Rules, p. 67


    마지막 문장은 중요한 지적이다. 물가 상승과 실업에 좁게 국한된 것은 아니었어도 이런 비슷한 논조의 이야기를 어디서 읽었는데, 어디서 읽었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장하준 선생의 어떤 칼럼에서 본 것 같다. 메모를 안 해 두면 늘 이 모양이다.


    2017년 2월 12일 일요일

    [외서] Capitalism: Competition, Conflict, Crises (Anwar Shaikh, 2016)


    • 서명: Capitalism: Competition, Conflict, Crises
    • 지은이: Anwar Shaikh
    • 출판사/출판일: Oxford University Press USA, 10 Mar 2016
    • 출처: 아마존, OUP

    ※ 메모:
    비주류 경제학 분야의 큰 이름에 속하는 한 분으로 수학과 통계 등 기술적 분석 방법의 대가로도 들은 바 있는 안와르 샤이크의 신간. (어떤 서평에서는 예전에 그가 쓴 무슨 글만으로도 노벨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는 이야기가 보이는 것 같다.) 여전히 뉴욕의 New School for Social Research에서─30년째─교편을 잡고 있다고 나온다. 목차와 서평을 대충 보면 아주 학술적인 서적이다.
    바뜨, 학술적인 서적이라지만, 분량이 1,024쪽 (윽! ^^;;).

    Anwar Shaikh, Professor of Economics, New School for Social Research, New York
    Anwar Shaikh is Professor of Economics at the Graduate Faculty of Political and Social Science of the New School University and Associate Editor of the Cambridge Journal of Economics. From 2000-2005, he was Senior Scholar and member of the Macro Modeling Team at the Levy Economics Institute of Bard College.
    ▷ 서평:

    ▷ Events
    • 그 밖에 이 책의 내용을 다루는 동영상 강좌도 여러 개 보인다.

    차례

    PART I. FOUNDATIONS OF THE ANALYSIS
    • 1. Introduction
    • 2. Turbulent Trends and Hidden Structures
    • 3. Microfoundations and Macro Patterns
    • 4. Production and Costs
    • 5. Exchange, Money, and Price
    • 6. Capital and Profit

    PART II. REAL COMPETITION
    • 7. The Theory of Real Competition
    • 8. Debates on Perfect and Imperfect Competition
    • 9. Competition and Interindustrial Relative Prices
    • 10. Competition, Finance, and Interest Rates
    • 11. International Competition and the Theory of Exchange Rates

    PART III. TURBULENT MACRODYNAMICS
    • 12. The Rise and Fall of Modern Macroeconomic
    • 13. Classical Macrodynamics
    • 14. The Theory of Wages and Unemployment
    • 15. Modern Money and Inflation
    • 16. Growth, Cycles, and Crises
    • 17. Summary and Conclusions
    ...

    2017년 2월 5일 일요일

    [출판사 Verso가 뽑은] 묵시록적인 섬뜩한 문구의 메시지들, 그에 걸맞은 책 장사


    출처: http://www.versobooks.com/blogs/3006-in-the-long-run-we-are-all-dead-verso-s-economics-bookshelf?discount_code=EconomicsMann


    상기 출판사가 독자들에게 15권의 서적을 40% 할인가에 공급하면서 던지는 메시지다.


    ※ 발췌와 소감:

    1. 단품으로서 어느 책의 가치와 장점을 피력하기보다 여러 책들이 다루는 화제들을 (대충) 관통하는 이미지를 던져서 독자들의 시선을 끌려는 시도 같기도 하다.

    “Before capitalism will go to hell, it will for the foreseeable future hang in limbo, dead or about to die from an overdose of itself but still very much around, as nobody will have the power to move its decaying body out of the way.”─ Wolfgang Streeck
    위 인용문 가운데 특히 마지막 구절이 섬뜩하지만, '아무도 어쩌지를 못한다'는 이미지가 공감할 만하다. 마치 마르크스의 Communist Manifesto에 등장하는 몇몇 이미지들을 연상하게 한다 (인용된 이 책은 2016년 10월에 나왔다).

    2.
    After years of ill health, capitalism is now in a critical condition.
    • Growth has given away to stagnation;
    • inequality is leading to instability;
    • and confidence in the money economy has all but evaporated.
    위 문구는 편집자가 직접 쓴 것 같은데, 세계 경제─자본주의가 지금은 세계 경제를 장악한 지 오래이니 세계 경제와 자본주의는 거의 동의어다─의 심각한 증상을 잘 요약한 것 같다. 성장은 나타나지 않고 정체만 반복되며, 불평등이 불안정을 조장한다는 진단은 충분히 공감할 만하다. 

    마지막 세 번째에서 '화폐 경제에 대한 신뢰가 거의 증발해 버렸다'는 말은 언뜻 와닿지 않는 듯하지만, '화폐 경제(money economy)'란 표현은 아마도 'financial economy'라든가 'financial system'와 같은 용어가 일반 독자들에게 전문 용어 같은 어감을 주기 때문에 이런 용어들을 피해서 단순하게 표현하려는 시도인 것 같다. 즉 세 번째 요약은 '통화 정책(양적 완화라든가 금리 정책이라든가)을 포함하여 돈을 운용하는 모든 시스템으로부터 이로움이라곤 구경하지 못한 대중들의 신뢰가 사라져 버렸다'라고 생각해 보면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3.
    We present a reading list of titles that examine our current economic state, including Wolfgang Streeck's critically-acclaimed analysis, How Will Capitalism End? and Geoff Mann's provocative new book on Keynsianism, political economy, and revolution.
    위 출처에 소개되는 15권 중에 (한국에서도) 쓸 만한 책들이 몇 권 있지 않겠어요? 15권 중 첫 두 권을 앞세웠다 (하나는 2016년 10월, 다른 하나는 2017년 1월 신간).

    2017년 2월 1일 수요일

    [외서 검토 의견서] 벌거벗은 화폐 (2016)


    2016. 5. 9.
    ※ 검토 기간: 4/29~30, 5/1~4, 5/7~9 (총 9일 중 실투입 일수 7일)

    • 지은이: 찰스 휠런(Charles Wheelan)
    • 서명: “벌거벗은 화폐: 화폐는 무엇이며, 왜 중요한가를 밝힌다” (Naked Money: A Revealing Look at What It Is and Why It Matters)

    ※ 들어가기:
    총 300쪽의 본문 중 약 280쪽 정도를 준 속독으로 읽어 보니, 검토 의견을 지금까지와는 다른 형식으로 작성하는 것이 효과적이겠습니다. 아래 총평에서 밝히듯이 ‘이 책이 좋은(혹은 나쁜) 이유’를 이야기할 필요도 없이, 대단히 훌륭한 책이기 때문입니다. 발주자가 전화와 메일에서 언급하셨듯이, 좋은 책이더라도 ‘정말 승부를 걸어볼 만큼 내용도 좋고 대중적으로 두루 읽힐 수 있는 책인지’를 판단하기 위한 감을 잡을 수 있도록 발췌 번역 중심의 재료를 전달하는 것이 더 중요해 보입니다.

    가. 총평

    ­ a)     화폐라는 것에 대한 일반 독자들의 개념적(논리적)인 호기심을 사실적인 소재명쾌한 논리로 풀어갑니다.

    ­ b)     그뿐 아니라, 화폐와 신용의 문제에서 비롯되는 아주 현실적인─즉 시의성이 매우 높고 시사 상식 차원의 지명도가 높은─세계의 현안과 현상들을 알기 쉽게 해설합니다. 즉,
    1. 최근 2008년의 금융 위기 및 모기지 파생 증권 등 부동산 금융, 
    2. 그 후의 세계적 불황 및 물가 하락(디플레이션) 기조, 
    3. 그리스의 채무 불이행 및 구제 금융의 문제 등 유로권의 붕괴 위기와 유로화의 장래, 
    4. 일본의 장기 불황과 아베노믹스의 성패, 
    5. 중국과 미국의 불안하고 기형적인 경제적 의존 관계 (미국에 수출해야 먹고사는 중국 vs. 중국에 국채를 계속 팔아야 재정과 금융 시장을 지탱할 수 있는 미국), 중국의 위안화 저평가 조작 등, 
    6. 비트코인과 디지털 암호 화폐, 
    7. 잊을 만하면 등장하는 금본위제 복귀 주장 등에 대해 다룹니다.

    ­ c)     경제에 관해 호기심은 있지만 어려워하는 일반 독자들을 기필코 유혹하고야 말겠다고 작정하고 저술한 책으로 보입니다. 
    1. 각 장의 서두를 개념과 이론으로 시작하지 않고, 구체적인 시공의 사실적인 이야기로 시작한 뒤, 호기심을 낚는 의문을 던지고, 이어서 논리적으로 해설하는 식의 서술입니다. 
    2. 사이사이 위트와 농담을 잘 섞어서 독자로 하여금 읽다가 웃음을 터뜨리도록 유도합니다.

        책의 성격과 내용을 파악하려면, 서문의 발췌 번역을 먼저 읽어서 책이 다루는 주제에 대한 저자의 설명과 아울러 저술의 스타일과 읽히는 감을 느껴 본 다음에, 목차를 살펴보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 같습니다.


    나. 서문(Introduction)의 발췌 번역: 원문 총 8쪽 중 첫 6쪽, 25개 문단의 전문 번역

    1)     당신의 지갑에서 20달러짜리 지폐를 꺼내 자세히 살펴보라. 양질의 종이다. 섬유 함량이 높아 빨래에 섞여 들어가도 멀쩡한 채로 나온다. 그래도 종이는 종이다. 종이에 새겨진 인쇄의 질이 훌륭하다. 그래도 미술품에 견줄 정도는 못 된다. 아마도 제일 중요한 점은, 지폐 어디에도 소지자에게 무얼 돌려주겠다는 약속이 없다는 점일 것이다. 금을 돌려준다든가, 은을 돌려준다든가 하는 문구가 전혀 없다. 지폐는 아무런 내재적 가치도 없는 그냥 종잇조각이다. 미국의 통화 발행을 주관하는 당국은 연방준비제도인데(이곳의 결정에 따라 재무부는 인쇄만 한다), 당신의 지폐를 그곳에 가져가 제시해 보라. 그곳 공무원들은 당신에게 아무것도 내주지 않을 것이다.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에 속하는 지역별 연방준비은행(이하 ‘지역 연준’)이 여러 개 있는데, 가령 시카고 지역 연준에는 금화나 은화와 같은 근사한 물건들로 가득 찬 소형 박물관도 있다. 그곳 로비에서 당신이 20달러짜리(혹은 좀 더 묵직한 100달러짜리) 지폐를 흔들며 그처럼 값진 물건들로 바꿔 달라고 요구해 보라. 분명 당신은 이상한 시선을 받으며 건물 밖으로 끌려 나올 것이다.
    2)     그러면 20달러짜리 지폐의 가치는 무엇인가? 아무 가치도 없는 건 아니다. ^20달러짜리 지폐는 대충 20달러 정도의 가치가 있다.^ 이것이 바보 같은 말은 아니다. 적어도 겉보기만큼 바보스러운 말은 아니다. 20달러짜리 지폐를 샌드위치 가게에 가져가면 2인분의 근사한 점심을 먹을 수 있다. 식품점에 가져가면 닭 가슴살 3파운드 분량이나 피노느와 포도주를 병째로 하나 구할 수 있다. 미국에 사는 거의 모든 사람들과 그 바깥 세계의 많은 사람들은 20달러짜리 지폐의 값어치가 얼마나 나가는지 매우 정교한 감각을 가지고 있다. 당신이 혹시 그 지폐를 길바닥에 떨어뜨리면 그들은 그걸 주우면서 아주 기뻐할 것이다. 길거리에 나뒹구는 숱한 종잇조각이 그런 대접을 받지는 못한다.
    3)     이 책은 화폐에 관한 책이다. 당신 주머니 속의 그 종잇조각들이 어떻게 그러한 가치를 가지게 되었는지, 겉보기에는 분명 쓸모없는 종잇조각을 실물 재화와 교환하는 기묘한 관행이 현대 경제에서 얼마나 근본적인가를 설명하는 책이다. 물론, 이 문제를 다루다 보면 우리가 수표를 쓰거나 휴대폰을 두드리거나 네모난 플라스틱을 건네주고서 새 가구나 사무 용품, 심지어 자동차를 사 가지고 나오는 훨씬 더 기묘한 관념도 살펴보게 될 것이다. [책의 목적 및 화제에 대한 첫 언급. 목차상 주로 1장에 해당하고 그 밖에도 7장, 13장에 해당]
    4)     ^사실, 우리는 이 모든 것을 다른 사람의 돈으로 할 수 있다.^ 화폐는 단지 우리 지갑 속의 지폐에 관한 것만은 아니다. 우리의 금융 시스템 전체가 단순하지만 강력한 관념, 즉 신용의 바탕 위에 구축되어 있다. 은행들과 은행처럼 기능하는 다수의 기관들은 대부자와 차입자를 조응시키는 (물론 이런 서비스로 보수를 챙기는) 중개 기관들이다. 이러한 대부 과정에서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바로 금융 기관들이 신용을 창조함에 따라 통화량(혹은 통화 공급량)이 늘어난다는 사실이다. 다음과 같은 간단한 사례를 가지고 생각해 보자.
    1. 나는 1만 달러를 가지고 있고, 당신은 아무 돈도 없다.
    2. 나는 이 1만 달러를 은행에 예치하고, 그 은행은 당신에게 9천 달러를 빌려 준다.
    3. 나는 은행에 예치해 놓은 1만 달러를 여전히 소유하고 있다(이 예금을 바탕으로 수표도 쓸 수 있다). 그리고 이제 당신은 9천 달러를 가지고 있다.
    4. 통화량, 즉 지금 당장 물건과 서비스를 사는 데 쓸 수 있는 돈의 양은 1만 달러에서 이제 1만 9천 달러로 늘어났다.
    5)     와! 이것이 신용의 위력이다. 물론, 엄밀하게 보면 내가 소유하는 돈을 당신이 쓴다는 사실은 경제적으로 강점을 발휘하지만 동시에 불안정의 원인이기도 하다. 신용 덕분에 일어나는 좋은 소식을 보자. 학생들이 대학에 다닐 수 있고, 수많은 가정이 집을 살 수 있으며, 기업가들이 신규 사업을 개시할 수 있다. 은행 부문은 우리가 남의 자본을 생산적인 용도에 사용할 수 있게 해 준다.
    6)     나쁜 소식도 있다. 신용이 (2008년 금융 위기 때처럼) 잘못되면, 경제 전체가 파괴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내가 갑자기 돈이 필요한데, 당신이 가령 그 돈을 집이나 자동차를 사거나 레스토랑을 사는 데 써 버려서 빌린 돈을 갚을 수 없는 처지라면 문제가 생긴다.
    7)     ^금융의 역사는 금융 공황(혹은 패닉)의 역사이기도 하다.^ 대부자들이 돈을 돌려받으려고 하는데 차입자들이 당장 그 돈을 마련할 수 없다면, 대부 거래를 중개한 기관이 파산할 수 있다. 그런데 금융 기관들이 파산할 위험에 처하면, 더 많은 대부자들이 자기 돈을 찾으려고 금융 기관에 몰려든다. 일단 이런 사태가 벌어지면 파산을 피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2008년에 우리는 사람들이 불안해하자 아주 멋진 명칭으로 불리던 금융 부문의 요소들(가령 환매 조건부 채권 시장이라든가 기업어음 시장 등)이 대공황 때의 은행들과 똑같이 인출 쇄도에 무력해진다는 사실을 배웠다.
    8)     시스템이 잘 돌아갈 때는 화폐와 신용이 시스템에 윤활유를 쳐 주고 인간의 창의성에 힘을 실어 준다. 하지만 2008년처럼 시스템이 고장 날 때는 거대한 금융의 구조물이 와르르 무너지고 사람들은 혹독한 희생을 치른다. 이 책은 이러한 금융 위기에 대한 책이기도 하다. [4장과 9장에 해당]
    9)     미국의 연준이나 영국의 잉글랜드은행, EU의 유럽중앙은행 같은 중앙은행은 이러한 모든 문제를 관리하는 주된 책임을 가진 기관이다. 중앙은행들은 통화의 가치를 유지하고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을 보호할 책임을 진다. (미국의 연준은 이에 더하여 자신의 권능을 사용하여 완전 고용을 촉진해야 하는 임무도 부여받았다.) 이러한 기관들은 대단한 권능을 부여받는다. 새 돈을 찍어 내는 배타적 권한이 그중 하나다.
    10)    그렇다. 미국의 연준은 새 돈을 바로 찍어낼 수 있다. 그리고 돈을 찍어내는 권한은 엄청난 재량권을 요구하는 권한이다. 2008년 이래로 중앙은행 당국자들은 굉장히 중요한 임무를 수행했다. 최근에 연준 이사회 의장(옐렌, 버냉키, 그린스펀, 볼커)이 누구인지를 기억하는 미국인들이 아마도 대법원장(로버츠, 렌키스트, 버거, 워런)이 누구인지를 기억하는 사람보다 많을 것이다.
    11)    미국에 금융 위기가 터지고 나면 연준이 경제 회복을 지원하는 일을 너무 적게 하는 것이냐, 아니면 너무 많이 아는 것이냐를 놓고 항상 정치적 싸움이 벌어졌다. 낮은 금리는 더 많은 실직자가 일자리를 얻고 일자리가 있는 사람들이 더 높은 임금을 받도록 도움을 준다. 반면에 낮은 금리는 저축자를 처벌하고, 금리가 너무 오랫동안 너무 낮은 수준에 머물면 물가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 2012년 대통령 선거 때 공화당 후보 릭 페리는 연준 의장 벤 버냉키의 공격적인 금융 위기 대응을 반역적이라고까지 묘사했다. (분명히 말하건대 이건 부당하고 부적절한 발언이지만, 정치에 대한 감을 느낄 수 있는 발언이다.)
    12)    그런데 뭐, 이게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아마도 여러분은 역사 과목에서 윌리엄 제닝스 브라이언과 1896년 민주당 전당 대회에서 그가 했던 유명한 “크로스 오브 골드” 연설을 기억할 것이다. 그때는 아직 연방준비제도가 설립되기 전이었지만, 브라이언은 고금리가 빚을 지고 사는 미국 농민들을 처벌하고 있으며, 해결책은 돈의 양을 늘리는 것(구체적으로는, 금에 더하여 은을 본위 화폐로 삼는 통화 발행)이라고 주장했다.
    13)    그러니까 2012년에 릭 페리는 새로 찍어 내는 돈을 줄이기를 원했다. 반면에 1896년의 윌리엄 제닝스 브라이언은 더 많이 찍어내기를 원했다. 내가 보기에 두 사람은 서로 좋아했을 리가 없다. 큰 맥락에서 보면 이 책은 연준이 무슨 일을 하고, 그 일을 어떻게 하며, 그 일이 왜 중요한지를 설명하는 책이다. [5장, 8장, 9장, 14장에 해당]
    14)    이런 문제들이 미국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다른 나라들에도 우리가 물건을 살 때 쓰는 작은 종잇조각들이 있다. 그러한 나라들에서도 화폐는 정치적 싸움을 초래한다. 대서양 건너 독일인과 그리스인들은 사랑이 식어 버린 70세 부부처럼 여러 해 동안 티격태격 충돌했다. 독일과 그리스는 EU의 나머지 17개국과 함께 (그리고 EU 밖의 소수 나라들을 포함해) 공동 통화, 유로를 도입했다. 단일 통화 유로가 근 이십 년 전에 정치와 경제 양면에서 유럽 대륙 나라들을 통합할 거라는 높은 기대와 함께 출범했다. 그사이 이 웅장한 실험의 매력은 시들해졌다. 유로를 도입한 뒤로 생산성이 제일 떨어지는 대륙의 경제─그리스뿐 아니라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는 힘겨운 상황에 처했다. 구체적으로 말해서 이 나라들은 가장 중요한 거시경제적 도구 몇 가지를 상실했다. 그들이 상실한 도구는 독일 같은 경제 강국과 동일한 통화를 쓰지 않고 그들 자신의 통화를 가져야만 쓸 수 있는 것들이다(일례로 금리를 정하고 통화의 가치를 관리하는 것이다). 유로의 미래는 여전히 의문이다.
    15)    그래서, 이 책은 이런 문제들을 포괄적으로 다루는 책이기도 하다. [6장, 7장, 11장에 해당]
    16)    태평양 건너 중국 정부는 자신의 통화, 위안화를 관리해 왔다. 중국은 통화 이외의 나머지 경제 요소들을 관리하는 방식과 똑같이 통화를 관리한다. 즉 정부가 무지막지하게 감독하는 방식이다. 십 년이 넘도록 미국의 의원들을 비롯해 국제통화기금의 책임자들에 이르기까지 많은 관찰자들이 중국 정부가 의도적으로 위안화 가치를 낮추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악하다고까지 욕을 들어먹는 중국 정부의 이러한 행동은 미국을 비롯한 여러 곳에서 팔리는 중국 상품들의 가격을 낮추어서 중국의 수출을 촉진하는 것이다. 또한 그리함으로써 중국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유지하는 것이다. 2015년 여름, 중국 주식 시장의 폭락에 대응하고자 중국 정부가 위안화 가치를 2% 떨어뜨리자 미국 정치인들은 여야를 불문하고 중국의 조치를 불공정한 무역 관행이며 “중국의 통화 정책을 신뢰할 수 없는 추가적 증거”라고 맹렬히 비난했다.
    17)    이런 사태는 몇 가지 점에서 이상한 일이다. 첫째, 미국의 의원들은 중국이 우리에게 공정한 수준보다 더 값싸게 물건을 판다고 비난하고 있다.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보기 드문 불평이다. 둘째, 이 이야기와 앞서 소개한 유로화 이야기는 알다가도 모를 수수께끼 같다.
    18)    즉, 여러 나라가 (유로의 경우처럼) 통화를 공유하면, 통화에 얽힌 마찰이 일어난다.
    19)    그런데 여러 나라들이 (달러와 위안의 경우처럼) 독자적 통화를 가지게 되면, 그때도 통화에 얽힌 마찰이 일어난다.
    20)    이 책은 통화와 환율, 그리고 여러 나라들이 서로 다른 지폐를 통화로 사용할 때 일어나는 마찰에 대해서 다루는 책이고, 동시에 여러 나라들이 통화를 공유할 때 발생하는 전혀 다른 난점들에 대해서도 다루는 책이다. [6장, 7장, 11장, 12장에 해당]
    21)    그런데 일본의 사정은 더욱 이상하다. 아베 신조가 총선에 승리해 총리로 선출됐고 다시 재선에 승리했는데, 그가 내건 약속은 물가를 높이겠다는 것이었다. 여러분이 잘못 읽은 게 아니라, 분명히 물가를 높이겠다고 했다. 일본은 20년이 넘도록 물가 하락(디플레이션)을 겪었고, 일본의 지도자는 경제를 건강한 상태로 회복하기 위한 한 방편으로 물가 하락을 끝장내겠다고 다짐했다. 1970년대 미국의 물가 상승을 겪었거나 그 시기에 대해 읽어 본 독자라면, 책임 있는 정부가 물가를 올리겠다고 약속한다(나아가 물가를 올리지 못해 혹독하게 심판까지 받는다!)는 것이 이상하게 들릴 수밖에 없다. 이 책은 물가 상승(인플레이션)과 물가 하락(디플레이션), 그리고 20년 동안 일본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가를 다루는 책이다. [2장, 10장에 해당]
    22)    다시 미국 이야기를 하자면, 미국 의원들이 너무 값싸게 물건을 판다고 중국을 비판하지 않을 때도 있는데, 그사이 그들은 2008년 금융 위기에 대응하느라 은행을 비롯한 금융 기관들을 규제할 새로운 장치를 열심히 만들고 있었다. 금융 위기에 대한 대응을 한마디로 집약하는 말을 꼽자면 구제 자금이다. 일반 대중들은 여전히 은행을 구제해 준 정부의 조치에 대해 분개하고 있다. 정부는 이런저런 개입을 하면서 수도 없이 돈을 찍어낸 바 있지만, 그것은 유권자들이 잘 알지 못하는 세부 사항들이다. 그들은 무모한 대부자들과 차입자들이 저지른 잘못을 해결해 주느라 세금을 쓰는 사태에 분노하고 있으며, 마땅히 분노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도무지 가시지 않는 문제는 규제 당국이 좀 더 안전한 금융 시스템을 만들어 온 것이냐, 아니면 그저 다음번에 또 다른 종류의 금융 공황이 터질 길을 닦아 온 것이냐 하는 점이다. 다수의 예리한 사람들이 전자가 아니라 후자인 것 같다고 우려하고 있다.
    23)    이 책은 1929년과 2008년의 시장 붕괴를 포함하여 금융 위기를 다루는 책이다. (스포일러로 공개하자면, 나는 이번 위기 때는 또 다른 대공황이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가 많은 일을 했다고 주장할 것이다.) [4장, 9장에 해당]
    24)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사이, 인터넷에서는 화폐에 관한 일임에도 미국의 의회나 어느 나라 정부도 감독할 방도가 거의 없는 아주 절묘한 사태가 벌어지고 있었다. 바로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 통화’가 생겨난 것이다. 정부가 찍어내는 아무런 내재적 가치도 없는 종잇조각이 화폐로 쓰이는 것만큼 기묘한 일이 있겠느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제는 ^종이마저 없고 정부도 개입할 수 없는^ 화폐가 등장했다! 컴퓨터 사용자들이 복잡한 알고리즘을 풀어내면 비트코인이란 것이 ‘채굴'되고’, 이것이 그들에게 주어진다. 놀랍게도 이 비트코인이 실물 재화와 서비스를 사는 데 사용되기도 한다. 더욱 이상하게도 비트코인이 작동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들어 낸 사람은 (남자인지, 여자인지, 아니면 가명을 쓰는 프로그래머 집단인지) 정체를 알 수 없는 신비로운 사람이다. 여태 아무도 자신이 그 프로그램을 짰다고 나서지 않았다. 이 책은 이치에 맞게 설명할 수 있는 한에서 비트코인에 대해 설명한다. [13장에 해당]
    25)    지금까지 내가 언급한 현상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화폐다. 혹은 더 폭넓게 보면 화폐와, 은행이 하는 일, 그리고 중앙은행이 하는 일이다. 서로 얽혀서 현대 경제의 핵을 이루는 제도가 바로 이 세 가지다. 화폐는 우리가 거래를 수행하기 위해 사용하는 도구다. 로마 시대의 소금 포대도 화폐였고, 교도소 안의 고등어 자루도 화폐였다. 인터넷에서 불법적인 마약과 무기를 살 때 쓰이는 비트코인도 역시 화폐다. 그리고 물론, 그 밖의 합법적인 물건과 서비스를 살 때 쓰이는 달러와 유로와 엔 등 각국 정부의 통화도 화폐다.
    [이하 2쪽 생략]

    다. 차례

    ­ a)     책의 1부는 화폐의 본질을 다루는 ‘이론편’이라고 볼 수 있고, 2부는 화폐(와 신용)의 문제가 세계 경제의 현장에서 어떻게 벌어지는가를 풀이하는 ‘응용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b)     이론편이라고 해서 이론적 내용만 있는 것도 아니고, 응용편이라고 해서 이론적 화제가 없는 것도 아닙니다. 단지 앞에 배치해 독자들에게 먼저 얘기해 두는 게 더 효과적인 기초적 화제들이 1부에 있고, 1부의 이야기들을 이리저리 동원해서 얘기하는 게 더 편한 좀 더 복잡한 화제들이 2부에 있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 c)     모든 장이 하나같이 총평 (c)와 같은─즉, 사실적 이야기→호기심 던지기→논리적 해설+위트/유머─스타일로 거의 똑같이 저술되어 있습니다.

    서문

    제1부 화폐란 무엇인가
    • 1장. 화폐란 무엇인가? (3) 
    • 2장. 물가는 왜 오르내리나?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 (19)
    • 3장. 물가를 둘러싼 과학, 기술, 정치, 심리학 (40)
    • 4장. 신용과 (신용의) 붕괴 (60)
    • 5장. 중앙은행의 임무 (80)
    • 6장. 환율과 글로벌 금융 시스템 (105)
    • 7장. 금 (135)
    제2부 화폐가 왜 중요한가
    • 8장. 미국의 화폐 역사에 대한 개관 (155)
    • 9장. 1929년과 2008년 (181)
    • 10장. 일본 (210)
    • 11장. 유로화 (227)
    • 12장. 미국과 중국 (246)
    • 13장. 화폐의 미래 (263)
    • 14장. 더 나은 중앙은행을 향하여 (282) ... 주석 (307) ... 색인 (331)

    다. 1장, “화폐란 무엇인가” 발췌 번역: 총 16쪽 중 첫 4쪽, 9개 문단 전문 번역(서두 인용문 생략)

    ­ 1)     2009년 북한은 이 나라 자체의 표준에서 보더라도 예사롭지 않은 일을 단행했다. 이 나라 모든 지폐에 표시된 금액 숫자에서 0을 두 자리 떼어 버리는 새로운 통화를 발행한 것이다. 즉, 새 통화 1원이 구 통화 100원과 동등하다고 포고되었다. 이런 통화 개혁이 그다지 새로운 수법은 아니다. 과거에도 여러 나라가 물가 상승에 대처하는 방편으로 금액 표시의 자리 수를 줄이는 새 통화를 발행했다. 브라질도 1994년에 물가 상승에 찌든 크루제이루 헤알화를 완전히 대체할 새로운 통화 헤알화를 발행했다. 브라질 정부는 새 통화 1헤알이 2750 크루제이루 헤알과 동등하다고 포고했다.
    2)     구 통화가 새 통화와 아무런 제한 없이 교환될 수만 있다면 이런 조치가 소비자들에게 본질적으로 좋을 것도 없고 나쁠 것도 없다. 가령 지금 미국에 달러화는 없고 모든 물건 값이 달러의 1/100인 페니화로만 표시된다고 상상해 보라. 그러다 정부가 어느 날 페니는 이제 법정 통화가 아니라고 포고한다. 이제부터 100페니를 새 통화 1달러로 바꾼다는 것이다. 그에 따라 모든 가격도 달러로 표시된다. 그때까지 200으로 표시되던 물건은 이제 2로 표시된다. 구매력 면에서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페니를 많이 가지고 있던 사람들은 이제 달러를 많이 가지게 될 뿐이다. 은행 계좌를 새 통화에 맞게 바꾸는 일은 더 간단하다. 모든 계좌에서 숫자를 두 자리 수만큼 줄이면 그만이다. 물가도 낮아 보일 것이다(따라서 숫자 단위를 줄이는 것이 물가 상승과 싸우는 방편이 된다). 그래도 사람들마다 모아둔 재산을 보면 변하는 건 없다. 부유한 사람은 여전히 부유하고 가난한 사람은 여전히 가난하다. 단지 부유하고 가난한 것의 차이가 페니로 표시되다가 달러로 표시될 뿐이다.
    3)     여섯 살만 넘으면 누구라도 5달러가 500페니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안다. (여섯 살 아이라도 둘이 다르다고 속는 것은 한두 번뿐이다.) 사람들이 주머니에 넣고 다녀야 할 동전의 수가 줄어들 것이다. 상점에서는 이제 페니를 받지 않는다. 어쩌다 혹시 소파 방석 밑에서 수백 페니가 나왔더라도 은행에 가져가면 달러로 바꿀 수 있다. 브라질 사람들은 구 화폐를 신 화폐로 바꾸는 데 거의 1년이 걸렸다. 독일 같은 일부 유럽 나라들은 구 화폐(독일 마르크화)의 동전과 지폐를 영구적으로 유로화로 바꿔 주겠다고 했다. 독일이 마르크화를 포기하고 유로화를 도입한 것은 15년 전의 일인데도 말이다.
    4)     하지만 북한은 다른 나라들 같지 않다. 북한 정부는 통화 개혁을 추진할 때 제한된 금액의 구 통화만을 신 통화로 바꿔주겠다고 포고했다. 그 제한된 금액을 공식 환율로 환산하면 대략 690달러(암시장 환율로 치면, 단지 35달러)에 불과했다.[각주]* 그렇다면 구 통화로 많은 금액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은 모두 그들이 모아둔 재산의 큰 부분을 잃어버리고 말 것이다. 바로 이것이 통화 개혁의 핵심이었다. 북한 정부는 시간이 흐를수록 배급제 방식의 공식적인 경제 바깥에서 일어나는 암시장 활동을 참아줄 수 없었다. 암시장 거래자들은 큰 금액의 현찰을 깔고 앉아 장사를 해 왔다. 그러니 정부의 펜대 하나로(혹은 북한의 위대한 영도자가 새 법을 포고하는 수단이 무엇이든 간에) 북한 정부는 불법적으로 축적된 재산의 대부분을 몰수한 것이다.
    5)     암시장 거래자들 말고 다수의 평범한 북한 사람들은 겨울과 봄 사이 배를 곯지 않기를 바라지만, 이들 역시 현찰을 상당 정도 모아두기는 마찬가지였다. 통화 개혁 포고가 나오자 북한에서 아주 드물게 흘러나오는 뉴스에 따르면, 저축자들이 구 통화를 새 통화로 바꾸려고 집으로 달려가는 바람에 “시장과 정거장이 난리 통이었다”고 한다.[주]3 왜냐하면 북한 사람들이 금액의 상한이 정해진 구 통화를 새 통화로 바꿀 수 있는 시간이 딱 24시간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뉴요커> 지의 필자 바바라 데미크에게 한 탈북자가 전하는 이야기는 이러했다. “가지고 있던 돈이 하루 만에 전부 날아간 겁니다. 그 충격에 사람들이 병원에 실려 가기도 했습니다.”[주]4
    6)     북한 정부는 가치가 있던 화폐를 빼앗아 아무 가치도 없는 것으로 만들어버렸다. 이것은 참 신기한 권능이다.
    7)     정확히 바로 그 순간, 미국에서 벌어지던 일과 대조해 보면 더욱 신기하다. 2008년의 금융 위기에 대처하느라 연준은 금융 시스템에 공격적으로 ‘유동성을 주입’하고 있었다. 유동성이라는 개념에 대해서는 책의 뒷부분에서 더 상세하게 살펴볼 터인데, 지금의 주된 포인트는 이것이다. 즉, 당시의 연준은 부동산 시세가 붕괴된 뒤 어려운 처지에 몰린 은행과 기업과 소비자 들이 좀 더 용이하게 신용을 받을 수 있도록 금리를 낮추기 위해 자신의 모든 권능을 동원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바로 여기에 북한과 거의 다를 바 없이 아주 이상한 점이 있다. 금리를 낮추려고 연준이 했던 일이 뭐냐 하면, 바로 새 돈을 찍어내는 것이었다. 그런데 난데없이 그냥 새 돈을 찍어내는 것이다. 뉴욕 지역 연준에는 창문 없이 폐쇄된 방이 있는데, 그곳에서 연준 소속 트레이더들은 문자 그대로 컴퓨터상으로 새 화폐를 창조했고, 창조된 그 돈으로 수십억 달러의 금융 자산을 매입했다. 2008년 1월부터 2014년 1월까지 연준은 이런 식으로 대략 3조 달러의 새 화폐를 미국 경제에 들이부었다.[주]5
    8)     그러니까 뉴욕 지역 연준의 그 방에서 방금 1분 전만 해도 그 돈은 없었다. 그럼에도 연준의 지시에 따라 일하는 트레이더는 순식간에 민간의 금융 기관들이 소유하던 채권을 매입했다. 어떻게? 없던 돈을 그냥 컴퓨터상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그 트레이더는 새로 창조된 그 돈을 금융 기관들의 계좌로 이체해 채권 값을 치렀다. 새 돈은 이렇게 창조된다. 바로 몇 초 전에도 없던 돈이 새로 생긴다. ^클릭.^ 뉴욕 지역 연준의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사람이 10억 달러를 창조하는 소리다. 그는 이 새 돈으로 시티뱅크가 소유하던 자산을 매입한다. ^클릭. 클릭.^ 20억 달러가 더 창조되는 소리다.
    9)     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가치 있는 화폐를 몰수해 무용지물로 만들어버린 사이에 연준은 그와 반대로 허공에서 새 돈을 만들어냈다. 북한의 원화도 미국의 달러화도 내재적 가치는 전혀 없다. 그러니 북한 돈이든 미국 돈이든, 돈을 발행한 정부에 그 돈을 가져가서 금이나 쌀이라든가 식용유 같은 유형적 물건으로 바꿔 달라고 요구할 수 없다(물론, 그런 요구를 했다손 치더라도 적어도 미국에서는 강제 수용소로 압송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은 돈을 없애 버릴 수 있고, 미국은 돈을 만들어낼 수 있다. 왜냐하면 두 나라의 돈은 그냥 종이일 뿐이거나, 심지어 갈수록 더 컴퓨터 화면상의 몇 바이트짜리 데이터로만 존재할 뿐이기 때문이다.
    [이하 생략]

    라. 주문하신 사항들

    a)     ‘대학생 일반교양 수준’의 화폐 경제 분야 대중서로 승부를 걸기에 충분하고도 넘칠 만큼 글이 쉽고, 내용도 이해하기 좋게 저술되어 있다고 판단합니다. 일부 장의 서너 쪽과 마지막 장(딱히 결론이라고 볼 수 없는 마지막 장)의 십여 쪽만을 읽어 보지 않은 상태에서 내리는 판단입니다. 그 밖의 부분들은 사전을 찾으면서 꼼꼼히 읽지는 않았어도 다 읽어보았는데, 장마다 내용이 알차고 서술 스타일도 거의 똑같습니다.

    b)     경제학 전공자인 제가 보기에는 경제적 내용의 논리 전개에서 알아듣기 힘들 만큼 무리가 있는 부분은 별로 발견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저자가 경제학자 교수인 만큼 ‘다들 이 정도는 알 것이다’하고 전제하고 넘어간 부분이 없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런 부분들은 정밀하게 여러 번 검토해서 본문 안팎의 역주로 보완해 주면 될 듯합니다.

           물론, 환율과 금리, 구매력 평가, 실질 환율과 실질 금리, 가격과 실질 가격, 성장률 등의 기초적인 사례를 들면서 계산하는 곳들도 꽤 있는데, 아무리 단순하더라도 경제적 추론의 경험이 없는 번역자가 번역하다 보면 혹시 엉뚱하게 짐작해서 내용 전달의 논리적 순서를 망칠 위험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 ※     그리고 미국 사람들이 무슨 일화나 사례를 들으면 금방 ‘아! 그렇구나’ 하면서 흥미와 동시에 ‘삘(감)’이 팍팍 오도록 저술한 태도가 역력합니다. 그래서 (다른 지역도 있지만) 주로 미국의 영화, 일화, 실제 대화, 상표, 일상적 우스갯소리나 유머, 회화적(구어적) 표현 등등 이문화적 소재가 아주 대단히 많이 등장합니다. 이런 부분들을 문자 그대로 옮기면 한국 독자에게는 오히려 전달이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본문에 동원된 각각의 사례에서 본래의 실제 상황과 맥락을 잘 파악해서 본문의 한국어적 문맥에 맞게 잘 다듬어 넣어줄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c)     일반 독자가 읽기 좋도록 문장을 짧게 끊어 쓰고, 화제를 던지고 소재를 끌어들이는 글의 전개 방식이 매끄러울뿐더러 기발한 곳이 많습니다.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소재에서 진지한 화젯거리를 찾아내는 곳이 꽤 많아서 기발하다고 느낍니다.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울 만큼 난이도가 높은 부분은 전혀 없었고 아주 평이한 수준으로 보입니다.

    [외서 검토 의견서] 추방: 세계경제의 야만성과 복잡성 (2014)



    2014.11.28.
    (검토 기간: 11.19~ 11.28 중 실투입일수 5일)

    • 지은이: 사스키아 사센 (Saskia Sassen)
    • 서명: “추방: 세계경제의 야만성과 복잡성” (Expulsions: Brutality and Complexity in the Global Economy)

    가. 책의 논지

    1.     1980년대부터 글로벌 정치경제의 지층 깊은 곳에서 자리 잡은 흐름이 2000년대가 지나가면서 극단적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것은 경제·사회·환경 등에서 사람과 생명을 쫓아내는 ‘추방(expulsion)’이다. 과거와 달리, 얼굴 없는 시스템이─잘 인식하기 어렵고 대응하기 어려운 식으로─추방을 자행하고 있다.

    ­ 2.     그러한 극단적인 사례로 드러나는 추방의 현상은 다음과 같다.
    • (1) 실업 및 교도소 수감자의 증가 
    • (2) 소득 및 재산의 불평등 
    • (3) 금융화(혹은 금융의 지배) 
    • (4) 플랜테이션 및 광산 개발 등을 위한 (주로) 외국인들에 의한 토지 매입 확대 
    • (5) 환경 파괴 및 기후변화

    ­ 3.     이러한 추방의 각 실상은 개별적 현상이 아니라 지층 깊은 곳에서 일어나는 어떤 시스템적인 추세이며, 전후 30~40년 동안 사회가 조직되던 방식(서방의 케인스주의적 경제 관리, 구 공산권의 경제 관리)과는 아주 다른 새로운 시대가 왔음을 시사한다는 것이 저자의 가설이다. 이러한 추세가 분명 사회와 환경의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지만 기존의 (각 지식 분야별로 따로 노는) 개념들로는 잘 파악되지 않는다.


    나. 추방의 사례: 그 야만적이고 냉혹한 시스템의 본색이 드러나는 여러 현장

    ­ 1.     실업 및 교도소 수감자의 증가: 실업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경제의 공간에서 추방된다. 복지 예산까지 삭감해서 그야말로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실제로 자살이 늘어났다. 교도소 수감자들도 늘어났다.

    ­ 2.     극심해지는 소득 및 재산의 불평등: 최상위 1~10%에 갈수록 소득과 재산이 집중된다.

    ­ 3.     금융화(혹은 금융의 지배): 서브프라임 모기지 등으로 촉발된 금융 위기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주택을 압류당하여 쫓겨났다.

    ­ 4.     플랜테이션 및 광산 개발 등을 위한 (주로) 외국인들에 의한 토지 매입 확대: 이렇게 토지를 매입하면 그곳에 정착해 있던 농민과 소상공인들이 자기 땅에서 쫓겨나 이주를 한다. 심지어 그곳에 서식하던 동식물군 등 생물권 자체가 초토화된다(2006년부터 급증).

    ­ 5.     환경 파괴 및 기후변화: 해수면 상승 등의 기후 변화로 사람들이 이주하고 있지만 이주한 곳에서 먹고살기가 어렵다(극단적 예: 방글라데시, 모잠비크).

    ­ 6.     기업 이익에 따라 진행되는 세계화, 그로 인한 약체 국가의 주권 추락: 위와 같은 무자비한 추방을 쉽게 실행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기업 위주의 제도적 장치가 갖추어져 왔다.


    다. 책의 주요 차례
    • 서문: 야만적인 솎아내기 (p. 1)
    • 제1장. 경제의 위축과 추방의 확대 (p. 12) ... 실업, 불평등 위주의 서술. 2~4장도 조금 소개.
    • 제2장. 새로 등장한 세계적 토지 시장 (p. 80) ... 외국인의 토지 매입에 관한 서술.
    • 제3장. 금융과 그 위력: 시스템 논리로서의 위기 (p. 117) 
    • 제4장. 죽은 땅과 죽은 물 (p. 149) ... 환경 파괴에 관련한 서술
    • 결론: 시스템의 가장자리에서 (p. 211)
    • 참고 문헌(p. 223) / 주(p. 269) / 감사의 글(p. 283)

    라. 책의 성격과 특징 (단점)

    ­ 1.     개인이나 집단의 이야기를 통하여 논지를 펼치는 내용은 거의 없고, 위 목차의 주제 별로 통계적 현상을 제시함으로써 논지를 펼침. 물론 각 현상의 인과관계는 설명되어 있음.

    ­ 2.     저자는 ‘추방’이 시스템 논리로 선명하게 인식되지 않으니 그 극단적 현상에 주목하자고 하는데, 근본 명제인 ‘추방’의 논리와 그 각각의 개별 현상을 연결하여 입체적 설명 구조를 뒷받침해줄 중간적 개념 고리들이 취약함.

    ­ 3.     즉, 각 주제별 현상들을 쭉 나열한 뒤 의미를 부여할 때는 거의 똑같은 묘사─‘지층 깊숙한 추세(subterranean trends)’, ‘심층의 시스템 역학(deeper systemic dynamic)’ 등─를 반복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지 못함.


    마. 책의 성격과 특징 (장점)

    ­ 1.     토지(제2장), 금융(제3장), 환경(제4장)에서 제시하는 현상들은 잘 알려지지 않았거나 주목할 만한 것들이 꽤 많으며, 다양한 통계에 더하여 그래픽으로 글로벌한 현상을 제시함.

    ­ 2.     다루는 소재가 아주 글로벌하고 인간과 생명의 위기가 매우 심각하게 묘사되는 만큼, 2~4장의 경우 주제가 흘러가는 이미지에만 주목하면 부분적으로 장 지글러(“세계의 절반은 왜 굶주리는가”)를 떠올리게 됨.

    ­ 3.     서문과 1장은 난삽하게 작성된 느낌을 많이 주지만, 2장과 결론은 꽤 읽기 좋다고 느낌.


    바. 특히 아쉬운 부분

    ­ 1.     제1장이 책의 주제와 논지를 서론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독자의 손에 잡히도록) 제시하는 첫 자리인데, 서론부터 따져 무려 80쪽에 이르는 동안, 위 라(2)의 단점으로 인해 독자들이 지칠 것으로 예상됨.

    ­ 2.     한편 제1장의 대부분과 2장, 3장, 4장이 각각 전혀 다른 주제와 현상을 다루고 있음. 즉, 구체적 개념이나 논리가 연결되었거나 어느 한 장이 다른 장을 전제하는 관계가 거의 없음.

    ­ 3.     따라서, 만일 2장과 (특히) 3장이 읽기 좋도록 기술되어 있다면, 책의 목차를 수술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음. 즉 2장이나 3장을 1장의 자리에 배치하고, 서문과 1장을 다시 쓰고 편집해서 새로운 서문을 만들며, 1장의 나머지를 적절하게 해체하여 다른 곳에 배치함으로써 읽기 좋은 책으로 변신할 가능성.

    ­ 4.     그러나 2장의 내용은 꽤 괜찮지만, 3장 금융의 서술이 너무 얄팍할 뿐 아니라, 광의의 모호한 어휘가 많이 등장하여 독자들이 이해하기 어려우니, 이러한 수술의 효과가 별로 없을 듯함.

    [도서] The Money Problem: Rethinking Financial Regulation (2016)


    • 서명: The Money Problem: Rethinking Financial Regulation (아마존)
    • 지은이: Morgan Ricks
    • 출판사/출판일: University of Chicago Press, Mar 9 2016.


    ▷ 책소개:
    • Years have passed since the world experienced one of the worst financial crises in history, and while countless experts have analyzed it, many central questions remain unanswered. Should money creation be considered a ‘public’ or ‘private’ activity—or both? What do we mean by, and want from, financial stability? What role should regulation play? How would we design our monetary institutions if we could start from scratch? ... ... (아마존 출판사 서평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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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1월 30일 월요일

    [도서] Marxist Monetary Theory (2016)





    독자층이 극히 제한적인 학술적 서적이라서 한국에서의 출판 잠재력은 거의 없다고 해야 할 책이다 (현지에서도 대중적인 도서로 판매할 의도가 전혀 없이 내는 책 같다).

    단지 책소개에서 언급되어 있듯이, 과연 “offers a resolutely Marxist perspective into contemporary capitalism while remaining ( ... ) sensitive to mainstream economic theory, and fully aware of the empirical reality of financialisation”할 것인지 개인적으로 궁금하기는 하다.


    2017년 1월 20일 금요일

    [외서 신간] 에코노크라시: 경제학을 전문가들에게 맡기는 건 위험천만 (2016년 11월)


    • 서명: The econocracy: The perils of leaving economics to the experts
    • 저자: Joe Earle, Cahal Moran and Zach Ward-Perkins
    • 출판사/출판일: Manchester University Press, 2016년 11월


    출판사 책소개
    • [추천사] 장하준: 'Economics has become the organising principle, the reigning ideology, and even the new religion of our time. And this body of knowledge is controlled by a selective priesthood trained in a very particular type of economics - that is, Neoclassical economics. In this penetrating analysis, based on very sophisticated theoretical reflections and highly original empirical work, the authors show how the rule by this priesthood and its disciples is strangling our economies and societies and how we can change this situation. It is a damning indictment for the economics profession that it has taken young people barely out of university to provide this analysis. Utterly compelling and sobering.'
    • [추천사] 스키델스키: 'A rousing wake-up call to the economics profession to re-think its mission in society, from a collective of dissident graduate students. Their double argument is that the 'econocracy' of economists and economic institutions which has taken charge of our future is not fit for purpose, and, in any case, it contradicts the idea of democratic control. So the problem has to be tackled at both ends: creating a different kind of economics, and restoring the accountability of the experts to the citizens. The huge nature of the challenge does not daunt this enterprising group, whose technically assured, well-argued, and informative book must be read as a manifesto of what they hope will grow into a new social reform movement.'


    ▷ 서평

    ▷ 도서 출간 기념 연설 (2016년 11월): 잉글랜드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 앤드류 홀데인(Andrew Haldane)
    잉글랜드은행의 2인자라고 일컬어지는 그는 당국자로서 2008년 금융 위기를 겪었으며, 거대 은행의 대차대조표를 '블랙홀 중에서도 가장 캄캄한 블랙홀'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

    2016년 1월 16일 토요일

    ▷ The Heretic's Guide to Global Finance: Hacking the Future of Money (Korean Edi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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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요 차례:

    서문
    • 개혁을 급진화하는 일과 급진주의를 개혁하는 일
    • 용어 정의: 금융 운동, 전복, 이단, 해킹
    • 책의 구조: 탐색(1부), 방해(2부), 건설(3부), 화폐의 미래를 해킹하다

    1부. 탐색

     1장. 금융을 읽는 안경을 쓰자
    • 15분 만에 개관하는 금융의 지도
    • 야성적인 금융의 힘을 해체하다
    • 금융이란 매트릭스에 접속하는 해커

     2장 기술적 지식을 알아두자
    • 금융 중개회사: 금융상품을 주무르는 대사제들
    • 거래장, 전화, 온라인으로 금융상품을 사고판다: 유통시장
    • 굵직한 협상이나 거래로 먹고사는 부족들
    • 투자은행 안의 만리장성과 배후의 하부구조
    • 상호 관련성을 추적하기

    2부. 방해

     3장. 금융을 겨냥한 문화 해킹
    • 정보와 신뢰의 네트워크
    • 세간의 고정관념을 뛰어넘자
    • 금융을 겨냥한 문화 해킹: 운동으로서의 인류학
    • 감정적인 체험: 심층의 문화 해킹을 위해 제복을 입다
     4장. 경제적 회로를 꺾다
    • 돈은 어디로 흐르는가: 화석연료 금융의 추적
    • 투자 결정 흔들기: 투자를 뒷받침하는 합리적 논리의 탐색
    • 시스템을 소유하다: 주주 운동
    • 금융화에 대한 견제: 투자자들에게 식량 투기의 심각성을 제기하자
    • 이단적 헤지 펀드: 카를 마르크스가 헤지 펀드를 경영한다면?
    • 취약점을 드러내 그림자 금융에 빛을 비추다
    • 정보를 밝히는 모험: 차단된 정보를 역으로 제시하다

    3부. 건설: 대안 만들기

     5장. 트로이 목마의 구축
    • 고립을 넘어 상통하는 회로의 창출
    • 비정통성 중의 정통성: 주류의 개혁에 대처하기
    • 은행업 개혁: 국지적 은행과 포용적 금융
    • 환경 금융
    • 착한 브론토사우루스: 사회 책임 투자, 환경·사회·거버넌스(ESG), 윤리적 투자
    • 사회적 금융과 임팩트 투자
    • 개혁적 은행가의 탄생
    • 금융 혁신에 근본적 변혁의 잠재력을 심자
     6장. 우리가 만들어 가는 DIY 금융
    • ‘현실적’이라고 말할 때 그 현실은 어떤 현실인가?
    • 로큰롤 파이낸스의 육성
    • 단일 경작식 금융을 진화 알고리즘으로 파괴하다
    • 금융 융합의 실험: 씨앗폭탄을 살포할 세 가지 영역
    • 자동적인 교란: 되먹임 고리의 생성

    결론
    • 오큐파이 7.0: 7년을 내다보고 이단자들의 커뮤니티를 구축하자

    더 읽어볼 자료들

    2014년 2월 27일 목요일

    [새뮤얼슨의 경제학: 14장 1.2절] 고정된 토지와 지대 (그리고 조지주의Georgism에 대한 요약)

    출처: 폴 새뮤얼슨, 윌리엄 노드하우스 지음.
    14장 "토지와 자연자원, 그리고 환경" 중 
    1.2절 pp. 495-499에서 발췌


    가장 귀중한 자연자원을 하나 고르라면 토지가 될 것이다. 법률로 보장되는 토지의 소유권은 점유권, 경작권, 배타적 이용권, 건설권 등 여러 가지 권리와 의무로 구성된다. 어떤 사업이든 커다란 풍선을 타고 회사를 경영할 생각이 아니라면 토지는 긴요한 생산요소다. 토지의 고유한 특징은 그 양이 고정되어 있으며, 가격이 변해도 공급량이 전혀 변할 수 없다는 점이다.[주]1


    지대는 고정된 요소에 돌아가는 수익이다

    그처럼 공급량이 고정된 요소의 가격을 지대(rent) 또는 순경제지대(pure economic rent)라고 부른다. 경제학자들은 ‘지대’라는 용어를 토지뿐 아니라 공급량이 고정된 모든 요소에 적용한다. 만일 내가 야구단을 차려서 3천만 달러를 연봉으로 주고 알렉스 로드리게즈를 선수로 채용한다면, 그 돈은 그런 선수와 같은 특이한 요소를 사용하기 위한 지대로 보는 것이다. 

    지대는 그처럼 고정적인 요소 한 단위에 대해 단위 시간당 지불하는 화폐금액으로 계산된다. 애리조나 주 사막에 있는 토지의 지대는 연간 에이커당 0.5달러 정도 될 것이고, 뉴욕이나 도쿄에서 도심을 좀 벗어난 시내는 지대가 연간 에이커당 100만 달러 정도 할 것이다. 경제학에서는 ‘지대’라는 용어가 공급량이 고정된 요소에 지불하는 돈을 특수하고 구체적으로 지칭하기 위해 사용된다는 점을 항상 기억하자. 지대를 뜻하는 일상적 용어인 임대료(혹은 임차료)는 아파트나 건물을 사용하기 위한 돈이라는 의미로도 쓰인다.
    지대(혹은 순경제지대)는 공급량이 고정된 생산요소를 사용하기 위해 지불하는 돈이다.

    시장균형. 토지의 공급곡선은 완전히 비탄력적(즉 수직)이다. 왜냐하면 토지의 공급량이 고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림 14-1]에서 수요곡선과 공급곡선은 균형점 E에서 만난다. 토지의 지대는 이 가격으로 수렴해야 한다. 왜 그럴까?

    만일 지대가 균형점보다 높으면, 모든 기업의 토지 수요량이 고정된 토지 공급량보다 적어진다. 그러면 자기 땅을 임대하지 못하는 토지 소유자가 생긴다. 이들이 자기 땅을 임대하려면 지대 값을 낮춰야 하므로 지대를 떨어뜨리게 된다. 마찬가지로 지대가 균형점 밑에서 오래 유지될 수는 없다. 토지 수요량과 고정된 토지 공급량이 정확히 일치하는 경쟁적 가격에서만 시장은 균형을 유지한다.

    가령 토지를, 곡물을 경작하는 농지로만 사용할 수 있다고 해보자. 만일 곡물 수요가 증가하면 농지의 수요곡선이 오른쪽으로 이동해서 지대가 오르게 된다. 이로부터 토지를 이해할 때 중요한 내용이 나온다. 즉 곡물 농지의 가격이 높은 것은 곡물 가격이 높기 때문이라는 점이다. 달리 말해, 토지 수요는 파생수요다. 파생수요란 어느 요소가 생산하는 상품의 수요에서 그 요소의 수요가 파생됨을 뜻한다.
    토지 공급은 비탄력적이다. 바로 그 때문에 토지는 지대로 얼마를 벌든 간에 주어지는 가격대로 임대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토지 가치는 전적으로 산출물의 가치에서 파생되는 것이지, 그 역은 아니다.

    [그림 14-1] 공급량이 고정된 토지는 지대로 얼마를 벌든 주어지는 가격대로 임대될 수밖에 없다
    세로축 R: 토지의 지대
    가로축 L: 토지의 양
    (그래프 요소) 
    그림이 묘사하듯 지대의 특징은 공급이 완전히 비탄력적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성격의 지대를 가리켜 순경제지대라고도 부른다. 수직으로 선 공급곡선을 따라 올라가서 요소 수요곡선과 만나는 점을 찾으면, 그 교차점이 가리키는 가격이 지대다. 토지 외에도 금광이나 장신의 농구선수를 비롯해 공급량이 고정된 어떤 것에도 지대 개념을 적용할 수 있다.

    토지세

    토지 공급량이 고정되어 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결과를 초래한다. 토지임대 시장을 묘사하는 [그림 14-2]를 보자. 토지를 빌려주려는 소유자(‘지주’라고 하자)들이나 빌려 쓰려는 수요자들 모두 완전경쟁을 하는 상황이며, 공급량이 고정된 공급곡선 SS와 수요곡선 DD가 만나는 점 E에서 균형지대(200달러)가 형성된다. 이제 정부가 토지에서 발생하는 모든 지대소득에 50% 세금을 새로 매긴다고 가정해보자. 다른 경제활동을 제약하지 않기 위해 건물이나 부속물은 빼고 순수하게 토지에만 과세한다고 치자.

    세금은 지주에게 부과되는 것이니 과세 후에도 토지를 빌려 쓰려는 총수요는 변하지 않는다. 즉 [그림 14-2]에서 토지 수요자들은 과세 전의 수요곡선 DD대로 전과 같은 가격에서 전과 같은 양의 토지를 수요한다. 한편 공급곡선은 어떤가? 지주들은 고정된 공급량을 늘릴 수도 없지만, 그들끼리 독점을 형성하지 않는 한 공급량을 줄일 수도 없다. 결국 수요곡선도 그대로고 공급곡선도 그대로이니 임대시장에서 형성되는 지대는 (세금을 포함해) 과세 전 균형점 E에서 유지될 수밖에 없다.

    지주들이 받아가는 지대는 어찌 되는가? 수요량과 공급량이 변하지 않으니 과세 후에도 경쟁시장에서 형성되는 지대는 변하지 않는다. 따라서 세금은 전적으로 지주가 물어야 한다.

    이 상황이 [그림 14-2]에 잘 나타나 있다. 과세로 인해 토지 수요자가 지불하는 지대(E)와 지주가 받아가는 지대(E')가 달라진다. 이것은 지주 입장에서 볼 때 순수요가 DD에서 D'D'으로 하향 이동한 것과 똑같은 결과를 초래한다. 즉 과세 후 지주들의 균형 지대소득은 E'으로 떨어진다. 결국 세금은 공급이 완전히 비탄력적인 요소의 소유자들에게 모조리 후방으로 전가된다.

    [그림 14-2] 토지세는 전부 지주들에게 후방으로 전가되며, 순경제지대는 정부가 가져간다
    세로축 R: 토지 지대 (달러/연)
    가로축 L: 토지의 수량
    (그래프 요소) 

    토지에 세금을 부과하면 토지 사용자(즉 임차인)들이 지불하는 지대는 과세 전의 균형점 E에서 불변이지만, 지주들은 E에서 세금을 내고 남은 E'만을 지대소득으로 가져가게 된다. 이것이 헨리 조지가 주창한 단일세 운동의 기본 원리다. 단일세 운동은 경제활동의 증대와 함께 상승하는 토지 가치를 세금으로 거둬들여 사회에 환원하자는 취지이고, 그리해도 자원 배분이 왜곡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지주들은 분명히 불평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완전경쟁이 작동하는 한 취할 수 있는 행동이 전혀 없다. 왜냐하면 토지의 총공급량을 바꿀 수 없으니 지대로 얼마를 받든 간에 토지를 임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나도 못 챙기느니 절반이라도 챙기는 게 낫다.

    이 대목에서 이러한 토지세가 경제적 효율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궁금할 것이다. 여기서 봐야 할 놀라운 결과는 지대에 부과하는 세금은 자원 배분의 왜곡이나 경제적 비효율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왜 그런가? 순경제지대에는 세금을 매기더라도 그로 인해 경제적 행동을 바꾸는 사람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토지 수요자들은 전과 같은 가격을 지불하니 행동을 바꿀 이유가 없다. 지주들은 토지 공급량이 고정된 데다 시장가격을 수용하는 것 외에 달리 대응할 방도가 없으니 행동을 바꿀 수 없다. 따라서 경제는 과세 후에도 과세 전과 똑같이 작동하며, 토지세로 인한 왜곡이나 비효율은 발생하지 않는다.
    순경제지대에 부과하는 세금은 왜곡이나 비효율을 초래하지 않는다.

    [글상자] 헨리 조지의 단일세 운동

    순경제지대 이론은 1800년대 말에 일어난 단일세 운동의 토대다. 그 무렵 미국의 인구는 전 세계에서 이민자들이 밀려드는 바람에 급격히 늘어났다. 인구 증가에다 서부로 철도가 뻗어나가니 토지의 지대가 급등했다. 그 덕분에 앞날을 잘 내다봤거나 운이 좋아서 일찌감치 땅을 사둔 사람들은 큰 이익을 보게 됐다.
    그래서 왜 이런 ‘불로소득’을 지주들이 받아야 하냐고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경제학에 대한 생각이 많았던 언론인, 헨리 조지(Henry George, 1839~1897)는 당시 이러한 정서를 베스트셀러에 오른 그의 저서 《진보와 빈곤(Progress and Poverty)》(1879)에 집약적으로 표현했다. 그는 정부 운영에 필요한 재원을 주로 토지에 부과하는 재산세로 조달하는 대신, 자본과 노동, 건물이나 부속물에 부과하는 나머지 모든 세금을 줄이거나 철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지는 그와 같은 ‘단일세(single tax)’가 경제의 생산성에 장애를 초래하지 않고 소득 재분배를 향상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
    미국 경제가 이 단일세라는 이상을 구현해보자고 애썼던 적은 분명 한 번도 없었지만, 후대의 경제학자들은 조지가 제시한 여러 가지 사상을 다시 조명했다. 1920년대 영국의 경제학자 프랭크 램지(Frank Ramsey)는 조지의 관점을 확장해 갖가지 세금의 효율성을 분석했다. 이 논의가 효율적 조세이론(혹은 램지 조세이론)으로 발전했다. 이 이론의 요지는 공급이나 수요의 가격 탄력성이 아주 낮은 부문에 세금을 부과하면 자원 배분의 왜곡이 최소한으로 줄어든다는 것이다.
    램지 조세이론의 기본은 본질적으로 그림 14-2와 같다. 즉 어떤 상품의 공급이나 수요가 극도로 비탄력적이면, 바로 그 부문에 세금을 매길 경우 생산과 소비에 미치는 영향이 아주 작아서 과세로 인한 왜곡이 다른 부문에 비해 줄어든다는 것이다.



    2014년 1월 10일 금요일

    [다시 읽기] 불필요한 너울로 변한 상품의 낭비가 소비자본주의를 지탱해주는 본질이다


    ※ 클라이브 해밀턴의 《성장숭배》 (2011) 중 
    3장 "개인의 정체성", 4절 "과소비' 에서 발췌

    [ ... 전략 ... ] 지금까지 우리는 소비하는 이유가 더 이상 인간의 욕구 충족이 아니라는 사실을 강조해왔다. 현대 사회에서 소비의 목적은 정체성을 만들어내는 일이다. 예전에는 소비지출의 성격이 부의 과시를 통해 지위를 획득하려는 행동이었는데, 이제는 일정한 제품이나 브랜드를 동원해 자아를 만들어내려는 행동으로 바뀌었다. 제품이 그 본래의 쓸모는 도외시된 채 라이프스타일의 장식품으로 변해버린 것은 소비뿐만 아니라 생산과정과도 직결되는 문제가 되었다. 제품이 라이프스타일을 꾸미는 장신구처럼 쓰이려면, 제품 자체의 본래적 기능 외에 추가되는 사양이 있어야 하고, 그로 인해 추가되는 비용이 제품 가치에 더해져야 한다. 이렇게 추가되는 비용으로는 제품을 차별화하는 데 드는 비용도 있고, 제품의 이미지와 브랜드를 만들고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도 있다. 지금은 모든 소비재에 거의 예외 없이 부가되는 고급스러움과 모양새를 강조하는 사양들이 가격을 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식료품, 주거, 의류, 교육, 오락 등 그 쓸모에 맞게 웬만한 사양의 제품을 만드는 데 들어가야 할 비용의 몇 배에 달하는 수준까지 제품 가격이 부풀려진다. 2천 달러에 팔리는 손목시계, 700달러짜리 선글라스, 200달러나 하는 운동화와 셔츠들, 고도의 공학이 동원된 각종 장치에다 고급스럽게 치장된 5만 달러를 넘는 승용차들, 생활에 필요한 면적의 두 배나 되는 주택들……. 이 모든 것들은 필요 이상으로 구색을 갖춘 것들인 데다, 어떤 경우에는 소비자가 알 수도 없는 사양들까지 갖추어진 채 팔리는 상품들도 있다. [ ... 중략 ... ]

      이러한 가치 부풀리기는 시스템의 재생산에서 아주 본질적인 과정이다. 왜냐하면 수십 년 동안 경제성장을 지속해서 높아진 소득을 지출할 곳이 있어야 하고, 또 지출해야만 경제성장이 지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지구상에서 앞서가는 나라들을 보면 세련된 수준의 욕구까지도 웬만한 것은 다 누리며 사는 사람들이 대부분인데도, 그곳 사람들이 사는 모습은 수수께끼만 같다. 즉 사람들은 계속해서 돈을 써야하고, 돈을 더 많이 쓰도록 사람들을 설득해야만 한다는 점이다. 게다가 오늘날 소비지출 총계 중에서 재화와 서비스의 취득이 목적이 아니라, ‘지출하는 행위 자체’가 오락거리에 해당하는 지출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예를 들어, 일과 가족에 권태를 느끼는 어느 의사는 오락거리가 잠시라도 끊어질세라 항상 뭔가 새로운 프로젝트를 찾아나선다. 종종 개조와 수리가 필요한 별장을 새로 구입한다든가, 바닷가에 또 다른 주택을 장만한다든가, 교외에서 여가를 즐기기 위한 농장을 마련한다든가, ‘직업개발’을 위해 해외연수를 떠나기도 한다. 또 경주마의 지분을 매입하기도 하고 가끔씩 자신이 사는 집을 확장하는 공사를 벌이기도 한다. 이러한 행태는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과잉소비자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이런 사람은 자신의 부를 갖가지 형태로 벌여놓는 일에 몰입한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현실 생활의 바로 밑에 도사리고 있는 공허함을 대면하기 두려워하며 무의미한 삶의 본질을 애써 회피하려는 심리가 자리 잡고 있다. 그들은 자산의 형태를 이리저리 바꾸는 일을 재미 삼아 즐길 뿐이다.

    [ ... 중략 ... ]

      낭비는 현대 소비자본주의를 유지해주는 본질이다. 중요한 것은 전에 없던 새로운 형태의 낭비라는 점이다. 버려지는 포장재의 낭비도 아니고, 상품기획 차원의 ‘의도적인 구식화’로 인한 낭비도 아니다. 그것은 구입한 상품의 물리적 속성이 소비의 대상이 아니라는 사실 때문에 생기는 낭비다. 소비되는 대상은 상품과 결부된 모양새와 태도, 취향, 이미지여서 상품 그 자체는 불필요한 너울이다. 불필요한 너울을 다 걷어낸 상품의 본질은 아무런 실체도 없이 그 상징만이 구매자에게 투영되는 보이지 않는 상품이다. 물리적인 제품이나 서비스, 즉 상품의 실체는 이 상징을 전시하고 구매자에게 운반하는 데 필요한 너울일 뿐이다. 플래티넘 신용카드는 그러한 너울이 최소한으로 축소되고 상징성이 극도로 부각된 형태의 상품이다. 하지만 그 밖의 상품은 대부분 너울일 뿐이어서 막대한 규모의 쓰레기로 폐기되며, 그 대가는 자연환경이 치르고 있다. 따라서 소비자본주의가 연출하고 있는 우리들의 자아와 자연파괴는 아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바로 이 점이 정치권과 경제계에서 말하는 소위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과 환경주의자들이 말하는 ‘심층생태학deep ecology’이 갈라질 수밖에 없는 깊은 심연이다. 자연보호는 우리가 자연환경을 활용하는 방식을 대대적으로 바꾸는 것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 자아의 근본적인 변혁을 필요로 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