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폴 새뮤얼슨, 윌리엄 노드하우스 지음.
14장 "토지와 자연자원, 그리고 환경" 중
1.2절 pp. 495-499에서 발췌
가장 귀중한 자연자원을 하나 고르라면 토지가 될 것이다. 법률로 보장되는 토지의 소유권은 점유권, 경작권, 배타적 이용권, 건설권 등 여러 가지 권리와 의무로 구성된다. 어떤 사업이든 커다란 풍선을 타고 회사를 경영할 생각이 아니라면 토지는 긴요한 생산요소다. 토지의 고유한 특징은 그 양이 고정되어 있으며, 가격이 변해도 공급량이 전혀 변할 수 없다는 점이다.[주]1
지대는 고정된 요소에 돌아가는 수익이다
그처럼 공급량이 고정된 요소의 가격을 지대(rent) 또는 순경제지대(pure economic rent)라고 부른다. 경제학자들은 ‘지대’라는 용어를 토지뿐 아니라 공급량이 고정된 모든 요소에 적용한다. 만일 내가 야구단을 차려서 3천만 달러를 연봉으로 주고 알렉스 로드리게즈를 선수로 채용한다면, 그 돈은 그런 선수와 같은 특이한 요소를 사용하기 위한 지대로 보는 것이다.
지대는 그처럼 고정적인 요소 한 단위에 대해 단위 시간당 지불하는 화폐금액으로 계산된다. 애리조나 주 사막에 있는 토지의 지대는 연간 에이커당 0.5달러 정도 될 것이고, 뉴욕이나 도쿄에서 도심을 좀 벗어난 시내는 지대가 연간 에이커당 100만 달러 정도 할 것이다. 경제학에서는 ‘지대’라는 용어가 공급량이 고정된 요소에 지불하는 돈을 특수하고 구체적으로 지칭하기 위해 사용된다는 점을 항상 기억하자. 지대를 뜻하는 일상적 용어인 임대료(혹은 임차료)는 아파트나 건물을 사용하기 위한 돈이라는 의미로도 쓰인다.
지대(혹은 순경제지대)는 공급량이 고정된 생산요소를 사용하기 위해 지불하는 돈이다.
시장균형. 토지의 공급곡선은 완전히 비탄력적(즉 수직)이다. 왜냐하면 토지의 공급량이 고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림 14-1]에서 수요곡선과 공급곡선은 균형점 E에서 만난다. 토지의 지대는 이 가격으로 수렴해야 한다. 왜 그럴까?
만일 지대가 균형점보다 높으면, 모든 기업의 토지 수요량이 고정된 토지 공급량보다 적어진다. 그러면 자기 땅을 임대하지 못하는 토지 소유자가 생긴다. 이들이 자기 땅을 임대하려면 지대 값을 낮춰야 하므로 지대를 떨어뜨리게 된다. 마찬가지로 지대가 균형점 밑에서 오래 유지될 수는 없다. 토지 수요량과 고정된 토지 공급량이 정확히 일치하는 경쟁적 가격에서만 시장은 균형을 유지한다.
가령 토지를, 곡물을 경작하는 농지로만 사용할 수 있다고 해보자. 만일 곡물 수요가 증가하면 농지의 수요곡선이 오른쪽으로 이동해서 지대가 오르게 된다. 이로부터 토지를 이해할 때 중요한 내용이 나온다. 즉 곡물 농지의 가격이 높은 것은 곡물 가격이 높기 때문이라는 점이다. 달리 말해, 토지 수요는 파생수요다. 파생수요란 어느 요소가 생산하는 상품의 수요에서 그 요소의 수요가 파생됨을 뜻한다.
토지 공급은 비탄력적이다. 바로 그 때문에 토지는 지대로 얼마를 벌든 간에 주어지는 가격대로 임대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토지 가치는 전적으로 산출물의 가치에서 파생되는 것이지, 그 역은 아니다.
[그림 14-1] 공급량이 고정된 토지는 지대로 얼마를 벌든 주어지는 가격대로 임대될 수밖에 없다
세로축 R: 토지의 지대가로축 L: 토지의 양(그래프 요소)
그림이 묘사하듯 지대의 특징은 공급이 완전히 비탄력적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성격의 지대를 가리켜 순경제지대라고도 부른다. 수직으로 선 공급곡선을 따라 올라가서 요소 수요곡선과 만나는 점을 찾으면, 그 교차점이 가리키는 가격이 지대다. 토지 외에도 금광이나 장신의 농구선수를 비롯해 공급량이 고정된 어떤 것에도 지대 개념을 적용할 수 있다.
토지세
토지 공급량이 고정되어 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결과를 초래한다. 토지임대 시장을 묘사하는 [그림 14-2]를 보자. 토지를 빌려주려는 소유자(‘지주’라고 하자)들이나 빌려 쓰려는 수요자들 모두 완전경쟁을 하는 상황이며, 공급량이 고정된 공급곡선 SS와 수요곡선 DD가 만나는 점 E에서 균형지대(200달러)가 형성된다. 이제 정부가 토지에서 발생하는 모든 지대소득에 50% 세금을 새로 매긴다고 가정해보자. 다른 경제활동을 제약하지 않기 위해 건물이나 부속물은 빼고 순수하게 토지에만 과세한다고 치자.
세금은 지주에게 부과되는 것이니 과세 후에도 토지를 빌려 쓰려는 총수요는 변하지 않는다. 즉 [그림 14-2]에서 토지 수요자들은 과세 전의 수요곡선 DD대로 전과 같은 가격에서 전과 같은 양의 토지를 수요한다. 한편 공급곡선은 어떤가? 지주들은 고정된 공급량을 늘릴 수도 없지만, 그들끼리 독점을 형성하지 않는 한 공급량을 줄일 수도 없다. 결국 수요곡선도 그대로고 공급곡선도 그대로이니 임대시장에서 형성되는 지대는 (세금을 포함해) 과세 전 균형점 E에서 유지될 수밖에 없다.
지주들이 받아가는 지대는 어찌 되는가? 수요량과 공급량이 변하지 않으니 과세 후에도 경쟁시장에서 형성되는 지대는 변하지 않는다. 따라서 세금은 전적으로 지주가 물어야 한다.
이 상황이 [그림 14-2]에 잘 나타나 있다. 과세로 인해 토지 수요자가 지불하는 지대(E)와 지주가 받아가는 지대(E')가 달라진다. 이것은 지주 입장에서 볼 때 순수요가 DD에서 D'D'으로 하향 이동한 것과 똑같은 결과를 초래한다. 즉 과세 후 지주들의 균형 지대소득은 E'으로 떨어진다. 결국 세금은 공급이 완전히 비탄력적인 요소의 소유자들에게 모조리 후방으로 전가된다.
[그림 14-2] 토지세는 전부 지주들에게 후방으로 전가되며, 순경제지대는 정부가 가져간다
세로축 R: 토지 지대 (달러/연)가로축 L: 토지의 수량(그래프 요소)
토지에 세금을 부과하면 토지 사용자(즉 임차인)들이 지불하는 지대는 과세 전의 균형점 E에서 불변이지만, 지주들은 E에서 세금을 내고 남은 E'만을 지대소득으로 가져가게 된다. 이것이 헨리 조지가 주창한 단일세 운동의 기본 원리다. 단일세 운동은 경제활동의 증대와 함께 상승하는 토지 가치를 세금으로 거둬들여 사회에 환원하자는 취지이고, 그리해도 자원 배분이 왜곡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지주들은 분명히 불평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완전경쟁이 작동하는 한 취할 수 있는 행동이 전혀 없다. 왜냐하면 토지의 총공급량을 바꿀 수 없으니 지대로 얼마를 받든 간에 토지를 임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나도 못 챙기느니 절반이라도 챙기는 게 낫다.
이 대목에서 이러한 토지세가 경제적 효율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궁금할 것이다. 여기서 봐야 할 놀라운 결과는 지대에 부과하는 세금은 자원 배분의 왜곡이나 경제적 비효율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왜 그런가? 순경제지대에는 세금을 매기더라도 그로 인해 경제적 행동을 바꾸는 사람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토지 수요자들은 전과 같은 가격을 지불하니 행동을 바꿀 이유가 없다. 지주들은 토지 공급량이 고정된 데다 시장가격을 수용하는 것 외에 달리 대응할 방도가 없으니 행동을 바꿀 수 없다. 따라서 경제는 과세 후에도 과세 전과 똑같이 작동하며, 토지세로 인한 왜곡이나 비효율은 발생하지 않는다.
순경제지대에 부과하는 세금은 왜곡이나 비효율을 초래하지 않는다.
[글상자] 헨리 조지의 단일세 운동
순경제지대 이론은 1800년대 말에 일어난 단일세 운동의 토대다. 그 무렵 미국의 인구는 전 세계에서 이민자들이 밀려드는 바람에 급격히 늘어났다. 인구 증가에다 서부로 철도가 뻗어나가니 토지의 지대가 급등했다. 그 덕분에 앞날을 잘 내다봤거나 운이 좋아서 일찌감치 땅을 사둔 사람들은 큰 이익을 보게 됐다.
그래서 왜 이런 ‘불로소득’을 지주들이 받아야 하냐고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경제학에 대한 생각이 많았던 언론인, 헨리 조지(Henry George, 1839~1897)는 당시 이러한 정서를 베스트셀러에 오른 그의 저서 《진보와 빈곤(Progress and Poverty)》(1879)에 집약적으로 표현했다. 그는 정부 운영에 필요한 재원을 주로 토지에 부과하는 재산세로 조달하는 대신, 자본과 노동, 건물이나 부속물에 부과하는 나머지 모든 세금을 줄이거나 철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지는 그와 같은 ‘단일세(single tax)’가 경제의 생산성에 장애를 초래하지 않고 소득 재분배를 향상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
미국 경제가 이 단일세라는 이상을 구현해보자고 애썼던 적은 분명 한 번도 없었지만, 후대의 경제학자들은 조지가 제시한 여러 가지 사상을 다시 조명했다. 1920년대 영국의 경제학자 프랭크 램지(Frank Ramsey)는 조지의 관점을 확장해 갖가지 세금의 효율성을 분석했다. 이 논의가 효율적 조세이론(혹은 램지 조세이론)으로 발전했다. 이 이론의 요지는 공급이나 수요의 가격 탄력성이 아주 낮은 부문에 세금을 부과하면 자원 배분의 왜곡이 최소한으로 줄어든다는 것이다.
램지 조세이론의 기본은 본질적으로 그림 14-2와 같다. 즉 어떤 상품의 공급이나 수요가 극도로 비탄력적이면, 바로 그 부문에 세금을 매길 경우 생산과 소비에 미치는 영향이 아주 작아서 과세로 인한 왜곡이 다른 부문에 비해 줄어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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