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2월 1일 수요일

[외서 검토 의견서] 추방: 세계경제의 야만성과 복잡성 (2014)



2014.11.28.
(검토 기간: 11.19~ 11.28 중 실투입일수 5일)

  • 지은이: 사스키아 사센 (Saskia Sassen)
  • 서명: “추방: 세계경제의 야만성과 복잡성” (Expulsions: Brutality and Complexity in the Global Economy)

가. 책의 논지

1.     1980년대부터 글로벌 정치경제의 지층 깊은 곳에서 자리 잡은 흐름이 2000년대가 지나가면서 극단적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것은 경제·사회·환경 등에서 사람과 생명을 쫓아내는 ‘추방(expulsion)’이다. 과거와 달리, 얼굴 없는 시스템이─잘 인식하기 어렵고 대응하기 어려운 식으로─추방을 자행하고 있다.

­ 2.     그러한 극단적인 사례로 드러나는 추방의 현상은 다음과 같다.
  • (1) 실업 및 교도소 수감자의 증가 
  • (2) 소득 및 재산의 불평등 
  • (3) 금융화(혹은 금융의 지배) 
  • (4) 플랜테이션 및 광산 개발 등을 위한 (주로) 외국인들에 의한 토지 매입 확대 
  • (5) 환경 파괴 및 기후변화

­ 3.     이러한 추방의 각 실상은 개별적 현상이 아니라 지층 깊은 곳에서 일어나는 어떤 시스템적인 추세이며, 전후 30~40년 동안 사회가 조직되던 방식(서방의 케인스주의적 경제 관리, 구 공산권의 경제 관리)과는 아주 다른 새로운 시대가 왔음을 시사한다는 것이 저자의 가설이다. 이러한 추세가 분명 사회와 환경의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지만 기존의 (각 지식 분야별로 따로 노는) 개념들로는 잘 파악되지 않는다.


나. 추방의 사례: 그 야만적이고 냉혹한 시스템의 본색이 드러나는 여러 현장

­ 1.     실업 및 교도소 수감자의 증가: 실업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경제의 공간에서 추방된다. 복지 예산까지 삭감해서 그야말로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실제로 자살이 늘어났다. 교도소 수감자들도 늘어났다.

­ 2.     극심해지는 소득 및 재산의 불평등: 최상위 1~10%에 갈수록 소득과 재산이 집중된다.

­ 3.     금융화(혹은 금융의 지배): 서브프라임 모기지 등으로 촉발된 금융 위기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주택을 압류당하여 쫓겨났다.

­ 4.     플랜테이션 및 광산 개발 등을 위한 (주로) 외국인들에 의한 토지 매입 확대: 이렇게 토지를 매입하면 그곳에 정착해 있던 농민과 소상공인들이 자기 땅에서 쫓겨나 이주를 한다. 심지어 그곳에 서식하던 동식물군 등 생물권 자체가 초토화된다(2006년부터 급증).

­ 5.     환경 파괴 및 기후변화: 해수면 상승 등의 기후 변화로 사람들이 이주하고 있지만 이주한 곳에서 먹고살기가 어렵다(극단적 예: 방글라데시, 모잠비크).

­ 6.     기업 이익에 따라 진행되는 세계화, 그로 인한 약체 국가의 주권 추락: 위와 같은 무자비한 추방을 쉽게 실행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기업 위주의 제도적 장치가 갖추어져 왔다.


다. 책의 주요 차례
  • 서문: 야만적인 솎아내기 (p. 1)
  • 제1장. 경제의 위축과 추방의 확대 (p. 12) ... 실업, 불평등 위주의 서술. 2~4장도 조금 소개.
  • 제2장. 새로 등장한 세계적 토지 시장 (p. 80) ... 외국인의 토지 매입에 관한 서술.
  • 제3장. 금융과 그 위력: 시스템 논리로서의 위기 (p. 117) 
  • 제4장. 죽은 땅과 죽은 물 (p. 149) ... 환경 파괴에 관련한 서술
  • 결론: 시스템의 가장자리에서 (p. 211)
  • 참고 문헌(p. 223) / 주(p. 269) / 감사의 글(p. 283)

라. 책의 성격과 특징 (단점)

­ 1.     개인이나 집단의 이야기를 통하여 논지를 펼치는 내용은 거의 없고, 위 목차의 주제 별로 통계적 현상을 제시함으로써 논지를 펼침. 물론 각 현상의 인과관계는 설명되어 있음.

­ 2.     저자는 ‘추방’이 시스템 논리로 선명하게 인식되지 않으니 그 극단적 현상에 주목하자고 하는데, 근본 명제인 ‘추방’의 논리와 그 각각의 개별 현상을 연결하여 입체적 설명 구조를 뒷받침해줄 중간적 개념 고리들이 취약함.

­ 3.     즉, 각 주제별 현상들을 쭉 나열한 뒤 의미를 부여할 때는 거의 똑같은 묘사─‘지층 깊숙한 추세(subterranean trends)’, ‘심층의 시스템 역학(deeper systemic dynamic)’ 등─를 반복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지 못함.


마. 책의 성격과 특징 (장점)

­ 1.     토지(제2장), 금융(제3장), 환경(제4장)에서 제시하는 현상들은 잘 알려지지 않았거나 주목할 만한 것들이 꽤 많으며, 다양한 통계에 더하여 그래픽으로 글로벌한 현상을 제시함.

­ 2.     다루는 소재가 아주 글로벌하고 인간과 생명의 위기가 매우 심각하게 묘사되는 만큼, 2~4장의 경우 주제가 흘러가는 이미지에만 주목하면 부분적으로 장 지글러(“세계의 절반은 왜 굶주리는가”)를 떠올리게 됨.

­ 3.     서문과 1장은 난삽하게 작성된 느낌을 많이 주지만, 2장과 결론은 꽤 읽기 좋다고 느낌.


바. 특히 아쉬운 부분

­ 1.     제1장이 책의 주제와 논지를 서론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독자의 손에 잡히도록) 제시하는 첫 자리인데, 서론부터 따져 무려 80쪽에 이르는 동안, 위 라(2)의 단점으로 인해 독자들이 지칠 것으로 예상됨.

­ 2.     한편 제1장의 대부분과 2장, 3장, 4장이 각각 전혀 다른 주제와 현상을 다루고 있음. 즉, 구체적 개념이나 논리가 연결되었거나 어느 한 장이 다른 장을 전제하는 관계가 거의 없음.

­ 3.     따라서, 만일 2장과 (특히) 3장이 읽기 좋도록 기술되어 있다면, 책의 목차를 수술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음. 즉 2장이나 3장을 1장의 자리에 배치하고, 서문과 1장을 다시 쓰고 편집해서 새로운 서문을 만들며, 1장의 나머지를 적절하게 해체하여 다른 곳에 배치함으로써 읽기 좋은 책으로 변신할 가능성.

­ 4.     그러나 2장의 내용은 꽤 괜찮지만, 3장 금융의 서술이 너무 얄팍할 뿐 아니라, 광의의 모호한 어휘가 많이 등장하여 독자들이 이해하기 어려우니, 이러한 수술의 효과가 별로 없을 듯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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