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7월 2일 토요일

8장. 기술적 분석가와 경제학자, 그 밖의 값비싼 전문가들

Chapter 8. Technicians, Economists, and Other Costly Experts
※ 다음 자료에서 일부를 발췌: 켄 피셔(Kenneth L. Fisher),《시장을 창조한 100명의 거인들》 

월스트리트의 주술사들

기술적 분석가와 경제학자, 그 밖에 돈을 많이 달라는 전문가들은 다음 두 가지 가운데 하나를 동기 삼아 활동한다. 남들에게 권능을 베풀거나, 아니면 자기들의 권능을 높이는 일이다. 남들에게 권능을 베푸는 자들은 남들 스스로 그 전보다 더 효력을 발휘하도록 도구나 배움을 전하는 사람들이다. 한편, 자기들의 권능을 높이는 자들은 명성이나 예측 같은 무형자산을 남들에게 파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전자와 다른 점은, 일단 무형자산을 파는 일회성 거래가 끝난 뒤에는 남들이 반복해 써먹을 수 있는 배움도 없고 도움도 얻을 수 없다는 점이다.

W.C. 미첼Mitchell, 존 매기John Magee, 윌리엄 해밀턴William P. Hamilton은 자기들 말고, 남들에게 권능을 베풀었다. 이들은 통계정보와 기술적인 정보들을 처리하면서 그들의 추종자들과 독자들이 그들 스스로 지식을 연마할 수 있는 전문지식을 알려줬고, 그 전문지식의 대가로 돈을 받지 않았다. 예를 들어, 해밀턴은 주식시장에 “기술적technical” 분석을 적용한 개척자다. 그는 《월스트리트저널》에 실은 수백 편의 논설을 통해 다우존스산업평균을 미래 예측에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일반인들에게 나눠줬다. 미첼은 오늘날 모든 사람들이 사용하는 현대 경제금융 통계의 바탕을 만들어낸 통계분석을 개척했다. 매기가 책을 쓰는 동안 금융서적 판매로 벌 수 있는 인세는 극히 저조했지만, 그는 누구라도 쉽게 배울 수 있는 명료한 방식으로 그의 시각을 제시해놓았다. 

반면, 에반젤린 애덤스Evangeline Adams, 윌리엄 갠William Gann, R.N. 엘리엇Elliott, 로버트 레아Robert Rhea, 어빙 피셔Irving Fisher는 주로 그들 자신의 권능을 높이는 일이 관심사였다. 그들이 모종의 비결이나 주식시장의 “비밀”을 찾아냈을지는 모르지만, 뉴스레터 가입비와 같은 돈을 내지 않는 한 다른 이들에게는 알려주지 않았다. 게다가 그 지식은 다른 이들은 좀처럼 이해할 수 없고 대단한 대가들이 아니면 쓸 수 없는 내용이었다. 일례로, 레아는 보다 그릇이 컸던 그의 스승 해밀턴과는 달리, 자신을 다우이론가라고 자임하면서 그 이론에 대해 쓴 뉴스레터를 돈을 받고 팔았다. 하지만 그의 설명은 애매했고, 그 방법론도 분명하지 않았다. 레아의 방법론을 공부했던 두 사람이 똑같은 주가 차트를 보고 완전히 엇갈리는 판단에 도달할 수도 있었는데, 그 이유는 간단하다. 레아가 내놓은 방법의 대부분은 레아만이 쓸 줄 아는 것이고, 일반인들은 봐도 제대로 알 수 없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들 자신의 권능을 높이는 사람들은 눈에 잘 뜨인다. 왜냐하면 별로 떠들썩할 게 없는 시기에 떠들썩한 이름을 휘날려서 먹고사는 사람들이 그들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그들은 이름을 널리 파는 사람들이고, 그 덕분에 부자가 된 사람들이다. 예를 들어, 어빙 피셔가 꾸준하고 능숙하게 자기 홍보를 시작할 무렵, 그는 여느 경제학자와 다름없는 일반적인 경제학자였다. 차츰 학계에서 그의 지명도도 올라가고 화폐이론에 대한 학술적인 공헌도 쌓였지만, 현실 세계에 대한 예측만큼은 잘 되지 않았다. 하지만 피셔는 틀린 예측을 여러 번 내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경제학자”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고, 그 결과 부자가 됐다. 1920년대에 그는 연달아서 경제호황을 예측하면서 두드러지게 눈에 띄었다. 1929년 주가폭락을 예측하지는 못했는데, 폭락 직후에 그가 내놓은 예측은 곧바로 호황이 재개될 것이며, 주가를 비롯해 제반 물가가 다시 오를 거라는 더 강도 높은 낙관론이었다. 얄궂게도 그는 주가폭락과 대공황 중에 그가 소리 높여 주장했던 산업에 투자했다가 가난하게 생을 마감했다.

에반젤린 애덤스는 뉴스레터 약장수들의 초기 대열에 가담해서 그녀의 권능을 드높였는데, 1920년대 강세장 동안 족집게 주식전망을 발행해서 엄청난 가격을 받고 팔았다. 그녀는 이미 점쟁이로 썩 괜찮은 명성을 다져놓은 터여서 주식시장에서 그녀의 입지를 세우기가 그만큼 수월했다. 그녀의 비결인 점성술은 종잡을 수가 없고, 모호한 데다, 의심쩍어서, 다른 사람이 그 방법을 배워서 써먹기는 사실 불가능했다. 그래서 그녀의 뉴스레터는 투자자들에게 수익보다는 흥미를 주는 것이었지만, 어쨌든 그 덕분에 그녀는 즐겁게 돈을 벌었다.

윌리엄 갠은 그가 창안한 이론을 선전하기 위해서 뉴스레터를 팔았다. 그런데 너무 복잡한 그의 이론을 혼자서 활용할 수 있는 사람들이 거의 없어서, 애덤스의 점성술만큼이나 신기한 비결이었다. 고객들이 혼자서 쉽게 다룰 수 없는 물건을 파는 것은 높게 부풀린 이름을 파는 일과 다름없이 무형자산을 파는 것이기에, 이 또한 순전히 자기만의 권능을 파는 일이다. 심지어 오늘날에도 갠의 비결을 풀어낼 수 있는 후예라고 선전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갠을 따르는 팬들이 일관되게 쓸 수 있는 명료한 지식 체계는 없다.

R.N. 엘리엇 본인은 자신의 주식시장 순환이론을 떠벌려서 개인적인 권능을 높이려고 하지는 않았지만, 그를 부활시킨 다른 사람들이 자기들의 권능을 세웠다! 1980년대 초에 난데없이 엘리엇이라는 생소한 이름과 그의 이론들이 각종 서적과 금융잡지, 전문 뉴스레터에 나돌더니, 이 홍보에 앞장섰던 당사자들은 이 틈을 타서 엘리엇의 부활한 인기 덕을 보려고 달려들었다. 다른 비결들과 똑같이, 엘리엇의 이론도 너무 막연하고 신비로워서, 정확성을 기대하며 활용할 수가 없었다. 갠의 팬들과 마찬가지로, 엘리엇의 팬들도 자기네들 사이에서 그의 이론을 해석하는 방법을 놓고 논쟁을 벌인다. 이 또한 완전히 자기만의 권능을 파는 일이다.

주식시장에 발을 들여놓은 사람들 모두가 자기 잇속에만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W.C. 미첼은 여러 해 동안 경기순환과 주가지수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한 결과를 공유함으로써 다른 사람들에게 권능을 베풀었다. 그가 이룩한 부분을 가지고 마음만 먹었다면 그도 신비한 비결인 것처럼 팔러 다닐 수도 있었겠지만, 그보다는 수준 높은 내용이다. 존 매기는 주가 차트를 최대한 쉽게 설명했고, 도서관에서 누구나 볼 수 있도록 무료로 제공했다. 모름지기 해밀턴도 레아의 예측과 마찬가지로 그의 주관적인 예측을 담은 뉴스레터를 팔아서 꽤 짭짤한 돈을 벌 수 있었겠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 도처에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자칭 전문가들이 늘 있기 마련인데, 이들을 볼 때 우리 자신에게 물어야할 질문은 이것이다. “이 전문가를 활용함으로써 나의 독자적인 대응 능력이 더 나아질 것인가, 아니면 인기절정의 이 전문가에게 계속 매달리게 될 것인가?” 만약 우리가 한 번의 예측 이상으로 더 얻을 게 없다면 이 자칭 대가들에게 내는 돈은 너무 비싼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예외도 있다. 그러나 항상 예외는 있다는 법칙이 유지될 만큼의 드문 예외들이 있을 뿐이다. 경제학자들의 경우는 좀 특이하다. 이들의 예측을 분석한 수많은 연구 자료를 보면, 이 집단이 내놓은 예측 전체가 크게 빗나간 것으로 나온다(이러한 연구들을 잘 소개한 자료로, 데이비드 드레만David Dreman의 《새로운 역발상 투자전략The New Contrarian Investment Strategy》을 참조하라). 경제학자들의 예측이 빗나가지 않았다고 지적한 연구는 하나도 없다.

그러나 개인들마다 독특한 점이 있다.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John Maynard Keynes를 생각해보라. 그의 경제이론을 증오했던 사람들이 널리 포진해 있었고, 보수주의자들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그를 두고 험담을 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는 근본적이고 급진적인 이론을 정립했을 뿐 아니라, 동시에 실제 주식 거래에서도 성공할 능력이 있었던 경제학자였다. 그가 주식 거래에서 성공했다는 점은 자신의 이론을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던 보수적 이론가 피셔보다 그를 더 신뢰할 만한 중요성을 가진다. 어떻게 보든 케인스는 피셔에 비해 폭넓은 분야에서 “현실 세계”에 더욱 가까웠다. 또 하나의 큰 예외는 에드슨 굴드Edson Gould였다. 그는 활동할 당시에는 완전히 무명의 예측가였지만, 그의 정확성은 불가사의할 정도로 정확했다. 그는 자신을 선전하지 않았고, 무슨 비결을 찾았다고 떠벌리지도 않았으며, 자신의 예측 결과를 뽐내지도 않았다. 그는 거의 죽음에 이르기까지 거의 무명으로 지내다가, 얄궂게도 그의 나이 70대에 접어들어서야 노련한 시장 전망가로 “발견”됐다.

어느 법칙에나 예외는 있겠지만, 살다보면 별의 별 돌팔이 약장수들을 다 만나게 된다. 월스트리트도 전혀 다를 게 없다. 금융 대가들 중에서 그들이 부르는 값만큼 쓸모가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들 대부분은 가짜거나 모호하다. 그들이 보탤 수 있는 진정한 “부가가치”를 제대로 판단하려면, 그들의 가르침을 통해서 우리 스스로 삶에 대처할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가를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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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자료의 일부를 발췌: 켄 피셔(Kenneth L. Fisher), 《시장을 창조한 100명의 거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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