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월 14일 금요일

[발췌: 피터 드러커] 사례 3_ 성장기업이란 무엇인가?

What Is a Growth Compa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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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도시권 한 곳에 빵과 케이크를 만드는 역사가 오래된 제빵회사가 있었는데, 이미 잘 자리 잡아 매장도 많이 거느린 상장회사였다. 증시에 상장된 대형 사모투자회사private-equity firm가 이 제빵회사를 사들였다. 제빵회사는 주식이 순이익의 8 배에 거래되던 상장회사였는데(즉 주가수익비율=8), 인수를 제의한 사모투자회사는 제빵회사의 주식 값을 순이익의 14 배로 쳐서 매입하겠다고 했다. 거절하기 어려운 호의적인 매수가였다. 사모투자회사는 주가수익비율이 22에 달하는 자사 주식으로 인수대금을 치렀다. 그러니 합병은 양측 모두에게 좋은 일이었다.[역주*]. 이 제빵회사는 스웨덴 출신 이민자가 1890년에 창업했는데, 중년에 접어든 그 손자가 사장을 맡아 활발하게 경영하고 있었다. 그는 회사를 매각하면서 5년 계약으로 사장직에 머물기로 했다.

인수합병이 성사되고 여섯 달이 지나, 사모투자회사 사장이 이야기할 게 있다며 제빵회사 사장을 뉴욕본사로 불렀다. 사모투자회사 사장이 먼저 말을 꺼냈다. “존, 봅시다. 우리 회사는 각 사업마다 매년 10 퍼센트 성장으로 적어도 세전 투자수익률 15 퍼센트를 달성하는 게 회사정책임을 잘 아실 겁니다. 지금 제빵회사 부문은 연간 성장률이 1~2 퍼센트에 불과하고 세전 수익률도 7 퍼센트밖에 안 됩니다. 정기예금 수익률에 불과한 수준인 것이죠. 당신 사업의 성장률과 이익률이 우리 목표에 부합하게끔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자 사내 전문가들을 불러놓았습니다. 이들과 머리를 맞대고 협의해 주셔야겠습니다.”

제빵회사 사장은 이 말에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염려가 되는 군요. 그 전문가들이 그들 시간도 낭비할 뿐 아니라 제 시간도 낭비하게 될 것 같습니다. 제빵사업은 성장사업이 아닙니다. 제빵사업을 성장사업으로 바꿔놓을 방법은 없지요. 사람들이 먹는 빵은 갑자기 늘어나지 않습니다. 케이크는 더욱 그렇지요. 소득이 늘면 오히려 소비량을 줄이는 게 빵과 케이크입니다. 그 대신에 제빵사업은 경기가 안 좋아질 때 잘 버티는 속성이 있습니다. 혹독한 경기침체가 닥칠 때 우리 사업 실적이 가장 돋보이게 될 겁니다. 하지만 우리 사업의 성장 속도가 인구 성장률을 앞지를 수는 없습니다. 이익에 관해서 보자면, 우리가 버는 이익은 효율성에서 나오고 효율성을 더 높일 필요는 분명히 있습니다. 그런데 그러려면 자동화를 도입해야 하는지라 꽤 큼직한 투자가 필요합니다. 우리의 주가수익비율로는 그만한 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또 자동화를 도입한다고 해도 우리의 세전 수익률은 기껏해야 12 퍼센트를 넘지 못할 겁니다.”

“^그건 용납할 수가 없습니다.^” 본사 사장이 소리를 질렀다. 제빵회사 사장은 “그렇군요”라고 하더니, 말을 이었다. “사실 우리 회사를 사들이시겠다는 제의를 선뜻 받아들였던 이유는 바로 지금 말씀드린 그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저희 집안 돈은 전부 이 회사에 들어가 있었는데, 그 돈을 빼내서 좀 더 매력적인 데 투자하고 싶었거든요. 인수대금으로 치러주신 본사 주식을 우리 집안사람들이 모두 매도했던 것도 그 때문입니다. 또 사장님이 제 고용계약을 수용해주시길 희망했던 것도 그 때문이고요. 제빵회사를 성장기업으로 키우고 싶으시다면, 이번에는 제 몸과 머리도 사들이셔야 하겠군요. 정말이지 그런 방도는 떠오르지 않으니 말입니다.”

질문:

최저 자본비용(즉 금리비용)보다 수익성이 낮고 효율화에 필요한 자본조달도 불가능한 기업체에 만족할 수 있는가? 만족할 수 없다면 어떤 시도를 해야겠는가? 그리고 이 사례에서 누구 이야기가 옳은가? 제빵회사와 같은 사업에서는 15 퍼센트 이익률이 나올 수 없다는 사람이 옳은가, 아니면 시장이 있는 한 투자 자금을 유치할 정도의 수익률을 내는 게 경영진의 임무라고 하는 사람이 옳은가? 두 사람 다 틀린 것인가? 아니면 둘 다 옳다고 할 수도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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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주*] 주가수익비율price-earnings ratio(PER)은 주가를 주당 순이익earnings per share(EPS)으로 나눈 값으로(즉 PER=주가/EPS), 해당 기업의 이익 성장력을 주식시장이 얼마나 높게 평가해주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PER이 높은(즉 주가에 비해 EPS가 낮은) 기업이 PER이 낮은(즉 주가에 비해 EPS가 높은) 기업을 매입해 합병하면 합병 후 기업의 EPS가 높아지는 효과가 나타난다. 그러니까 인수 측 회사의 PER에 변동이 없다고 가정하면, 높아진 EPS에 전과 같은 PER을 곱한 값이 주가가 되므로 인수 측 회사 주주는 주가가 올라 이득을 보게 되고, 피인수 측 회사 주주는 이 사례처럼 전보다 높은 PER로 회사지분을 매각함에 따른 매도차익을 보게 된다.─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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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자료에서 일부를 발췌. 《피터 드러커의 매니지먼트 사례집 개정판(Management Cases: Revised Edi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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