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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이경우, 서울신문 교열팀 차장
중학생 대여섯이 초등학교 때 담임선생님을 찾아갔다. 시골에 있는 작은 학교인지라 학생들의 소소한 일까지 선생님은 모르는 게 없었다. “너희들 아버지들께서도 우리 학교 나오셨지?”
여기서 ‘너희들’은 ‘너희’로 대체하기 어렵다. ‘아버지들’이 학생들 각각의 아버지이기 때문이다. 선생님은 이를 확실히 드러내기 위해 ‘너희들’이라고 했다. 찾아간 학생들이 형제나 남매였다면 어땠을까? 선생님은 “너희 아버지도 우리 학교 나오셨지?”라고 했을 것이다. 여기서 알 수 있듯이 ‘너희’는 개개인을 뭉뚱그려 전체를 가리킨다. 반면 ‘너희들’은 전체를 말하면서도 개개인을 드러낸다. 즉 한 사람 한 사람을 가리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따라서 허정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선수들에게 “너희들이 최고다”라고 했을 때와 “너희가 최고다”라고 했을 때의 의미가 다르다. ‘너희들’은 선수 개개인에게 직접 ‘네가 최고’라고 말한 것 같은 의미를 어느 정도 전한다. 받아들이는 선수들은 이때 더 와 닿는 기분을 느낀다. ‘너희’가 집단 전체에 초점을 두는 데 비해 ‘너희들’은 개개의 구성원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복수 접미사 ‘-들’은 이처럼 단순히 복수만을 나타내지 않는다. 우리말의 ‘-들’은 영어의 ‘-s/es’와 달리 더 다양하게 쓰인다.
다음과 같은 문장에서 중복 표현이라고 ‘-들’을 무조건 뺄 일은 아니다. “그는 농담으로 더위에 지친 청중들을 위로했다.” “청중들이 하나둘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여기서 ‘-들’이 빠지면 대상은 좀 흐릿해진다. ‘-들’이 집단성보다 개별성을 드러내 주다 보니 대상을 선명하게 하기도 하는 것이다.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이 보다 많은 청중을 확보하기 위해 이색적인 아이디어를 속속 선보이고 있다.” 여기서는 ‘청중’이면 족해 보인다. 강조될 이유를 찾기 어렵다. 그러나 “광장을 메운 청중들은 그의 노래가 주는 감동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에서 ‘청중’이라고 했으면 밋밋한 느낌을 줬을 것이다. 다음 문장에서도 그것을 읽을 수 있다. “국악을 신세대 감각으로 재해석해 청중을 사로잡았다.” ‘청중들’이라고 표현했다면 ‘한 사람 한 사람’의 의미가 더해져 더 살아 있는 문장이 됐겠다. 다른 집합명사들에서도 마찬가지다. ‘-들’은 개개인에게 초점을 맞추면서 개별성을 드러내는 구실을 한다.
‘-진’은 일부 명사 뒤에 붙어 ‘사람의 무리’ 또는 ‘집단’의 뜻을 더한다. ‘의료진, 임원진, 취재진, 간부진, 투수진.’ “정부에서 의료진을 보내는 게 어렵다면 비정부기구에서 보내는 것도 검토해 볼 수 있다.” 이 문장에서 ‘의료진들’이라고 하면 어색하다. 개별성을 표시할 대상이 뚜렷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사람 한 사람을 염두에 두는 상황이라면 ‘의료진들’이 더 어울린다. 여러 의사, 간호사의 도움으로 어렵게 치료 받은 사람이 감사의 인사를 건네는 장면이다. “그는 의료진들에게 연신 고개를 숙이며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단’도 일부 명사 뒤에 붙어 단체의 뜻을 더한다. 그래서 ‘선수단’ ‘기자단’ ‘회장단’은 집합명사가 된다. 굳이 ‘-들’이 필요하지 않은 상황이 많다. 그러나 다음 문장에서는 ‘-들’을 빼버리면 복수의 의미가 없어진다. 즉 각각의 여러 선수단을 일컬을 때다. “프로 스포츠 선수단들도 반대운동에 동참할 태세다.
‘-들’은 주어, 목적어, 부사어 등 문장 성분 어디에나 붙는 특징이 있다. 생략되기도 하지만 덧붙어서 다른 의미를 전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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