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월 2일 토요일

기능의 골절: 손과 머리의 분리


현대를 일컬어 기능경제(skills economy)로 묘사하는 이야기를 자주 듣게 된다. 하지만 정확히 기능은 무엇을 뜻하는 것인가? 가장 보편적으로 정의하면, 배우고 익혀서 숙달하는 행동이 기능이다. 결국 기능은 ^한 줄기 섬광^과도 같은 순간의 영감과는 대조적인 것이다. 우리가 영감을 대단하게 여기는 데는 연습이나 훈련을 하지 않아도 타고난 재능이 더 빛을 발한다는 확신 탓도 있을 것이다. 번번이 이러한 확신을 뒷받침하는 데 음악의 신동들이 예로 등장하지만, 틀린 생각이다. 어려서부터 재능이 돋보였던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 같은 음악 신동은 실제로 엄청난 악보를 기억하는 능력이 있었다. 모차르트가 이렇게 엄청난 음악적 기억력을 타고났다고는 해도, 그 역시 훈련을 거쳤다. 바로 5~7세 때 피아노 건반을 가지고 놀면서 그 엄청난 기억력을 훈련하는 방법을 터득했던 것이다. 차츰 연주가 늘면서 음악을 즉흥으로 작곡하는 것 같았다. 나중에 그가 작곡했던 작품들 역시 즉흥작곡처럼 보였는데, 일사천리로 적어 내려간 악보임에도 별로 고친 흔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차르트가 남긴 편지들을 보면 즉흥작곡과는 다른 면이 드러난다. 즉 마음속 연주를 수도 없이 되뇌고 난 뒤에야 음표를 찍어가는 그의 손놀림이 뒤따랐다.

훈련만 안 했을 뿐이지 타고난 재능이 있다는 이야기들은 의심쩍게 봐야 한다. “시간만 좀 있다면 훌륭한 소설을 쓸 수 있을 텐데.” “마음만 좀 먹는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을 텐데.” 이런 말들은 자기애에 빠진 사람의 허황된 생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헛된 공상과는 달리 어떤 실습이든 한 가지 행동을 하고 또 하고 계속 되풀이할 때 스스로 깨닫는 단계가 찾아온다. 이런 반복 과정에서 문제를 알아보고 스스로 교정하는 자기비판 능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현대 교육은 지루하고 효과도 없다는 이유로 반복학습을 꺼려한다. 현대 교육학으로 무장한 교사는 혹시 아이들이 지루해하지 않을까 두려워하면서 항상 새로운 자극에 노출시킨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오히려 아이들이 자기 것으로 체득하는 데 필요한 실습과 스스로 실습 내용을 바꿔보는 경험을 박탈하게 된다.

기능이 발달하는 과정은 어떤 방식으로 반복하느냐에 달려있다. 바로 이 때문에 운동도 그렇지만 음악에서도 한 번에 얼마나 연습할 것인지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한 작품을 반복 연주하는 횟수는 그 사람의 기능 단계에 따라 달라지는 ‘주의지속 시간(attention span)’을 넘지 않도록 조절하는 게 좋다. 기량이 늘면서, 반복 연습을 견딜 수 있는 능력도 늘어난다. 이를 음악에서는 ‘이삭 스턴(Isaac Stern) 규칙’이라고 부르는데, 위대한 바이올린 연주가인 스턴은 기법이 좋아질수록 반복 연주를 지루해하지 않고 오래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습할 때마다 꽉 잠긴 자물쇠처럼 매번 막히는 대목이 “바로 이거야!”하면서 확 뚫리는 순간이 찾아온다. 하지만 그런 순간들은 반복 과정을 통해서만 나타난다.

연주하는 이의 기능이 발달함에 따라 그가 반복할 수 있는 내용도 변한다. 이것은 아주 명백한 현상이다. 테니스를 할 때도 서브를 반복하다 보면 공을 겨냥하는 여러 가지 방법을 익히게 된다. 음악의 경우에, 6~7 세 때의 어린 모차르트는 기본 음계에서 나폴리 6 화음 진행(즉 C장조 화음에서 내림 A장조 화음으로 옮겨가는 진행)에 매료되었다. 그는 나폴리 6 화음 진행을 연습한 지 몇 년 뒤에 이 화음 진행을 다른 음계로 뒤집는 데 능숙해졌다. 그러나 무조건 반복만 하면 효과가 있다고 잘라 말하기는 어렵다. 고정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연습을 하게 되면, 그 목표를 달성할 수는 있어도 거기서 앞으로 나가는 게 막힌다. 바로 폐쇄된 시스템 안에 수단과 목적이 갇히는 장벽에 다시 부딪친다. 리눅스 작업방식처럼 문제를 푸는 일과 문제를 찾는 일이 고정되지 않고 유동적으로 이어져야만 기능이 숙달되고 또 확장된다. 주어진 목표 하나를 달성했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 문제를 해결하고 나서 새 지평이 열리는(또 새로운 지평에서 다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되풀이되지 않으면, 기능은 늘지 않는다..... (생략)

※ 다음 자료에서 일부를 발췌: 리처드 세넷Richard Sennett, "The Troubled Craftsman," 《장인The Crafts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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