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전에 찾아본 산발적 용례: 정상(定常) 상태(stationary state)
■ 카이스트 최형식님의 글: [기고] 성장을 다시 보자
지은이: 최형식․서스테이너 살롱 운영자(카이스트 대학원생) 등록 : 08-11-12 11:28
※ 최형식님께: 유익한 글을 인터넷에 공개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이 글을 다시 찾으려고 하다가 못 찾았는데 오늘 다시 찾아 기쁩니다. 이 글의 내용이 필요하여 아래에 잠시 동안만 '무단으로 전재(^^;;)'해 두고자 합니다. 곧이어 삭제하거나 필요한 발췌만 남겨둘 생각입니다.
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 기하급수적 성장 이데올로기 대신 ‘제로성장’ 필요 | ||
숫자 제로(영, 0)를 한번 떠올려 보자.
어떠한 생각이 떠오르는가. 수학 성적 빵점(0), 아무것도 없는 무미 건조한 상태, 정체 되어 답답한 모습 등등….
아무리 생각해도 좋은 이미지는 별로 떠오르지 않는다. 그 중요한 역할에도 불구하고 대접 받지 못하는 숫자 제로는 5세기 인도에서 수학적으로 처음 발견되고 사용하기 시작했다.
숫자 0은 자릿수 표현에 사용되기 시작하면서, 큰 수를 다루는 기술을 향상 시키고 이후 유럽에 도입돼 서양의 수학 발전에 크게 기여하였다. 0의 발견과 사용으로 인해 무한대, 무한소의 개념이 태어나면서 미분 적분에 대한 발견이 이루어지고 인류의 수학 발전과 과학발전의 초석이 된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몇몇 분들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제로에 대해 의미를 두고 생각해 봤을지도 모르겠다. 우선 당황하지 마시고, 제로와 관련이 깊은 정상상태(steady state)에 소개할 테니 우선 들어보시라.
사전적으로 정상상태는 어떠한 물리적 체계를 결정하는 변수가 시간과 더불어 변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수학적으로 설명하면 어떠한 변수(속도, 힘, 농도 등 어느 것도 될 수 있다)에 대하여 시간에 대해 미분을 취한다면 제로가 나오는 것이다.
여기서 등장하는 제로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가 아니다. 어떠한 시스템이 안정을 유지하면서 일정한 물리적 힘을 발휘하는 상태이다. 예를 들자면 실외 온도 33도의 여름 날에 너무 더워서 실내에서 에어컨을 켰다면 실내온도는 서서히 감소한다. 시스템이 변하는 상태, 과도 상태이다. 에어컨이 전기 에너지를 사용하면서 충분한 차가운 공기를 실내에 불어 넣어주면 실내는 적정온도인 25도를 유지할 것이다. 이 25도가 계속 유지되는 상태가 새로운 정상상태, 시스템이 목표로 하는 이상적인 상태이다.
이러한 정상상태는 죽어있거나 정체되어 있는 상태가 아니다. 어쩌면 안정되고 편안할 수 있다. 목표 상태(우리가 원하는 좋은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에너지의 출입이 존재하고 시스템이 다이내믹하게 움직이는 상황이다.
우리의 신체를 보자면 체온 38.5 ℃, 혈액은 pH7.4를 유지 한다. 당뇨병을 방지하기 위해 기관들이 작동하여 혈당을 80~120 mg/dL 로 유지한다. 잘 먹고, 운동을 하면서 건강을 잘 관리해야 이러한 시스템이 유지된다. 만약 외부 바이러스에 의해 감기라도 걸려서 이러한 균형이 무너지면 우리 몸에서는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바이러스를 차단하기 위해 백혈구, 항체들이 전투를 벌이고 체온이 올라가면서 정상상태는 깨지는 것이다.
정상상태는 별로 재미 없으니 이제 성장, 발전에 대해서 한 번 생각해 보겠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또는 습관처럼 매번 고정된 성장률을 정하곤 한다. 일정한 목표를 잡고 꾸준히 노력하기 위한 좋은 자세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방식을 영어 단어 암기에 적용해보겠다. 만약 영어 단어를 하루에 10개씩 외우고 매일 5% 성장을 이루어 암기 개수를 늘린다고 목표를 세운다면, 다음 날에는 10.5개로 달성하기 쉬울 것이다. 하지만 10일 지나면 16개가 될 것이고 한 달이 지나면 43개가 된다. 이때만 해도 그리 나쁘지 않다. 하지만 두 달째는 매일 186.7개를 외워야 하고 세 달째는 매일 807.3개를 외우는 불가능한 숫자에 이르게 된다.
이것이 이자율 복리계산과 같은 원리라는 것을 눈치챘을 지도 모르겠다. 이는 기하급수적 증가(expoenetail increase, 어감만 보아도 엄청난 증가인것 같다)라 부르며, 산술급수적증가(natural increase)와는 완연히 다르다. 이를 그래프로 그린다면 다음과 같다.
매년 동일한 성장률은 다음(↘ 그래프)과 같은 지수함수를 띠고 있다. 빨간색은 산술급수이고, 녹색은 기하급수이다. 매년 5% 경제성장을 할 때 녹색그래프의 모양이 된다.빨간색 그래프는 매년 성장률이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비례 함수인 y=ax(빨간색 그래프) 는 산술급수적 ‘증가’로서, 보기 좋은 성장 그래프를 그리며 그림에서와 같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실제로 우리가 따지는 성장률로 계산해 본다면 이것은 성장률이 떨어진 것이다. 그 이유는 매년 성장을 통해 몸집이 커졌기 때문에 올해도 일정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작년의 더 커진 몸집에 따라 더욱 많이 성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간이 지날 수록 매년 달성해야 할 성장의 양은 엄청나게(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것이다.
만약에 올해 목표 성장률을 달성하지 못했을 시에는, 또는 마이너스는 아니지만 산술급수적 성장을 해서 성장에는 성공했다고 하자. 그러면 어떤가. 국가원수는 언론으로부터 비난을 받고 기업 최고경영자(CEO)는 해고되며, 일반 사원은 상사에게 바로 야단을 맞지 않을까. 경쟁력 없고 이 시대에 부적합한 사람으로 내몰릴지 모르겠다. 하지만 성장기가 아닌 성숙기에서 매출과 수익을 유지하는 것도 잘 한일이다. 더욱이 1%라도 전보다 성장했다면 더욱 잘한 일이라고 칭찬해주고 싶다.
사실은 경제성장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 이렇게 골치 아픈 수학까지 이야기 하며 먼 길을 돌아왔다. 성장과 발전은 우리에게 아주 익숙하고 끝이 없는 영원한 목표인 것 같다. 세계는 산업화 이후 이러한 고도의 성장을 추구해왔고 이를 위해 우리는 매년 노력하고 있다.
우리 의지와 상관없이 지금까지 그래왔기 때문에 우리는 성장을 위해 수출을 위해 오늘도 일을 한다. 또 얼마나 야근을 해야 하고 건강을 버리고 술을 마셔야 하는지, 심지어 우리의 행복은 그에 성장에 비례하는지 돌아볼 겨를도 없이 말이다. 특히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루고 다시 3만 불, 5만 불로 가야하는 운명을 가지고 태어난 대한민국은 이러한 ‘성장지상주의’가 다른 나라보다 심각하다고 생각한다.
이 시점에서 ‘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라는 책을 소개하려 한다. 이 책에서는 아주 흥미 있는 사실들을 많이 알려준다.성장과 비슷한 개념인 ‘발전(develop)’(경제발전)이라는 단어는 역사에 등장한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Develop의 어원을 따져보자. ‘–velop’은 envelop(싸다)라는 뜻에서 왔고, 그 반대인 develop은 ‘푼다, 꺼낸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발전, 개발, 성장이라는 개념은 이와 비슷하게 보존되어 오고 유지되어 왔던 것을 풀어 꺼내고 변화시켜 가공한다는 것이다. 산을 깎아서 도로를 내고 고속철도를 건설하고 갯벌을 메우는 것, 원유, 구리, 철광석을 캐내고 가공하여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보존되어 왔던 자연을 열고 제끼면서 사람이 필요로 하는 자동차가 다니는 도로를 건설하고 동물가죽을 이용하여 고급 모피 옷을 만드는 것이다. 이를 많이 한 나라는 선진국이요 그러지 못하면 후진국이라니 조금 아이러니 하지 않은가.
이러한 경제 개발, 성장 이데올로기가 지배하기 시작한 것은 2차 대전 후 미국의 트루먼 대통령이 미개발 국가에 대한 기술적, 경제적 원조 지원을 선언한 이후라고 한다. 그 이후 사회, 경제에서는 발전(development), 근대화라는 것이 국가 목표로 채택이 되었다.
(... 중략...)
앞서 설명했던 것처럼 정상상태는 죽어있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서는 다이내믹한 시스템에 의해 유지 되는 것이다. 심리적 위축으로 돈의 순환(기계의 에너지, 신체의 피와 같다)이 멈추면 시스템은 붕괴 될 수 도 있다.
끝으로 이 책의 저자 더글러스 러미스는 상식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1775년 토마스 페인(Thomas Paine)은 ‘국왕제’를 부정하고 미국 독립을 옹호하는 그 당시의 소수파들의 의견을 옹호하는 책을 썼다. 그 책의 제목이 ‘커먼센스(common sense, 상식)’라고 한다.
무릇 올바른 것이 항상 상식으로 통하지 않는 것이 역사적 사실이다.
지금의 상식은 ‘경제발전→소득증가→행복증가?, 자연파괴 무관심’이라는 패러다임이다. 이러한 상식이 깨지는 날이 분명히 올 것이다.
서스테이너에 방문하는 사람들은 유토피아주의자, 꿈을 꾸는 사람, 상아탑 속의 사람이라 불리 운다. 하지만 지금의 이 순간 상식이 비상식이 되고 우리의 상식의 현실주의로 바뀌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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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여러 번 언급한 바와 같이 한 경제의 산출량이 증가할 수 있는 것은 생산요소인
노동과 자본이 증가하거나 기술이 진보하는 경우이다. 그리고 앞의 15장에서 우리는 경제성
장이 순전히 노동과 자본과 같은 요소의 축적을 통해서 일어나는 경우를 보았다. 다시 말해
15장에서 살펴본 솔로모형에 있어 총산출량은 자본이나 인구가 증가할 때 성장하고 일인당
산출량(곧 소득)의 성장은 경제가 정상상태보다 아래에 있을 때 나타나고 경제가 정상상태
에 다다르면 일인당 산출량과 자본량은 성장을 멈춘다. 그런데 이와 같이 일인당 산출량이
성장하지 않는 정상상태의 균형은 현실과 거리가 있다. 즉, 정상상태에 도달한 것으로 간주
되는 선진국의 일인당 소득의 성장률은 영보다는 크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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