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 탐욕. 월스트리트에서 수많은 사상자를 내는 두 번째 살인자다. 하지만 사업을 보는 시야를 5 년 뒤로 조준하고 올해 받아갈 성탄절 상여금 따위를 잊어버리면, 탐욕은 아주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다. “욕심을 부려야지요. 하지만 어디까지나 장기적인 욕심입니다.” 거스 레비가 즐겨 쓰던 좌우명인데, 회사를 규합하는 첫 번째 표어가 됐다. 파트너들은 자기 출자지분에 붙는 이익을 거의 회사에 재투자했다. 그러니 이들의 관심은 자동적으로 회사의 앞날에 모이게 됐다.
(전략)... 1987년 10월 주식시장 붕괴가 발생했을 때의 일이다. 붕괴 사태 후 골드만삭스는 수 주 만에 단 한 건의 증권발행 인수에서 1억 달러의 손실을 봐야할 상황에 직면했다. 당시 영국 국유회사 브리티시페트롤륨British Petroleum의 지분 32 퍼센트를 일반에 매각하는 증권인수 약정을 협조 인수단과 함께 체결한 상태였는데, 단 하루 만에 미국 주식시장이 갭하락으로 22 퍼센트나 폭락하면서 전 세계 주식시장이 동시에 무너지는 사태를 맞게 됐던 것이다. 약정한 발행증권을 무조건 인수해야 하는 협조 인수단은 당연히 큰 손실을 볼 게 불 보듯 훤했다. 불안에 빠진 미국계 다른 투자은행 몇 곳에서 인수 규모를 줄일 수 있는 법적인 방법이 있는지 변호사들을 불러 검토시켰다. 와인버그는 눈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협조 인수단에 참여한 투자은행들과 이 난관을 협의하는 자리에서 그는 동료 은행가들에게 단호하게 말했다. “여러분, 골드만삭스는 이 일을 계획대로 밀고 나갑니다. 큰돈이 들고 고통이 따르는 일이지만 반드시 이 일을 치를 겁니다. 우리가 이 일을 외면한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이 일에서 빠져야겠다는 분들이 계시다면, 그분들께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그분들은 염소우리 짓는 일도 인수하지 못하게 될 겁니다. 아니 뒷간 짓는 일도 못하겠지요.” 와인버그가 보기에는 1억 달러(1986년 당시 회사이익의 20 퍼센트에 육박하는 금액이었다)를 잃더라도 두 말할 필요 없이 해야 할 일이었다. 나중에 그는 다음과 같이 술회했다. “저는 이 일을 매매손실로 취급했습니다. 하지만 해야만 할 일이었습니다. 이 사업을 계속 할 생각이라면 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지요.”모건스탠리Morgan-Stanley를 비롯한 다른 회사들은 그 무렵 유럽의 국유회사 사유화 사업에서 철수했었다. 돈이 되지 않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골드만삭스의 시장점유율은 더욱 커지게 됐다.
1980년대 중반에 이르렀을 때 고객에 집중하고 장기를 고집하는 골드만삭스의 전략은 어느 모로 보나 성공적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1980년 2억 달러였던 회사의 자본금은 6년 만에 10억 달러로 성장했고, 그것도 주주들이 새로 납입한 자본금이 아니라 거의 유보이익만으로 달성한 결과였다. 이 기간에 골드만삭스의 자기자본이익률은 80 퍼센트까지 달해, 투자은행업계평균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높아졌다. 미국 최대의 투자은행 메릴린치Merrill Lynch의 자기자본이익률은 1989년 10 퍼센트에 불과했고, 좀 더 경쟁력 있는 모건스탠리도 34 퍼센트였다. 이 무렵 골드만삭스의 자본금은 전부 현직 파트너와 은퇴한 파트너들의 소유지분으로 채워졌다. 당연히 이들 입장에서는 자사 주식만큼 좋은 투자수단은 이 지구상에 거의 없었다.
골드만삭스가 높은 실적을 달성해온 궁극적인 요인은 피고용자들이 다른 데서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헌신적으로 일한다는 데 있다. 그들 대부분이 언젠가는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일했다. 스티븐 프리드먼이 언젠가 소유의 가치, 즉 주인으로 일하는 것의 가치를 한마디로 요약한 적이 있다. “이 세상 누구도 렌터카를 세차하지는 않는다.” 파트너가 되겠다는 꿈에서 비할 바 없는 정열과 자극이 샘솟았고 출중한 인재들이 그걸 보고 골드만삭스로 들어왔다. 1980~1990년대 일류 경영대학원 과정 졸업생들이 골드만삭스 파트너와 투자은행업계 다른 일류 상장회사의 상무를 놓고 그 지위와 장기적인 소득을 비교했을 때, 골드만삭스가 나아보였다. 상장기업이라면 사람들의 애착과 성과를 훨씬 통상적인 방식인 스톡옵션이나 보너스로 사야할 것이다. ...(중략)... 소유자 겸 경영자로 일하는 모델이 일하는 사람들을 올바른 길로 인도한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별로 없어 보인다. 회사 소유권을 거대기업이나 일반주주에게 넘겨버린 경쟁회사들은 1980년대에 이와 같은 합자회사의 동반자 분위기를 다시 만들어보려고 애썼다. 종업원 지주제를 비롯하여 회사의 자기자본이익률에 따라 보너스를 지급하는 등 개인과 회사의 동기를 합치시키려는 아기자기한 제도들이 생겨났다. 1980년대 살로몬브라더스의 굿프렌드Gutfreund 회장은 직원들의 동기부여를 자기 회사의 약점이라고 보고, 이미 상장된 회사주식의 종업원 보유비중을 높여서 이를 보완해보고자 했다. 그는 이렇게 하면 직원들의 화합과 의기투합이 향상될 거로 보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렇게 하면 이해를 같이 하는 공동체가 서서히 형성될 것이고, 일하는 사람들 사이의 인간관계도 다시 변할 것입니다. 지금은 직원들이 남의 돈으로 매매한다는 마음가짐일 때가 대부분입니다. 직원들이 매매에 많은 자본을 쓸 수 있다는 점 말고는 사람과 자본 사이에 아무런 관계도 없습니다.” ...
※ 다음 자료에서 일부를 발췌: 리사 엔드리치Lisa Endlich, "1986: The Road Less Traveled,"《Goldman Sachs: The Culture of Success》
2009년 12월 31일 목요일
고객 중시와 장기 전략, 그리고 합자회사에서 자란 독특한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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