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월 8일 수요일

[새뮤얼슨의 경제학: 용어와 개념] 통화량은 유량인가, 저량인가? 그리고 몇 가지 한국어 용어의 정리


23장 "화폐와 금융시스템" (?쪽)에서 역자 주석을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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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 수요를 다루는 다음 소절로 넘어가기 전에 화폐(혹은 통화)와 화폐량(혹은 통화량)을 일컫는 용어들을 정리해두자. 

1. 

‘화폐’나 ‘통화’라고 하면, 돈 자체를 가리키는 개념적 용어다. 화폐는 다음 절(‘2.2 화폐 수요’)의 소절(‘화폐의 기능’)에서 설명하듯 돈이 무슨 기능을 하느냐에 주목하는, 돈의 정체를 일컫는 말이라고 볼 수 있고, 영어로는 ‘money’에 가깝다. 통화는 그러한 정체를 가진 돈이 시중에 돌아다니는 실상, 즉 유통되는 돈의 모습을 주목하는 말이라고 볼 수 있고, 영어로는 ‘currency’에 가깝다. 그래서 통화라는 말에는 ‘두루 돌아다님’을 뜻하는 ‘통(通)’이 들어가 있고, 영어의 ‘currency’라는 말에도 돈이란 뜻 외에 사람들이 널리 사용하고 받아들이는 관습, 생각, 말이라는 뜻이 들어있다. 하지만 화폐나 통화나 돈이나 어감의 차이만 있을 뿐 기본적으로 같은 말이다.

2. 

‘화폐량’ 혹은 ‘통화량’이라고 하면, 경제 안에서 돌아다니는 돈의 존재량, 즉 돈의 총량을 말한다. 돈의 총량은 일정 시점을 끊어 봤을 때 파악되는 저량(stock)이다 (통화량이 저량이며, 다음 소절에서 다룰 화폐 수요 또한 저량임을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경제 내에서 움직이는 돈의 양은 도서관(도서량)이나 댐(담수량)에 견주어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도서관에는 새로 출판되는 책들이 매일 신규 도서로 들어와 등록되고 이용자들이 대출해가는 책도 매일 도서관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들어온다. 도서관에 새로 등록되는 책은 일정 기간 동안 발생하는 유량이다. 이용자들이 대출해가는 책이나 반납하는 책도 일정 기간 동안 발생하는 유량이다. 하지만 도서관에 등록된 도서량은 일정 시점에 일정한 크기로 존재하는 저량이다. 마찬가지로 상수원에서 댐으로 흘러드는 물의 양이나 댐 밖으로 흘러나가는 물의 양은 일정 기간 동안 발생하는 유량이다. 하지만 댐의 담수량은 일정 시점에 일정한 크기로 존재하는 저량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경제 내에 존재하는 돈의 양 역시 일정 시점에 일정한 크기로 존재하는 저량이다. 중앙은행이 새로 발행하는 현금이나 중앙은행으로 되돌아오는 현금은 일정 기간 동안 발생하는 유량이지만, 중앙은행이 예전부터 발행해서 경제 안에서 돌아다니는 현금의 양은 일정 시점에 저량으로 존재하는 크기다. 은행예금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날그날 은행 안으로 들어오는 예금액과 그날그날 은행 밖으로 인출되는 출금액은 유량이지만, 은행 안에 존재하는 예금총액저량이다. 똑같은 이치에 따라 비은행 민간의 사람들이 수중에 보유하는 현금의 양(즉, 현금통화)저량이다. 따라서 현금통화도 저량이고 결제성예금도 저량이며, 이 둘을 합한 통화량 M1도 저량이다. 저량으로 존재하는 이 변수들이 그날그날 변동할 뿐이지, 이 변수들은 유량이 아니다.

3. 

통화량(화폐량)이 저량을 측정하는 개념임을 확인했으니 이제 관련된 용어들을 정리해두자. 통화량을 가리키는 영어 표현으로 여러 가지가 등장하는데, 그때마다 한국어 용어가 달라지면 개념이 혼란스러워진다. 가령 ‘quantity of money’, ‘money stock’, ‘monetary aggregate’, ‘money supply’는 모두 같은 뜻으로 경제 내에 존재하는 돈의 저량을 가리킨다. 
  • 이 중 ‘money stock’은 저량이라는 어감이 강조된다.
  • ‘monetary aggregate’는 (현금통화에 더하여 통화성 예금 상품의 각 금액을) 통계적으로 집계한 변수임이 강조된다. 
  • ‘money supply’에서는 현찰을 발행하는 중앙은행의 행동을 비롯해 예금통화량의 결정에 참여하는 은행 및 비은행 민간의 행동이 돈의 저량을 변동시키는 일종의 공급 행위라는 측면이 좀 더 부각되지만, ‘money supply’의 의미는 그렇게 공급되어 경제 내에서 사용 가능한 돈의 저량을 가리킨다. 따라서 ‘money supply’는 기본적으로 ‘통화를 공급하는 행위나 과정’을 가리키는 게 아니라, 그 결과로 경제에 존재하는 ‘통화량’ 혹은 ‘통화공급량’을 뜻한다. 본래 영어의 'supply'에는 ‘재화와 서비스를 판매하려고 공급하는 행위(혹은 능력, 의욕)’라는 의미 외에 그러한 행위(혹은 능력, 의욕)의 결과로 ‘사용 가능한 양(amount), 즉 재고(stock)’의 의미가 있다. ‘money supply’는 극히 예외적인 용례를 빼면 전부 후자의 의미를 뜻한다.  
본 교과서 번역에서는 이러한 각 용어의 표현마다 특별한 어감의 강조가 필요할 때를 빼면, 모두 통화량 아니면 통화공급량 두 역어를 사용해 표현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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