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6월 8일 월요일

정책이 중요하다

장기적인 투자정책을 명시적으로 그리고 문서로 작성 두어야하는 주된 이유는 건실한 장기정책을 임시방편에 따라 수정하는 일이 없도록 포트폴리오를 보호하려는 것이다. 단기적으로 절박한 상황에서 극도의 불안에 싸여 정책이란 것이 온통 의혹으로 비칠 때 이렇게 해둬야만 장기 정책을 고수하는 힘을 얻을 수 있다.

위성항법시스템Global Positioning System이 항해를 바꿔놓은 것처럼 기술은 투자를 바꿔놓았다. 기술의 활용을 통해 펀드매니저는 임의의 포트폴리오를 대상으로 일련의 실현 가능한 결과들을 시연해볼 수 있다. 그는 그 중에서 자신의 의도에 따라 “시장조건에 연동하는relative-to-market” 결과를 산출해낸다. 즉 투자기술을 통해 투자 엔지니어들은 효과적인 장기 실적을 유지할 수 있으며, 투자자들은 그들의 기대와 펀드매니저들의 약속에 상응하는 실적을 요구할 권리를 누리게 됐다.

따라서 전문적인 투자관리가 단기적인 변동에 신경 쓰는 보수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전술적인 “투자 기법investment artistry”으로 (마땅히) 바뀌게 되었다. 즉 투자관리는 투자자가 일시적인 시장 위험을 감내하는 한도 내에서, 특정 목표를 일관되고 꾸준하게 추구할 명시적 장기 투자정책에 초점을 맞추는 일이 되었다. 이 일에 투자 기법을 도구로 활용하면 된다.

한마디로, 투자자들은 이제 정책과 현명한 투자자문에 마음 놓고 집중할 수 있게 됐기에, 항상 자신이 책임을 진다는 자세로 이 본질적인 작업을 현명하고 원만하게 수행해야 한다.

펀드매니저나 고객 모두가 장기적 입장을 고수한다는 원칙을 성공적으로 밀고가려면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이 역사의 가르침이다. 이것은 당황스러운 단기 지표에 대한 부적절한 대응을 자제하고 또 시장의 고점에서 낙관하는 사람들이나 시장의 저점에서 비관하는 사람들에게 너무도 “자명하고도” 시급해 보이는 어리석은 행동에 빠지지 않도록 스스로를 지켜야한다는 뜻이다. 간단히 말해, 정책은 패닉에 대한 가장 강력한 해독제다. 칼날 같이 극심한 단기 지표와 불안 심리의 난폭한 공격으로부터 장기 정책을 지키는 최적의 방패는 문서로 작성하는 차분함에서 비롯되는 지식과 이해다.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감정에 휘둘리는 상황에서 자신이 완전히 합리적이라고 믿어서는 안 된다. 결국 당신도 인간이기 때문이다.


정책은 패닉에 대한 가장 강력한 해독제다.


투자관리에서 불미스런 일이 생기는 원인은 투자 목적에 속하는 내적 영역과 자본시장 및 투자에 속하는 외적 영역에 대한 투자자들의 어설픈 예단이 대부분이다. 뮤추얼펀드이든 수익증권이든 투자신탁은 투자를 믿고 맡기는 것이다. 투자신탁이라는 큰 결정의 본질이 믿고 맡기는 것이라면 시장상황에 따라 당장 바꿔야할 일은 아니다. 시간이 절박한 결정들은 절대로 믿고 맡길 수 없다.

우리는 투자정책이 막연하고 불명확한 경우를 너무 많이 본다. 그래서 극도의 불안을 조장하는 시장의 압력이 증폭되어 잘못된 이유로, 잘못된 시점에, 잘못된 결정을 내리기 쉬운 시기에 투자정책은 그저 허겁지겁 “작심하는” 대상이 되어버린다.

그렇게 화급하게 검토하다 보면, 대개 날카로운 주가 하락 직후에 주식을 매도하고 (다음 번 주식시장의 회복기에 투자가치가 오르지도 않을) 채권 및 여타 고정수익자산을 매수하기 일쑤다. 반대 상황에서는 또 반대의 행태가 벌어진다. 분명히 그러한 저점 매도와 고점 매수를 유발하는 나쁜 시점의 자산배분 변경은 포트폴리오의 장기 수익에 아주 해로울 수 있다.

최근의 수익이 기대 이상으로 높아졌을 때도 유사한 해악이 벌어지는데, 투자자들과 투자자문가들은 지켜야할 신중함을 잃고 성숙도가 미흡한 주식과 가격등락이 심한 주식을 매수해서 포트폴리오의 시장 위험을 과감하게 늘린다. 이렇게 포트폴리오에 추가된 위험은 다음번에 찾아올 시장하락기의 충격을 증폭시켜서 패닉을 심화시키고 투자자들이 직전에 “고점 매수”한 것을 “저점 매도”하는 일을 또 한 차례 유발하게 된다.

투자자들 또한 별 수 없는 사람이어서 합리적으로 냉정하게 분석한다면 선택하지 않을 행동을 감정에 좌우되어 결행하고 만다. 얄궂게도, 어리석은 투자자들은 장기적으로 자신에게 매우 불리한 주가 상승을 가장 좋아하고, 장기적으로 자신에게 매우 유리한 주가 하락을 가장 싫어한다.

주가가 떨어졌을 때가 우리의 장기적 이해에 최적기라는 것을 우리는 이론적으로는 잘 알고 있다. 또 주가가 올랐을 때는 매수가가 비싸져서 현 주가수준에서 추가 투자로 얻을 미래 수익률이 그만큼 낮아진다는 사실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막상 여러 주식 종목과 시장이 상승세를 연출하는 상황에서 솔직히 우리 중 누가 감정이 달아오르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어느 상점에서 아주 탐나는 물건들을 최근 가격 대비 10% 내지 20% 혹은 30%까지 할인 판매하는 광경을 보고도 우리 중 누가 지갑을 닫은 채 등을 돌릴 수 있겠는가? “저 물건들이 할인판매 중일 때는 사고 싶지 않아. 가격이 다시 오를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때 살 거야”라고 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바로 이런 모습이 우리가 투자를 대할 때 하는 행동이다. 시장이 주식을 “할인판매대”에 올려놓으며 하락할 때 우리는 매수를 중단한다(사실은 패닉에 빠져서 매도하기까지 한다). 그리고 시장이 상승할 때 우리는 매수하면서 더 열광한다. 제이슨 츠바이크(Jason Zweig)의 말처럼, “우리가 양말을 사듯이 주식을 산다면 투자실적이 나아질 것이다.” 많이 오른 주식을 보고 좋아하는 것도 잘못이고, 떨어진 주식을 보고 실망하는 것도 잘못이다. 주식시장이 하락하는 것은 저점 매수에 필요한 첫 번째 단계다.


많이 오른 주식을 보고 좋아하는 것도 잘못이고, 떨어진 주식을 보고 실망하는 것도 잘못이다


(중략)

시장의 역사에 대한 웬만한 이해만 있다면 그러한 시장 하락기에 하락 시점은 예측할 수 없다고 해도 그 깊이와 돌발성은 극히 예측 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충분히 짐작할 수 있듯이, 시장이 아주 심각하게 부정적인 모습을 드러내는 이러한 불안한 시기가, 바로 고객과 펀드매니저들이 장기적 투자 판단을 임기응변으로 “재평가”하는 때이다. 즉 이런 재평가를 초래하는 이유는 단기적인 공포가 장기적 투자정책의 차분한 합리성을 압도해버리기 때문이다.

(중략)....... 투자자는 현실적이고 타당한 투자목적을 세워 장기적으로 달성해야 한다. 또한 투자실적을 저해하는 실수와 오류를 예방함으로써 월등한 수익을 올리도록 노력해야 한다. 투자자에게 정말로 중요한 일은 이 목적을 실현할 수 있는 현명하고 적합한 정책을 개발해서 고수하는 것이다. 현재 가장 중요한 이 일에 아무런 관심도 기울이지 않는다는 패러독스에서 탈출할 수 있는 길은, 투자와 자본시장의 성격을 이해하는 길밖에 없다.


출처: 다음 자료의 일부를 발췌. "Chapter 12, Why Policy Matters," Charles D. Ellis, Winning the Loser's Game, 4th edi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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