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과 개미핥기
인생은 너무 짧다. 또 저 바깥세상에는 그저 재미 삼아 남의 점심을 뺏어 먹는 덩치 큰 악당들이 득실거린다. 그자들 근처에는 가지 말라. 사업의 세계에서도 그렇다. 다윗이 혼자서 골리앗을 때려눕힐 때도 가끔은 있다. 그러나 아무 생각 없이 제 발에 걸려 넘어지는 골리앗에 다윗 두세 명이 깔려 죽을 때가 더 많다.
내 아들들은 토요일마다 TV에서 “개미핥기” 만화를 즐겨 본다. 개미핥기는 개미들을 짓밟기도 하고, 개미들을 깔고 앉기도 한다. 어느 모로 보나 당하는 것은 개미다. 개미핥기는 별로 볼품도 없고, 관심을 두는 사람들도 별로 없다. 내가 만화영화 제작사를 운영한다면 화면에 올릴 만한 동물들 가운데 개미핥기는 거의 최악의 후보일 것이다. 어쨌든 개미핥기는 가엾은 개미들의 삶을 처참하게 만드는 존재다.
개미핥기가 사는 동네는 피하라
큰 기업들은 큰 시장에서 잘한다. 작은 기업들은 작은 시장에서 잘한다. 큰 기업이 작은 시장에서 잘하거나, 작은 기업이 큰 시장에서 잘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큰 시장, 특히 성장 잠재력까지 큰 거대한 시장은 큰 기업들을 불러들인다. 수십 억 달러 규모의 거대 기업들은 전혀 주저 없이 거대한 시장에 뛰어든다. 그러나 이렇게 덩치 큰 기업들은 아주 빨리 성장하는 시장이더라도 규모가 작은 시장에 뛰어드는 일은 망설인다.
개인용 컴퓨터(PC) 시장을 생각해보자. PC 시장은 단 몇 년 만에 60억 달러의 시장으로 불어났고, 지금도 상당히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처음에 팔려 나간 애플 컴퓨터에서 첫 파일이 생성되기 전에 DEC와 휼렛패커드(HP), IBM, 텍사스 인스투르먼트(TI)를 비롯한 거대 기업들은 전부 PC의 시장 잠재력을 알아봤다.
그러나 초기에는 이들 중 아무도 시장에 진입하지 않았다. 애플과 케이프로Kaypro, 오스본, 라디오샥Radio Shack을 비롯한 작은 기업들이 빠르게 성장하는 이 작은 시장을 두고 각축을 벌이는 동안, 거대 기업들은 이 시장이 들어갈 만한 시장인지를 지켜보고만 있었다.
1982년에 이르러 시장이 커졌을 때는, 덩치 큰 선수들이 뛰어들었다. 그들 가운데 IBM은 짧은 시간 동안에 이 광활한 PC 시장의 막대한 부분을 차지했다. IBM은 시장 평론가들이 다른 제품에 비해 열등하다고 평가한 제품으로 높은 시장점유율을 달성했다. IBM이 시장에 진입할 때는 소규모 기성 업체들이 이미 우월한 하드웨어를 갖춘 제품들을 공급하고 있었지만, 판매량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이런 업체들에는 IBM처럼 큰 시장을 움직이는 세력이 없었다. 독립적인 소프트웨어 회사들은 IBM의 하드웨어가 최고이든 아니든 IBM이 잘해낼 것이라고 봤기 때문에, 프로그램을 제작해 IBM에게 납품했다. IBM은 엄청난 소프트웨어를 계속 제공받았기 때문에 평범한 하드웨어로도 매력적인 PC를 내놓을 수 있었다.
1983~84년은 여러 개미핥기들이 마구 나대던 때였다. 그들이 내딛는 발짝마다 적지 않은 개미들이 고초를 겪어야 했다. TI가 자사 PC 가격을 매겼던 방식을 보라. 그 가격으로 이익이 나느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들은 원하는 시장을 얻겠다고 작정하면 손실을 내면서도 오랫동안 사업을 밀고갈 수 있다. TI가 전자계산기와 전자시계에 어떻게 뛰어들었는지를 보라. 바우마Bowmar는 전자계산기를 처음으로 출시한 개척자였다. 바우마가 만든 전자계산기인 바우마 브레인Bowmar Brain을 기억하는가? TI의 전자계산기 가격 공세는 바우마를 순식간에 파산법 11장(Chapter11)에 해당하는 최악의 파산으로 몰고 갔다.
거대 기업들과 직접 경쟁에 맞붙기 쉬운 시장은 피하라. 거대 기업들은 이익을 내지는 못해도 상대방에게 큰 손실을 입힐 수 있다. (나 같으면 개미핥기에게 잡아먹히는 것도 두렵지만, 그 덩치 밑에 깔려죽는 것도 두렵다.) 기업은 자신의 규모에 적합한 시장을 선택해야 한다. 개미 기업(즉 소기업)은 개미핥기 기업들에게는 구미가 당기지 않는 작은 시장을 상대해야 한다. 작은 시장에는 거대 기업이 출몰하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어느 회사에서든 장군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령이나 소령, 대위, 혹은 하사관이나 이등병처럼 생각한다. 기업들 대부분은 가장 중요한 시장에 가장 뛰어난 사람들을 배치할 것이다. 거대 기업은 큰 시장에 가장 뛰어난 인력을 배치할 것이다. 각각 연간 매출이 40억 달러에 달하는 DEC와 HP, TI를 생각해보자.[주1] 이런 기업들은 매년 20 퍼센트의 성장을 목표로 한다. 즉 1983년에는 매출을 8억 달러 늘려야 하고 1984년에는 10억 달러를 늘려야 한다. 이런 기업을 경영하는 입장에 있다면, 시장규모가 고작 1억 달러인 시장에 기웃거리는 어리석은 행동을 하겠는가? 게다가 그 시장에 수완 좋은 기업가들이 이끄는 수많은 소기업들이 이미 자리를 잡고 있다면 더욱 꺼리지 않겠는가?
... (중략) ...
작은 (또 다른) 것이 아름답다
큰 시장을 피해야 하는 것처럼 주류 기술을 피하는 게 적합하다. 앞서 설명한 것과 똑같은 이유가 성립되는 경우가 많다. 될 수 있는 대로, 나라 차원의 주력 연구소들이 중점을 두는 기술 분야는 피하도록 하라. IBM이나 TI 또 벨연구소Bell Labs와 같은 대형 연구소들이 힘을 쏟는 분야의 기술들은 조만간 그들 자신이나 다른 기업들이 참여하는 큰 상업적 사업으로 이어진다.
그 대신에 이런 대형 연구소들이 연구개발 자금을 쏟아 붓지 않는 분야를 주목하라. 큰 기업들은 미래 시장 잠재력이 크다고 보는 분야에 거액의 연구개발 자금을 투입하기 마련이다. 작은 기업이 여러 해 동안 노력해서 더 나은 신기술을 개발할 수도 있지만, 거대한 연구기관이 추진하는 5천만 달러짜리 프로젝트 한 방에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 주류 기술을 피하는 것은 대개 큰 시장을 피하는 것과 같다.
작은 기업에게는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이면서 개미핥기들에게는 구미가 당기지 않는 작은 규모의 시장이 최상이다. 이점을 이해하지 못하는 작은 기업들이 큰 시장에 뛰어들지만,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다. 연간 매출이 5천만 달러 규모의 작은 기업이라면, 1억 5천만 달러 정도의 규모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이 이보다 훨씬 크고 더욱 빨리 성장하는 시장보다 훨씬 유리하다. (그 근거는 26장을 봐야 완전히 드러날 것이다.) 그 이유에는 너무 빨리 성장하려는 유혹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있다(1부를 보라). 하지만 주된 이유는 작은 시장이 개미핥기를 피하는 길이라는 점이다.
※ 출처: 다음 자료의 일부를 발췌. "Chapter 9. Avoid Risk: Avoid Competition", 켄 피셔Kenneth L. Fisher, 슈퍼 스톡스Super Stoc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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