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콩 심은 데 콩 나듯, 늦게 자면 늦게 일어난다. 아침 9시에 만나는 일상.
어제와 다를 것 별로 없는 오늘이지만, 좀 늦게 "등교"하는 일탈도 나쁘지 않다.
구름이 적절히 하늘을 수놓고, 또 그러다 보니 햇살도 적절한 강도로 세상을 비춘다.
대부분 출근한 뒤여서 한산한 도시 길거리가 시원하다. 어제는 하루종일 흐리고 습하더니, 적절한 햇살 덕분에 습도 역시 적절함을 내 코와 건조해진 내 손등으로 느낀다.
선조들께서 우리나라 겨울 날씨를 가리켜 삼한사온(三寒四溫)이라 했는데, 요즈음 초겨울 날씨는
대충 삼탁사청(三濁四淸)인 것 같다. 기후가 괴상해진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이렇게라도 사람들을 달래주는 날씨가 고맙다. 어제는 내 마음도 흐렸는데, 오늘 이렇게 적절히 맑은 하늘을 보여주시니 말이다.
바쁠 때는 잠시라도 쉬자. 다만 15분에서 30분이라도 나를 지워버려 보자. 처음에는 당분간 호흡에 집중하며 들숨과 날숨을 그냥 느끼기만 해보자. 그러다 보면 머릿속을 종횡무진하는 갖가지 무정형한 생각과 정감 중에 (잘하면) 50 퍼센트는 날려버릴 수 있다. 이어서 호흡도 잊어보자. 호흡을 무시하고 자연에 맡기는 것이다.
그러다가 잠시 이런 글이라도 적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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