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8일 수요일

[발췌 읽기: 고병권, 다이너마이트 니체] 3장 악순환인 신


출처: 고병권 지음. 다이너마이트 니체: 고병권과 함께 니체의 <선악의 저편>을 읽다. 천년의상상 펴냄. 2016.

※ 발췌: p. 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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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_ 십자가에 매달린 신

니체는 이 장에서 종교적 존재로서 인간 영혼의 역사와 가능성을 다룬다.

( ... ... ) 인간 정신이 스스로 자유와 긍지를 버리고, 확실성을 포기하며 의심을 멈춘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다. ( ... ) 그렇다면 어떻게 기독교와 같은 부조리한 신앙이 인간 정신을 지배할 수 있었을까. 기독교 신앙에 엄청난 잔인성이 필요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니체는 말한다. 이 잔인성의 대표적 상징이 '십자가에 매달린 신'이다. 고대인들은 이처럼 기괴하고 잔인한 장면은 결코 떠올릴 수 없었다. ( ... )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어느 곳에서도 이 정식처럼 전도된 대담성, 그만큼 무서운 것, 그만큼 미심쩍은 것, 그만큼 의혹이 가는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이것은 고대적 가치의 전도였[고], "로마에 대한 기독교의 복수"였다. ( ... )

( ... ) 로마 시대 철학자들이 걱정했던 것은 미래에 대한 두려움으로 지금의 삶을 망치는 것이었다. 그들의 (원한, 분노, 탐욕 등등) 외적인 것의 영향 아래 자기 삶을 방치하지 말라고 했다. 외적인 것에 휘둘리지 않는 마음의 평정과 주권적 삶, 이것이 그들이 생각한 '구원'이었다. 그들에게 '구원'이란 평생에 걸친 단련과 수련을 통해 얻는 자율적이고 주권적 삶이었지, 이승과 저승, 죄와 심판, 천국과 지옥, 불멸 같은 극적 사건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었다. 하지만 기독교는 전혀 다른 구원관을 만들어냈다. ( ... ... ) 에피쿠로스 vs. 바울 ( ... ... ) 로마의 철학자 vs. 로마의 노예 ( ... ... )


종교적 신경증과 성자

( ... ... ) 회의와 열정을 억누르고 영혼으로 하여금 속죄하고 참회하게 하는 일은 어디까지 가능할까. 프로이트는 종교(특히 종교적 의례들)를 일종의 '강박 신경증'으로 보았는데,[주]  니체는 이러한 프로이트의 연구를 어느 정도 선취한 듯하다. 니체는 속죄와 구원이라는 미명하에 금욕주의적 조치가 이루어진 곳, 특히 금욕적 죄악설이 지배하는 곳에서는 발작적으로 '종교적 신경증'이 나타난다고 했다. 중세 도시에 출몰했던 '죽음의 춤'이라는 '무도병', '마녀 히스테리' 등은 모두 종교적 신경증의 표출이었다.[주]22─《도덕의 계보》 3번째 에세이 21절.

[주] 프로이트는 종교의 다양한 금제와 의례가 강박 신경증 환자의 일상적 의례와 깊은 유사성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강박 신경증 환자는 자기 안에서 일어나는 충동과 유혹을 누르기 위해 혹은 그것을 예견하고 방지하기 위해 강한 금제를 설정하고 어떤 행위들을 의례적으로 엄격히 수행하는데, 이것이 종교 의례와 매우 흡사하다는 것이다. 강박 신경증 환자는 대립하는 감정들이 교차적으로 이어지는 사람이다. 이를테면 부도덕한 충동과 그것에 대한 강한 부정이 교차로 나온다. 프로이트에 따르면 종교적으로 건전한 사람은 죄악으로 완전한 타락에 빠지는 일이 많은데, 이것이 '참회'라고 하는 종교 활동의 형태를 만들어낸다고 한다. 이는 '종교적 신경증'과 '성자'의 유형을 연결한 니체의 주장과 매우 흡사하다. ( ... ... )

왜 금욕주의적 조치들이 강하게 시행된 곳에서 인간 영혼은 발작을 일으키는가. 왜 그곳에서는 '갑작스러운 방탕'과 '참회의 경련'이 교차하는 '종교적 신경증'이 나타나는가.[주]23  ( ... ... )


02_ 기독교라는 독특한 정신 유형

니체는 유럽의 기독교를 크게 남과 북, 두 유형으로 나누었다. 로마를 중심으로 하는 남부의 기독교(가톨릭)에서는 상당히 섬세하고 복잡하고 까다로운 신앙이 지배한다. 이곳 라틴 민족의 기독교는 기독교 일반보다 훨씬 더 '내면적'이다. 바꿔 말하면 라틴 민족은 '종교적 본성'이 더 강하다. ( ... ... ) 북부 기독교는 완전히 반대다. 루터식 프로테스탄티즘은 남부 기독교와 달리 아주 "순진하고 투박하며 뻔뻔하다". 사색적이기보다 정열적이며, 경건하기보다 관능적이다. ( ... ... )

( ... ... ) 고대인의 종교성이란 기본적으로 "억제하기 힘들 정도로 풍부한 감사"의 표현이다. 고대 민족들은 자신이 가진 힘을 종교로 표현하고 싶어 했다. 종교란 민족 자긍심의 표현이었다. 유대인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 ... ) 요컨대 야훼는 유대인의 자기 긍정이자 힘의 과시였다. 이것은 기독교에서는 도저히 찾아볼 수 없는 면모이다. ( ... ... )


03_ 오늘날 종교적 인간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04_ 종교의 고귀한 용법 - 도래하는 철학자의 경우

( ... ) 니체는 여기서 종교적 인간의 새로운 가능성, 인간의 '종교적 본질'에서 나올 수 있는 긍정적 가능성을 탐색한다. ( ... ... )


05_ 영원히 돌아오고 영원히 태어나다

"악순환인 신."

( ... ... ) 니체에 따르면, 종교적 잔인성의 첫 단계는 신에게 '장자'를 바치는 것이다. "일찍이 사람들은 신에게 자신이 가장 사랑했던 사람들을 희생물로 바쳤다." 이것이 선사시대 종교에서 곧잘 나타나는 '장자 희생'이다. 종교적 잔인성의 두 번째 단계는 신에게 인간 자신의 자연(본성)을 바치는 것이다. 일종의 강력한 금욕주의가 생겨난 것이다. 그리고 세 번째 단계에서 인류가 찾아낸 희생물은 바로 신 자신이다. 인간에게 남은 최후의 소중한 것, 모든 희망, 모든 믿음, 다시 말해 자신들이 떠받드는 '신'을 희생물로 바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십자가에 매달린 신'이다.

그런데 니체는 이 마지막 단계의 '역설적 신비', '신의 죽음'이 갖는 다른 의미, 다른 가능성을 말하려는 듯하다.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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