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9월 25일 목요일

[발췌: 권오상, 파생금융 사용설명서] 투자은행과 헤지펀드의 애증적 관계: 프라임 브로커리지

출처: 권오상 지음, 《파생금융 사용설명서》, 부키 2013.
자료: 구글도서


※ 발췌: 소절 "투자은행과 헤지펀드의 애증적 관계: 프라임 브로커리지"


헤지펀드의 작동을 위해 레버리지의 채용이 필요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런데 막상 자기 자본금의 수십 배에 달하는 레버리지를 일으키고 싶다고 마음먹은 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레버리지는 오직 레버리지를 허용해 주는 곳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 단적인 예로, 우리가 갖고 있는 돈을 이용해 주식을 사는 것은 주식 투자이지만,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것은 주식 투기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런데 그 경우, 주식 살 돈을 빌려 주는 곳, 이를테면 은행의 대출이나 브로커 증권사의 신용 매수 등이 허용되지 않으면 레버리지를 일으키고 싶어도 일으킬 방법이 없는 것이다.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거래 아이디어는 있지만 그 자본금이 넉넉하지 않은 헤지펀드에 여러 서비스를 제공해 주고 가장 결정적으로는 레버리지를 걸어 주는 것이 바로 투자은행이 제공하는 프라임 브로커리지prime brokerage이다. 1980~1990년대 헤지펀드의 성장과 더불어 확장된 이 영역은 투자은행에서 일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별로 "섹시하지 않은" 분야로 인식되지만, 투자은행의 주주와 경영진에게는 황금 알을 낳는 거위와도 같은 비즈니스다. 우선 헤지펀드는 설립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사무실, IT 시스템, 법률 자문, 회계 등과 같은 서비스를 일괄 제공해 쉽게 사업을 시작할 수 있게 해 준다. 그렇게 설립된 헤지펀드가 시장에 나가 거래하는 것에 관계된 모슨 서비스도 제공하며, 필요하다면 그 거래에 레버리지가 공급될 수 있도록 하는 역할까지 담당한다. 투자은행 입장에서는 이 프라임 브로커리지가 리스크는 거의 존재하지 않고 수익은 안정적으로 발생하는 분야다. 헤지펀드가 거래하면 할수록 투자은행의 수수료 수입은 계속적으로 증가하고, 설령 헤지펀드가 손실을 크게 입어 투자은행이 빌려준 자금이 위태로워진다고 해도 프라임 브로커로서의 지위를 이용해 헤지펀드의 포지션을 청산시킴으로써 빌려준 자금을 안전하게 되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면에서는 이 프라임 브로커리지 비즈니스가 투자은행 입장에서 일종의 거래소나 라스베이거스 도박장의 비즈니스 모델을 채용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놀 수 있는 판을 마련해 주고 필요하다면 돈도 빌려 준 뒤 거기서 안정적인 수수료 수입을 거두는 것이 비즈니스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도박에 관련된 오래된 격언 중에 "도박에서 유일하게 돈을 딸 수 있는 쪽은 하우스 [주]* 뿐"이라는 것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이슈가 되지 않았지만 미국에서는 최근 커다란 사회적 이슈로 제기되고 있는 다크 풀dark pool의 성장과 고빈도 거래high-frequency trading(HFT) [주]**의 예상치 못한 시장 지배력 또한 이러한 논리의 연장선상에 있다. 

투자은행이 프라임 브로커리지를 제공함으로써 얻는 이득이 또 하나 있다. 그 헤지펀드가 구사하는 거래 전략이 무엇인지 소상히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이다. 순진하게 새로운 거래 전략을 금융 회사에 가서 얘기했다가 아무 소득도 거두지 못하고 아이디어만 뺏기고 마는 개인의 사례는 늘 있었다. 어떤 거래 전략이 유효하려면 그 전략을 구사하는 사람이 소수에 그쳐야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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