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월 13일 월요일

어떤 건강·의료 서적을 보다가

출처: 전홍준 지음, 
《비우고 낮추면 반드시 낫는다》 (에디터, 2013년 11월)

1. 
1970년대에 의과대학을 졸업한 뒤 조선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를 지내는 동안 많은 환자를 진료하면서 수술이나 약물만으로는 완치되지 않고 평생 약을 써야 하는 경우를 자주 겪었다. 이처럼 현대 의학으로 고칠 수 없는 경우들을 만나면서 의사 일에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1984년 독일 하이델베르크 대학의 지역사회의학센터에서 야채 과일 절식, 수(水) 치료, 흡각요법, 마사지, 침술, 명상 등 동양의 전통 의학과 유사한 치료를 하는 자연치료센터가 운영되는 것을 보게 된다. 서양의학만을 배운 지은이는 이 일을 계기로 자연치료 의학을 배우기 시작했다. 
  1980년대 후반 일본과 미국으로 건너가 자연치료와 정신의학을 배우고, 1991년에서 1992년 까지는 ... 의사 디팍 초프라로부터 인도의 전통 의학 아유르베다의 전 과정을 배웠다. ... 외과 전문의이자 의학박사인 지은이는 지난 30년 동안 배우고 연구한 자연치료 의학 분야의 성과와 임상 경험을 서양의학과 하나로 통합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인치유 의학을 추구하고 있다. 저서와 옮긴 책으로는 《완전한 몸, 완전한 마음, 완전한 생명》, 《유쾌한 쾌요볍》 ... 등이 있다. 
.... 지은이 소개 중에서

2. 머리말: 인간 전체를 치유하면 모든 병이 낫는다
내 동료 의사들은 나를 이상한 의사라고 부른다. 수술이나 약은 쓰지 않고 무슨 생채식이나 절식을 하라든가, 병이 다 나았다고 믿고 건강만 바라보라든가 하는 식으로 환자들을 가르치고 있으니 내가 보기에도 상식적인 의사가 아닌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그런데 내가 왜 이상한 의사 노릇을 하고 있는가 하면, 이런 방법이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나는 지난 30년 동안 이처럼 쉽고도 단순한 방법을 써서 병도 낫고 삶의 질도 좋아진 사람들을 수없이 많이 보아 왔다. 그러니 계속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1970년대 말, 나는 의과대학을 졸업한 직후 광주기독병원에서 외관 수련을 받았다. 그 당시 우리를 가르친 스승은 디트릭(R. B. Dietrick)이라는 미국인 선교 의사였다. 이분의 의술, 특히 수술 솜씨는 얼마나 뛰어났던지 모두 감탄을 금치 못했다. 별명이 ‘신의 손’이었다.
   이처럼 위대한 외과 의사 밑에서 훈련을 받았기 때문에 전문의가 되어 세상에 나왔을 때는 ‘나는 어떤 어려운 병도 다 고칠 수 있겠구나.’ 하는 자만심, 그런 교만한 마음을 갖게 되었다. 종합병원의 외과과장이 되어 많은 환자를 보게 되었는데, 얼마 안 가서 나의 교만한 자신감은 무너지기 시작했다. 내가 수술한 암 환자가 재발하여 다시 찾아와 임종을 지켜보는 괴로움도 겪게 되고, 만성 통증 환자들이 수술이나 약물 치료만으로는 깨끗하게 낫지 않아 마음이 불편한 일도 자주 있었다. 고혈압, 당뇨, 류머티즘, 피부병, 만성간염 환자들이 평생 약을 써도 낫지 않는 경우는 너무나 많았다. 이처럼 현대 의학으로 고칠 수 없는 무력한 경우들을 만나면서 내가 하는 일에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1984년 독일 하이델베르크대학의 지역사회의학센터를 방문한 기회가 있었는데, 마침 그곳에서 작은 규모의 자연치료센터가 운영되는 것을 보게 되었다. 요즘 말로 대체의학 또는 통합의학 클리닉 같은 진료실이었다. 야채 과일 절식, 수(水) 치료, 흡각요법, 마사지, 침술, 명상 등 동양의 전통의학과 유사한 치료를 하고 있어서 서양의학만을 배우 나에게는 신선하게 비쳤다. 이 일이 계기가 되어 자연치료 의학에 대해 관심을 갖고 공부하기 시작하였다. 
   1986년, 나의 클리닉에서는 현대 의학이 포기한 두 명의 중환자가 좋아지는 극적인 일이 일어났다. 치료 불가능이라는 진단을 받고 절망에 빠져 있던 60대 간암 환자와 40대 심장병 환자가 비슷한 시기에 찾아왔다. 그때 나는 와타나베 쇼(일본 자연의학연구소 의사)와 마나키 요시오(기타사토대학 동양의학종합연구소 교수)의 저서를 보고 있었다. 그 책들의 요점은 현대 서양의학이 병만 보고 인간 전체를 보지 못하는 편견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에 병이 잘 낫지 않으며, 삶의 방식을 자연의 질서에 맞추면 병은 저절로 낫는다는 것이었다. 환자들과 나는 책을 보면서 실험을 시작하였다. 약 6개월 후에 두 사람의 병증은 모두 사라져 버렸다. 놀라운 일이었다. 왜 좋아졌는지는 나도 알 수 없었다.
   나는 모든 일을 미루고 일본 도쿄에 있던 두 명의 의사를 찾아갔다. 이 방문을 통해서 하나의 큰 가르침을 얻게 되었다. 어려운 난치병은 자연계에서 사람과 사람이 기르는 짐승들에게만 발병한다는 것이었다. 이유는 사람만이 자연의 질서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이며, 자연의 질서로 돌아가면 병은 저절로 낫는다고 했다.
   나는 일본에서 몇 달 동안 머물면서 많은 자연치료 의사들로부터 새로운 의학의 세계를 배우게 되었다.  오사카대학의 고오다 미츠오 교수, 후쿠오카의 안도 의사, 도쿄의 모리시타 교수, 특히 세계적인 예방의학자이자 일본 대체의학의 대부 격인 마루야아 히로시 교수는 나에게 한국의 ‘동의보감’과 인도의 ‘아유르베다’를 꼭 공부하라고 당부하였다. 그해 가을 나는 미국을 방문하였는데, 하버드보건대학원의 심장병 전문의 버나드 로운 교수로부터 《자연치료백과사전》, 《자연요법의 실제》 등 하버드프레스센터의 출판물을 선물로 받았다.
*
이 책의 첫 번째 이야기 ‘자연을 따르면 저절로 낫는다’는 주로 이 의사들로부터 배운 지식을 나의 환자들에게 응용한 임상체험기라 할 수 있다. 이 의사들로부터 배운 바를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치유의 힘은 의사에게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자연으로부터 나온다’, ‘병을 고치려고 하지 말고 병을 가진 인간 전체를 치유하라.’이다. 
   이때부터 나는 전혀 다른 모습의 의사가 되었다. 기계론적인 의과 의사에서 생기론적인 자연치유 의사로 바뀐 것이다. ‘아! 이제 내가 제대호 된 의학을 만났구나.’ 나에게는 또 다른 자만심이 생겼다. 그러나 그 생각 또한 하나는 알고 둘을 모르는 좁은 소견이었다. 똑같은 병증을 가진 두 명의 환자에게 똑같은 자연치료법을 썼는데 어떤 환자는 좋아지고, 어떤 환자는 좋아지지 않는 일이 늘 있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처음에는 이해할 수 없었다. 나는 그 후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병이 낫지 않는다’는 사실을 마음의학 전문가들로부터 배우게 되었다. 일본의 심신의학자 도쿠히사의 ‘마음과 몸의 운명’, 다니구치 마사하루의 ‘생명의 실상 프로그램’, 미국의 방사선과 의사 칼 사이먼튼의 ‘긴장이완과 상상법’ 프로그램을 통해서 ‘생각을 바꾸면 낫는다’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되었다.
   이 책의 두 번째 이야기 ‘생각을 바꾸면 낫는다’는 주로 이와 같은 심신의학자들로부터 배운 바를 나의 환자들에게 적용함으로써 얻은 임상 체험담이다. 1991년과 1992년, 연구교수로 미국 위스콘신대학에서 의학사와 의확 철학의 펠로우십 과정을 밟게 되었다. 나는 이 시기에 의사 디팍 초프라로부터 인도의 전통의학인 아유르베다의 전 과정을 배울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 아유르베다의 주요 훈련 과정인 ‘초월 명상’을 통해 순수의식의 세계를 접하게 되었고, 그 후 정신과 의사 데이비드 호킨스의 ‘의식 혁명 프로그램’을 통해 자아를 초월한 순수의식의 세계가 명백한 현실로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1994년에는 미국의 교육심리학자 해리 팔머가 개발한 ‘아바타 프로그램’의 전 과정을 이수하게 되었다. 나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이 프로그램을 가르치는 교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서 내가 배운 바는 ‘모든 사람은 한정된 육체가 아니며,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영적 존재’라는 것이다.
   이 책의 세 번째 이야기 ‘비우고 낮추면 생명이 보인다’는 바로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서 얻게 된 영적 체험과 생명의 실상에 대한 이야기다.
   네 번째 이야기 ‘자연치유를 추구하는 세계의 의사들’은 첫 번째부터 세 번째 이야기까지 등장하는 의사들 중에서 대표적인 몇 명을 뽑아 그들의 의학 사상을 소개하는 것이다.
   자연치유의 철학적 배경은 전체성 의학(holistic medicine), 곧 인간 전체를 치유하는 의학이다. 그 사람의 몸, 마음, 영성이라는 세 개의 차원에 대한 통합적 치유를 추구하는 것이다. 책의 첫 번째 이야기는 몸의 치유이고, 두 번째는 마음의 치유, 세 번째가 영성의 치유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옛 가르침에 타성일편(打成一片)이라는 말이 있다. 모든 이론, 모든 진리 체계를 때려 부수어서 간단한 하나의 체계를 만든다는 뜻이다. 이 책의 세 번째 이야기 ‘비우고 낮추면 생명이 보인다.’는 여러 가지 다양한 양생 의학의 체계를 묶어서 타성일편이 되도록, 서투르지만 내 나름대로 시도해 본 것이다.
   이 책의 이야기 가운데는 전문가의 눈으로 볼 때 동의하기 어려운 내용이 여기저기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나는 인정한다. 어떤 것들은 너무나 비과학적이어서 말도 안 되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있을 수 있다. 정통 의료계에서는 의학과 건강법에 대해 이야기할 때 흔히 과학적인 근거가 있어야 한다든디 객관적인 재현성이 있어야 한다는 점들을 강조한다. 하지만 의학과 과학은 동의어가 아니다. 의학은 과학이면서도 철학, 심리학, 사회학, 종교, 나아가서는 인간 삶의 모든 것이 다 어우러져 있는 종합예술과 같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의학을 과학의 한계 속에 가두어 버리면 많은 것을 놓치고 만다. 과학이 아니면 의학이 아니라고 고집한다면 이는 마치 대롱으로 하늘을 쳐다볼 때 대롱 속에 비치는 하늘만 하늘이고, 대롱 밖의 하늘은 하늘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과 같다. 수천 년의 의학의 역사에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하나의 교훈은 건강과 질병을 규정하는 단일 이론은 영원히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산 정상에 오르는 길이 여러 갈래가 있듯이 건강과 질병을 설명할 수 있는 길도 여러 가지가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의학의 여러 가지 모습들도 서로 다른 장르의 예술을 감상하듯이 바라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 책의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예술작품 감상하듯 너그럽게 음미해주시면 고맙겠다.
   어떤 분이 이 책을 읽고 “당신의 이야기는 비약이 심하다. 이것은 비과학적인 사변이며 신비주의가 아닌가?”하고 묻는다면, 나는 “예, 당신 말씀이 맞습니다.”라고 답하겠다. 자연과 생명은 기존의 낡은 과학적 세계관의 틀에서 비약해야만 알 수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자연과 생명의 본성은 과학 너머에 있으며, 그 핵심은 본래가 신비부사의(神秘不思議)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당신 이야기 가운데 비상식적인 것이 많다.”고 한다면, 나는 또 “맞는 말씀입니다.”라고 하겠다. 자연과 생명은 우리가 붙들고 있는 상식 너머로 갈 때만 알 수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그동안 가정이나 학교에서 보고 배운 주입된 상식─병은 나쁜 것이다. 그러니 병은 수술이나 약물로 제거해야만 한다─와 같은 허구의 최면에서 깨어나지 않는 한 자연과 생명에 대해서는 끝끝내 알 수가 없을 것이다. 건강과 질병의 신비는 영원히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와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인간의 지성으로는 건강과 질병에 대해서 정확하게 알 수 없다는 것을 의학의 역사는 가르쳐 주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지금 진실처럼 믿고 있는 정통 의학의 지식 체계 대부분은 결코 영구불변의 진리가 될 수 없다. 나는 한때 미국의 의학사도서관에서 약 150년 전에 창간된 외과 계통의 학술지를 살펴볼 기회가 있었는데, 오늘날 우리 외과 의사의 눈으로 볼 때 초창기 외과 의사들의 수술 방법이나 치료법들은 너무도 어처구니없는, 정말 말도 안 되는 것들이 많았다. 오늘날 우리에게 익숙한 치료법들, 이를테면 암에 대한 3대 요법인 수술, 항암 요법, 방사선 치료에 대해서 수백 년 후의 의사들은 또 어떤 눈으로 바라보게 될까?
   대부분의 의사나 환자들이 지금 진실처럼 믿고 있는 과학적 의학도 다음 세대에는 미신이 될 수 있다. 과학적 의학을 포함한 모든 의학 체계는 그 시대 사람들이 믿고 따르는 하나의 집단적인 신념 체계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무엇에 대해 옳다 그르다 말하기보다는 어떤 관점에서 볼 때만 그것이 옳다 그르다 말해야 한다. 그러므로 나는 이 책에 나온 나의 이야기들도 할상 옳다고 주장할 마음이 없다. 그렇지만 이 우주에서 영원히 변하지 않은 하나의 진실이 있다면 ‘신념이 경험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무엇을 현실로 경험하려면 그것을 믿어야만 한다.
   이 책의 마지막에 실려 있는 ‘자연 치유 진료실’의 실천법들은 아주 쉽고도 단순하다. 하지만 그것을 믿고 실처한다면 건강 개선과 삶의 변화에 획기적인 대전환이 일어날 것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
이 책은 그동안 자연과 생명의 도리를 일깨워 준 많은 스승의 가르침의 소산이다. 이분들께 감사한다. 나 같은 부족한 의사에게 소중한 몸을 맡겨 주신 많은 환자들께도 특별히 감사드린다. [ ... 중략 ... ] 지금도 우리 모두의 생명을 주관하며 치유해 주고 있는 자연과 하늘에 감사한다. 

... 2013년 11월 
전홍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