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8월 19일 금요일

강조, 정감, 양태, 화용의 의미를 갖는 대격 조사 ‘을(를)’

자료: 형태론 홈페이지

※ 발췌:


(... 전략...) ‘를’은 대조적인 ‘강조’나 정감적, 양태적, 화용적 의미를 나타낸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정감적 의미나 양태적․화용적 의미가 무엇이냐고 꼭 꼬집어서 말하라고 하면 대답하기 어렵겠지요. 어쨌든 목적어라고 보기 어려운 예들에 대격조사 ‘를’이 사용되는 경우가 많고 이 경우 ’를‘은 목적격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다른 화용론적 의미 기능을 가지고 있다고 보는 것이 좋습니다.

다음은 목적어가 될 수 없는 성분인 부사에 ‘를’이 사용된 예문입니다.


(1)
가. 차가 빨리 가지 않는다.
나. 그 아이는 잠시도 가만히 못 앉아 있다.

또 다음 예문을 보세요.

(2)
가. 정환이는 조금도 착하지 않다.
나. 영이가 예쁘지 아니하다.
다. 순이가 일주일 아팠다.
라. 영희는 두 시간 잤다.
마. 철수는 역부터 집까지 단숨에 뛰어왔다.

(2 가,나)는 보문자(학교문법용어로는 보조적 연결어미) ‘-지’ 뒤에 대격표지가 실현된 형용사문이고, (2 다,라,마)는 기간이나 거리(범위)를 한정하는 명사구대격표지가 실현되어 있는 문장들입니다.

또 다음과 같은 문장에 나타나는 대격표지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문제가 됩니다.

(3)
가. 집 안이 얼마나 조용 했던지, 아무도 없는 줄 알았지.
나. 기영이는 쓸데 없는 것을 고민이야.
다. 집에서 책이나 읽을 것 괜히 나갔었잖아.
라. 정환이는 말하기, 자기는 술을 조금이라도 안 마시면 잠이
안 온다고 했다.

(3)와 같은 환경에 나타나는 ‘-을/를’을 대격표지로 보기 어려움은 어렵지 않게 동의할 수 있지만, 이 때 ‘-을/를’을 통사․의미론적으로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는 문제가 됩니다.
이것에 대한 연구로, 어떤 학자들은 의미․화용론적인 접근 방법을 취하여 ‘주제화 이론’으로 설명을 시도하기도 합니다. ‘을’ 주제화의 주요 내용은 대격을 할당받을 수 없는 명사구 및 기타의 성분에 실현된 ‘을’ 성분은 모두 ‘을’ 주제화라는 것입니다. ‘을’ 주제화는 ‘비대조적 대립’과 ‘언급대상성(aboutness)', ’특정성(specificity)’의 의미를 갖는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주제화 이론도 다른 학자들에게서는 비판을 받기도 합니다.

또 어떤 학자는 ‘을/를’에 대하여 세 가지 가정을 소개하고 있는데, 그 첫째는 ‘단일 기능 후치사 가정’으로서, ‘을/를’을 목적어 표지로만 분석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질문자께서도 지적하신 것처럼, 예외적인 경우가 많아 이 가정에 심각한 문제를 안겨 줍니다. 두 번째는 ‘단일 양태 후치사 가정’입니다. 이 가정은 후치사 ‘-를’이 전혀 통사 기능 표지가 아니라, 예컨대 비대조적인 강조와 같은 양태적 (modal) 의미나 정의적(affective) 의미만을 표현하는 후치사(특수 조사, 보조사)임을 주장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한국어 통사 체계에서 목적 보어 성분의 기능 표지는 무표지 (또는 영형태)라는 가정을 전제합니다. 세번째 가정은 ‘이중성 가정’으로서, 이것은 ‘-를’에 이중적 지위를 부여하는 입장입니다. 다시 말해 ‘-를’을 두 단위로 분할하여, 그 하나는 기능 후치사(통사 기능 표지)로, 또 하나는 양태 후치사로 보려는 것입니다. 답변자의 입장도 세 번째 가정과 비슷한데, ‘-를’의 본질을 두 가지로 나누어서 생각할 것이 아니라, ‘-를’ 자체가 문법적 성격뿐만 아니라, 어휘적 성격을 함께 가지고 있다고 보는 방법이 나을 것입니다. 격조사 ‘-가’, ‘-를’ 등이 격표지 기능 외에, ‘강조’ 등의 의미를 나타내기도 한다고 보는 것입니다. 격표지 ‘-를’과 강조나 양태적 의미의 ‘-를’은 동일한 형태소이며, 이 ‘-를’의 기본 의미는 목적격 표지 기능이고, 비격표지 기능의 의미는 ‘강조’나 양태적 의미라고 설명하면 답변이 될까요?

어쨌든 한국어의 ‘을/를’의 성격 규명은 아직도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겠습니다. (답변자: 편집위원 연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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