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5월 28일 토요일

[발췌: 피터 드러커] 사례 4_ 소규모 다국적기업으로 성공하기

Case4_ Success in the Small Multinational


다국적기업은 규모가 아주 커야한다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다. 무릇 다국적기업이라면 매출이 적어도 2억 달러는 되어야 한다는 것이 통념적인 기준이기도 하다. 하지만 실상을 보면 일부러 작은 규모를 유지하는 기업들이 있고, 작다는 그 이유 때문에 탁월한 성공을 달려온 소기업들이 아주 많다.

규모는 작지만 매우 성공적인 다국적기업을 찾아보자면 스위스 회사 우라니아Urania A.G.가 좋은 사례다. 스위스 동부에 글라루스Glarus라는 작은 도시가 있는데, 사실 마을 정도에 불과한 곳이다. 우라니아는 바로 이곳에 자리 잡고 있는 작은 회사다. 우라니아의 역사는 아주 특이하다. 본래 성공과는 전혀 거리가 먼 회사였고, 1960년대 말 거의 파산 상태에 이르러 청산 직전까지 갔다.

이 회사 이야기는 한 사람으로부터 시작된다. 이제 90대에 접어든 크리스천 블런칠리Christian Bluntschli라는 사람이다. 그는 스위스 취리히에서 공학을 공부했고, 1930년대 초에 교환학생으로 미국 필라델피아 소재 와튼경영대학원에 갔다. 이곳에 눌어 앉아 쭉 공부한 끝에 석사학위도 마치고 박사학위까지 받았다. 그러고 스위스로 돌아가자마자 스위스의 첫 경영대학원으로, 장크트갈렌St. Gallen에 위치한 코머셜유니버시티Commercial University에 교수로 채용됐다. 대학에서 아주 특출 나고 인기도 있는 재무학 교수로 성장해 1960년대 말까지 학교에 머물렀다. 그 즈음 교편을 놓고 스위스 대형 은행 한곳에 이코노미스트로 자리를 옮겼다. 하지만 은행에서 하는 일이 꽤나 지루했다. 때마침 와튼경영대학원에서 교수로 와달라는 제의를 받았다. 블런칠리는 이참에 훌훌 털고 필라델피아로 떠나자고 생각했다.

그런데 블런칠리가 사직서를 처리하기 직전, 행장이 그를 불렀다. “이보게. 좀 특이한 일이긴 한데 자네가 좀 맡아주겠나? 정밀기어를 만드는 작은 회사에 큰돈을 융자해준 건이 있네. 글라루스에 있는 우라니아라는 회사인데 우리가 회사 지분의 약 35 퍼센트나 가지고 있어. 이 회사 사정이 아주 심각한 것 같아. 사실 완전히 파산한 게 아닌지 심히 미심쩍네. 청산밖에는 다른 길이 없어 보이지만, 가난한 시골 지역에서 제일 큰 고용주라서 회사 문을 닫게 만들면 우리 이미지가 실추될까봐 걱정이야. 글라루스에 가서 그 회사 속사정 좀 살펴볼 수 있겠나? 과연 구제해줄 가치가 있는 회사인지 아닌지 자네 생각을 알려주게.”

블런칠리가 글라루스에 가보니, 그가 짐작했던 것보다 사정이 훨씬 심각했다. 20세기 초에 이 회사는 당시 유행하던 톱니궤도식 철도용 기어를 공급하던 세계적인 회사였다. 하지만 톱니궤도식 철도는 유행이 지나서 케이블카와 회전로프로 교체된 상태였다. 설상가상으로 새로 교체된 철도시스템에 공급할 만한 제품이 있다고 해도 팔아볼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 대신에 구식 톱니궤도식 철도 회사의 유지보수에 필요한 서비스 인력과 부품 재고를 엄청난 규모로 세계 곳곳에 구축해 놓았다. 일본에만 부품공급과 유지보수 업무를 보는 유급 기사로 28 명을 두고 있었는데, 고객 회사라고 해야 12 곳에 불과했고 모두 적자를 내면서 망해가는 곳들이었다. 우라니아를 경영하는 사람들은 그들 시간과 회사자금을 여기저기 다양한 분야에 써버렸다. 확보해놓은 특허는 꽤 많았지만, 그걸로 아무런 일도 하지 않았다. 특허사용권을 주고 다른 업체를 활용할 생각은 못하고 그저 제품 만드는 일에만 주력했다. 특허권을 따낸 분야 중 제조역량이 따라주는 경우도 별로 없었는데, 제조역량이 안 되면 그냥 아무 일도 하지 않았던 것이다.

블러칠리는 문제를 따져보면 따져볼수록 갑갑하기만 했다. 하지만 고무적인 게 하나 있었는데, 전 세계에 구축해놓은 서비스 역량이 대단하다는 점이었다. 마침내 그가 최종 결정을 내렸다. 그의 말인즉 “잠시 정신이 나갔는지” 우라니아를 직접 경영하고 싶어졌다는 것이었다. 그는 은행으로 돌아와 관계자들에게 말했다. “전혀 가망이 없는 회사입니다. 이 회사 지분을 사려면 전부 얼마나 들까요?” 블런칠리는 잠시 잃었던 제정신을 되찾지 못하고, 파산 상태의 회사 지분을 전부 매입했다. 영업기반도 없고, 운전자본도 없으며, 자산도 없는 회사였다. 단 하나의 장점이 있다면 세계에 두루 퍼져 있는 뛰어난 서비스 인력뿐이었다.

1960년대에 일어났던 일이다. 오늘날 우라니아는 규모는 작지만 세계적으로 수익성이 뛰어난 회사다. 고용 인력은 여전히 900명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특수운송 분야의 정밀기어 장치에서 가장 앞서가는 선두업체다. 특수운송 분야라고 하면 케이블카, 스키회전로프, 광산 곤돌라와 같은 분야들이고, 그 밖에 선박용 컨테이너 적재 장비에 필요한 특수기어 장치 등 여러 분야에서도 선두업체로 활약하고 있다. 우라니아는 현재 약 30개국에 제조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특허권을 획득해 판매하는 장비가 여러 종류에 달하지만, 각 장비에 들어가는 한두 개 부품만을 직접 제조한다. (... 중략...)

질문: 우라니아의 이전 소유주, 그 경영진, 은행 관계자들은 회사에 전혀 손도 대지 못했다. 이들과 달리 블런칠리가 했던 일은 무엇이었겠는가?


※ 출처: 다음 자료 중 일부를 발췌: 피터 드러커(Peter F. Drucker),  《경영사례집 개정판(Management Cases: Revised Editi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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