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언급한 수동적 포트폴리오 운용(즉 단순하게 인덱스펀드를 매수 후 보유하는 것)의 장점 가운데 하나는 세금과 거래비용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전략이라는 점이다. 스탠포드 대학교의 두 경제학자(조엘 딕슨Joel Dickson과 존 쇼븐John Shoven)가 밝혀놓았듯이, 세금은 금융 문제에서 결정적인 중요성을 가진다. 뮤추얼펀드 62개를 표본으로 장기 실적을 검토한 이들의 연구에서, 과세 전에는 1962년에 투자한 1 달러가 1992년에 21.89 달러로 성장한 것으로 나왔다. 그러나 배당소득세와 자본이득세 과세 후에는, 똑같이 같은 해에 투자한 1 달러의 1992년 투자 가치가 고소득 투자자의 경우 9.87 달러밖에 되지 않았다.
인덱스펀드는 세금 문제에 도움이 많이 된다. 인덱스펀드는 종목 교체 매매를 하지 않기 때문에 자본이득세를 많이 피할 수 있다. 하지만 인덱스펀드도 투자자에게 과세를 유발하는 자본이득을 실현한다. 일반적으로 이런 자본이득은 펀드 운영과는 상관없이 어쩔 수 없이 일어나는 것들이다. 예컨대, 지수에 들어있던 회사가 인수합병으로 사라진다거나, 투자자들이 상환을 요구해서 펀드가 보유하던 주식을 팔아야 할 경우다. 이때 매도 차익에 부과되는 자본이득세는 상환을 요청한 주주뿐 아니라, 모든 펀드 주주들에게 배분된다. 따라서 표준적인 인덱스펀드들도 세금 부담을 최소한을 줄여주는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다.
“스파이더spiders”(S&P 500 인덱스펀드)나 “바이퍼스vipers”(전체 주식시장 펀드)와 같은 상장지수펀드(ETF)는 표준적인 인덱스펀드보다 세금 면에서 더 효율적이다. 왜냐하면 ETF는 펀드 발행시장에서 주가지수를 구성하는 주식 바스켓 “실물”의 납입과 상환으로 펀드의 설정과 해지가 이루어지는 특수한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ETF 주식을 매수한 일반 투자자의 현금 상환은 거래소(발행시장과는 별도로 운영되는 유통시장)에서의 ETF 주식 매도로 끝나고 다른 투자자들에게 아무런 자본이득세 배분을 유발하지 않는다(즉 펀드에 설정된 실물 주식에는 아무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 또 ETF 펀드 운용사에 실물 주식을 납입하고 ETF 주식을 보유하는 기관투자가(지정 판매사)가 펀드 주식을 상환할 때도 “실물 주식”으로 인도받기 때문에 과세 대상 거래가 발생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 경우에도 ETF의 여타 주주들에게 배분해야할 자본이득세도 생길 게 없다. 더욱이 ETF 펀드 운용사는 상환을 요청하는 기관투자가에게 과표기준 가격cost basis이 낮은 실물 주식을 인도하기 때문에, 펀드에 잔류하는 실물 주식의 과표기준 가격을 높여서 앞으로 발생할 과세 대상 자본이득을 줄일 수 있다. 한편, 실물 주식을 인도받는 기관투자가에게는 펀드 설정 이전에 실물 주식을 취득할 당시의 과표기준 가격이 적용되고, ETF 펀드 자체의 과표기준 가격이 적용되지 않는다. 더불어 ETF의 펀드 운영비용은 최저 수준이기도 하다. 아주 다양한 ETF 상품들이 미국 주식뿐 아니라, 해외 증권을 기초자산으로 상장되어 있다. 목돈으로 인덱스펀드를 한 번에 매수할 때 ETF는 아주 좋은 투자 수단이다.
그렇지만 ETF 주식을 사고팔 때, 증권회사에 내는 매매 수수료와 호가 차이로 인한 거래비용이 발생한다(우리나라에서도 ETF는 일반 주식과 달리 증권거래세는 면세되지만, 이 거래비용은 여전히 남는다--옮긴이). 따라서 ETF 펀드상품들은 장기간 소액씩 지수에 투자하려는 사람들에게는 적합하지 않다. 이러한 투자자들에게는 판매 수수료가 없는 인덱스펀드가 더 낫다. 또한 하루 중 시간 단위로 사고판다거나 신용거래로 차익을 남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일랑은 접어두는 게 좋다. “투자자들이 ETF를 단지 매매의 대상을 삼았다가는 스스로 무덤을 파는 것”이라는 뱅가드 그룹의 설립자 존 보글의 지적이 옳다. 그 방법이 자꾸 탐나거든, 거미를 보고 놀라 도망갔다는 구전 동요 “꼬마 소녀 머핏Little Miss Muffet”처럼 ETF 근처에도 가지 않는 게 이로울 것이다. 절세 효과를 중시하는 투자자라면, (중략...)
출처: 다음 자료에서 일부를 발췌. "Chapter 15. Three Giant Steps Down Wall Street," 버튼 맬킬Burton G. Malkiel, 시장 변화를 이기는 투자: 랜덤워크 A Random Walk Down Wall Stre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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