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6월 17일 수요일

제15장. 소형주, 나스닥, 그 밖에 시장에 깔린 지뢰밭


중구삭금(衆口鑠金)이란 말이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떠들어대면, 그 위세에 무쇠도 녹을 정도라는 이야기다. 1487년《마녀의 망치The Witches' Hammer(Malleus Maleficarum)》가 출간될 즈음, 기독교 세계가 온통 사탄의 수하들로 오염되어 있다는 생각이 중세 유럽을 휩쓸었다. 사탄이 뿌린 악의 씨앗들이 세상을 파괴하기 전에 그들을 뿌리째 뽑아 없애버리는 게 독실한 신자들의 임무가 됐다. 이로 인해 가히 공황 상태에 이르도록 사람들이 시달리는 세월이 200년은 흘렀고, 모진 고문에다 교수형이나 산 채로 화형을 당하는 사람들이 수만 명에 달할 지경까지 갔다.

이 정도로 사람들의 생각이 극단으로 치닫다보니, 저 여자에게 마녀의 능력이 있다고 누가 신고하면 아무 주저 없이 그대로 인정됐다. 그들의 몸은 극도로 단단한 실체도 쉽게 파고들 정도의 “가벼운 공기”로 되어 있고 분신술을 부리는데, 악령과 사악한 자들의 영혼 때문에 마녀 집단이 불어났다고 한다. 클레브Cleves의 외과의사로 마녀술witchcraft의 권위자였던 요하네스 바이르Johannes Weir는 1560년대의 어느 날에 다음과 같이 단언했다. 정확히 7,405,926 마리의 요괴들이 허공에 널려 있으며, 정확히 72개의 부대로 나뉘어있고, 그 각각을 이끄는 마귀들이 있다는 것이다.

허공에는 요괴들이 하도 많아서 무심코 하품하다가도 수천 마리를 들이마실 수 있다는 말도 돌아다녔다. 이렇게 몸에 들어온 요괴들은 신나게 사람의 몸속을 헤집고 다니며 격렬한 고통을 일으킨다고 한다. 이 요괴들이 엄청난 수로 달려들면 육지에서는 토네이도나 회오리바람을 일으키고, 바다에서는 풍랑을 일으키는데, 자연과 사람이 만든 문명을 파괴하는 일을 즐긴다. (B급 공포물을 제작하는 영화감독들이 항상 새로운 소재를 찾으면서도 이런 생각을 좀 더 활용하지 않는 것은 참 이상한 일이다.)

마법사들과 마녀들은 매주 금요일 밤 그들만의 “안식일”을 지키려고 사탄과 함께 회합을 갖는다. 출석은 필수다. 이 모임에 결석을 하면 뱀과 전갈로 만든 몽둥이들로 요괴들에게 호되게 두들겨 맞는 이단자 신세가 된다.

잉글랜드의 왕 제임스 1세James I는 유럽의 모든 나라들을 집어삼킬 기세인 악의 범람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공개적인 우려를 표명했었다. 위기는 늘 기회를 만들어낸다. 이때도 예외는 아니었다. 마녀사냥은 아주 짭짤한 전문 직종으로 부상했다. 그 중에서도 이름을 날리는 전문가들은 그들만의 최첨단 마녀 식별 요법을 개발했고, 그 중에는 이런 방법도 등장했다. 즉 사람의 손발을 묶고 몸을 담요로 돌돌 말아서 물에 빠뜨리면 마녀나 마법사들만 물 위로 떠오른다는 것이다. 수십만 명이 이 검사에 희생됐다. 물 위로 떠오르면 화형대에 매달아 산 채로 불태워 죽였고, 물속에 가라앉으면 익사체로 무죄가 증명됐다. 마녀술이 있는지 백일하에 드러낼 수 있다는 시험이 또 있었는데, 마태복음의 주기도문이나 성서의 구절들을 정확하게 암송하는 마녀는 하나도 없으므로 공개적인 자리에서 암송 시험을 보는 방법이다. 마녀인지 아닌지 판가름하는 이 시험에 처한 사람이 악의에 찬 군중이 지켜보는 앞에서 한 단어라도 잘못 발음하거나 빠뜨리면, 그녀는 그날로 끝장이 났다. 이런 상황에서 중압감을 이겨내고 이 시험에 통과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널리 퍼져 있는 신념이 아주 어리석어 보일 때가 많고, 지내놓고 돌이켜보면 소름이 돋을 만한 일도 있다. 불행한 일이지만 이런 일들이 자주 일어나기는 오늘날에도 마찬가지다. 이 장에서는 이런 사례들을 몇 가지 살펴보려고 한다. 우선, 소형주가 대형주 실적을 장기적으로 앞선다는 신념이 아주 널리 퍼졌었고, 이 때문에 큰돈을 날린 투자자들이 속출했다. 얼른 보기에 이 논리는 아주 단순하고 설득력도 강하다. 주로 고성장 산업에 많은 소기업들은 주가도 저렴하고 대기업들보다 빠른 속도로 성장한다. 이 점이 전통적인 산업의 육중한 대기업들보다 소기업들이 더 나은 실적을 올리는 이유다.

1980년대 초에 이런 주장을 뒷받침한다는 통계자료가 나왔다. 이 투자 개념이 큰 인기를 끌다보니 수백만 명의 투자자들이 소형주에 투자한 돈이 수천억 달러에 달했다. 마녀와 마법사 이야기처럼 이런 신념 또한 근거가 없는 것이다. 여기에 투자자들이 뭉칫돈을 쏟아 부었지만, 그 어마어마한 돈이 아무런 흔적도 없이 고스란히 사라졌다. 바로 이 투자 개념에 도사리고 있는 함정을 투자자들은 반드시 알아둬야 한다.


우울한 소형주의 선율

소형주 투자가 등장할 때 이 투자 개념의 원리는 아주 훌륭했다. 1970년대 말 저PER 전략의 등장으로 효율적 시장 가설(EMH)은 처음으로 문제에 봉착했는데, 이때 시카고 대학교의 젊은 박사과정 학생 둘이 이 가설을 방어하는 야심찬 주제에 뛰어들었다. 롤프 밴즈Rolf Banz와 마크 링개넘Marc Reinganum이 그 주인공으로, 이 두 사람은 소형주 효과의 타당성을 입증하는 박사학위 논문을 썼다. 이 논문의 심사위원으로는 EMH를 설파했던 기라성 같은 학자들 몇몇이 앉아있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유진 파마를 비롯해 로저 이봇슨Roger Ibbotson, 마이런 숄즈Myron Scholes가 그들이다.

이 근거 없는 신념이 애초에 학계의 축복을 받게 된 사연은 이렇다. (...중략...) 밴즈의 연구결과는 소형주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다. 왜냐하면 그가 표본으로 취한 주식들은 NYSE 상장회사들 전체였기 때문이다. 밴즈의 연구대상 기간에 들어가는 1920년대 그 시절에도 NYSE는 미국의 우량주들이 거래되는 주식시장이었고, 그로부터 수십 년이 지난 오늘날에는 더욱 그렇다. 주식회사 미국에서 그 중 규모도 크고 주주 기반이 넓은 회사들만이 NYSE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 NYSE 상장주식 가운데 시가총액 하위 20%에 드는 회사들은 보통 소기업으로 간주되는 회사들보다 규모가 훨씬 크다. 나중에 아메리칸증권거래소American Stock Exchange(AMEX)로 개명한 커브거래소Curb Exchange가 이류 기업 중에서 규모가 좀 되는 주식들이 거래되는 주식시장이었고, 이보다 규모가 작은 회사들 주식은 장외시장이나 지방에 위치한 여러 주식시장에서 거래된다. 소기업을 대표할 수 있는 주식들은 NYSE와 같은 메이저리그에서 거래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논문을 쓴 당사자인 밴즈는 알았을 것이고, 그가 몰랐더라도 기라성 같은 그의 심사위원들은 알았어야 했다. 그의 연구 내용은 잘해봐야 대기업 중에서 시가총액 하위권 20% 기업들의 실적을 다룬 것이다. 따라서 논문의 오류사항 1번은 그 자체로 아주 심각한 오류다. 즉 밴즈가 수익률을 측정한 대상은 한마디로 소형주가 아니었다.

하지만 이것은 줄줄이 이어지는 깜짝 놀랄 오류의 시작에 불과하다. (중략...)


출처: 다음 자료의 일부를 발췌. "Chapter 15. Small Stocks, Nasdaq, and Other Market Pitfalls," 데이비드 드레먼의 역발상 투자Contrarian Investment Strategy: the Next Gener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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