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가 닥쳐왔을 때, 이번 위기가 유별난 위기(예컨대 대공황을 몰고 왔던 1929년 대폭락과 같은 위기)가 아니라는 판단을 어떻게 내릴 수 있을까? 위기를 지내놓고 그때의 주가 차트를 보면, 어떻게 대응했으면 되었겠다는 게 훤히 들여다보이지만, 폭락장이 해일처럼 덮쳐오는 순간에 차트는 전혀 위안거리가 못 된다. 이 문제에 답하기 위해 1990년 금융위기 사례를 통해서 몇 가지 체계적인 규칙을 찾아보자.
은행주들은 9 개월 전 주가에 비해 50% 가량 떨어진 헐값에 거래되고 있었고, 장부가의 60%를 밑도는 은행주들도 많았다. 이 정도의 주가 하락은 은행이 입을 수 있는 부동산 손실을 반영하고도 남는 하락폭이었고, 그 직전에 부실여신에 대한 은행감독관들의 회계처리 기준이 강화됨에 따라 대폭 늘려야 할 회수불능추정액loss reserve[주#]을 감안하더라도 지나친 하락폭이었다.
이런 조건이라면 독자들은 아마도 “매수하기 안성맞춤”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수많은 은행들이 실제로 파산하는 상황에서 사야할 은행과 솎아내야 할 은행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겠는가?”
아마도 엄두를 내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내가 썼던 여러 잣대를 활용하면 승산을 대폭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재무 상태가 건실한 은행을 선별하는 데 주의를 기울였다. 지방은행들 수백 개 가운데 최근에 부실 부동산 여신을 떨어내기에 충분한 회수불능추정액을 설정한 곳이 어디인지 살펴봤다.
둘째로, 이러한 거액의 부실여신 상각 문제 다음으로 주시했던 점은, 향후 예상치 못한 손실이나 미확인 손실을 처리하고도 남을 만큼 자기자본이 충분하냐는 것이다.
셋째로, 각종 재무비율을 세심히 들여다봤다. 우리가 매수할 은행은 감독당국이 정하는 각종 재무비율 최저 요건을 너끈히 웃돌 만큼 자기자본이 충분한 은행이라야 했다. 여기서 투자 목표는 생존 확률이 높은 은행을 매수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재무비율은 우리 분석에서 결정적인 잣대였다. 우리의 잣대를 충족하는 은행들이 아주 많아서 놀랍기도 했지만, 투자자들이 위기에 얼마나 과잉반응을 한 것인지 여실히 드러난다는 점에서는 그리 놀랄 일도 아니었다.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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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loss reserve”를 가리키는 관례적인 회계용어는 아직은 “대손충당금”이 일반적이다. 국어사전에 준하는 충당금의 뜻은 ‘모자라는 것을 채우기 위한 돈’이지만, 회계 관행에서 대손충당금의 충당금은 ‘자산의 차감’을 뜻하고, 퇴직급여충당금이나 판매보증충당금의 충당금은 ‘추정부채’를 뜻한다. 이와 같이 일관되지 못한 용어 사용을 개선하자는 연구결과를 받아들여 “회수불능추정액”을 역어로 택한다. 즉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회수가 불가능하다고 추정되는 여신 금액’이라고 쉽게 풀이된다--옮긴이. 다음 자료를 참조. 이대선, “틀린 재무제표 용어 정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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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다음 자료의 일부를 발췌. "Chapter 12. Crisis Investing," 데이비드 드레먼David Dreman, 데이비드 드레먼의 역발상 투자 Contrarian Investment Strategy: the Next Gener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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