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6월 13일 토요일

7장. 사기범, 부정행위, 불한당


길거리 산전수전에서 갈고닦은 최후의 고수들

사기범들과 부정행위, 불한당들을 보면 다들 훌륭하다. 온갖 사기꾼들은 우리들에게 혹독한 가르침을 안겨주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월스트리트가 정체하지 않고 끊임없이 진화해가게 하는 핵심 요소 가운데 하나다. 왜냐하면 그들이 없었다면, 사람들이 종종 지나친 탐욕과 맹신으로 말미암아 값비싼 대가를 치르며 얻었던 교훈도 없었을 것이요, 또 필요한 변화와 개혁도 서두르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벌겋게 달아오른 난로뚜껑을 절대 만지지 말아야 한다고 어린아이들이 배우듯이, 주식시장은 너무 좋아서 믿기 어려운 투자기회와 이를 선전하는 사람들을 의심의 눈초리로 봐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그것도 되풀이해서 반복 학습을 하면서까지 배웠다. 온갖 사기의 밑바탕에는 인간 본성에 고유한 탐욕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이 때문에 워싱턴 정가에서 아무리 극단적인 대책을 내놓더라도, 월스트리트에는 사기와 사기꾼들이 마를 날이 없을 것이다. 그런 사기범들을 마르고 닳도록 비난만 할 수도 없는 일이니, 그들이 남긴 전설에서 가르침을 얻는 게 이로울 것이다.

얼른 보면, 사기와 속임수에서 좋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찾아볼 수 없다. 피해자부터 눈에 들어오기 마련이다. 어느 미망인이 은퇴생활에 대비해 마련해둔 저축을 사기 당했다. 또 피땀 흘리며 살아온 어느 부모가 아이들 공부시키려고 모아둔 돈을 두 배의 돈벌이가 확실하다는 데 투자했다가 모두 날렸다. 가슴이 무너지는 이야기가 아닌가? 물론 그럴 것이다. 하지만 하룻밤 새 돈을 두 배로 불리려는 많은 서민들이 겪는 진짜 고통은 희박한 금전적 행운을 좇다가, 자신도 황폐해질 뿐 아니라, 인간에 대한 신뢰마저 잃는다는 사실이다.

사기 사건을 보면, 사람들이 사기에 걸려드는 과정에서 무엇을 잘못했는지 배울 수 있다. 나아가 사기 사건은 그 피해자들의 친지나 이웃, 또 친구와 동료들에게 교훈을 준다는 점에서 더욱 중요하고, 자신의 실수에서 배우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 탓에 중요한 교훈으로 쓰일 때가 많을 것이다. 피해자 한 사람이 생길 때마다, 이를 지켜보면서 아주 많은 사람들이 교훈을 얻게 된다. 이렇게 교훈을 새기는 사람들은 사기의 대가들이 선보인 탁월한 기술에 놀라며 배움을 얻는 수혜자들이다. 새로 알게 된 사실과 교훈을 잘 챙겨서 살아간다면, 훨씬 조심스러워지기도 할 것이고, 지혜로운 사람들이라면 탐욕을 좀 줄일 줄도 알게 될 것이다.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는 값진 교훈이다.

주식시장의 전 역사에 걸쳐, 사기와 속임수는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멀리 1800년대를 되돌아보면, 존 제이콥 애스터John Jacob Astor, 다니엘 드루Daniel Drew, 코넬리우스 밴더빌트Cornelius Vanderbilt와 같은 공룡들을 사기꾼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살던 시대에도 실제로 사기꾼으로 인식됐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이들은 모두 오늘날로 치면 죄질이 나쁜 불법적이고 비윤리적인 사기 수법을 통해 사업을 벌였다. 하지만 이들이 썼던 수법은 당시에는 합당한 규범으로 널리 인정되고 있었다. 왜냐하면 증권법이라는 게 그 무렵에는 아예 없었기 때문이다. 이들의 행동은 근대 주식시장의 가장 기본적인 윤리가 출발하는 계기가 됐다. 드루는 자신이 소유하는 회사의 신주를 일반에 팔면서 신주라는 사실을 숨겼다. 이런 방법으로 그가 처음으로 도입한 주식 “물 타기” 개념은 “내부자”의 조작을 경계해야 한다는 점을 일반에 가르쳐준 초기의 사기 행각이었다. 물론, 모든 이들이 이 교훈을 숙지하고 잘 따르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지난 150년 동안 도입된 모는 표준관행들은 경기장을 공정하게 운영하기 위한 것이었다. 만약 부정행위자들과 사기범들이 없었다면, 금융시장이라는 자본주의 시스템 깊숙이 윤리 규정이 도입되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윤리규정은 도입됐다.

이 장에 등장하는 많은 불한당들이 1920년대에서 1950년대에 걸쳐, 범죄와 유사범죄를 저지를 당시, 준수해야할 윤리적 기준은 분명히 존재했었다. 또 그 규정이 세월이 흐르면서 엄격해지기도 했다. 이 자들은 그 규정을 그냥 무시하고 일을 저질렀다. 찰스 폰지, 아이바 크뤼거, 새뮤얼 인설, 마이클 미핸, 리차드 휘트니, 로웰 비렐, 월터 텔리어, 제리와 제랄드 레이 부자, 이들은 모두 법률을 무시했고 또 피해 갔다. 또 이들은 공룡들이 생태적 틈새를 찾아 생존했던 것처럼, 명확한 법률이 존재하지 않는 틈새를 찾아냈다. 이윽고 이들 각각은 그들이 저지른 일로 말미암아, 그 반작용으로 윤리규정이나 법률상의 개혁 조치를 유발했다....... (중략)

출처: 다음 자료에서 일부를 발췌. "Chapter 7. Crooks, Scandals, and Scalawags", Kenneth L. Fisher, 《시장을 뒤흔든 100명의 거인들 One Hundred Minds That Made the Market》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