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9월 12일 금요일

금융위기를 앞둔 약세장 투자 자세(5): “언제나 새로운” 금융위기의 공포는 아주 쉽게 넘길 수 있다


투자 목적과 투자 정책을 곱씹어볼 기회이고, 그 교훈에 미래 수익률이 달려 있다

- 글싣는 차례 -
  1. 약세장은 입에 쓴 약이다.
  2. 시황과 투자자: 친해져봐야 좋을 게 없는 사이
  3. 중요한 것은 시장 자체가 아니라 투자자의 투자 목적과 투자 정책
  4. “항상 새로운” 시장에 반하거나 놀라서는 안 된다
  5. “언제나 새로운” 금융위기의 공포는 아주 쉽게 넘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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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새로운” 모습으로 등장하는 시장위험은 바로 그 새로움 때문에 가공할 위력을 발휘한다. 지금과 같이 미국을 중심으로 국제경제 전반에 걸쳐 거시적인 금융위기가 잠재하는 경우는 대표적인 시장위험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반대 상황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시장이 어느 정도 길게 상승할 때도 항상 새로운 "낙관적 희망"이 등장한다. "이런 호재는 이전에는 없었다"가 매번 상승기 때마다 등장하는 주된 화두였다. 최근 그러한 재료(?)로는 인터넷 바람이 대표적이라고 하겠다. 시장은 올라갈 때도 항상 새로운 희망(낙관)으로 올라가고, 또 시장은 내려갈 때도 항상 새로운 공포(비관)이 등장하면서 내려간다.


시장은 항상 새로운 희망과 공포를 만들어내며 오르내린다


위험이 정녕 두려우면 위험을 수용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풍족한 수익률을 거두려면 시장위험을 떠안아야 한다. 금융위기까지 고려해서 위험을 떠안으면서 풍족한 수익률을 안정적으로 얻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금융위기가 출몰하는 주기보다 상당히 긴 시간 지평에 서는 것이다.

지금까지 시장경제가 경험한 금융위기는 2~3년을 넘은 경우도 극히 드물고, 5년까지 끌었던 위기는 거의 없다고 봐도 좋다. 물론, 모두가 하얀 백조만 있다고 생각했었지만 흑조가 발견됐던 것처럼, 이번에 경험하게 될 금융위기가 예전 같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매우 드물기는 하지만 언제고 희귀한 사건은 터질 수 있다. 이러한 극히 예외적인 위험을 고려해서 자산배분의 조정을 고려하거나 시간 지평을 10년보다 더 늘려 잡을 필요는 있어도, 극단적인 시황 판단은 투자에 해로울 것이다. 투자자 본인의 투자 정책이 그렇게 휘둘릴 위험이 크다고 판단된다면, “위험하다고 판단한 기간” 동안은 무위험 수익을 추구하는 게 옳을 것이다. 무위험 수익을 추구한다고 함은 시장의 변동성을 즐기면서 "사면 팔고 팔면 사야" 직성이 풀리는 <매매형 투자자>라고 치면, 투자라는 행위를 담배나 술을 끊듯 딱 끊는 것에 견주면 아주 어울린다.


보통 부동산과 관련해(또 그로부터 파생되어) 팽창된 과잉 신용이 수습되는 기간은 보통 주식이나 채권이 조정되는 기간보다는 길어지기 마련이다. 1990년대 일본의 부동산과 주식의 복합 거품이 꺼지는 과정이 그러했다. 누가 시작한 말인지 몰라도, 그때 일본은 "10년을 잃어버렸다"고 한다. 지금 그럴 만한 잠재 요인은 미국을 비롯한 선진 시장에 분명히 존재한다.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도 가계부문의 과도한 채무 수준과 그 채무가 오래전부터 최고치 경신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분명히 잠재적 위기 요인인 게 분명하다(그 채무 중 단연코 부동산 매수가 최대 요인일 것이다). 얼마전에 한국은행에서 금리를 인상했고,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금리가 상승하고 있는 중이다. 게다가 세계적인 달러화 약세 기조도 또 하나의 불안 요인이다. 달러화 약세는 채무가 과다해 부담스러운 마당에, 세계경제적인 물가 불안 및 금리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영 개운치 않은 큰 변수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서 세계경제가 돌아가는 현상을 관찰해볼 필요가 있다. 과연 지금의 위기가 전에 없던 새로운 위기인 것인가? 사실은 그렇지 않다. 물론, 서브프라임 문제 자체는 새로운 문제이고, 문제의 증상도 이전과 달리 복잡하다.


문제가 너무 복잡해 보일 때는 오히려 단순하고, 크고, 길게 볼 필요가 있다


문제가 너무 복잡할 때는 큰 시야에서 간단하게 생각하는 게 도움이 될 때가 많다. 결국 이 문제는 화폐와 신용의 문제다. 금융산업이 성장하면서 사실상 화폐와 신용의 경계는 무너졌고, 화폐를 창출하는 주체는 더 이상 본원통화(법정 지폐와 동전)를 찍는 중앙은행이 아니라, 신용(즉 빚)으로 구매력을 창출하는 금융산업이다. 중앙은행이 계속 기존 지폐를 폐기하고 새로 지폐를 발권하는 것처럼, 금융산업은 신용을 창출하면서(즉 빚을 내주면서) 화폐를 만들고, 다시 신용을 거두어들이면서(즉 빚을 회수하면서) 화폐를 폐기한다. 지금 미국에서 서브프라임 문제로 인해 채무불이행이 발생하고, 그로 인해 거대 금융기관이 구제금융을 받아야 하는 현상은 위기인 게 분명하고, 아직 그 위기가 어느 깊이까지 진행 중인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최고 정책 책임자들은 이 상황을 쉽게 입에 올릴 수 있는 입장도 못 된다). 분석도 현상적일 뿐이다. 하지만, 이런 현상들의 전체상은 그동안 금융산업이 만들어낸 또 하나의 화폐 형태가 폐기되는 과정이다. 예전에도 그랬듯이 경기확장기에 과도하게 신용이 늘었다가 경기수축기에 난폭하게 신용이 경색되는 과정이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는 한 모습일 뿐이다.


1920년대에 대대적인 콜머니 신용팽창이 강세장에 기름을 부었다가 1929년 검은 목요일 직후 난폭하게 경색됐지만, 그 험악했던 하락장도 1932~33년경에 바닥을 확인했다. 1987년 10월의 검은 월요일 주가 폭락은 1929년 검은 목요일 폭락보다도 더 난폭했지만, 1990년대에는 오랜 상승장이 그 뒤를 이었다. 금융산업의 위력이 막강해지면서, 금융정책은 항상 위기가 터진 뒤에 뒷북을 쳤다. 하지만 한발 늦더라도 정책은 문제를 일으킨 신용 메커니즘의 위험성을 학습했고, 새로운 정책과 제도를 도입해 문제를 해결해왔다. 그리고 새로운 정책과 제도를 뛰어넘는 금융산업의 시도는 계속 이어졌다. 파생상품의 출현과 그 진화 과정이 그러하다. 그러니 금융위기는 항상 새로울 수밖에 없다. 시장이 새로운 화폐와 신용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의 보다 정확한 기대 수익률을 예측하기 위해 투자시점의 배당수익률과 이익성장률을 추정하지 않더라도, 투자의 시간 지평이 10년 이상으로 확장된 투자자라면, 이 한 질문으로 마음이 편해질 거라고 생각한다. 자본주의 경제가 5년(혹시 7~8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갈 것인가? 그동안 경제정책은 속수무책으로 아무 대응도 하지 못할 것인가? 지금의 세계경제가 지난 1990년대 일본처럼 10년을 통째로 잃어버릴 정도로 수십 년 동안이나 거품 팽창기를 달려왔던가? 필자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1년에 한 번 정도는 장기적인 지표를 보면서 면밀하게 점검해봐야 할 문제인 것은 분명하고, 그걸로 충분할 거라고 본다.

지금의 위기 국면 안에 스스로를 가두고 단기 매매로 허둥대는 투자자를 떠올려보자. 반면, 지금의 위기 국면이 10년이야 가겠느냐, 아니 5년도 갈 리가 없겠지만 10년 후(심지어 투자 목적에 따라서 15~20년 넘어서까지)를 내다보겠다는 투자자를 떠올려보자. 후자와 같은 장기 투자자의 차분한 마음이 오히려 수익을 가져다줄 것이다. 그것도 1~5년 단위의 단기 매매로 수익을 벌었다가 반납하는 투자 유형을 반복하는 것보다, 훨씬 풍족한 수익이 될 것이다.


여유 자금만 있다면 기계적이며 장기적인 정액 분할매수로 지수를 매수해가고 싶다


필자는 전문적인 투자자는 아니지만, 지금의 약세장을 보면 탐이 난다. 조금이라도 여유 자금이 있다면, 조심스럽게 계산한 정액 분할매수 방식으로 이번에 이어질 약세장 구간을 아주 천천히 통째로 사고 싶다. 장기적인 관점에 서면 설수록 이런 국면은 대단한 수익률로 이어질 게 뻔하다. 위기가 깊어질수록 시장에 휘둘리는 사람들(기관투자자도 물론이다)이 늘어나면서 과도하게 시세가 폭락할 것이다. 그 시장을 차분하게 매수해 들어가면서, 차분하게 기다리겠다고 마음먹는 것이 필요하다. 또 그런 내 투자 정책을 확고하게 지켜낼 수 있는 위험 수준에 맞게 잘 분산된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하는 것은 필수다. 약세장이 깊고 길수록, 다가올 회복 국면의 상승 탄력은 강할 뿐 아니라, 그 기간도 길게 이어질 것이다. 시장은 단기적인 출렁임은 난폭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언제나 반대 방향으로 돌아서며 평균을 회복하기 때문이다. 이 기회를 놓친다고 해도 후회는 하지 않겠다. 그런 기회는 또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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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식 후기: 일도 많이 바빠서 마지막 연재글을 거의 다 써놓고도 게재하지 못했다. 사실은 케인스의 장기투자 원칙과 요즈음의 펀드 투자를 연관지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부분은 좀 더 시간을 두고 생각해봐야겠다. 물론, 더 생각할 거리는 여전히 많다. 본 연재의 제목에도 "금융위기를 앞둔"이라고 표현했듯이, 금융위기는 시작된 것 같지만 지나갔다고 할 근거는 아직 아무 것도 없으니, 그 위기의 파장과 양상에 대해서는 생각해둘 필요가 있다. 투자정책에 고려할 변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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