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4월 6일 일요일

까치야, 까치야

세상과 통하는 번역이라는 창(窓)을 열어둔 지 조금 되었지만 세상과 사귀기는 여전히 쉽지 않습니다. 세상은 도무지 아무 거침이 없는지 마구 변해 가는데, 저는 그 변해 가는 모습이 허무하기만 합니다.
얼마 전에는 제 안에 있는 여성의 원형(原型)이 그리웠는지 남자 아닌 사람과 대화를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두 번을 시도했습니다. 한 분과의 시도는 제 마음이 정리되지 않아 중도에 포기했고, 그 다음 분과의 시도는 그 분이 몹시 아파서 불발됐습니다. 정작 대화를 해야할 사람과는 대화의 줄을 끊어놓은 상태에서 피할 수 없는 '마음 무거움'을 더 느끼라는 메시지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무거운 마음을 이끌고 피곤한 심신을 돌보려 아침 일찍 일어나 제가 작업하는 도서관 근처의 공원 벤치를 찾았습니다. 한 두 시간 앉았다 꺾었다 하며 수련을 했습니다. 오늘따라 유달리 기운의 운행이 청신하게 찰랑거립니다. 수련을 마치고 행로를 따라 걷는데 아주 가까이에서 우렁찬 까치소리가 직격탄으로 날아옵니다.

"아이구 깜짝이야! 이 놈아, 애 떨어지는 줄 알았다!"

까치의 우렁찬 소리가 계속 끊이지 않습니다. 까치가 어디 있나 찾아봐도 좀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계속 이어지는 우렁찬 그 소리를 추적해보니 잎이 무성한 나무의 가지들 사이에 깊숙이 자리를 잡고 있는 까치가 보입니다. 저와 눈을 마주친 것도 같은데, 계속 우렁차게 짖어대는 소리가 한 5분은 이어진 것 같았습니다.

"네가 지금 내게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게로구나?
그런데, 나는 네 소리를 알아들을 수가 없구나.
그래도 대화의 상대가 되어 주겠다니 고맙다."

그리고 발을 돌려 걷는데 갑자기 굵은 빗줄기들이 습격해 옵니다. 허둥대며 비를 피하고 나자 갑자기 이런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사람의 말을 못하는 까치가 바보인가? 아니면, 까치의 말을 못 알아듣는 내가 바보인가? 분명히 나뭇가지 깊숙이 자리를 튼 것을 보면 너는 비올 줄 알았나 본데. 그럼 네 소리는 별 정취를 느낄 만한 것도 없이 이런 뜻이었나?

"금세 비 내릴 거니까, 빨리 들어가. 따샤!
허, 참. 뭘 그렇게 보니?
빨리 들어가래두! "

그래서 까치는 그토록 큰 소리로 짖어댔던 것인가?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