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애고니스트의 중앙은행론》, 차현진 지음. 율곡출판사 2007
※ 발췌식 읽기와 부분적 메모
1부의 4장. 콜시장 I: 규모지상주의가 만든 바벨탑
(... ...) 한국은행이 발간한 《우리나라의 금융시장》─자료링크는 2009년 5판. 책자가 참조한 자료는 2004년 3판. 최신판에서의 서술 변경 사항을 반영에 요약. cf.《우리나라의 금융제도》에도 관련 내용이 있다[읽는이]─를 보면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온다.
A. “콜시장은 금융기관 상호 간에 일시적인 자금 과부족을 조절하기 위하여 초단기로 자금을 차입하거나 대여하는 시장을 의미한다”
B. “금융기관의 단기유동성 사정이 호전되면 콜자금 공급이 늘어나면서 콜금리는 하락하게 되고, 반대로 금융기관의 단기유동성 사정이 악화되면 콜자금 공급이 축소되면서 콜금리는 상승하게 된다. …(중간생략)…소비, 투자 등 실물경제활동에 파급된다.”
C. “중앙은행은 공개시장조작 등을 통해 금융기관의 단기유동성을 조절하여 콜금리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경기 및 물가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유도한다.”
현재 우리나라 콜시장에는 예금은행뿐 아니라 투신사, 은행신탁, 연기금과 정부투자기관까지 참가하고 있다. 도대체 어떤 원칙인지는 모르겠으나 금융감독위원회는 연기금과 한국증권금융(주), 유동화전문회사는 물론이고 자산관리공사, 대한주택보증주식회사 등 공기업까지 콜시장에 참가시켰고, 놀랍게도 한국은행은 금융감독위원회가 정한 이들을 덩달아 금융기관이라고 부른다! 금융기관이 콜시장에 참가하는 건지, 콜시장에 참가하는 기관을 금융기관이라고 부르는 건지 모르겠으나, 아무튼 문장 A에 해당되는 금융기관은 900여 개이다.
문장 B가 의미 있는 서술이 되기 위해서는 단기유동성 사정을 통해 콜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금융기관의 범위를 제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문장 B는 콜시장에 관한 서술이 아니라 자금수요와 금리 간의 관계를 묘사하는 있으나 마나한 문장에 지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콜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주체는 콜시장에 참가하는 기관만 있는 게 아니다. 모든 경제주체들의 단기유동성이 콜금리에 영향을 미친다.…그런 의미에서 문장 B는 문장 A와 C와는 논리적 상관관계가 전혀 없는, 별개의 독립적 서술이다. 문장 B에서 말하는 유동성 사정이란 대한민국에 있는 모든 경제주체들의 유동성 사정을 포괄한다.
문장 C에서는 공개시장조작에 참가하는 금융기관들의 단기유동성을 말하고 있다. 현재 공개시장조작에 참가하는 금융기관은 예금은행과 일부 증권사에 국한된다. 이에 해당되는 금융기관은 50개 정도다. 따라서 문장 C에서 말하는 금융기관은 문장 A나 B에서 말하는 금융기관들과 역시 다르다.
결론적으로 한국은행의 《우리나라의 금융시장》에서 콜시장을 설명하면서 동원한 연역적 논리체계는 상당한 오류의 위험을 안고 있다. (...) 따라서 한국은행의 설명은 다음과 같이 수정되어야 한다.
A. “콜시장은 주로 금융기관 상호 간에 일시적인 자금 과부족을 조절하기 위하여 초단기로 자금을 차입하거나 대여하는 시장을 의미한다”
B. “경제주체들의 단기유동성 사정에 따라 콜금리를 포함한 시장금리가 변동하게 된다. 시장금리의 변동은 …(중간생략)…소비, 투자 등 실물경제활동에 파급된다.”
C. “중앙은행은 공개시장조작 참가기관과의 거래를 통해 시중 단기유동성 사정에 영향을 미치고 콜금리 등 시장금리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경기 및 물가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유도한다.”
(... ...) 우리나라에서 콜시장에 관해 지금까지 발표된 대부분의 연구자료들은 저자나 독자의 수준에 관계없이 언어적 환상이나 함정에 빠져 있는 것이 발견된다. (...) 한국은행을 포함해서 꼼꼼하기로 정평이 난 금융계·학계 전문가들이 유독 콜시장에 대해서는 쉽게 논리적 오류에 빠지는 것은 미스터리임에 틀림없다. (...)
(...) 1960년 콜시장을 도입했을 때에는 콜시장이 은행 간 지준조절시장이었으나 현재는 제2금융권의 거래가 압도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은행 간 지준조절거래는 전체 거래의 ¼ 수준에 머물고 있다. (...) 40년 동안 콜시장 참가기관이 900여개(국내 일반은행도 당초 5개에서 14개)로 늘어났지만, 그 중 지급준비의무가 있는 기관은 외은지점을 다 포함해도 900여개 중 60개를 넘지 않는다.
<표 4-2> 우리나라 콜시장의 거래유형
------------------------------------------------------------------------
콜머니 | 예금은행 비은행
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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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은행 | A (지준거래) B (무담보 은행대출)
비은행 | C (예금거래) D (CP 매매)
------------------------------------------------------------------------
- (...) 콜시장 제도 도입 당시 상태와, 현재 미국의 페더럴펀드 시장에 해당하는 것은 지준예치금이 거래되는 A 거래다.
- 이에 비해 단자사, 종금사 등 단기자금이 부족한 제2금융권에서 확대되기를 바라는 거래는 B였다. 이 유형의 거래는[, 제2금융권 회사들이] 거래은행으로부터의 당좌차월 한도를 소진한 뒤 제3의 은행으로부터도 무담보로 차입하는 거래를 말한다. 이런 거래는 한국은행이 자금을 풀어 은행들의 지준사정이 상당히 좋은 경우가 아니면 크게 늘어나기 힘들며, 거래금리도 A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
- 투신사, 은행신탁 및 연기금 등 자금여유가 있는 기관이 바라는 거래는 C인데, 이는 전형적인 요구불예금에 해당한다. 그러나 금리가 매우 낮은 요구불예금보다는 훨씬 높은 금리가 적용된다. 그런 이유에서 최근에는 C 거래가 전체 콜거래의 4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 끝으로 D 거래는 비은행 금융기관 간 무담보 거래이므로 중앙은행이 간여할 거래가 아니다. 굳이 거래의 성격을 따지자면 CP 거래에 해당한다(거래 형식 면에서는 B도 CP 거래다). 왜냐하면 비은행 금융기관에게 콜자금을 대여할 때에는 자금을 제공한 기관측에서 자금대여의 증거로서 ‘콜어음’을 징구하며, 자금을 회수할 때는 이를 어음교환에 회부하는 절차를 따르기 때문이다.[주10] 즉 거래내용과 형식 면에서 무담보 기업어음(CP)과 일치한다.
[주10] 콜어음은 어음교환에 참가하지 않는 기관이 [어음교환에 참가하는] 은행을 통해 대리 수취를 요구하는 일종의 환어음이다. 이에 비해, 은행들은 어음교환에 참가하는 당사자이기 때문에 한국은행에 예치된 지급준비금을 이용해 상대방(또는 상대방의 거래은행)에게 직접 지급하는 것이 가능하다. 따라서 은행이 콜자금을 차입할 때는 콜어음을 발행하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말해, 우리나라의 콜시장에는 전혀 성격이 다른 네 개의 자금거래가 뒤섞여 있으며, 이것을 묶어서 콜거래라 부른다. 1979년 제2금융권이 콜시장에 참여하면서부터 지금까지 계속 제기되고 있는 "금융권별 시장분할 현상"은 원래부터 성격이 다른 거래를 하나의 이름으로 부르는 데서 오는 당연한 결과이다.
우리나라 콜시장의 문제는 여기서 출발한다. 잘못된 이름이 온갖 혼란의 근원인 것이다. 1일물 CP 거래나 요구불예금 거래를 지준거래와 같은 이름으로 뒤섞어 쓰는 경우를 본 적도 없거니와 그 이유를 생각하기도 힘들다. 법률적으로는 모든 콜거래가 소비임치계약에 속하지만, 중앙은행의 눈으로 볼 때는 최소한 두 개의 양립할 수 없는 그룹으로 구분된다. 지준거래에서는 본원통화가 거래되지만, 여타 콜거래에서는 파생통화인 예금이 거래된다.
본원통화와 파생통화와 구분하지 않는 중앙은행이 있을까? [물론] 미국, 일본, 영국, 유로 지역 등에서도 은행뿐 아니라 수신업무를 담당하는 상당수 중소 금융기관들까지 지준시장에 참가하고 있으나, 이들은 모두 관련법에 의해 지급준비의무가 있는 기관들이다. (... ...)
규모지상주의가 만든 바벨탑
금융시장에는 양도성예금증서(CD) 시장, 은행인수어음(BA) 시장, 기업어음(CP) 시장, RP 시장, 채권시장, 주식시장, 파생금융시장, 외환시장 등 거래되느 금융상품과 분류방식에 따라 무수히 많은 종류가 있으나 지준시장은 그 중에서도 아주 특수한 시장이다. 지준시장에는 참가가가 제한돼있을 뿐 아니라 중앙은행의 힘이 막강하게 작용한다.
예를 들어 지준시장에서는 오로지 중앙은행만이 수급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다. 일반 재화나 서비스 시장에서는 수급 불균형이 생겼을 때 시장 메커니즘에 의해 새로운 균형점에 이르게 된다. (...) 금융시장에서[도] 금리가 올랐을 때 기업투자나 민간소비가 줄고 저축이 늘어남으로써 새로운 균형에 이른다.
이에 비해 지준시장에서는 시장참가자들의 노력만으로는 불균형이 결코 해소되지 않는다. 현금인출이나 세금납부 등 은행시스템 밖으로 자금유출이 발생해 지급준비예치금이 줄어든다면, 예금은행들끼리 아무리 노력해도 지준공급액은 늘어나지 않는다. [단지] 한 은행의 지급준비금이 다른 은행을 이동할 뿐이다. 이런 경우에는 한국은행이 지준공급을 늘려야만 균형점에 이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지준시장은 태생적으로 시장실패를 안고 출발하는 불완전한 시장이다!
이러한 특수성 때문에 지준시장에 대해서는 비교의 척도가 없다. 보통 어떤 금융시장을 평가할 때는 거래량(회전율), 잔액 또는 시장참가자 수를 평가지표로 이용한다. 그리고 그 증가율을 계산해 성장의 지표로 삼는다. 그러나 지준시장에서는 그런 지표들이 무의미하다.
지준시장의 거래량은 중앙은행이 결정하는 지급준비율과 통화정책에 의해 강력히 지배를 받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지준율을 높이면 필요지준금 규모가 늘어나면서 지준 거래량도 늘어난다. 통화공급을 늘리거나 줄일 경우에도 당장의 지준예치금 규모가 달라지면서 예금은행의 거래수요가 달라진다. 공개시장조작의 횟수도 거래량과 관련이 있다. 따라서 지준시장에 대해서는 발전이나 성장이라는 말을 붙이기 어렵다. 미국과 유로 지역의 채권시장 규모는 비교할 수 있어도, 미국의 페더럴펀드 시장과 유로 지역의 은행간시장을 놓고 규모나 성장속도를 비교하는 무의미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콜시장은 지준거래가 여타 거래들과 동급으로 취급됨에 따라 지준시장의 특수성은 망각되어 왔다. 그 대신 [지준시장을] 여타 금융시장처럼 부지런히 성장하고 참가자 수를 늘려야 하는 것처럼 이해되어 왔다. 고성장시대의 규모지상주의가 지준시장에도 적용된 것이다.
김병주 외(1981)는 1980년대 초 예금은행들의 콜거래가 대출만큼 늘지 않는 것을 우리나라 콜시장의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표 4-3> 생략
CF. 현금보유인허율(필요지준금 대비 %): 은행이 한국은행에 예치하지 않고 시재금으로 보유할 수 있는 비율을 말한다. 이 비율이 인상되면 지준율을 인하한 효과가 있다.
이 연구는 콜시장 발전방향에 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 연구는 1982년 이후 정부와 한국은행이 추진한 콜시장 제도 개편방안의 골격이 되었다. 이 연구뿐 아니라 이덕훈(1983), 민병과, 김관수(1990) 등 많은 연구들이 거의 비슷한 논리와 결론을 제시하고 있다. 이런 연구들에 힘입어 지금의 콜시장 참가자는 900여 개까지 늘어났다.
화폐금융이론 분야에서 지도적 위치에 있는 분들께서 이런 사실을 모를 리가 없었을 텐데 왜 이런 오류에 빠지게 되었을까? 그것은 부적절한 용어가 초래하는 상상의 오류 때문에 콜시장을 평가하는 잣대가 규모지상주의로 물든 결과라고 판단된다.
규모지상주의는 콜거래 규모와 참가자 수의 팽창에 만족하지 않는다. 콜거래라고 불리는 모든 거래들의 동질성을 요구한다. 그렇기 때문에 금융권별 시장분할 현상을 "콜시장의 파행적 운영행태"로 규정한다. 1989년과 1991년 정부와 한국은행이 역점적으로 추진한 "콜시장 통합조치"(장내/장외 시장의 통합)와 "중개기관의 합리적 조정"(금융결제원의 중개기능 폐지) 등이 그 예이다.
물론 이런 시도는 성공할 수 없었다. 금리규제가 상존하는 상황에서는 자금조달·운용금리수준이 서로 다른 제1, 2금융권이 서로 이끌릴 가능성이 적기 때문이었다. 금리가 자유화된 지금도 은행 간 동업자 거래금리(지준)와 은행 고객에게 적용하는 예금·대출 금리, 무담보 CP 거래금리가 같아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 그리고 이들 개별 거래의 규모, 즉 콜시장에서 A, B, C, D 거래의 비중이 엇비슷해질 것을 기대할 이유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한국은행은 A, B, C, D 간 거래금리가 상이하고 거래비중이 균등하지 않은 현상을 "금융권별 자금편재 현상"이라 규정하고 이를 해소하고자 여러 가지 시도를 했다. 그리고 그 시도가 별로 성공을 거두지 못했을 때는 중개기관의 중개관행에 화살을 돌렸다. 즉 중개기관인 단자사가 정보우위를 이용해 유리한 조건의 자금을 선취하는 "불공정 중개관행"을 문제 삼는 한편, 이를 막는다는 취지에서 "무차별 중개방식(blind brokerage system)"을 도입했다.
중개 단자사가 금융결제원과 다른 점은 자기 예산으로 매매거래(dealing)을 하면서 시장조성 기능(market making)을 담당하는 것인데, 무차별 중개방식은 이런 순기능을 제한하는 것이다.[주14] 만일 무차별 중개방식이 가장 좋은 중개방법이라면, 자기 포지션을 갖지 않고 중개하는 금융결제원이야말로 가장 바람직한 중개기관이다. 금융결제원의 중개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아 단자사들을 중개기관으로 허용하고, 그것도 모자라 금융결제원의 중개기능을 폐지한 정부가 1년 만에 무차별 중개방식을 도입한다는 것은 도무지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다.[주15]
(... ...) 문제는 콜시장의 수급구조나 중개기관의 행태가 아니라, 성격이 다른 거래를 하나의 이름으로 부르면서 통합이 안 된다고 보는 정책당국의 강박관념이다. 일부 콜거래는 결제수단[주16]마저 달라 참가자끼리 이미 차별화하고 있다. 그런데도 중개기관과 만기가 같다는 이유로 성질이 다른 거래가 통합되기를 바란다는 것은, 같은 중국집에서 파는 음식이라고 자장면과 짱뽕이 잘 섞이기를 바라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규모지상주의에 빠진 정책당국으로서는 납득할 수 없는 일이 70, 80, 90년대를 거쳐 21세기인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콜시장은 지준거래가 여타 거래들과 동급으로 취급됨에 따라 지준시장의 특수성은 망각되어 왔다. 그 대신 [지준시장을] 여타 금융시장처럼 부지런히 성장하고 참가자 수를 늘려야 하는 것처럼 이해되어 왔다. 고성장시대의 규모지상주의가 지준시장에도 적용된 것이다.
김병주 외(1981)는 1980년대 초 예금은행들의 콜거래가 대출만큼 늘지 않는 것을 우리나라 콜시장의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콜시장의 거래실적이 금융기관의 여신활동 및 지준 과부족의 규모와 반드시 정비례하지 않는 경향을 보였다 예컨대 예금은행의 대출잔액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으나 콜거래 규모는 반드시 확대되어 온 것만은 아니다. 따라서 예금은행의 대출잔액에 대한 콜거래 잔액의 비는 1977년 말(1.9%), 1978년 말(4.4%), 1979년 말(2.1%), 1980년 말(1.3%), 그리고 1981년 말(1.1%)로 [계속 떨어졌다].”(36쪽)그러나 김병주 외(1981)가 지적한 문제점은 콜시장에서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중앙은행의 정책수행 내용을 고려하지 않은 분석이다. 공개시장조작이 오늘날처럼 활발하지 않았던 당시에는 지준율 조절이 통화관리의 유효한 수단이었[던 만큼], <표 4-3>에서 보듯 지준율은 (...) 1979년부터 하향 추세를 [보였다.] 지준일이 낮아지면 콜거래 규모도 당연히 줄어든다. 동 보고서가 문제점이라고 지적한 내용은 콜거래 규모가 지준율 수준과 아주 밀접한 관계에 있다는 극히 당연한 사실을 [얘기했을 뿐이다.]
<표 4-3> 생략
CF. 현금보유인허율(필요지준금 대비 %): 은행이 한국은행에 예치하지 않고 시재금으로 보유할 수 있는 비율을 말한다. 이 비율이 인상되면 지준율을 인하한 효과가 있다.
이 연구는 콜시장 발전방향에 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어떠한 시장이든 거래참가자 수가 많을수록 경쟁을 통하여 효율성이 제고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므로 콜시장에서도 단기적인 자금사정이 수시로 상이한 거래자들이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개방하는 것이 소망스럽다”(41쪽)그러면서 권고한 것이 예비거래, 1차 거래, 2차 거래, 조정거래의 구분을 없애는 것과 상호신용금고, 신용협동조합, 상호금융, 증권금융 등에게도 추가적으로 콜시장의 문호를 개방하는 것이었다. 이 연구보고서가 주장하는 것은 한마디로 말 꼬리건 말 다리건 실체에 관계없이 '말 다리'라고 불리는 이상 그 숫자가 많을수록 좋다는 것인데, (...) !
그러나 이 연구는 1982년 이후 정부와 한국은행이 추진한 콜시장 제도 개편방안의 골격이 되었다. 이 연구뿐 아니라 이덕훈(1983), 민병과, 김관수(1990) 등 많은 연구들이 거의 비슷한 논리와 결론을 제시하고 있다. 이런 연구들에 힘입어 지금의 콜시장 참가자는 900여 개까지 늘어났다.
화폐금융이론 분야에서 지도적 위치에 있는 분들께서 이런 사실을 모를 리가 없었을 텐데 왜 이런 오류에 빠지게 되었을까? 그것은 부적절한 용어가 초래하는 상상의 오류 때문에 콜시장을 평가하는 잣대가 규모지상주의로 물든 결과라고 판단된다.
규모지상주의는 콜거래 규모와 참가자 수의 팽창에 만족하지 않는다. 콜거래라고 불리는 모든 거래들의 동질성을 요구한다. 그렇기 때문에 금융권별 시장분할 현상을 "콜시장의 파행적 운영행태"로 규정한다. 1989년과 1991년 정부와 한국은행이 역점적으로 추진한 "콜시장 통합조치"(장내/장외 시장의 통합)와 "중개기관의 합리적 조정"(금융결제원의 중개기능 폐지) 등이 그 예이다.
물론 이런 시도는 성공할 수 없었다. 금리규제가 상존하는 상황에서는 자금조달·운용금리수준이 서로 다른 제1, 2금융권이 서로 이끌릴 가능성이 적기 때문이었다. 금리가 자유화된 지금도 은행 간 동업자 거래금리(지준)와 은행 고객에게 적용하는 예금·대출 금리, 무담보 CP 거래금리가 같아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 그리고 이들 개별 거래의 규모, 즉 콜시장에서 A, B, C, D 거래의 비중이 엇비슷해질 것을 기대할 이유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한국은행은 A, B, C, D 간 거래금리가 상이하고 거래비중이 균등하지 않은 현상을 "금융권별 자금편재 현상"이라 규정하고 이를 해소하고자 여러 가지 시도를 했다. 그리고 그 시도가 별로 성공을 거두지 못했을 때는 중개기관의 중개관행에 화살을 돌렸다. 즉 중개기관인 단자사가 정보우위를 이용해 유리한 조건의 자금을 선취하는 "불공정 중개관행"을 문제 삼는 한편, 이를 막는다는 취지에서 "무차별 중개방식(blind brokerage system)"을 도입했다.
중개 단자사가 금융결제원과 다른 점은 자기 예산으로 매매거래(dealing)을 하면서 시장조성 기능(market making)을 담당하는 것인데, 무차별 중개방식은 이런 순기능을 제한하는 것이다.[주14] 만일 무차별 중개방식이 가장 좋은 중개방법이라면, 자기 포지션을 갖지 않고 중개하는 금융결제원이야말로 가장 바람직한 중개기관이다. 금융결제원의 중개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아 단자사들을 중개기관으로 허용하고, 그것도 모자라 금융결제원의 중개기능을 폐지한 정부가 1년 만에 무차별 중개방식을 도입한다는 것은 도무지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다.[주15]
(... ...) 문제는 콜시장의 수급구조나 중개기관의 행태가 아니라, 성격이 다른 거래를 하나의 이름으로 부르면서 통합이 안 된다고 보는 정책당국의 강박관념이다. 일부 콜거래는 결제수단[주16]마저 달라 참가자끼리 이미 차별화하고 있다. 그런데도 중개기관과 만기가 같다는 이유로 성질이 다른 거래가 통합되기를 바란다는 것은, 같은 중국집에서 파는 음식이라고 자장면과 짱뽕이 잘 섞이기를 바라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규모지상주의에 빠진 정책당국으로서는 납득할 수 없는 일이 70, 80, 90년대를 거쳐 21세기인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 과거 70, 80년대에는 은행들끼리만 거래한다고 난리였다(A 거래).
- 90년대에 이르러 외환위기 때까지는 단자사, 종금사, 증권사가 콜시장에서 과다하게 차입한다고 문제 삼았다(B 거래).
- 외환위기 이후에는 외은지점들의 콜차입이 많은 게 문제라고 우려한다(C 거래).
"금융권별 콜거래는 통합되어야 하고, 콜시장은 커져야 하며, 거래금리는 수렴해야 한다"는 신화에서 깨어나지 않는 한, 콜더래 행태와 거래비중은 영원히 만족스럽지 않을 것이다. 규모지상주의가 만든 신화에서 깨어나는 방법은 "자장면은 자장면이고, 짬뽕은 짬뽕이다"는 단순한 사실은 인정하는 것이다. 즉 콜시장이라는 말은 언어적 환상이었음을 받아들이고 각각의 성격에 맞추어 콜시장을 쪼개는 것ㅇ다.
규모지상주의라는 마술피리에 이끌려 계속 몸집을 불려온 현재의 콜시장은 언제가는 해체되어야 할 바벨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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