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3월 1일 목요일

Mirror: 전치사를 동사로, 그리고 의미 뒤집기

예문:

What is a cynic? A man who knows the price of everything and the value of nothing.
ㅡ Oscar Wilde, Lady Windermere's Fan (1892)
TransMirror:

[1] 목적어를 거느린 두 동사구 ‘knows the price of everything’, ‘knows the value of nothing’에서 전치사 ‘of’가 연결하는 ‘price of everything’이나 ‘value of nothing’만을 주목하면 이런 번역이 나온다.
냉소주의자는 모든 것의 가격은 알고 있지만 아무런 것의 가치도 알지 못하는 인간이다.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라고 하거나 ‘아무 가치도 알지 못한다’라고  하면 의미가 명확하게 전달되는데, ‘아무런 것의 가치를 알지 못한다(모른다)’라고 하면 의미가 오는 듯 마는 듯하게 읽힐 때가 있다. 다음과 같은 번역이 등장하는 이유도 그 때문일 것이다.
냉소주의자는 모든 것의 가격을 알지만 가치는 모르는 사람이다.

[2] 이 문장에서 동사 know가 어떤 행동을 뜻하는가를 염두에 두고 읽으면, 두 동사구를 다음과 같이 이해할 수 있다. 즉,
  • V (knows) + O (the price of everything)으로 읽기보다 V (knows the price of) + O (everything)으로 읽는다.
  • V (knows) + O (the value of nothing)으로 읽기보다 V (knows the value of) + O (nothing)으로 읽는다.
즉 동사 know를 행사하는 주체가 대상에 행위를 가하는 최전선을 전치사 of 뒤의 everything과 nothing이라고 읽고, the price of와 the value of가 동사 know와 결합하는 의미적 요소인 것처럼 이미지를 형성한다. 이렇게 읽으면 각 동사구를 다음과 같이 바꿔 쓸 수 있다.
  1. knows the price of everything → knows everything in terms of price
  2. knows the value of nothing → knows nothing in terms of value
전치사 of 뒤의 everything과 nothing을 바로 know의 목적어로 배치하고, the price of나 the value of와 결합하는 know라는 행위의 구체적 내용을 in terms of price, in terms of value로 배치했다. 이것을 원문에 투영하면 전치사 of의 목적어를 know의 목적어로 바꾼 셈이다.


[3] [2-1]에서 ‘모든 것을 알다(knows everything)’와  ‘아무것도 모르다(knows nothing)’를 각각 ‘모르는 게 없다’, ‘아는 게 없다’로 의미를 뒤집어 의미상 등가를 만들어본다.

[4] 위 요소들을 고려하면 다음과 같은 번역문을 만들 수 있다.
냉소주의자란 어떤 사람인가? 세상만사 모든 일에서 가격에 대해선 모르는 게 없으면서 가치에 대해선 아는 게 없는 사람이다. 
(출처: http://favstar.fm/users/hs_r/status/127645743933689856 )
* * *

위 [4]번 번역문을 포함해 아래에 네 가지 변종의 번역문과 원문을 나란히 놓고 비교해보자.

What is a cynic? A man who knows the price of everything and the value of nothing.
  1. [냉소주의자는] 모든 것의 가격은 알고 있지만 아무런 것의 가치도 알지 못하는 인간이다.
  2. [냉소주의자는] 모든 것의 가격을 알지만 가치는 모르는 사람이다.
  3. [냉소주의자는] 만물에 대해서 가격은 알지만 가치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다. 
  4. [냉소주의자는] 세상만사 모든 일에서 가격에 대해서는 모르는 게 없으면서 가치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는 사람이다.
4번은 글자가 많아서 다른 문장들에 비해 ‘비경제적’이지만, 의미를 전달하는 ‘효과’를 고려하면 판단은 달라질 것이다.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