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7월 10일 일요일

발췌읽기: 경제학과 자유주의

자료: 《경제학과 자유주의》, 홍훈 지음, 연세대학교 출판부, 2009년

■ 전쟁과 경쟁의 또 다른 유비는 시장의 힘이 총칼의 힘보다 더 강할 수도 있다는 사실에서 발견된다. 가령, 한반도에서 과거 일제가 총칼로 한글을 억압하고 일본어를 전파시키려 했던 힘보다 현재 경쟁을 통해 시장에서 영어가 전파되는 힘이 훨씬 더 강하다. 한국어학당 사건 등에서 알 수 있듯이 무력을 통해 한글을 억압하려는 힘에 대해 우리의 선조들은 저항했다. 이에 비해 현재의 우리는 시장경제나 자본의 힘으로 뒷받침되는 영어를 스스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 점에서 무력이나 무기의 폭력보다 무역의 폭력이 더 강력하다.

... 1장 경제학 이전의 경제사상, 12쪽.

■ 폴라니는 ... 5장(Aristotle discovers the economy)에서 아리스토텔레스의 경제사상을 재평가했다. 그에 따르면 아리스토텔레스는 그리스사회에서 시장경제가 움트는 현실을 목격한 사람이었다.

폴라니에 따르면 아리스토텔레스의 핵심개념은 공동체(community), 자족성(self-sufficiency), 정의(justice) 등이다. 인간은 집단을 이루어 공동체를 구성하며 구성원들이 연대해 공동체가 유지된다. 자족성 등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은 그 자체로서 자연스러우며, 내재적으로 올바르다.

이로부터 무역과 가격에 대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입장도 파생된다.[:]
  • 무역은 공동체의 자족이나 생계유지를 지향하면 자연스럽지만, 돈을 벌거나 이윤을 남기려는 목적으로 가지면 부자연스럽다(pp. 96, 97, 114). 
  • 가격도 공동체를 유지시켜주기 위해 신분에 맞게 결정되면 자연스럽고 정의롭다(p.100, 108-109). 이는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는 가격에 대한 거부를 내포하고 있다. 
  • 이런 관점에서 아리스토텔레스는 주류경제학에서 상정하는 인간의 본성으로서 무한한 욕망이나 이로 인한 희소성 등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심리학을 거부하고 사회학을 택한 셈이다(p. 98). 나아가 스미스와 같이 교환의 성향 등 인간의 속성을 규정하지도 않았다(p. 107). 아리스토텔레스는 동물세계에 이런 희소성이 존재하지 않듯이, 인간세계에도 이런 희소성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p. 98). 
고대세계는 시장경제와 다른 여러 가지 특징을 지니고 있다.[:]
  • 우선, 삶의 현장이 압도적으로 경제적인 의미를 지니지 않았다(pp. 86-87). 
  • 또한 수량성(quantitativity)이 존재하지 않아 경제가 실용적 목적을 띠지 않으며, 경제활동이 계산의 대상이 되지도 않았다. 
  • 더불어 행위를 규율하고 노역을 끌어내는 유인이 존재하지도 않았다(p. 88).
  • 뿐만 아니라 고대에는 처분의 대상이 되는 재산이나 본격적인 의미의 경제적 거래도 존재하지 않았다(pp. 90-91). 
  • 그리고 고대경제에서는 재화가 아니라 서비스가 부의 주종을 이루었다. 이는 경제적인 부가 아니라 정치적 통제가 지배했음을 의미한다(p. 93). 이와 관련하여 아리스토텔레스가 지적한 인간의 행운은 명예 및 특권, 생명과 사지의 보존, 그리고 부로 규정된다(p. 93). 그런데 부는 신분과 연계되어 독자적인 중요성을 지니지 않았다. 
  • 뿐만 아니라 고대에서 희귀성은 그 자체로서의 희귀성이지 경제적인 희소성이 아니었다(p. 94). 끝으로 자족은 필수품과 관련되며, 객관적으로 제한된 필요량을 의미한다(pp. 94-95). 
폴라니의 이런 주장을 지배노동, 홉스와의 유추, 생산적·비생산적 노동 등 스미스의 생각과 비교할 필요가 있다. (...)

.... 1장 경제학 이전의 경제사상, 21-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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