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2월 12일 토요일

발췌: 홈스봄의 역사론

■ (...) '사회사'의 발전이 지난 20년 동안의 역사학의 주목할 만한 확장을 반영한다고 말할 수 있다. '사회사'는 인간 체격의 변화에서부터 상징과 의식에 이르는 모든 것을, 그리고 무엇보다도 거지에서부터 황제에 이르는 모든 사람의 삶을 담는, 형태가 정해지지 않은 그릇이다. 브로델이 관찰했던 것처럼, 이러한 '널리 알려지지 않은 전체사회사(histoire obscure de tout le monde)'는 '현재 모든 역사 서술이 다른 방식으로 지향하는 역사학'이다. 어쨌든 여기에선 이러한 역사학의 방대한 팽창의 원인을 생각할 수 없다. 역사학의 방대한 팽창은 과거를 일관되게 설명하려는 시도와 반드시 모순되지는 않지만, 이러한 팽창이 역사 서술상의 기술적(''또) 어려움을 크게 하는 것은 사실이다. 이러한 복잡성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역사가들이 그것을 다양한 형태로 표현해 보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여기에는 ('인간 희극(la comUdie humaine)'을 무대에 올리려고 시도했던) 고대의 문학 기법에서 빌려온 표현 형태와 아주 나이 든 사람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몰두하는 현대적인 시청각 매체로부터 빌려온 표현 형태도 포함된다. 스톤이 점묘법적 기술들이라고 부른 것은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그러한 표현 기술상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이다.

그러한 시도들은 '분석'에 포합될 수 없어서 (또는 분석에서 제거되어서) 스톤이 무시했던 역사학의 한 부분에, 즉 종합에 필요하다. 특정시기 인간의 사상과 행동의 다양한 표현을 조화시키는 문제는 새로운 것도 이제까지 인식하지 못했던 것도 아니다. 제임스 1세 시대를 기술하면서 베이컨(Francis Bacon)을 빼거나 그를 오로지 법률가, 정치가 또는 과학사나 문학사와 관련된 인물로만 다루는 영국사는 만족스럽지 않다. 심지어 가장 전통적인 역사가들조차도, 주로 정치-제도사로 구성된 텍스트에 과학, 문학, 교육에 대한 한두 장(호)들을 이것저것 추가하는 자신들의 해결책이 만족스럽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가의 정당한 관심 대상으로 인정되는 인간 행위의 범위가 더 넓어질수록 그것들 사이에 체계적 관계를 확립해야 할 필요성은 점점 더 명확하게 인식되고 종합은 더 어려워진다. 이것은 당연히 표현이라는 기술적 문제를 훨씬 뛰어넘는 것이면서도 또한 표현의 기술적 문제이기도 하다. 심지어 (스톤이 거부하는) 토대와 상부 구조의 '3단계적 체계(three-tiered hierarchical)' 모델 같은 것에 계속 안내를 받아 분석에 임하는 사람들조차도 이 모델이 표현을 안내하기엔 부적절하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비록 일관된 연대기적 서술보다는 그래도 낫지만 말이다.

표현과 종합이라는 문제를 제쳐둔다면, 역사학이 변화한 더 실질적인 원인 두 가지가 또 제시될 수도 있다. 첫 번째 원인은 제2차 대전 후 몇 십 년 동안 '새로운 역사가들'이 거둔 승리 자체이다. 이러한 승리는 의도적인 방법론적 단순화에 의해, 다시 말해 ('사건사'에 반대하는, 즉 서술적 역사와 직접적으로 대립하는 프랑스 역사학계의 전투에서처럼 이따금) 전통적인 서술적 역사를 희생하면서 역사의 사회-경제적 토대와 결정 요소라는 것에 집중함으로써 이루어졌다.

  • 한편에는 극단적인 경제 환원주의자들이, 다른 한편에는 사람이나 사건을 구조라는 장기 지속과 국면(conjoncture) 위에 있는 하찮은 잔물결로 무시하는 사람들이 있기는 했지만, 그러한 극단주의는 아날 학파나 마르크스주의자들 사이에서 보편적으로 공유되지 못했다. 
  • 아날 학파나 (특히 영국의) 마르크스주의자들은 사건이나 문화에 대한 관심을 결코 버린 적이 없으며, 또한 '상부 구조'를 항상 그리고 전적으로 '토대'에 의존하는 것으로 간주한 적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톤이 강조한 브고델[브로델], 구베르(P. Goubert), 르 루아 라뒤리 등의 저작들이 승리를 얻게 됨으로써 이제까지 의도적으로 무시되어 왔던 역사의 측면들에 '새로운' 역사가들이 자유롭게 집중할 뿐만 아니라 또한 '새로운 역사가들'이 자신들의 의제(agenda)를 확립하는 것을 촉진했다. 저명한 아날 학파 역사가 르 고프는 몇 년 전에 "정치사는 정치사를 뒤로 밀려나게 했던 사회과학의 방법, 정신, 이론적 접근법을 빌려옴으로써 서서히 다시 살아났다고 지적했다. 사람과 정신, 이념과 사건에 대한 새로운 역사는 사회-경제적 구조와 경향에 대한 분석을 밀어내는 것이라기보다는 보완하는 것으로 간주될 수 있을 것이다. (...)

.... 303-305쪽

참고: 책의 목차


책머리에  5

 1 역사의 밖과 안에서  17
 2 과거의 의미  31
 3 역사는 현대 사회에 대해 무엇을 이야기해 줄 수 있나  53
 4 앞을 내다본다 - 역사와 미래  72
 5 역사학은 진보했는가  99
 6 사회사에서 전체사회사로  121
 7 역사가와 경제학자Ⅰ  157
 8 역사가와 경제학자II  179
 9 당파성  202
 10 역사가는 마르크스에게 무엇을 빚지고 있는가  229
 11 마르크스와 역사학  255
 12 역사가 없는 사람들도 있을까 - 277
 13 영국 역사학과 아날 학파  288
 14 서술적 역사의 부활  299
 15 숲속의 포스트모더니즘 - 309
 16 아래로부터의 역사  323
 17 흥미로운 유럽사  348
 18 역사로서의 현재  365
 19 우리는 러시아 혁명사를 쓸 수 있을까  386
 20 야만주의 - 사용자 안내  405
 21 특수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426
 옮긴이 해제 홉스봅의 역사사상  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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