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월 12일 수요일

[책읽기]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 (스테판 츠바이크)

※ 틈틈이 발췌식으로 메모....


1536년 5월 21일, 장엄하게 울리는 팡파르의 부름을 받고 제네바 시민들은 중앙 광장에 모여들었다. 그리고 모두 손을 높이 쳐들고 한 목소리로 선언했다.

“이제부터는 오직 복음서와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 살겠습니다.”

(...) 론 강 유역에 자리 잡은 이 도시를 오랫동안 지켜온 가톨릭 신앙은 겨우 몇 년 만에 산산조각이 난 채 흩어져버렸다. 마지막으로 남은 성직자들, 주교회 회원들, 수사와 수녀들은 평민들의 위협을 받아 수도원에서 도망쳤고, 모든 교회에서 성상과 ‘미신’의 표지들은 말끔히 치워졌다. 이 5월의 축제일은 그 승리를 최종적으로 확인하는 절차였다. 이때부터 개신교는 제네바에서 합법적으로 최고 권력을 가질 뿐 아니라 유일하게 권력을 가진 기관이 되었다.

제네바에 이렇듯 과격한 개신교가 자리 잡게 된 것은 원래 과격한 테러 분자 특성을 가진 설교자 파렐Guillaume Farel의 공이었다. 광신적인 천성에다 좁고 강철 같은 이마를 가진 남자, 강인하지만 단순한 기질의 인간인 ‘남방의 루터’[였다]... 온건한 에라스무스는 그에 대해서 “일생 동안 이보다 더 불손하고 뻔뻔스런 사람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 그러나 오직 한 가지 이념에 지배되는 인간의 원시적 힘과 비타협적인 특성으로 그는 모든 장애를 무너뜨렸다. 자신의 친위대를 이끌고 사제가 미사를 집전하고 있는 가톨릭 교회로 쳐들어가서는 제멋대로 강단에 올라가 지지자들의 환호를 받으며 가톨릭 교도들의 혐오감에 맞서서 설교를 했다.

거리의 부랑아들을 모아 소년단을 만들고, 어린아이들을 부추겨서 예배 중인 가톨릭 교회로 몰려 들어가서 소리 지르고 웃는 등 난장판을 만들었다. 지지자들의 세력이 점점 강력해지자 용기를 얻은 그는 최후의 돌격을 위해 친위대를 소집했다. (...) 이렇게 노골적인 폭력의 방식은 성공을 거두었다. ... 결국 도시는 승리한 개신교도의 손에 넘어갔다. (...)


( 1장. 칼뱅의 권력 장악 / 1.1 폭력으로 구축한 질서)

펄럭이는 검은 색 수도복을 입은 깡마르고 냉혹한 남자가 코르나뱅 성문을 통과해 들어서는 순간, 모든 시대에 걸쳐서 가장 중요한 실험 하나가 시작되었다. 수많은 생명세포들로 숨을 쉬는 국가를 딱딱한 기계장치로 변화시키고, 온갖 감정과 생각들을 가진 국민을 단 하나의 체제로 변화시키는 실헙이었다. 하나의 이념 아래 전 국민을 완전히 획일화시킨다는, 유럽에서는 처음으로 이루어진 시도였다. 

악마적인 진지함과 위대한 체계의 완전한 구상으로 칼뱅은 제네바를 지상 최초의 하나님의 나라로 만든다는 대담한 계획을 향해 나아갔다. (...) 그러나 이러한 하나님의 의지를 어떻게 인식할 수 있는가? 하나님의 지시를 어디서 찾을 수 있는가? 칼뱅은 복음서에서만 찾을 수 있다고 대답했다. (...) 진정한 기독교 국가에서는 ‘성서의 말씀’을 관습과 생각과 신념과 정의와 생명의 유일한 원칙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 칼뱅은 성서가 시작과 끝이며, 모든 일은 항상 이 기록된 말씀에 근거해서 결정되어야 한다고 믿었다.

종교개혁은 처음에는 영적·종교적인 자유운동으로 시작되었다. 그것은 모든 사람의 손에 복음서를 자유롭게 돌려주기 위한 것이었다. 로마교황과 공의회 대신 개인적 확신을 선택했다. 그런데 칼뱅은 루터가 도입한 ‘기독교도의 자유’라는 이념을 다른 모든 형식의 정신적 자유처럼 사람들에게서 가차 없이 빼앗아버렸다. 그는 자신이 하나님의 말씀을 아주 분명하게 본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다른 사람이 하나님의 말씀을 계속 해석하는 일을 폭군처럼 막아버렸다.  (...) 이제 교회가 더 이상 동요하지 않기 위해서 하나님의 말씀이 ‘멈추어 서야’ 한다고 여겼다. (...) 칼뱅 자신이 해석한 바에 따라 영원히 옳은 것으로 고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 이제 목사들의 독재에 항거하는 사람은 하나님에 대항하여 소동을 일으킨 자로 낙인찍힐 것이다. 그리고 성서에 주석을 붙였다가는 피로써 갚아야 할 날이 곧이어 오게 된다.


(2장. 자유를 질식 시킨 광신주의 / 2.1. 성서정치)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