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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적으로 본성을 어떤 개체가 태어나기 이전의 상태에, 그리고 양육을 태어난 이후의 성장 과정에 연관시키는 것은 자연스러워 보인다. 이러한 식으로 선천적인 것과 후천적인 것을 시간적으로 구분하는 것은 본성과 양육의 이분법을 함축하지 않는다. 본성이 신(god)에 의해 주어진 것, 자연적으로 예정된 것 혹은 결정된 것을 뜻하고, 양육이 이에 대비되어 이해될 때 본성과 양육의 이분법이 성립한다. 본성과 양육의 이분법은 개체발생(ontogeny)을 미리 예정된 어떤 구조의 전개(unfolding)로 보는 과거의 관점 속에 함축되어 있다. 그 이분법은 개체발생을 유전암호(genetic code) 해독 과정으로 보는 현대적 관점 속에도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개체발생에 대한 실험이 분자적 차원에서 가능해지면서, 본성과 양육의 이분법을 부정하는 발달 개념이 부활하게 되었다.
전성설 대 후성설(Theory of Preformation vs. Epigenesis)
유기체는 외부에서 영양분을 섭취하고 성장한다. 생존을 위해 유기체의 각 부분은 고유한 기능을 갖고 있다. 또 그러한 부분은 생식을 통해 자손에게 대물림된다. 성장(growth), 기능(function), 유전(heredity) 외에도 개체발생에 대한 탐구는 유기체의 분류 및 활동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이다.
본성과 양육의 관계에 대한 과거의 논쟁은 특히 수정란 분할을 과정에 근거한 개체발생을 둘러싸고 벌어졌다. 본성과 양육을 이분하는 관점은 전성설에 함축되어 있다. 전성설에 따르면, 온전한 유기체의 기능은 구조에 의해 제한되어 있다. 유기체의 구조는 난자 혹은 정자에 담겨 있고, 환경은 단지 그 구조를 펼쳐주거나 변형시키는 외적 요인 정도로 여겨졌다. 18세기 말까지 개체발생이 미리 주어진 구조의 전개가 아니라 단계적 발달 과정이라는 후성설은 대세가 아니었다.
전생설[전성설의 오타로 추정] 옹호자들 중 난자론자(ovist)는 유기체의 구조가 난자에 들어 있다고 여겼다. 미세동물론자(animalculist)는 그런 구조가 정자에 들어 있다고 여겼다. 난자론자에게 정자는 난자에 숨어 있는 구조를 전개시켜주는 활성제와 같은 것이며, 미세동물론자에게는 난자가 그러한 활성제가 된다. 난자론자는 성서에 등장하는 이브를, 미세동물론자는 아담을 결부시켜 각자 자신의 입장을 옹호하기도 했다. 난자론자이든 미세동물론자이든, 이들에게 종분화(speciation)라는 것은 불가능하다. 진화는 단지 신에 의해 미리 예정된 종들의 개체수 증감과 관련될 뿐이다.
과거에나 현재에나 과학자들에게 ‘실험적 사실’(experimental fact)이라는 것은 단순한 관찰 사실의 기록이 아니다. 실험적 사실은 데이터에 함축되어 있고, 실험적 사실의 발견은 올바른 추론을 요구한다. 데이터를 얻는 도구가 불완전한 경우, 데이터에 함축된 실험적 사실의 추론은 틀리기 쉽다. 초기 현미경은 개체발생을 연구하기에는 아직 불완전했다. 수정란과 정자의 현미경 관찰 데이터는 신이 태초에 모든 유기체를 창조했다고 믿는 이들에게 전성설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여겨졌다. 이 상황은 현미경의 발달과 세포 내 염색 기술의 결합에 의해 바뀌게 된다.
독일의 볼프(Caspar Friedrich Wolff, 1733~1794)는 병아리 배아(embryo)의 해부학적 구조와 생리 기능을 관찰하면서 개체발생의 단계적 발달을 관찰했다. 볼프에게 개체발생은 신에 의해 미리 결정된 어떤 구조의 단순한 확장이 아니라 전 단계의 상태에서 새로운 상태가 나타나는 발달 과정이었다. 18세기 말 발생학의 발전은 과거 아리스토텔레스와 영국의 하비(William Harvey, 1578~1657)에 의해 주장되었던 후성설을 부활시켰다.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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