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5월 23일 토요일

망중한


지난 여름이 엊그제 같을 때 추위에 떨었는데
이제는 겨울이 언제 지났나 가물가물한 이때,
벌써 여름이 코앞이다

언제는 평생 책만 보며 살아봤으면 하는 게 꿈이었는데
이제는 다섯 달을 한 책 옮기는라 허덕이는 삶이 가련해진다

가련하다는 말은 과장이라고 위안을 해야겠다
저자의 지식과 정서에 푹 빠져서 이걸 이렇께 썼으면 좋았겠구나,
하는 생각도 하고 있으니 내가 원하던 독서 삼매경이 아닌가

생각에 지치고 인연에 치어서 
모든 세상사와 인류 사상이 그저 한줌 먼지만도 못해 보일 때

책 한 권 옆에 끼고 그 한계를 짚어 보며
잔잔한 호숫가 자리 하나 구해
도시락 까먹는 재미도 그리 나쁘지 않다

더불어 내가 살고 있는 시대에 와서
변화를 도모하다 무슨 잘잘못이 있었는지 자세히 알 수 없지만
오늘 세상과 작별하고만 이의 영을 위로하고 싶다.

댓글 1개:

  1. 그의 이름은 노무현이다. 뭐도 많이 했고 기대도 많이 했지만, 길을 잃은 우리 현대사를 홀로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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