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4월 13일 월요일

'약자의 무기'로 '위선의 전쟁' 에 맞서자 (2003년)

자료: http://www.georeport.net/news/articleview.asp?no=12942&menu_code=s10100


 
목소리를 높이고 행진, 또 행진을…오늘도, 내일도
  
대 이라크 전쟁은 이제, ‘방아쇠를 언제 당길 것인가’의 수순만 남았다고 한다. 유례가 없을 만큼 반전 시위의 열기가 높지만, 미국의 행보를 누가 막을 수 있겠냐는 무력감이 없지 않다. 
<오리엔탈리즘>의 저자이며, 문명비평가인 에드워드 사이드(Edward Said ∙ 미 컬럼비아대 석좌교수) 는 그래도 걷고, 또 걸어가라고 요구한다. 저항의 행진을 ‘약자의 무기’라고 부른들 어떠하냐며. 하지만 그런 약자의 무기가, 백악관에 둥지를 틀고 있는 ‘겁쟁이 매파’의 음모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호소한다. 
이집트의 주간 ‘알-아흐람’ (Al-Ahram Weekly online) 2003년 2월 13~19일 625호에 게재된 사이드의 글 ‘비길 데 없는 위선(A monument to hypocricy)’을 소개한다. <편집자>


... 콜린 파월의 유엔 연설은 분명히 미국 국민에게 분노를 심어주고, 유엔을 위협하여 강제로 전쟁에 나서도록 하려는 의도였겠지만, 나에게는 도덕적인 위선과 정치적인 조작의 새로운 신기원을 기록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도널드 럼즈펠드가 지난 주말 뮌헨에서 행한 강연들은, 자못 감동을 자아내는 듯한 설교와 으스대는 조롱으로 일관했으며, 그 점에서 무능한 파월보다 한 걸음 더 나간 것이었다. .....

.... 이라크가 비록 통탄할 만한 정권이 들어서 있고, 역겹다고 하더라도 터키, 이스라엘, 요르단과 같은 이웃 나라에 대해 긴박한 위협이 되는 것은 아니다.(이들 나라는 모두 군사적으로 쉽게 이라크에 대처할 것이다). 더구나 미국에 대해서는 아무런 위협도 되지 못한다. ..... 이에 대한 반론은 상식 밖의 경솔한 주장일 뿐이다. 구식이 되어버린 스커드 미사일 몇 개와 화학 및 생물 무기로 사용할 수 있는 소량의 물질(이것들은 대부분은 미국이 공급한 것이다. 랄프 네이더가 지적한 것처럼, 우리가 그런 사실을 알고 있는 까닭은 미국 회사가 이라크에 판매했다는 영수증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것밖에 없는 이라크는 조심스럽게 행동할 수밖에 없다. 이라크 민중들이 장기간 고통받아야 하는 터무니 없는 희생을 감수하면서까지 말이다. 
..... 
이 모든 것들은(강조되어서 기록되어야 하겠지만) 미국의 전면적이면서도 무조건적인 지원과 함께 이루어질 수 있었던 것이다. 미국은 이스라엘이 이와 같은 일을 저지를 수 있도록 각종 무기를 제공했으며, 군사 및 정보 분야에서 모든 것을 지원했을 뿐만 아니라, 1350억달러 이상의 규모로 경제 원조를 제공했다. 이는 국민 일인당 액수로 볼 때 미국이 자국민을 위해 지출하는 일인당 액수를 상대적으로 하찮은 것으로 여기게 만드는 규모인 것이다.
.....
팔레스타인의 영토에서는 현재 집단 기근의 징후가 시작되고 있다. 파멸적인 규모로 건강의 위기 상태가 일어나고 있다. 민간인의 사망자 수는 1주일에 적어도 열 명에서 스무 명에 이르고 있다. 

경제는 이미 붕괴되었다. 통행금지 조치와 적어도 3백 개 이상의 바리케이드가 일상생활을 불가능하게 만들기 때문에 수십 만 명의 죄 없는 민간인들이 일을 할 수도 없으며, 공부를 할 수도 없다. 집은 폭파되거나 불도저로 대규모로 파괴되고 있다.(어제만 해도 60채가 무너졌다.) 

이 모든 것은 미국이 공급한 장비, 미국의 정치적인 지지, 미국의 재정 지원 아래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부시는 어떤 기준으로든 전쟁범죄자인 샤론을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선언했다. 그것은 샤론과 그의 범죄적인 군대에 의해 실종되거나 파괴된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생명에 침을 뱉는 것과 같은 말이다. 

그리고 부시는 자신이 신의 이름으로 행동하고 있으며, 자신(그리고 그의 정부)는 ‘올바르고 믿음직스러운 하느님’을 위해 행동하고 있다고 뻔뻔스럽게 말하고 있다. 그리고 더욱 놀라운 것은, 그가 사담 후세인이 유엔 결의안을 조롱했다고 세계인에게 설교를 하고 있지만, 반세기 이상 일상적으로 적어도 64개 이상의 결의안을 조롱해온 나라 즉 이스라엘을 지원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아랍의 여러 정권들은 현재 소심하고 무력하기 때문에 감히 이런 사실들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하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아랍 정권은 미국의 경제적인 원조를 필요로 하고 있다. 그들 대부분은 국민을 두려워하고 있으며, 자신들의 정권을 지키기 위해 미국의 원조를 필요로 하고 있다. 

그들 대부분은 반인도적 범죄 행위로 고발될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 아무것도 말하지 않고 있으며, 최종적으로는 자신들이 권좌에 앉을 것을 바라면서 전쟁이 지나가기를 희망하고 기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그것도 전쟁이 한창일 때가 아니라 전쟁이 일어나기도 전에 전쟁을 반대하는, 위대하면서도 숭고한 대중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이는 전례가 없는 것이며, 또한 우리의 세계가 미국과 그 초강대국의 지위에 의해 돌입하게 된 새로운 지구화된 시대에서 중심적인 정치적 현실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이러한 대규모 반전운동이 보여주고 있는 것은, 사담과 미국에 있는 그의 적수와 같은 독재자와 폭군들이 무시무시한 권력을 휘두른다고 해도, 또 매스미디어가(자진해서 혹은 마지못해서)전쟁에 돌입하라고 함께 공모한다고 해도, 또 대다수의 사람들이 무관심하고 무지하다고 해도, 인간 공동체와 인간의 지속가능성이라는 생각을 바탕에 둔 대중 운동과 시위가 여전히 인간으로서 저항하기 위한 위력적인 도구라는 점이다. 

원한다면 그 운동들을 ‘약자의 무기(weapons of the weak)’라고 불러라. 그러나 '약자의 무기'는 미국 정부의 ‘겁쟁이 매파’와 그들을 뒷받침하고 있는 기업가들, 종교전쟁을 믿고 있는 극단적인 유일신론자들(기독교, 유대교, 이슬람교)이 세워놓은 계획을 조금이라도 변화시켰다. 그래서 '약자의 무기'는 우리 시대의 위대한 희망의 횃불인 것이다. 

.... 백악관이 공개적으로 밝힌 사실에 따르면, 이른바 ‘충격과 두려움(Shock and Awe)'을 자아내기 위해, 혹은 그 잘난 입안자인, 아니 무슨 박사인가 하는 할란 울만(Harlan Ullman) 씨가 말했던 것처럼, 하루에 3백 발에서 5백 발의 크루즈 미사일을(이 가운데 8백 발은 전쟁 개시 48시간 이내에) 이라크 민중에게 '히로시마' 와 같은 효력을 안겨주기 위해, 바그다드의 민간인에게 비처럼 쏟아부을 것이라고 한다. 우리는 결코 이런 전쟁 정책에 침묵할 수 없다. 
('Shock and Awe'는 미국이 앞으로 있을 이라크 전쟁을 부르는 말이다, 역주)

1991년 걸프전쟁 당시 41일 동안 이라크를 폭격했어도 이런 규모의 인간 파멸(human devastation)에 도달할 수 없었다는 점에 주목하자. 미국은 이런 일을 저지르기 위해 6천 발의 ‘스마트’('빈틈없는'이라는 뜻이다, 역주) 미사일을 준비해놓고 있다. 

어떤 신이, 자신을 믿는 사람들이 이런 계획을 공식화하고 정책으로 공표하기를 바란단 말인가. 어떤 신이 이라크 민중뿐만 아니라 중동 전체의 민중에게 민주주의와 자유를 주기 위해 이런 일들이 벌어져야 한다고 주장하겠는가.

이런 질문에 나는 굳이 대답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알고 있다. 만약 이런 종류의 일이 이 지구상의 어떤 주민에게라도 일어난다면, 그것은 바로 범죄행위라는 것을. 그리고 그런 행위를 실행하는 자들도, 계획하는 자들도, 미국이 법적인 효력을 만들어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뉘른베르크 법에 의거해 전쟁범죄자가 된다는 것을. 

샤론 장군과 샤울 모파즈 국방장관이, 전쟁을 환영하고 조지 부시를 찬양하는 것은 아무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니다. 누가 알겠는가. 신의 이름으로 더욱 사악한 일들이 저질러질지. 

우리는 우리들 자신의 목소리를 높여야 하며, 항의 행진을 계속해야 한다. 지금, 그리고 다시 또 다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워싱턴과 텔 아비브와 바그다드와 같은 곳에 있는, 순응적이면서도 전문가인 어떤 참모가 계획한 악몽을 피하기 위한, 창조적인 사고, 확고한 행동이다. 

만약 그들이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 그들이 말하는 ‘더 위대한 안보(greater security)’라면, 그 말은 상식적으로 전혀 의미를 갖지 못한다. 부시와 샤론이 백인이 아닌 이들을 경멸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문제는 언제까지 그들이 벌을 받지 않을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에드워드 사이드 / 번역 안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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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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