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3월 31일 화요일

손은 왜 존재하는가

자료: https://www.bosa.co.kr/special/view.asp?board_pk=8545&page=16&what_board=1


작성일:2004-12-13
김풍택 교수 <경북의대 정형외과학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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腦의 가장 큰 지배받는 운동-감각기관
'외부의 腦' 역할…사용할수록 뇌 발달 촉진

 
손의 진화와 운동기능

 인류의 진보의 과정에 있어 손은 생활을 위한 도구였다.
 손을 사용하여 사냥을 하고, 농지를 경작하고, 도구를 만들고, 정보를 교환하며 오늘의 문화를 형성해 왔다. 이와 같은 중요한 역할을 해온 인간의 손이 그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뇌(brain)로부터 복잡한 지령을 받고 있다. 신체의 각 부위의 기능을 맡고 있는 뇌의 지배영역을 나타내는 Penfield의 그림을 보아도, 손은 신체의 다른 부위에 비교하여 대단히 크게 묘사되어 있다.

 그런데 손에는 5개의 손가락을 갖추고, 한쪽 손만으로 물건을 잡는 기능을 나타내는 것은 영장류이기 때문이다. 원시 원숭이-참원숭이-유인원-사람의 손의 형태를 보아도 진화의 과정에는 명백하게 변화하고 있다.

 사람에서는 엄지손가락이 독립하여 대립운동(opposition)을 하게끔 되어, 한 손으로 물건을 잡는 동작이 보다 확실하고 교묘한 솜씨를 갖고 있다. 즉 사람의 손의 기본 동작은 엄지손가락과 다른 4개의 손가락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잡는 동작(grip)집는 동작(pinch)이다.

 
손의 감각기능

 손은 운동기관임과 동시에 감각기관이다. 이 두 가지 기관이 밀접하게 관여하여 손은 기능을 하고 있다. Penfield의 '대뇌의 지각 area의 지배영역'의 그림을 보아도, 손은 운동 area에 못지않은 큰 영역을 점유하고 있다. 
 손의 감각에 의해 스스로의 인생을 개척한 여성에 Helen Keller가 있다. 그녀가 눈, 귀의 기능을 잃은 것은 생후 19개월에 성홍열에 걸린 것이 원인이었다. Helen Keller가 Sullivan 여사의 헌신적 지도에 의해 장애를 극복한 장면을 다음과 같이 기술한 문장이 있다.

   "Helen은 7세가 되었다. Sullivan 여사가 Helen을 찾아가서 약 1개월이 지났다. Helen은 Sullivan과 같이 우물로 갔다. 손 위에 찬물을 흘려보낸다. 그리고 한쪽 손에는 Sullivan이 WATER라는 말을 쓴다. 이 때 Helen의 마음에 번쩍인 것은 '물건에는 이름이 있다'라는 인식이 그 후 그녀의 인생을 바꾸게 되었다"라는 감동적인 문장이었다. 그 후 Helen은 자신의 왼손의 엄지를 Sullivan이 목에 대고, 동시에 4손가락으로 입술을 만져 Sullivan 여사의 이야기를 계속 듣게 되었다. Helen의 영혼과 '세계'가 만난 '창문'은 눈도 아니고, 귀도 아니었다. 그것은 틀림없이, 그녀의 손의 감각이었다라고 할 수 있다.


손의 존재이유

 사람의 뇌의 전두전야는 다른 동물에 비하여 확실히 발달되어 있다. 전두전야에는 집중력과 사고, 활동성, 여기에 감정에 관여하는 기능이 갖추어져 있다. 전두전야에는 외부로부터 입력된 모든 감각정보와 뇌 내에 저장된 과거의 기억정보와를 통합시켜 문제해결을 위한 적절한 행동 program을 시간적, 공간적으로 조합하여 손에 지령을 보내는 것이다. 즉 손을 잘 사용하는 것은 '뇌를 잘 사용하는 것'과도 연결되어 있다.


손의 기능과 전두전야

 지난여름에서 겨울에 걸쳐 12세 소년이 화상의 치료를 위해 경북의대에 입원했다. 이 소년의 치료를 통해서 '손은 무엇을 위하여 있는가'에 대하여 생각해 보고자 한다. 이 소년은 2년전 집에 있는 가스통이 폭발하여 배에서 상반신, 안면 그리고 양손에 중도의 화상을 입었다. 그 반년 후에 경북의대에 입원했으며, 얼굴과 목에는 심한 상처가 남겨져 있고, 양손은 모든 손가락이 MP관절에서 절단되었다.
 중수골만이 남겨져 있는 손의 손가락은 엄지부터 새끼손가락에 이르기까지 달라붙어 있어 곤봉모양으로, 그것도 손 전체가 유리 피부이식으로 덮여져 있었다. 우리들은 둘째손가락의 중수골을 뽑아내어 지간(web space)을 만들고 뽑아낸 시지로서 무지를 연장하는 재건술을 계획하였다.
 그러나 환자의 어머니는 바다의 게의 발과 같은 추한 손을 만드는 것이 절대로 싫다고 반대했다. 장식용 의수를 끼이고 싶다고 주장했다. 우리들은, 인간의 뇌에서 가장 인간다운 활동을 갖고 있는 전두전야는 손을 사용함에 따라 발달한다는 것을 어머니에게 설득하여, 3개월 후에 겨우 수술에 임했다.
 지금 나의 연구실에는 이 소년이 남긴 개의 그림이 벽에 걸려있다. 개는 눈앞에 있는 닭고기를 계속 보고 있다. 실은 한창 성장해야 하는 소년은 입원 중에 키가 10cm이상 성장했다.  Crayon을 잡을 수 있게 된 화상 입은 손은 입원 중에 병원에서 나온 식사의 양으로는 불만족이었다는 것을 훌륭하게 의지표시하고 있다.  결국, 집는 동작(pinch)이 재건됨으로, 이 소년의 손은 '외부의 뇌'의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다.


맺는 말

 사람은 손을 사용함으로 뇌가 진화해 왔다. 그러나 문명이 발전하여 기계가 손의 기능을 대행하게 됨으로 말미암아 뇌의 진화는 정체되었다고 할 수 있다. 손을 사용하지 않으므로 손의 솜씨가 서툴게 되었고, 손으로 새로운 것이나 사고를 창조하지 않으면 뇌의 창조력은 점점 감퇴하게 된다.
 평상시에 늘 손을 적극적으로 사용함으로 비로소 뇌가 창조적인 활력을 유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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