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월 13일 화요일

서평: 개인적 지식(마이클 폴라니, 대우학술총서, 아카넷, 2000)

자료: DNI 웹진(2002), http://www.dni.co.kr/webzine/2002_01/ysleebook.htm


※ 메모: 

....
마이클 폴라니(1891-1976)는 이렇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영역까지도 지식의 영역으로 끌어들임으로써 과학주의 및 방법주의가 표방하는 완전한 객관성의 이상이 얼마나 허황된 것이고 추상적인 것인지를 폭로하고자 한다. 이러한 종류의 앎에 대해서 근대 인식론이나 오늘날의 소위 주류철학들은 애써 외면하거나 무시해 왔다. 객관화되지 않는 지식의 영역을 인정한다는 것은 플라톤 이래 이어져 온 본질주의, 로고스중심주의, 보편주의 등에 맞지 않는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폴라니에게 있어서 참된 지식이란 지적인 관여를 통해 보편적인 것과 만나는 ‘개인적인 지식’이다. 진리에 대한 생각은 진리에 대한 욕구를 포함한다는 점에서 개인적이지만, 이 욕구는 비개인적인 것을 향한다는 의미에서 보편적인 것과 연결된다. 철학을 궁극적인 신념의 선언이라고 보는 폴라니는 데카르트 식의 보편적 회의나, 과학적 진리를 보편적인 근거위에 올려 놓으려는 칸트식의 시도는 모두 개인적인 관여를 회피하려는 시도에 불과한 것으로 여긴다.

1958년에 쓰여진 『개인적 지식』은 너무나도 유명한 ‘암묵지’에 대한 담론을 담고 있는 폴라니의 주저로서, 후기비트겐슈타인(L. Wittgenstein), 토마스 쿤(T. S. Kuhn), 리처드 로티(R. Rorty), 한스 게오르그 가다머(H. G. Gadamer) 등과 같은 반본질주의적인 경향의 사상가들을 지지해 주는 고전이다. 물리학과 화학을 전공한 과학자인 폴라니는 이 방대한 저서에서 모든 학문의 경계를 종횡무진 뛰어 넘으면서 독창적인 사상가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암묵지가 우리의 삶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은 삶의 현장에서 스스로의 실천을 통해 현실과 부딪치고 있는 사람들은 절실하게 느낄 것이다. 그런 암묵지는 말로 분명하게 표현되거나 이론적으로 체계화되기가 힘들다. 내가 김치맛을 안다는 것을 어떻게 명확하게 설명하겠는가. 게다가 김치맛에 관한 한 기호가 다양하기 때문에 내가 맛있다고 생각하는 김치가 정말 맛있는 김치인지는 스스로도 분명치가 않다. 그러나 내가 맛있다고 생각하는 김치를 다른 사람들이 대체로 맛있다고 인정할 때 나의 암묵지는 권위적인 지식이 될 수도 있다.

현장의 노련한 숙련가들이 가지고 있는 암묵적인 지식들이 권위를 인정받는 것도 같은 이치일 것이다. 명확히 지적할 수는 없지만 그들의 의사결정은 옳은 경우가 많다. 어떤 의미에서는 신비스럽다고도 할 수 있는 이런  체험들을 과학적으로 설명한 글을 보길 원하다면 그 난해함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이 책이 적격일 것이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