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한국은행 조사국, 권태율 조사역
※ 발췌:
( ... 전략 ...)
FRB는 어떻게 구성되나요?
FRB를 제대로 알려면 먼저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 System)’라 불리는 미국의 독특한 통화정책 시스템을 이해해야 합니다. 미국이 50개 주로 이뤄진 연방국가라는 건 아시죠. 저마다 독립된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주들은 지역마다 ‘연방중앙은행(Federal Reserve Banks)’을 가지고 있습니다. 수도 워싱턴에 위치한 ‘연방준비제도이사회(Board of Governors of Federal Reserve Banks)’는 바로 이 지역 연방준비은행들의 본점 격인 셈이죠. 그리고 이 본점 안에서 금리를 결정하기 위해 열리는 회의가 우리나라의 금융통화위원회 격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ederal Open Market Committeeㆍ풀어읽는 키워드 참조)’입니다.
정리하자면 미국의 연방준비제도는 ▲지급준비율과 대출정책, 금융기관 감독 등을 결정하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와 ▲금리수준을 조절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러한 정책을 집행하고 화폐공급과 금융기관 검사 등을 담당하는 지역 연방준비은행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연방준비제도를 미국 등 영어권에서는 흔히 ‘Fed’로 약칭합니다만, 한국과 일본 등에서는 연방준비제도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를 구분하지 않고 통상 FRB라 부르고 있죠. 편의상 지금부터 연방준비제도이사회를 FRB라 부르기로 하죠.
연방준비제도는 왜 이렇게 복잡할까요?
견제와 균형을 중시하는 미국의 문화에서 비롯됐습니다. FRB를 탄생시킨 연방준비법(Federal Reserve Act)이 제정된 1913년까지 미국에는 중앙집권적인 중앙은행을 원하는 사람과 반대하는 사람, 중앙은행이 정부조직이어야 한다는 사람과 민간조직이어야 한다는 사람들의 주장이 대립했습니다.
전통적으로 권한이 집중되는 것을 꺼리는 연방국가의 속성상, 그래서 다른 나라처럼 ‘미국은행’ 식의 단일 중앙은행 대신 연방준비제도가 탄생하게 되었답니다. 연준법에 따라 미국을 12개 지역으로 나누고 각 지역마다 민간 상업은행이 주주인 연방준비은행을 설립하는 한편, 12개 지역은행을 관리ㆍ감독하는 기관으로 FRB를 둔 것입니다. 지역 연방준비은행이 주식회사 형태인 데서 보듯 미국연방준비제도는 정부와 민간 성격이 혼재하도록 설계됐습니다.
출범 당시 FRB의 결정은 지역 연방준비은행을 구속할 만큼 강력하지 못했습니다. 20년이 지난 1930년대에 와서야 이사회가 지급준비율, 재할인율 결정 등의 주요 권한을 갖게 되고 지역 연방준비은행을 지점처럼 거느림으로써 실질적 중앙은행의 역할을 수행하게 되었습니다.
FOMC는 무슨 일을 하나요?
다음은 금리를 결정하는 FOMC에 대해 알아보죠. 정확히 말하면, FOMC는 보통 정책금리라 불리는 ‘페더럴펀드 금리(federal funds rate)’의 목표를 결정합니다. 은행은 예금자들이 수시로 예금을 찾을 것에 대비해 예금의 일정비율을 지역 연방준비은행에 보관해야 하는데 이를 지급준비금이라고 합니다. 어떤 은행이 일시적으로 지급준비금이 부족한 경우, 여유자금을 가진 은행에게 자금을 빌려줄 것을 요청할 수 있는데 이때 적용되는 금리를 페더럴펀드 금리라고 합니다. 여기서 페더럴펀드는 두 은행이 협의해서 결정되고 보통 담보가 없는 하루짜리 자금입니다. FOMC는 페더럴펀드 금리의 목표를 정하고 이에 맞게 국공채 등을 금융기관과 매매함으로써 페더럴펀드 금리가 FOMC의 목표수준에서 움직이도록 하고 있습니다.
금리조정은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FOMC가 페더럴펀드 금리를 조정하면 채권금리, 시중 은행의 예금금리, 대출 금리 등이 짧은 기간에 잇달아 변동됩니다. 금리의 ‘국가대표’ 격인 페더럴펀드 금리가 올라가면 다른 금리들도 올라가고, 내리면 다른 금리도 내리는 식이지요.
이런 과정을 통해 페더럴펀드 금리 조정은 가계의 소비, 기업의 생산 및 투자활동은 물론, 수출입, 물가 등 경제 전반에 걸쳐 큰 영향을 미친답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기업들은 주로 은행에서 돈을 빌려 공장을 짓고 생산에 필요한 기계와 장비를 사죠. 금리가 올라가게 되면 그만큼 기업의 투자여건이 나빠지겠죠. 반대로 금리가 내려가면 투자여건이 좋아질 겁니다. 일반 가정도 마찬가지죠. 금리가 올라가면 돈의 값어치가 높아진 셈이므로 사람들은 굳이 소비나 투자를 하기보다는 저축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들 것입니다. 이처럼 금리가 움직이면서 투자와 소비가 늘거나 줄게 되면 생산이 변동하고 결국에는 물가도 영향을 받게 됩니다.
<풀어 읽는 키워드>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의 구성
FOMC에는 어떤 사람들이 참여할까요? FOMC는 FRB 의장과 부의장을 포함한 7명의 FRB 이사, 뉴욕 지역 연방준비은행 총재와 나머지 11개 지역 연준에서 순번제로 4명의 지역 연준 총재들이 참석해서 총 12명으로 구성됩니다. 12명이 다수결로 금리 목표를 정하지요. FRB 의장이 FOMC 의장이 되고 뉴욕 연준에서 실제적인 공개시장 조작을 실시하기 때문에 뉴욕 연준 총재가 FOMC 부의장이 된답니다. 보통 1년에 6주 간격으로 8번 정기회의를 하는데, 급히 금리를 조절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수시로 회의를 엽니다.
FOMC는 상당한 수준의 독립성을 보장받습니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설사 대통령이라 할지라도 FRB의 결정을 번복할 수 없습니다. FOMC에 참여하는 FRB 이사의 임기는 14년(단, FRB 의장은 4년)이나 되고 2년마다 1명씩 교체되도록 정해놓아서 한꺼번에 이사진을 교체할 수 없도록 하는 등 FRB가 단기적이고 정치적인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도록 법적으로 보장하고 있습니다. 통화정책은 정치색을 타는 선출직보다 중립적인 전문가 집단에 맡기는 것이 사회적으로 더 이익이라는 경험의 산물이라 하겠습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