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소득’인가 ‘국민소득’인가.
‘경제 성장’인가 ‘경제성장’인가.
‘생산 관계’인가 ‘생산관계’인가.
‘생산 양식’인가 ‘생산양식’인가.
‘상부 구조’인가 ‘상부구조’인가.
‘하부 구조’인가 ‘하부구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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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두 용어가 쓰이는 대다수 용례에서 ‘구조’가 이 용어들의 뼈대이고 ‘상부’나 ‘하부’는 그 ‘뼈대’를 꾸며주는(각색해주는) 수식어로서의 자격을 가진다고 보기에는 상당 정도 무리가 따르는 것 같다. 그러니까 ‘상부’와 ‘구조’가ㅡ또 ‘하부’와 ‘구조’가ㅡ긴밀하게 융합된 의미로서 이 용어들이 쓰이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달리 말해 ‘구조 중에서 상부에 있는 것’이 ‘상부 구조’이고, ‘구조 중에서 하부에 있는 것’이 ‘하부 구조’라는 식의 순서에 따라 이미지가 형성된다기보다는 ‘위에 있는 어떤 구조물’이다 혹은 ‘밑바탕을 이루는 어떤 구조물’이라는 식의 순서에 따라 떠올리는 이미지가 아닌가 여긴다. 즉 그 이미지를 떠올릴 때 구조가 먼저 떠오른다기보다 ‘위(상부)’ 그리고 ‘아래(하부)’가 그 말들이 담고자 하는 이미지의 주도권을 가진 말인 듯하다. 아니면, 적어도 '상부'와 '구조'가 이미지 형성에서 동등한 주도권을 행사하는 표현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즉 ‘위(상부)’ 와 ‘아래(하부)’가 뒤따라 나오는 ‘구조’와 아주 긴밀하게 결합된 이미지로서 ‘상부구조’와 ‘하부구조’라는 말을 쓰는 경우가 많다는 생각을 일단 해본다. ‘상부 구조’란 띄어 쓴 말과 ‘하부 구조’란 띄어 쓴 말과 병행하여 ‘중부 구조’란 말을 쓰지 않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개인적 생각이지만, 이러한 심상을 담아내는 말이라면 붙여 쓰는 게 옳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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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의미가 단어를 선택하게 하는 것이고,
그 반대가 되어서는 안 된다.
조지 오웰
("Politics and the English Language," 1946)
《크루그먼의 경제학》에서 재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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