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 9일 금요일

[자료] 주격 보어에 관한 소고

자료: http://mercury.hau.ac.kr/kggc/Publications/SIGG/SIGG05/SIGG05201_MYKang_Kr.pdf
지은이: 강 명 윤 (고려대학교)

* * *

1.  문제의  제기

다음과 같은 문장을 살펴보자.

(1) 철수가 책을 읽을 수가 있다.

이와 같은 문장에서 ‘읽을 수가’에 주격조사 ‘-가’가 나타난 점을 중시하고, 또한 ‘수’가 불완전하기는 하지만 명사인 점을 감안하여 ‘철수가 책을 읽을 수가’의 부분을 하나의 명사보어(noun-complement) 구문으로 보면서 그것을 주어에 위치시키는 분석은 가장 상식적인 분석이라 할 수 있다. 이 분석에서는 (1)에 대해 다음과 같은 구조가 제시된다.(불필요한 부분은 생략)

(2)  철수가 학교에 갈 수가 있다.

S(철수가 학교에 갈) + N(수가) , V(있다)
NP(S + N) + VP(V)
S = NP + VP

하지만, M.-Y. Kang(1988)은 (1)과 같은 문장이 (2)의 구조를 가진다는 주장에 대해 반대하면서, 그 이유로 다음과 같은 근거를 들고 있다. 첫째, 보통의 주어절 속에서 하나의 요소가 적출(extraction)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보는데 (예를 들면, 로스(Ross)의 주어조건) (1)과 같은 문장에서는 주어절 속에서의 적출이 자유롭다. 즉, 다음과 같은 문장에서:

(3)
가. 철수가 그 여자를 만난 것이 동료들을 괴롭히고 있다.
나. 철수가 그 책을 읽은 것이 동료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주어절 속에서 하나의 요소가 적출되면 문장이 매우 좋지 않게 된다.

(4)
가. *?[[철수가 ti 만난 것이] 동료들을 괴롭히고 있는] 여자i
나. * [[ ti 그 여자를 만난 것이] 동료들을 괴롭히고 있는] 사람i
다. *? [[철수가 ti 읽은 것이] 동료들에게 충격을 주었던] i
라. * [[ ti 그 책을 읽은 것이 동료들에게 충격을 주었던] 사람i

이에 비해서 (1)과 같은 문장에서는 ‘철수가 학교에 갈 수가’의 부분 속에서 명사구의 적출이 자유롭다.

(5)
가. [[철수가 ti 갈 수가] 있는] 학교i
나. [[ ti 학교에 갈 수가] 있는] 사람i

이와 같은 근거를 들면서 M.-Y. Kang (1988)은 (1)과 같은 문장에서 ‘철수가 학교에 갈 수가’가 주어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여기서 ‘학교에 갈 수가’는 하나의 VP를 형성하며, 여기의 ‘수’는 그 VP를 덮어씌우고 있는 하나의 NP껍질이라고 주장하였다. 따라서 이 주장에 의하면 여기의 ‘-ㄹ수가’에 나타난 ‘-가’는 주격이기는 하지만 주어를 표시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 VP를 덮어씌우고 있는 NP에 주어진 격으로 판단되는 것이다. M.-Y. Kang(1988)에 의하면, 주격이 이러한 NP껍질에 할당되는 것이 가능한 것은 국어에서는 주격 ‘-이/가’가 이른바 무정격(無定格; default Case)으로서 격의 할당자 없이도 할당될 수 있는 격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주장을 다시 요약하면,
  • (1)의 문장에서 ‘학교에 갈 수가’의 구성은 동사 ‘있다’의 보어(complement)라는 것이다. 즉 이 보어 속에서 ‘학교’라는 명사구가 적출되었으므로 (5가)는 정문이 된다. 
  • 강명윤의 관점에서는 (1)의 구문은 이른바 VP껍질(VP-shell)구문이다. 즉, 동사 ‘있다’는 동사의 껍질부분에 위치하며, 이것의 주어가 ‘철수’가 된다. 따라서 이 주어 ‘철수’는 자유롭게 적출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VP껍질을 가진 것으로 판단되지 않고 분명히 주어절을 가졌다고 생각되는 구문에서도 명사구의 적출이 가능한 경우가 있다. 다음의 문장들을 관찰하자.

(6)
가. 철수가 영희를 때렸다는 소문이 있다.
나. 철수가 그 책을 읽은 것이 사실이다.

이들 문장은 분명히 VP껍질이 개입된 문장으로 보이지 않으며, 주어절을 가진 문장이거나((나)의 경우) 아니면 하나의 절을 포함한 명사보문이 주어에 위치한 구조이다((가)의 경우). 앞서 언급한 로스(Ross)의 주어조건에 의해서, 또는 방벽이론에 의하여 살펴볼 때 이 문장의 주어부 속에서는 어떠한 적출도 가능해서는 안된다. 그러나 이러한 예측은 사실과 다르다. 다음의 문장들은 (4)의 문장들에 비해 훨씬 좋다.

(7) 가. [[[철수가 ti 때렸다는] 소문이] 있는] 사람i
나. [[철수가 ti 읽은 것]이 사실인] 책i

(7)의 문장들이 정문으로 판단된다는 사실은 (1)에서 ‘학교’의 적출이 ‘학교에 갈 수’가 ‘있다’의 보어이므로 가능하다는 M.-Y. Kang(1988)의 주장을 상당히 약화시키고 있음이 분명하다.

2.  허사(expletive)  주어를  가진  구문

여기서 우리는 (6)의 가,나의 문장들의 구조에 대해서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이들을 주어절이나 주어에 명사보문구성을 가진 것으로 판단한다면, 그 구조는 다음과 같이 될 것이다 (비관여적 부분은 생략).

(8) 가. 철수가 사람을 때렸다는 소문이 있다.
나. 철수가 그 책을 읽은 것이 사실이다.

이 구문들을 고찰해 볼 때, (8가)의 동사 ‘있다’는 분명히 소유를 나타내는 동사가 아니라 존재를 나타내는 동사이며, 통상 그것은 외적 논항(external argument)를 가지는 동사라고 생각되어 왔다. 또한 (8나)의 경우, 서술어에 위치한 ‘사실’은 명사서술어이며, 이것이 계사 ‘-이-’와 결합되어 있는 구문인데, 이 계사 구문 역시 일반적인 생성문법의 이론에서 외적 논항을 가지는 것으로 분석되어 왔다. 따라서, 이들 구문에서 ‘철수가 사람을 때렸다는 소문이’와 ‘철수가 그 책을 읽은 것이’ 등의 명사보어구성은 통상의 생성문법이론에서 주어의 위치에 놓여야 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방벽이론의 관점에서 볼 때, 이들 구문 속에서 ‘사람’ 또는 ‘그 책’을 적출한다는 것은 불가능해야 한다. 방벽이론이 국어에도 적용되어야 함은 앞 절의 (3)의 문장에서 ‘그 여자’ 또는 ‘그 책’의 적출이 불가능한 것으로 보아 알 수 있다.

즉, (3)의 문장에서는 주어 속의 명사구의 적출이 불가능한데 어떻게 (6)의 문장에서는 적출이 가능할까? 하는 것이 문제가 된다.

이것에 대한 대답은 모문에 위치한 동사의 성격에서 찾아야 할 것이 분명하다. (3)의 문장에 나타난 모문동사는 일반타동사들인데 비해 (6)의 모문에 나타난 동사들은 ‘있다’와 ‘-이다’, 즉 존재/소유동사와 계사(copula)이다. 그렇다면, 국어의 ‘있다’와 ‘-이다’는 다른 타동사와는 다른 무언가의 특성을 가짐에 틀림이 없다.

본고에서 필자는 국어의 존재/소유동사 ‘있다’와 ‘이다’는 주어 위치에 의미역(theta-role)을 부여하지 않는 동사이며, 오직 자신의 보어에만 의미역을 부여하는 동사라고 주장하고자 한다. 즉, 국어의 동사 ‘있다’와 ‘이다’는 통사부에서 자신의 보어만이 의미역이 부여되는 위치로서 표시되고 주어위치는 의미역이 부여되는 위치로서 표시되지 않는다. 이것을 다시 말해본다면, 국어의 동사 ‘있다’, ‘이다’의 주어 위치에는 (i)공범주 허사(pleonastic)이 있거나, (ii)확대투사원리(extended projection principle)가 국어에서 무시될 수 있다면, 아예 아무런 요소도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본고에서는 편의상 (i)의 가정을 선택하고 논의를 전개하고자 한다.

위의 주장을 받아들인다면, 국어의 ‘있다’와 ‘이다’와 같은 동사가 나타나는 문장은 다음의 구조를 가지게 된다:

(9) E [VP C 있ㅡ]
E [VP C 이ㅡ]

(여기서 는 주어에 위치한 공범주 허사이고 C는 보어/목적어 위치에 위치한 명사구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국어의 동사 ‘있다’, ‘이다’의 구성은 필수적으로 영어의 ‘there is....’와 같은 성격의 구성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 다만, 국어에서는 ‘there’가 외현적으로 표시되지 않을 뿐이다. 국어의 ‘있다’와 ‘이다’가 (9)와 같은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본다면, 본 절의 첫머리에서 제시한 의문은 해결점을 찾게 된다. 즉, (6)의 (가)(나)와 같은 구문에서 적출될 요소들은 모두 보어(complement)속에서 적출되므로 (7)의 관계절은 아무런 문제가 없이 정문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방벽이론상의 아무런 문제가 없다. 즉, (6가)의 문장은 (8가)의 구조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다음 (10)의 구조를 가지게 된다.

(10) 철수가 사람을 때렸다는 소문이 있다.

S {NP VP}
NP(E) + VP{NP{S(철수가 사람을 때렸다는) N(소문이)} V(있다)}

여기서 ‘사람’의 적출은 보어인 명사보어구성에서 적출되므로 아무런 문제도 불러일으키지 않는 것이다. 계사 ‘이다’의 구문의 경우는 좀더 세밀한 관찰을 요한다. 필자는 Kayne(1984)을 따라, 계사 구문이 자신의 보어로서 소절(small clause)을 취한다고 본다. 그렇다면, (6나)의 문장은 다음과 같은 구조를 가지게 된다. (...)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