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2월 24일 목요일

발췌: 한 구절

빈곤은 궁핍과 구분되어야 한다. 물론 빈곤과 궁핍은 서로 명확히 구분하기 곤란한 현실의 두 지점이다. 전통적 사회에서 빈곤에 대해 최소한의 상호부조 시스템으로 대응했던 한편, 현대 북반구의 빈곤은 사회적 지원(assistance sociale: 사회보장?)으로 대응하고 있다. 현대의 북반구에서나 남반구에서나 궁핍은 취약화와 한계화와 배제이다.
(...)
물론 모든 사회의 도시에는 과거에서 대물림된 궁핍이 존재한다(.., 독거 노인, 버려진 아이). 구걸과 절도로 연명하는 이들도 있다. 15세기와 18세기 사이에 유럽 도시에는 4~8%의 궁핍층이 존재했다. 19세기의 산업화는 도시로 사람을 불러들이며 광범한 프롤레타리아 층을 만들어냈다. 이들은 노동을 착취당하고 가족의 해체를 겪었으며 알코올 중독에 빠져 살기도 했다. 20세기 들어 유럽 노동자들의 생활수준이 향상되어 일정 기간 동안 궁핍을 제거하고 빈곤을 완화하기는 했지만, ^20세기 남반구에 어마어마한 인구의 궁핍을 확산시킨 것은 개발(성장)이다.^ 아프리카, 아시아, 라틴아메리카 대도시 주변의 빈민가에서 사는 사람들이 그들이다.

(...) [신병이 완전히 인격적으로 예속된] 노예제에서의 궁핍도 있었다. (...) 이 같은 빈곤의 모든 형태에 공통된 특징들이 존재하는 것일까? 즉 그러한 특성이 경우에 따라 강해지기도 하고 약해지기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일까? (...) 화폐화가 전면적으로 실현된 이른바 선진사회에서 빈곤은 곧 돈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그러한 사회에서도 빈곤이 꼭 돈의 문제만은 아니며 고통의 여러 측면들이 존재한다. 고립(인적관계의 빈곤), 교육의 결핍(문화적 빈곤), 어려운 생활조건(생존의 빈곤)도 있는 것이다. 이처럼 빈곤을 규정하는 다양한 결핍이 화폐적 빈곤과 관련될 때가 부지기수라고 볼 수 있으니, 화폐와 재화의 빈곤이라는 관념을 넘어서 다른 차원의 실존적 빈곤을 아울러 생각하는 것이 적합할 것이다.

(...) 이러한 사정을 고려해보면, 결국 빈곤은 (...) 선택과 행동의 가능성이 취햑해지는 사태로 봐야 하고, 근본적으로 “자신의 조건과 운명을 통제할 수 없는 사태”라고 이해해야 할 것이다.

... 어떤 책, I-10장, 115~1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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