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4월 5일 일요일

대상관계 이론의 역사적 개관

자료: http://bk21.pe.kr/kosoboard/kosoboard_print.php?szTblName=board1&id=487


저자: 이 용 승, 2004
출처: 성격장애 내담자에 대한 대상관계적 접근과 상담실제. 
한국심리학회 산하 한국상담심리학회 2004년 동계학술연수(2월 12일- 13일)


※ 본문 중에서: 

Melanie Klein의 이론

Melanie Klein(1882-1960)은 대상관계 이론의 초기 공헌자 중의 한 사람이다. 그녀는 정신병 상태에 있는 아동들의 분석을 통해 많은 이론들을 이끌어내었고, 정신병리의 출현과 발달에 있어 초기 대상관계의 중요성을 제시하였다. Klein은 Freud의 이원 추동 이론(dual drive theory)을 받아들이고 확장시켰는데, 그녀의 기본적인 주장들 중의 하나는 모든 갈등이 삶의 추동과 죽음의 추동 간의 투쟁에 근거한다는 것이었다(1948). 이러한 갈등은 선천적이고, 태어나면서부터 작용한다. 
Klein에 따르면, 유아는 태어날 때부터 대상관계를 형성하고, 불안을 경험하며, 방어 기제를 사용할 수 있다고 보았다. 또한 자아 기능과 무의식적인 환상 역시 태어날 때부터 가능한데, 그녀는 환상(phantasy)이 추동의 심리적인 표상이며, 모든 추동 충동은 이에 상응하는 환상을 가진다고 보았다(Tyson & Tyson, 1990). Klein은 본질적으로 추동의 우선성(primacy)을 강조하였고, 추동은 그 자체 안에 대상을 포함한다고 보았다. 그러므로 Klein에 있어서 추동은 처음부터 관계적 단위였고, 모든 정동적 삶의 중심에는 대상관계가 있다고 보았다(Greenberg & Mitchell, 1983, p. 146). 

Klein에 의하면, 유아는 자신의 파괴적인 성향을 분리하여 어머니의 한 가슴에 투사하고 마치 자신이 박해당하는 것으로 지각하여 편집증적 불안을 갖게 된다. 그리하여 유아는 우선 편집-분열적 포지션(paranoid-schizoid position)으로 자신을 방어한다(윤순임, 1995). 편집적(paranoid)이라는 것은 유아가 외부의 나쁜 대상인 가슴으로부터 박해받는다는 지속적인 두려움을 가지기 때문이고, 분열적(schizoid)이라는 것은 “좋은 것”과 “나쁜 것”을 분열(splitting)하는 경향성으로부터 나왔다. 그리고 유아는 투사적인 동일시(projective identification)와 같은 원시적인 방어기제를 통해 스스로 감당하기 어려운 파괴적이고 부정적인 감정이나 체험들을 다루게 된다(Ogden, 1982). 
발달이 순조롭고, 특히 이상적인 가슴과의 동일시가 이루어지면, 유아는 죽음의 추동을 견디어내게 되고 원시적인 방어기제에 덜 의존하게 된다. 즉, 피해 의식이 감소하고 자아 통합이 촉진된다. 대상의 좋은 측면과 나쁜 측면이 통합되고, 유아는 엄마를 좋은 감정과 나쁜 감정 둘 다를 주는 사람이라고 보게 된다. 이제 유아는 우울적 포지션(depressive position)으로 옮겨간다. 편집-분열적 포지션의 특징인 피해 불안과는 대조적으로, 우울적 포지션의 주된 두려움은 자신이 내부와 외부의 좋은 대상을 해칠지도 모른다는 불안이다. 편집적 불안이 외부로부터 오는 자기 파괴에 대한 공포라면, 우울적 불안은 자신의 공격성에 의해 현실 대상과 내적 대상이 파괴되는 것에 대한 공포이다. 이때 아이는 내적인 세계와 현실 세계를 회복하려는 환상과 행동을 통해, 사랑하는 대상을 구출하고 복구(reparation)하려는 시도를 하게 된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의 우울적 불안과 죄책감이 해소된다. 

Klein 이론의 최종 단계에서 확장된 그녀의 또다른 중요한 개념은 시기심(envy)이다. 나쁜 대상들을 향한 증오와는 대조적으로, 시기심은 좋은 대상들을 향하는데, 이때 유아는 자신의 통제 밖에 있는 좋은 대상인 젖가슴을 망치고 파괴하고 싶어 한다. 이것은 젖가슴이 나쁘기 때문이 아니라 좋기 때문인데, 시기심이 개입될 경우 아이는 좋은 대상과 나쁜 대상 간의 구분을 허물어버리고, 자신의 통제 밖에 있는 풍요로움과 선함을 파괴하기를 갈망한다. 이러한 시기심은 Freud가 말한 부정적인 치료 반응을 잘 설명해주는데, 내담자는 치료자가 지닌 잠재적인 선함, 효율성, 혹은 사랑을 시기할 수 있다.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는 가능성 자체를 고통스럽게 생각하는 내담자는 시기심으로 모든 희망을 체계적으로 파괴할 수 있다. 
Klein은 결국 삶을 사랑과 복구에 의한 통합과, 증오와 시기심에 의한 분열과 해체 사이의 투쟁으로 보았다. 대상의 좋은 측면과 나쁜 측면을 함께 통합하는 것은 고통스럽고도 힘든 작업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울적 불안과 죄책감에 직면해야하고, 자신의 사랑이 지닌 한계와 모순을 인정해야만 한다. Klein이 보기에 유아는, 자아의 통합 과정이 가져오는 고통에도 불구하고, 대상을 파편화시키는 자신의 파괴성과 시기심에 대항하여 대상을 통합하려고 분투하는 존재이다(Greenberg & Mitchell, 1983). 

Klein의 이론은 그녀의 후계자들과 Fairbairn, Winnicott과 같은 여러 대상관계 이론가들의 이론적 근거를 형성하였으며, 현대 정신분석 이론에 많은 변화와 개혁을 가져왔다. 특히 Wilfred Bion(1897-1979)은 Klein의 개념들을 이론화하는데 중요한 기여를 하였으며, 그를 통해 Klein의 개념들이 더욱 확장되고 재해석되었다. Bion은 초기에 정신분열증적인 사고의 기원과 성질을 연구하였는데, 이를 통해 Klein이 주장했던 시기심과 관련된 공격성과 정신분열증적인 파편화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즉, 시기하는 유아는 대상과의 연결을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러운 것으로 경험하며, 젖가슴뿐만 아니라 그 젖가슴에 결부된 자신의 심리적 능력들까지도 공격한다는 것이다. Bion은 시기심을 마음이 스스로를 공격하는 일종의 심리적인 자가면역 장애로 간주한다. 이러한 마음은 사물들과 사고, 감정들, 사람들 간의 연결(linking)들을 모두 끊어버린다(Mitchell & Black, 1995). 치료와 관련하여 Bion은 분석가가 치료 장면에서 “아무런 기억이나 욕구를 가지지 않고” 임하는 규칙을 지킴으로써 내담자의 투사를 수용할 수 있도록 스스로를 정화시켜야한다고 권유하였으며, 가장 적절한 해석이 무엇인지 잘 알지 못하는 치료자는 모르는 것을 더욱 깊이 탐색할 수 있을 때까지 참고, 인내하며, 좌절을 견디어내야 한다고 하였다. 그는 또한 투사적 동일시 등을 통해 전달되고 체험되는, 내담자 스스로 조직하거나 통제할 수 없는 심리적 내용들에 대해 분석가가 컨테이너(container)로 기능하고 적절히 다루어주어야 한다고 보았다(윤순임, 1995). 


영국의 대상관계 이론: Fairbairn과 Winnicott을 중심으로

Klein의 이론이 점점 확장되고, 자아심리학이 정교화되고 있을 때, 영국에서는 Freud의 고전적인 동기 이론과는 다른 입장을 주장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중 Fairbairn(1899-1964)은 분열적(schizoid)이라고 진단적으로 기술된 성인 내담자들의 임상적인 작업을 통해 자신의 이론을 도출하였다(1952). 
  • 그는 초기 대상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였으며, Freud와 Klein과는 다르게, 심리 구조 형성에 있어 추동이 중요하지 않다고 보았다. 
  • Fairbairn은 고전적인 동기 이론을 비판하고 새로운 동기 이론을 제시하였는데, 그는 리비도가 쾌락을 추구하기보다는 대상을 추구한다고 보았다. 그리고 Fairbairn은 자아의 모든 부분들이 항상 대상들과 연결되어 있고, 모든 정신병리를 내적 대상(internal object)으로 표현되는 과거의 관계를 계속 유지하려는 자아의 노력으로 이해했다. 
  • 그에 의하면, 외부 대상들과의 관계가 만족스럽지 못할 경우에 보상적인 내적 대상들(compensatory internal objects)이 발생하고, 이러한 내적 대상들의 증가는 자아의 분열(splitting)을 가져오고 결국 원래의 자아는 파편화(fragmentation)될 수 있다. 정신병리는 파편화된 자아 부분들이 현실의 대상관계를 포기하면서까지 내적 대상들에 집착하는데서 비롯된다. 
  • Fairbairn의 이론을 수정하고 확장시키는데 관심을 기울였던 Guntrip은 “퇴행한 자아(regressed ego)”라는 개념을 도입하여 Fairbairn의 이론을 수정하였는데, 그는 모든 정신병리의 근원을 자아가 모든 대상들로부터 철수하는 것에서 찾았다
Winnicott(1896-1971)은 Klein에게서 영향을 받았으나 Klein보다는 환경과 모성적 역할에 더 역점을 두고 있다. 그는 엄마-유아 관계를 언급하면서, 엄마와 유아의 이자 관계 그 자체가 각자가 기여한 부분들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였다. 
  • 그는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엄마가 아이를 위해 스스로를 기꺼이 헌신하는 것을 “일차적인 모성 몰입(primary maternal preoccupation)”이라고 불렀고, 또 “충분히 좋은 엄마(good enough mother)”가 제공하는 환경을 통해 아이가 창의적이고 건강한 자기를 형성할 수 있게 된다고 보았다. 충분히 좋은 심리사회적 환경은 아이가 유아적 의존에서 독립으로 발달할 수 있게 돕고, 자신이 전능하다는 생각으로부터 보다 현실적인 지각으로 전환하게 해준다. 
  • Winnnicott의 참자기(true self)거짓자기(false self)의 개념은, 유아가 태어나면서부터 강력하게 대상과 관련되고, 아무리 헌신적인 좋은 엄마라도 불가피하게 아이를 실망시킬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반영한다(Winnicott, 1965). 이러한 결과로 유아는 엄마의 소망에 순응하게 되고, 참자기의 잠재력은 희생당할 수 있다. 이상적으로, 참자기는 침범받지 않는 환경 안에서 존재의 연속성을 경험하고, 자기 나름의 방식과 속도에 따라 개인적인 심리적 실재(psychic reality)신체도식을 획득하는 타고난 잠재력을 발휘하며, 자신의 자발적인 충동과 표현을 나타낼 수 있다. 따라서 참자기는 살아있음(aliveness)과 관련된 경험들의 집합이라고 할 수 있다.
  • Winnicott(1965)는 또한 유아가 자신의 독립적인 기능을 발달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중간 대상(transitional object) 개념을 소개하였다.
    (1) 예를 들어, 아이가 좋아하는 담요는 엄마와의 즐거운 상호작용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아이를 달래주는 기능을 하는데, 이러한 중간 대상은 “나와 나 아닌(me and not-me)” 세계의 연결을 도와주는 상징이라고 볼 수 있다. 부모 입장에서는 중간 대상이 아이의 환상에 의해 창조된 것임을 인정하면서도 동시에 그것이 객관적인 현실적 대상임을 인정할 수 있어야한다.
    (2) 중간 현상이 가지는 중요성은 대상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아이 자신이 전능하다는 환상으로부터 객관적인 현실 인식으로 발달해가는 중간 지점이라는 데에 있다. 유아는 점점 자신의 능력의 한계를 인정하고 타인들이 독립된 존재임을 객관적으로 지각하게 된다. 

Greenberg와 Mitchell(1983)은, Winnicott이 추동 모델과 관계 모델 사이에서 타협점을 찾으려고 시도하였으며, 통합되고 경험적인 진정한 자기의 발달 과정을 연구하였다고 보았다. 
  • Winnicott은 대상의 성질이 초기의 모성적 돌봄에 따라 형성된다고 주장하였으며, 이에 따라 다양한 대상의 모습을 제시하고 있다. 
    (1) 즉, 아이는 대상이 버티어주는 환경(holding environment)이 되고,
    (2) 자신을 반영(mirroring)해주며,
    (3) 전능감(omnipotence)을 현실화시켜주고,
    (4) 대상 사용(object usage)의 기회를 제공하며,
    (5) 중간 경험(transitional experience)의 모호함을 감내하게 해주고, 위로해주기를 바란다. 
  • 이러한 모성적 기능은 유아가 타인에 대해 관심(concern)을 갖는 능력을 발달시키는 데에 필수적이다. 우선 엄마는 유아가 흥분상태에서 가하는 공격을 견디고 버티어줄 수 있으며, 유아가 이러한 자신의 공격성을 복구하고 엄마를 위로하고자 할 때 이것을 받아주는 것이 중요하다. 공격성과 관련된 복구가 가능하면 아이는 파괴적인 것과 관련된 죄책감을 극복하고 관심을 가질 수 있는 능력이 발달하게 된다.
그밖에도 영국 학파는 다양한 대상관계 이론들을 전개하고 있다. Balint(1968)는 외디푸스기 이전의 이자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는데, 그에 의하면 엄마와의 원초적 사랑(primary love)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 아주 심한 심리장애나 심리신체적 질병을 동반하는 장애가 일어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러므로 성격의 기본적인 결함(basic fault)과 접촉하고 그것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치료적 퇴행을 허용해야하고 전외디푸스기 수준에서 분석해야한다고 역설하였다. 

Bowlby(1969, 1973, 1980)는 동물 행동학에 기초하여 애착(attachment) 이론을 발전시켰는데, 
  • 그는 인간의 애착 경향이 생물학적으로 기초한 선천적이고 본능적인 반응 체계이고, 이것이 추동 만족과 같은 동기만큼 중요하다고 보았다. 
  • 유아는 적어도 다섯 가지의 구조화된 반응 체계, 즉, 빨기(sucking), 울기(crying), 웃기(smiling), 매달리기(clinging), 따라다니기(following 혹은 orienting)를 가지고 살아가기 시작한다. 이러한 반응 체계는 엄마의 반응 행동을 활성화시키는데, 엄마의 반응 행동은 유아 체계에 피드백을 주며, 애착을 매개하는 특정 행동을 활성화한다. 
  • 유아의 본능적인 반응체계들이 활성화될 때 엄마가 가용하지 않으면, 분리불안, 반항행동, 그리고 슬픔과 애도가 나타난다. 엄마에 대한 애착을 일차적인 추동으로 보는 Bowlby의 가설은 일종의 대상관계 이론으로 간주될 수 있지만, 행동적이고 실제적인 대인관계 패턴을 강조하였고, 심리내적 구조에 관한 개념화는 하지 않았다(Kernberg, 1976). 

자아심리학

Freud가 구조 이론을 소개하면서 심리 구조 형성에서 대상의 역할에 관심을 더 두게 되었고, 이후로 유아와 영아를 직접적으로 연구하는데 관심이 증가하게 되었다. 또한 Anna Freud(1936)는 자아의 방어 기제에 관한 연구를 지속하였으며, 내담자의 무의식을 통찰하기 위해서는 원초아 충동뿐만 아니라 자아와 초자아 모두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하지만 당시의 분석가들은 분석적인 틀을 가진 체계적인 아동 관찰 자료가 부족했기 때문에, 아이와 성인의 분석적인 연구로부터 재구성하거나, Hampstead의 보고서나 Spitz(1946, 1960) 등의 연구에 의존해야만 했다(Tyson & Tyson, 1990). 그럼에도 불구하고 Hartmann의 평균적으로 기대되는 환경(average expectable environment)이나, Winnicott의 충분히 좋은 엄마(good enough mother)와 같은 개념들은, 분석가들이 초기 발달 과정에 관심이 많았고, 유아 발달에 엄마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인식하였다는 점을 반영한다. 

현재의 자아심리학은 1939년 Heinz Hartmann(1894-1970)이 “자아심리학과 적응 문제(Ego psychology and the problem of adaptation)”를 발표하면서 시작되었다(윤순임, 1995). Hartmann(1939)과 그의 동료들(Hartmann, Kris & Loewenstein, 1946)은 특히 자아의 발달에 관심을 가졌는데, 그들은 자아가 외부 세계의 영향으로 수정된 원초아의 일부이고, 갈등이 자아 발달에 핵심적이라는 Freud의 주장(1923)에 반대하였다. 그들은 어떤 자아 기능은 날 때부터 가능하고, 갈등으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라 일차적인 자율성(primary autonomy)을 가지며, 갈등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영역(conflict-free sphere)의 일부분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Hartmann은 중성화(neutralization) 개념을 통해 자아가 자체의 목적을 수행할 수 있으며, 높은 활동성과 적응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었는데, 자아는 평균적으로 기대되는 환경(average expectable environment)이 제공된다면 그 환경의 영향에 대처할 수 있는 타고난 적응(adaptation)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Hartmann(1950, 1952)은 또한 자아 개념을 명료화하는 데에 관심을 가졌다. 
  • 원래 Freud가 말한 “das Ich”(Strachey는 표준판에서 이것을 ego라고 번역하여 본래의 은유적 의미가 사라지고, 현학적이고 기계적인 의미로 사용되었다.)는 두 가지 의미를 가지는데,
    (1) 연속적인 정체감을 가진 한 개인으로서의 경험적인 자기(self)와,
    (2) 구조 이론을 제안한 이후에 가설적인 심리 구조로서의 자아(ego)이다. 
  • Hartmann은 자아, 자기, 자기표상 간 개념적인 구분을 하였는데,
    (1) 자아는 성격의 하위 구조이거나 체계이고,
    (2) 자기는 전체 인간(whole person)이며,
    (3) 자기표상은 대상표상에 대응하여 존재하는 자아 체계의 한 부분이라고 하였다. 
  • 그리고 자기애(narcissism)는 자아(ego)가 아니라 자기(self)에 리비도가 점유된 상태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독서: 아마도 리비도가 자기(self)에 함몰되거나 자기의 경계선을 넘지 못하는 상태라고 읽을 수 있을지도.]

Spitz(1946)는 초기 대상관계와 타인과의 상호작용이 심리 구조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이해하기 위해 수행된 유아 관찰 연구의 개척자였다(Tyson & Tyson, 1990). 
  • 2차 세계 대전 이후 Spitz는 신체적으로는 돌봄을 받지만 돌보아 주는 사람으로부터 자극이나 애정은 부족했던 시설 유아들을 일관되게 관찰하는 연구를 수행하였다. 멍하게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는 정서적으로 고갈되고, 발달적으로 지체된 아이들에 관한 Spitz의 영화는 유아기 모성 결핍의 파괴적인 결과를 극적으로 제시하였다. 그는 대상관계의 장애뿐만 아니라, 추동, 자아, 인지, 그리고 운동발달에서의 결함을 예시하였으며, 극단적인 경우에는 모성 결핍이 유아 사망에까지 이르는 것을 보여 주었다(Spitz, 1946). 
  • Spitz(1960)는 그의 생각을 실험실 연구에까지 확장시켰고, 엄마와 유아의 상호성 개념을 유아 원숭이에 관한 Harlow의 연구 맥락에서 소개하였다. Spitz는 엄마와 유아간의 정동적인 상호성이 유아로 하여금 운동 활동, 인지 과정과 사고, 통합, 숙달감의 확장을 증진시키면서 환경을 탐색하게 한다는 것을 인식하였다. 그는 엄마와 유아의 상호성이 엄마와 유아 둘 다에 영향을 주고, 엄마에 대한 유아의 애착과 유아에 대한 엄마의 유대를 넘어서는 양방의 정동적인 대화가 포함된 복잡하고 의미있는 비언어적 과정(nonverbal process)이라고 생각하였다. Spitz는 또한 대상관계의 초기 전개와 대상 확립에 필요한 요소들에 관심을 두었다. 
Jacobson(1964)은 심리 구조로서의 자아, 전체 인간으로서의 자기, 그리고 자기와 대상표상 간을 구분하는 Hartmann의 구분에 찬성하였고, 이러한 개념들이 특히 초기의 심리 발달동안 내재화 과정과 정신병리 형성의 이해에 유용하다고 보았다. 그리고 Jacobson은 정동(affect)의 발달에 관심을 가졌는데, 그녀에 의하면 정동은 단순한 방출 과정들이라기보다는, 발달 초기 단계로부터 자기표상 및 대상표상과 밀접하게 연결된 추동들의 표상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녀는 정동적으로 점유된 자기표상과 대상표상 사이의 관계를 밝혔으며, 또한 자기표상과 대상표상들로 구성되는 자아와 초자아 발달의 변화를 기술하였다. 

그녀에 의하면, 생의 초기에 심리내적인 구조는 미분화된 상태에서 시작해서, 엄마와 유아의 질적인 관계 경험을 통해 점차로 자기표상과 대상표상이 발달하고 분화하게 된다. 자아 경계의 형성은 자기표상과 대상표상의 분화에 달려있는데, 우울증과 같은 정동장애, 경계선 상태 등의 심각한 정신병리는 이러한 자기표상과 대상표상의 장애로부터 발생한다. 초기 어머니와의 관계에서 아이의 실망이 너무 크고, 그 실망이 자기와 대상이 분화되기 이전에 일어난다면, 대상의 평가절하는 아직 대상과 분화되지 않은 자기의 평가절하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그 결과 아이는 평가절하된 대상으로 인해 증오하는 자기표상과 대상표상을 가지거나, 이상화된 자기와 대상의 융합된 이미지를 갖게 될 것이다. 이럴 경우 초자아는 원시적인 자기표상과 대상표상으로 구성되며, 결국에는 지나치게 가혹한 심리구조로 자리 잡는다. 이러한 발달 과정에서 우울증이나 다른 병리가 발생할 수 있다.

한편 미분화된 에너지가 질적으로 다른 두 추동으로 변형(transformation)되는 과정은 심리생물학적으로 미리 결정되는데(Jacobson, 1964), 추동의 변형 과정은 내적 성숙 요인들에 반응하면서도 다른 한편 초기 관계들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리비도 추동은 발달 과정에서 좋거나 나쁜 대상과 좋거나 나쁜 자기의 대립된 이미지들을 통합하는 것을 돕고, 공격성은 자기와 타인 이미지를 분리하고 변별하도록 촉진시킨다. 리비도와 공격성은 서로 보완적인 역할을 하는데, 만족과 좌절의 순간에 번갈아가면서 안정된 정체감을 형성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Jacobson은 인간이 일생을 통해 융합하고 싶은 리비도적인 갈망을 충족시키려고 애쓴다고 보았는데, 일반적으로 자기와 타인의 경계가 분명해진 이후에야 비로소 융합 환상은 가장 만족스럽게 충족될 수 있다. 이후 Jacobson의 영향을 받은 Kernberg(1976, 1984)는 그녀의 이론을 바탕으로 자아심리학과 다양한 대상관계 이론들을 체계적으로 통합하려는 시도를 하게 된다. 

이와 더불어 아동의 정체감 출현과 장애에 관한 주제가 나오기 시작하였는데, Erikson(1946, 1956)은 정체감 형성과 자아 발달이 일생에 걸쳐 이루어진다고 주장하였다. 정체감은 심리성적인 발달과 구분되는 심리사회적인 발달의 한 부분인데, 아이가 태어난 문화권의 가치관과 요구에 따라 아이의 양육 방식이 결정되고 그 양육 방식에 따라 아이의 경험과 정체감이 형성된다고 보았다. 그리고 자아는 각각의 발달 단계가 요구하는 능력과 자질을 획득함으로써 심리사회적 통합이 이루어진다고 보았다. 
그밖에 Sandler(1960)는 “표상 세계(representational world)”라는 개념을 통해 내적 대상의 기능을 추동 모델의 용어로 설명하려고 하였다(Greenberg & Mitchell, 1983). 그에 의하면 아이는 자신의 신체와 정서, 추동 압력과 관련된 다양한 표상들을 발달시킨다. 그리하여 자기표상과 대상표상은 다양한 인상들을 끌어 모아 개념과 이미지들의 연결망을 구성하게 된다. 이렇게 해서 아이의 경험을 조직하는 기본적인 틀인 표상 세계가 형성되는데, 이것은 심리적인 삶에서 능동적인 역할을 하는 자아의 하위구조이다(Sandler & Rosenblatt, 1962). 그는 대상관계의 중요성을 부각시켰지만, 대상관계를 추동의 파생물로 보았으며, 표상 세계는 자아가 만들어낸 산물이라고 하였다. 


Mahler의 분리-개별화 이론

Margaret Mahler(1897-1985)의 분리-개별화(separation-individuation) 이론은 임상적으로 도출된 심리 발달에 관한 개념들과 유아 연구로부터 나온 경험적인 증거들을 통합하려는 체계적인 첫 시도였다(Gergely, 2000; Fonagy, Gergely, Jurist & Target, 2002). Mahler와 그의 동료들은 자연적인 놀이 상황에서, 생후 3년간에 걸쳐 대상관계의 출현을 관찰하면서, 정상적인 아이와 엄마를 종단적으로 연구하였다(Mahler, Pine & Bergman, 1975). Mahler의 이론에서 유아는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존재가 되고자 하는 욕구와 다시 어머니와의 공생적 융합(symbiotic fusion) 상태로 되돌아가고자하는 욕구 사이에서 분투하는 존재로 기술된다(Mentzos, 1982; 이용승, 2002). 

분리-개별화 이론에서 분리와 개별화는 두 개의 상호보완적인 발달 경로라고 할 수 있다. 
  • 분리(separation)는 아이가 어머니와의 공생적 융합으로부터 벗어나는 것(분화, 거리두기, 경계형성, 어머니로부터의 분리)이고, 
  • 개별화(individuation)는 아이가 자신의 개인적 특성들(심리내적 자율성, 지각, 기억, 인식, 현실검증 능력 등)을 갖추어 가는 것이다. 
  • 여기에서 분리는 자신과 세상이 분리되어 있다는 감각을 성취하는 것으로, 이러한 분리감은 점차로 대상표상과는 구분되는 자기라는 명확한 심리내적 표상으로 발달해간다. 최적의 상황은 어머니로부터의 분화와 관련된 자각이 아이의 독립적인 자율적 기능의 발달과 나란히 진행되는 것이다. 
Mahler 등(1975)은 유아가 자기와 타인 간의 분화에 대한 자각이 없는 원초적인 인지적, 정동적 상태로부터 시작하여, 분리와 개별화를 중심으로 심리내적이고, 행동적인 삶의 조직화가 발달한다는 사실을 추론하고 관찰하였다. 
  • 우선 정상적 자폐 단계(normal autistic phase)에서 신생아들은 자궁 내에서 지배적이었던 리비도 분포 상태로, 환각적으로 소망을 충족하는 폐쇄적인 단일 체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때 유아는 자극 장벽에 의해 보호되어 외부 자극에 대한 리비도 점유가 거의 없는 상태이다. 생후 2개월부터 유아는 대상에 대한 희미한 자각을 하게 되는데, 이때 유아는 마치 자신과 어머니가 하나의 이원적 단일체(a dual unity)인 것처럼 행동하고 기능하는 공생 단계(symbiotic phase)로 들어가게 된다. 이 상태는 Freud와 Romain Rolland이 “대양처럼 느껴지는 무경계감(the sense of boundlessness of the oceanic feeling)”이라고 부른 것으로, 아이는 엄마의 표상과 전능한 융합(fusion)을 경험한다. 
  • 분리-개별화 과정의 첫 단계인 분화 단계(differentiation subphase; 부화기, hatching)는 유아가 선택적 미소 반응 등을 통해 외부 환경을 지각하기 시작하고 외부 세계로 관심이 확장되는 시기이다. 이때 유아는 어머니의 얼굴을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며, 촉감으로 느끼면서 탐구하는 행동이 절정을 이루게 된다. 분화단계는 생후 9개월쯤에 끝나게 된다. 이때가 되면 아이는 걸을 수 있을 만큼 자라게 되고 다음의 연습기(practising subphase)를 준비할 수 있게 된다. 이제 아장아장 걷기 시작한 아이는 자신의 새로운 능력들 때문에 일종의 전능감을 느끼면서 주변 세계를 탐색하기 시작한다. 이때 아이는 엄마를 거의 잊을 정도로 자율적인 기능의 연습, 특히 운동성에 의기양양하게 몰두하게 된다. 점점 아이는 자신의 능력의 위대함에 도취되는 것처럼 보이고 나르시즘이 절정에 다다른다. 하지만 아이는 심리적으로는 아직 엄마와 연결되어 있으며, 엄마를 정서적 재충전(emotional refueling)을 위해 되돌아와야 할 일종의 홈 베이스로 생각한다.  
  • Mahler에 의하면 재접근 단계(rapproachment subphase)는 생후 15-24개월 사이에 해당된다. 아이는 이 시기 동안 중요한 심리적 불균형을 경험하게 되는데, 아이는 이동한다는 것이 어머니와의 공생적 결합으로부터 심리적으로 분리되는 것임을 불안하게 자각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아이는 엄마의 바램이 자신의 바램과 항상 일치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고, 연습기의 위대함과 전능함의 느낌에 커다란 도전을 받게 된다. 이때 아이는 양가감정(ambivalence)이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재접근 위기(rapproachment crisis)에 처하게 되는데, 한편으로는 엄마와 분리되어 위대하고 전능한 존재가 되고 싶은 욕구와, 다른 한편으로 엄마에게 의존하여 엄마가 자신의 소망을 마술적으로 실현해주기를 바라는 두 가지 욕구 사이에서 갈등이 생겨난다. 이제 아이는 엄마에 대한 실망과 자신의 능력의 한계에 대한 상대적인 무력감, 슬픔과 분노의 감정을 다루어야만 한다. 또한 아이는 대상 세계를 “좋은 것”과 “나쁜 것”으로 분열(splitting)시키는데, 이것은 성인의 경계선 장애에서 나타나는 전이의 특징적인 모습이기도 하다(Kernberg, 1995). 
  • 마지막 단계는 일생을 통해 지속되는 뚜렷한 개별성을 성취하고, 어느 정도의 대상 항상성을 획득하는 것이다. 정서적 대상 항상성(emotional object constancy)은 애정 대상이 부재하는 동안에 그 표상을 유지하는 것 이외에도, 어머니에 대한 “좋은” 대상표상과 “나쁜” 대상표상을 하나의 전체적인 표상으로 통합시켰음을 나타낸다. 정서적 대상 항상성을 수립하는 데에는 우선 인지적으로 대상 항상성(Piaget, 1937)을 획득하는 것이 선행되어야하며, 그밖에 추동 에너지의 중성화, 현실 검증, 좌절과 불안에 대한 내성 등이 관련된다. 이러한 분리-개별화를 통해 유아는 “심리적인 탄생”을 하게 된다.

Mahler는 자율적인 자아 개념과 자아의 적응 역할에 대한 Hartmann의 생각을 수용하였지만, 대상과 공생 상태를 형성하는 최초의 적응 형태는 좀더 인격적이고 실제의 엄마와 관련된다는 결론에 도달하였다(Greenberg & Mitchell, 1983). 그녀는 기존의 추동이론을 수용하였고, 외디푸스 콤플렉스가 신경증을 이해하는데 중심적이라는 견해를 받아들였지만, 아이가 실제 가족들과 가지는 관계 경험이 정서 발달과 정신병리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Brody, 1982). 그중에서도 특히 중요한 것은 양육자의 적절한 정서적 가용성(emotional availability)과 엄마와 아이 간의 정동적인 상호작용이 아이가 독립적인 정서 기능을 발휘하는 심리구조를 형성하는데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Pine, 1985; Tyson & Tyson, 1990). 그녀는 분리-개별화 과정을 개념화함으로써 외디푸스기 이전의 대상관계와 관련된 통합적인 이론을 제공하였다. 그럼으로써 외디푸스 컴플렉스에 관한 기존 이론을 보완하고, 추동이론과 심리구조 발달 이론에 통합되고 병행할 수 있게 구성된 대상관계의 발달적인 궤적을 가능케 하였다(Akhtar & Kramer, 1998). 
....

논 의 

이상에서 대상관계 이론의 변천 과정을 Freud 이후 다양한 학파와 이론가들을 통해 알아보았다. 지금까지 언급한 모든 정신분석가들은 인간의 삶을 역동적으로 바라보고, 우리의 삶이 갈등하고 화해하는 다양한 동기들 사이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통해 결정되는 것으로 본다. 그리고 인간의 동기들 중 많은 부분이 의식 영역의 바깥에서 일어난다는 점을 받아들인다. 하지만 Greenberg와 Mitchell(1983)에 의하면, 그동안 전개되어온 다양한 이론들 간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는데, 이들은 Freud 이후 대상관계 이론의 전개를 크게 두 패러다임으로 나누어 추동 모델(drive model)과 관계 모델(relational model) 간 발달로 보고 있다. 이들에 의하면 정치학에서 인간 삶의 의미를 개인적 성취로 보는 입장과, 인간은 타인과 떨어져서는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없는 사회적 존재라는 입장이 뚜렷이 구분되듯이, 추동을 그 출발점으로 삼았던 Freud의 모델과, 개인과 타인들과의 관계로부터만 이론을 전개시키는 관계 모델은 그 형이상학적 전제가 다르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양립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임상적으로는 이 모델의 통합이 필요하겠지만, 이론적으로는 이 모델의 통합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았다. 

Greenberg와 Mitchell(1983)에 의하면, Freud는 추동 모델에서 시작해서 이후에 대상 개념을 도입하는 조정 방략(accommodation strategy)을 통해 이론을 수정하였으며, 관계 모델은 Sullivan과 Fairbairn의 이론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 Freud 이후의 조정 방략은 추동을 중심적인 동기로 인정하면서, 타자와의 초기 관계 내용을 통합하는 방식으로 추동 모델을 확장하려는 시도로, Hartmann, Mahler, Jacobson, Kernberg 등을 들고 있으며, 관계 모델에는 과도기 이론가로서 Klein과 그 이후로 Sullivan, Fairbairn, Winnicott, Guntrip 등을 포함시키고 있다. 그리고 Kohut과 Sandler는 추동 모델과 관계 모델을 절충적으로 혼합하는(mixed) 방략을 사용한 이론가로 보았다. 
관계 이론가들이 공통적으로 생각했던 주제는, 정신분석학의 상위심리학을 추동을 중심으로 한 틀에서 대상관계를 중심으로 하는 틀로 전환시키는 것이었다. 관계 이론가들은 기질적인 요인들보다는 양육자의 성격과 정서적 돌봄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였는데(Greenberg & Mitchell, 1983), 그렇게 생각한 첫 번째 이유는 Sullivan과 Fairbairn의 이론이 일반적인 성격 발달에 관한 것이 아니라 정신병리에 관한 이론이라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Sullivan은 불안을 회피하기 위해, 그리고 Fairbairn은 보상적인 내적 대상들이 생기면서 자기가 구조화된다고 보았으며, 둘 다 정신병리의 주요 원인을 부모의 잘못된 양육에 기인한다고 보았다. 하지만 Sullivan과 Fairbairn은 양육자 변인만을 유일한 변인으로 생각하였고, 엄마의 반응성이 아이의 특정한 양상이나 리듬과 어떻게 상호 조율(mutual attunement)되는지 등에 대해서는 강조를 하지 않았다. 
두 번째 이유는, 정신분석 사고의 역사가 다른 학문들처럼 변증법적으로 발전해왔다는데 있다. 초기의 유혹 이론에서 Freud는 신경증의 원인이 양육자에게 있다고 생각했지만, 부모에게 유혹 당했다는 내담자의 기억들이 의심스럽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그는 정신병리가 아이의 마음속에서 비롯되었다는 추동 이론을 전개하였다. 선험적인 대상 이미지들과 관계들에 관한 Klein의 이론은 이러한 추세를 더욱 강하게 몰고 간 것이었다. Fairbairn과 Guntrip, 그리고 Sullivan 등의 이론은 이러한 Freud와 Klein의 사고에 대한 반작용으로 이해할 수 있다. 비록 관계 모델의 전제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들은 정신병리의 원인을 다시 한번 부모에게 돌리면서, 유아를 일반적으로 순진한 존재로 기술하였다(Greenberg & Mitchell, 1983). 

Greenberg와 Mitchell(1983)은 앞으로 진행될 다양한 유아 연구들을 통해 기질적 변인과 경험적 변인 간 관계를 보다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기술하였다. 인간은 매우 개인적인 존재이면서도 동시에 사회적인 존재이다. 이러한 인간의 이원성은 너무나 근본적인 것이어서, 인간을 한 측면으로만 이해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추동 모델과 관계 모델은 계속되는 수정과 변형을 거치면서 지속될 것이고, 풍부한 상호작용을 통해 창조적인 대화를 생산해낼 것을 기대하고 있다. 
정신분석학의 역사적인 전개와 관련하여 다루어야할 중요한 부분들 중 하나는, 독일어로 된 Freud의 글을 영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문제점이 야기되었다는 점이다(윤순임, 1995; Bettelheim, 1983). Freud는 중요한 개념들을 일상어에서 선택하였고, 무의식과 관련된 몇 가지 핵심 개념들(예를 들어, Psyche, Eros, Oedipus, Narcissus)은 신화에서 따와서 은유화하였다. Bettelheim(1983)은 Freud의 독일어 원본을 영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추상화, 비인격화되고 고도로 현학적이며 기계적이 되었다고 지적하고 있는데, 앞서 제시한 추동(Trieb) 개념뿐만 아니라 많은 정신분석적 개념들이 영어로 번역되면서 일상적인 언어와 은유(metaphor)가 나타내는 함축적인 의미를 상실하였다. 구체적인 예로, 삼원구조에서 핵심적인 부분을 이루는 “Ich”, “Über-Ich”, “Es”는 각각 ego(자아), superego(초자아), id(원초아)로 번역되면서 낯익은 일상어가 낯설고 유식한 라틴어로 둔갑하게 되었다. 그리고 “Psyche”에 상응하는 독일어의 “Seele(영혼 혹은 마음)”는 “mind(정신)”로 번역되어 마치 독일어의 “Geist”를 번역한 것처럼 보이게 되었다(윤순임, 1995). 이럴 경우 함축적이고 다양한 인격적 의미들을 지니는 개념들이 기계적이고 객관적인 의미만을 지니게 되어 주체를 떠난 대상으로만 지각되고 이해될 수 있다. 성(sexuality) 개념도 이러한 맥락과 관련해서 볼 수 있는데, Freud가 말하는 유아의 성은 넓은 의미에서 접촉 욕구를 포함하고, 유대감이나 따뜻함 등과 관련된 관계 추동이라고 할 수 있다(Mentzos, 1982; 윤순임과의 비공식 토론). 그러므로 유아의 심리발달 과정에서 추동 개념과 관계 개념을 별개로 구분해서 보기보다는, 보다 함축적으로 연관지어 이해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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