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에 깨어보니
희뿌연 구름이 달빛을 받아서인지
그 구름들 사이로 캄캄한 밤하늘이 푸르르다.
잡스럽게 모난 도시의 건물들 사이로 밝은 빛줄기가 뿌옇게 퍼져 오기에
그 빛 따라 가려고 몇 발자욱 움직이니 둥그런 보름달이 보인다.
그 달 주위를 감싸는 희뿌연 달무리는
며칠 전 그리도 내리붓던 빗물을 다 못내린 게 아쉬웠는지
달 주변을 맴돌며 흑백의 아름다운 수채화를 연출한다
달빗과 속삭이는 구름들 사이로,
시력 흐린 이 눈에 비친 서너 개 밝은 별들의 모습이
타원형의 불꽃놀이처럼 반짝인다.
아름답다.
아름답다.
눈가를 오무려 별빛에 초점을 맞춰보고,
눈가를 벌려서 번지는 별빛과 구름을 둘러볼 때는
그 하늘 아래 펼쳐진 회색빛 도시는 그냥 무시하고 싶다.
그 하늘 아래서
이 여름이 왔는지 갔는지 못 느끼는 중인데도
내가 발딛은 이 땅덩이 구석에서는
벌써 귀뚜라미 울음소리가 들리는구나
2008년 8월 21일 목요일
하늘엔 밝은 달, 땅엔 귀뚜라미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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