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어도 계절이 바뀔 때마다 그분께서는 무언가를 가르쳐 주시는 것 같았습니다. 여름은 가고 있고 추석이 멀지 않은데, 이번에는 임께서 어떤 가르침을 주실까? 남몰래 짝사랑하는 이처럼 그 가르침을 준비하는 마음을 가다듬어 봅니다. 금년의 봄이 지나가며 여름이 들이밀기 시작할 때쯤이었나 봅니다. 아침이었죠. 길가에 촉촉한 흙이 있는 곳을 놓아두고 햇볕에 달구어지는 아스팔트를 향해 한떼의 지렁이들이 종족 대이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저녁때 지나보니 모두 말라 죽어있었습니다.
"녀석들, 참으로 딱하구나. 나야 알 수 없지만,
기를 쓰고 달려갔던 것을 보면 무슨 생리적 욕구들이 일었나 본데,
촉촉한 흙속을 떠나 펄펄 끓는 아스팔트에서 타죽다니..."
언제부터인가 참 이상한 변화가 제 안에서 일고 있었습니다. 온 천하를 둘러봐도 세상에 제 마음 둘 곳이 없어 보였습니다. 단, 한 군데 마음 둘 곳이 있었는데 부모님이었습니다. 그러나 가슴아파하실까봐 자주 뵙지는 못하고 조그마한 기쁜 소식이라도 얻어야 찾아뵐 수 있었습니다. 그 즈음에 몸과 마음을 수련하기 시작했는데, 수련이 깊어지면서 두 해쯤 지나다보니 그 이상한 변화가 느껴졌습니다.
예전에는 산길에서 송충이나 애벌레 같은 벌레들을 보면 징그럽기만 했는데 그들을 보는 제 마음이 달라져 있었습니다. 어느 날 풀 잎사귀에서 기어가는 애벌레 한 마리를 만났습니다. 잘 기억나지 않지만, 초록빛과 노란색 등의 천연색으로 수놓아진 그놈이 "아름답다"는 마음이 일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한번 더 봤습니다. 애벌레를 본 것이었지만, 아마도 그 천연색의 움직임에서 푸근하고 생기 넘치는 자연의 숨결을 보았나봅니다.
그리고 또 어느 날 집을 나서는데 집 근처의 어느 빌라 화단에서 지렁이 한 마리를 보았습니다. 두툼하고 큼지막한 녀석이었는데 한 20 센티미터는 되는 것 같았습니다. 그 녀석이 하는 짓거리를 보니 지난 번 그 족속들의 떼죽음이 기억났습니다. 녀석은 화단의 촉촉한 흙을 놔두고 아스팔트로 이어지는 화단의 시멘트 경계선을 기를 쓰고 넘어가려는 모습이었습니다. 그 순간 저도 모르게 측은지심이 일어 배낭을 열고 스프링 노트를 꺼내 노트 한 장을 좍 뜯어냈습니다. 불쌍하기는 한데 너무 큰 놈이라 만지기는 징그럽고 노트 종이로 그 놈을 들어내서 다시 화단 안으로 던져줄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종이 끝이 녀석의 몸에 닿자마자 녀석은 반사적으로 몸을 되튕기며 제 시도를 거절했습니다. 거절하는 그 반사동작은 기를 쓰고 아스팔트로 가려는 그 힘보다도 훨씬 강해서 마치 살모사가 또아리를 틀다가 탁 돌격하는 그런 양상이었습니다. 한마디로 "내버려둬!" 내지는 "헉! 무시무시한 놈이 날 죽이려나봐!" 하는 반응 같았습니다. 그렇게 지렁이는 죽어갔겠지만, 그 초여름에 그분께서는 이런 가르침을 주시려 했나 봅니다.
"사랑과 자비를 베푸신다 한들
저 녀석처럼 삐쳐버리거나 어리석다면
그 무슨 소용 있으리."
그분은 누구실까? 이렇게 성큼 다가오는 초가을에는 어떤 가르침을 주실까 기대하면서 그분을 칭하기에 이보다 더 적절한 칭호는 없으리라 싶었던 구절을 적어보며 또 한 차례 공부해 봅니다.
창창비천 현현비천(蒼蒼非天 玄玄非天) .. 푸르디 푸른 저 하늘이 하늘이 아니요 검디 검은 밤 하늘도 하늘이 아니다.
천 무형질 무단예 무상하사방(天 無形質 無端倪 無上下四方) .. 하늘은 모양도 바탕도 없고 모가 나 맞닿은 가장자리도 없으며 위아래 앞뒤좌우도 없이
허허공공 무부재 무불용(虛虛空空 無不在 無不容) .. 허하고 허하며 공하고 공하여 미치지 않는 곳이 없고 감싸지 않는 것도 없다.
신재 무상일위(神在 無上一位) .. 신께서는 더 높은 데가 없는 지고의 한 자리에 계시며
유 대덕 대혜 대력(有 大德大慧大力) .. 큰 덕과 큰 지혜와 큰 힘을 가지고 계셔서
생천 주무수세계(生天 主無數世界) .. 허하고 허하며 공하고 공한 그 하늘을 여시고 무수한 세계를 주관하신다.
조신신물 섬진무루(造兟兟物 纖塵無漏) .. 무수히 많은 물건들을 창조하시며 가느다란 먼지 한 톨도 빠뜨리지 않으셨다.
소소영영 불감명량(昭昭靈靈 不敢名量) .. 눈부시도록 환하고 환하시며 영험하심이 그지 없어 감히 이름지어 헤아릴 수 없는 분이니라.
성기원도 절친견(聲氣願禱 絶親見) .. 소리내고 기를 쓰고 발원하고 기도해도 절대 직접 만나뵐 수 없으나
자성구자 강재이뇌(自性求子 降在爾腦) .. 네 안의 본성으로 그 아들(씨앗)이 되고자 하면 너희들 머리 속으로 벌써 내려와 계시느니라.
저는 역설적으로 그분의 이름을 불감명량(不敢名量)이라 불러봅니다.
"녀석들, 참으로 딱하구나. 나야 알 수 없지만,
기를 쓰고 달려갔던 것을 보면 무슨 생리적 욕구들이 일었나 본데,
촉촉한 흙속을 떠나 펄펄 끓는 아스팔트에서 타죽다니..."
언제부터인가 참 이상한 변화가 제 안에서 일고 있었습니다. 온 천하를 둘러봐도 세상에 제 마음 둘 곳이 없어 보였습니다. 단, 한 군데 마음 둘 곳이 있었는데 부모님이었습니다. 그러나 가슴아파하실까봐 자주 뵙지는 못하고 조그마한 기쁜 소식이라도 얻어야 찾아뵐 수 있었습니다. 그 즈음에 몸과 마음을 수련하기 시작했는데, 수련이 깊어지면서 두 해쯤 지나다보니 그 이상한 변화가 느껴졌습니다.
예전에는 산길에서 송충이나 애벌레 같은 벌레들을 보면 징그럽기만 했는데 그들을 보는 제 마음이 달라져 있었습니다. 어느 날 풀 잎사귀에서 기어가는 애벌레 한 마리를 만났습니다. 잘 기억나지 않지만, 초록빛과 노란색 등의 천연색으로 수놓아진 그놈이 "아름답다"는 마음이 일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한번 더 봤습니다. 애벌레를 본 것이었지만, 아마도 그 천연색의 움직임에서 푸근하고 생기 넘치는 자연의 숨결을 보았나봅니다.
그리고 또 어느 날 집을 나서는데 집 근처의 어느 빌라 화단에서 지렁이 한 마리를 보았습니다. 두툼하고 큼지막한 녀석이었는데 한 20 센티미터는 되는 것 같았습니다. 그 녀석이 하는 짓거리를 보니 지난 번 그 족속들의 떼죽음이 기억났습니다. 녀석은 화단의 촉촉한 흙을 놔두고 아스팔트로 이어지는 화단의 시멘트 경계선을 기를 쓰고 넘어가려는 모습이었습니다. 그 순간 저도 모르게 측은지심이 일어 배낭을 열고 스프링 노트를 꺼내 노트 한 장을 좍 뜯어냈습니다. 불쌍하기는 한데 너무 큰 놈이라 만지기는 징그럽고 노트 종이로 그 놈을 들어내서 다시 화단 안으로 던져줄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종이 끝이 녀석의 몸에 닿자마자 녀석은 반사적으로 몸을 되튕기며 제 시도를 거절했습니다. 거절하는 그 반사동작은 기를 쓰고 아스팔트로 가려는 그 힘보다도 훨씬 강해서 마치 살모사가 또아리를 틀다가 탁 돌격하는 그런 양상이었습니다. 한마디로 "내버려둬!" 내지는 "헉! 무시무시한 놈이 날 죽이려나봐!" 하는 반응 같았습니다. 그렇게 지렁이는 죽어갔겠지만, 그 초여름에 그분께서는 이런 가르침을 주시려 했나 봅니다.
"사랑과 자비를 베푸신다 한들
저 녀석처럼 삐쳐버리거나 어리석다면
그 무슨 소용 있으리."
그분은 누구실까? 이렇게 성큼 다가오는 초가을에는 어떤 가르침을 주실까 기대하면서 그분을 칭하기에 이보다 더 적절한 칭호는 없으리라 싶었던 구절을 적어보며 또 한 차례 공부해 봅니다.
창창비천 현현비천(蒼蒼非天 玄玄非天) .. 푸르디 푸른 저 하늘이 하늘이 아니요 검디 검은 밤 하늘도 하늘이 아니다.
천 무형질 무단예 무상하사방(天 無形質 無端倪 無上下四方) .. 하늘은 모양도 바탕도 없고 모가 나 맞닿은 가장자리도 없으며 위아래 앞뒤좌우도 없이
허허공공 무부재 무불용(虛虛空空 無不在 無不容) .. 허하고 허하며 공하고 공하여 미치지 않는 곳이 없고 감싸지 않는 것도 없다.
신재 무상일위(神在 無上一位) .. 신께서는 더 높은 데가 없는 지고의 한 자리에 계시며
유 대덕 대혜 대력(有 大德大慧大力) .. 큰 덕과 큰 지혜와 큰 힘을 가지고 계셔서
생천 주무수세계(生天 主無數世界) .. 허하고 허하며 공하고 공한 그 하늘을 여시고 무수한 세계를 주관하신다.
조신신물 섬진무루(造兟兟物 纖塵無漏) .. 무수히 많은 물건들을 창조하시며 가느다란 먼지 한 톨도 빠뜨리지 않으셨다.
소소영영 불감명량(昭昭靈靈 不敢名量) .. 눈부시도록 환하고 환하시며 영험하심이 그지 없어 감히 이름지어 헤아릴 수 없는 분이니라.
성기원도 절친견(聲氣願禱 絶親見) .. 소리내고 기를 쓰고 발원하고 기도해도 절대 직접 만나뵐 수 없으나
자성구자 강재이뇌(自性求子 降在爾腦) .. 네 안의 본성으로 그 아들(씨앗)이 되고자 하면 너희들 머리 속으로 벌써 내려와 계시느니라.
저는 역설적으로 그분의 이름을 불감명량(不敢名量)이라 불러봅니다.
聲氣願禱 絶親見
답글삭제볼 때마다 알 수 없는 구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