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6일 월요일

[발췌: 새뮤얼슨의 경제학, 2장] 현대 혼합경제

※ 메모: 이 경제학 교과서의 서론 부분 중 본론이라고 볼 수 있는 2장을 시간 날 때마다 조금씩 웹문서로 바꾸어 본다.


출처: 폴 새뮤얼슨, 윌리엄 노드하우스 지음, 

※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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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현대 혼합경제 ( The Modern Mixed Economy )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의 자본을 활용하여 최대한 큰 가치를 만들어내려고 부단히도 애쓴다. 일반적으로 그들은 공익을 진작할 생각도 없을뿐더러 자신이 공익에 얼마나 기여하는지도 모른다. 그들의 관심사는 오로지 자신의 안전이요, 자신의 이득일 뿐이다. 이런 식으로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손에 인도되어 자신이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목적에 기여하게 된다. 사람들이 정말로 공익에 기여하기를 바랄 수도 있지만, 오히려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바로 그 행위가 공익에 더 효과적으로 기여할 때가 많다.ㅡ애덤 스미스, 《국부론(Wealth of Nations)》(17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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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며칠 동안 여러분이 소비한 재화와 서비스에 대해 잠시 생각해보라. 아마도 입학을 준비하느라 장거리 열차를 탔을 수도 있고 집안 승용차를 타고 오다가 휘발유를 구매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또 식품점에서 구입한 재료로 집에서 만든 음식을 먹었거나 식당에서 한 끼 식사를 사 먹었을 것이다. 또 (이 교과서와 같은) 책을 사거나 의약품을 구매하기도 했을 것이다.

  여러분의 구매 행위가 있기까지 그에 앞서 일어난 여러 단계를 생각해보라. 장거리 열차에서 그런 사정이 잘 드러날 것이다. 여러분은 아마도 인터넷에서 열차 승차권을 구매했을 것이다. 인터넷에서 승차권을 산다는 것이 듣기에는 간단하지만, 그 과정에는 아주 많은 유형자본이 들어가 있다. 여러분이 사용했던 컴퓨터도 있고, (소프트웨어 및 관련 디자인에 따라붙는) 지적재산권도 있고, 섬세한 광섬유 전송망에다 승차권을 예약하고 가격을 매겨주는 시스템도 들어가 있다. 철도회사는 이 모든 일을 이익을 내기 위해서 한다(물론 이 부문의 이익이 매우 소소하기는 하지만).

  한편 열차나 항공 여행에서 정부도 큰 역할을 수행한다. 운행의 안전을 감독하고, 수많은 기차역과 공항을 소유하며, 교통조절시스템을 운영한다. 또 날씨 정보와 일기 예보와 같은 공공재를 생산하고, 항공편의 지연과 같은 정보도 제공한다. 그 밖에도 정부가 하는 일은 아주 많다. 항공기와 열차 제조를 위해 보통 정부와 민간이 함께 일하고, 항공사 경쟁에 관한 국제 협약이나 연료 관련한 에너지 정책 등 다양한 분야에도 정부의 손길이 닿아 있다.

  이러한 사정은 우리가 옷을 살 때나, 휘발유, 의약품을 비롯해 어느 품목을 살 때도 마찬가지다. 산업 부문에 따라 정도가 다를 뿐이다. 세계 모든 나라의 경제는 혼합경제(mixed economy)다. 혼합경제는 시장에서 활동하는 민간기업과, 정부의 규제와 과세와 공공사업을 함께 활용하는 경제를 말한다. 시장경제는 정확히 무엇을 말하며, 시장경제가 성장의 강력한 엔진이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자본주의’에서 ‘자본’이란 무슨 뜻인가? 시장이 효과적으로 작동하려면 어떠한 정부 통제가 필요한가? 지금부터 시장경제의 밑바탕을 이루는 원리를 알아보고 경제생활에서 정부가 하는 역할을 살펴보자.


Ⅰ. 시장 메커니즘

대개 소득이 높은 나라들을 보면, 경제활동의 대부분이 사적인 시장에서 일어나며 시장 메커니즘을 통해서 굴러간다. 따라서 우리가 체계적으로 공부하려는 내용도 시장에서 시작한다. 시장경제에서 의사결정을 지휘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여러분들은 아마도 시장경제에서는 어떤 개인이나 조직 혹은 정부가 경제 문제를 해결하려고 지휘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놀라울 것이다. 그 대신, 시장경제에서는 수많은 기업과 소비자들이 자신의 경제 여건을 향상시킬 요량으로 자발적인 거래를 전개한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러한 행동이 가격과 시장 시스템을 통해서 조화를 이루게 된다.

  이것이 얼마나 놀라운 것인지 한번 뉴욕시를 생각해보자. 만약 갖가지 상품이 도시로 들어오고 또 나가는 지속적인 물동의 흐름이 없다면, 뉴욕 시민들은 일주일 내로 거의 굶어죽는 지경까지 갈 것이다. 하지만 뉴욕 시민들의 경제 사정은 아주 잘 돌아가고 있다. 그 이유는 몇 날 몇 주가 걸리든 인근 농촌을 비롯해 미국의 50개 주, 그리고 저 멀리 세계 각지로부터 다양한 상품이 뉴욕을 향해 이동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천만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좌우하는 정교한 경제 프로세스가 붕괴될지도 모른다는 끔찍한 공포에 시달리지 않고 편히 잠들 수 있을까? 이 물음에 대한 놀라운 대답은, 어느 누가 강제하거나 중앙집권적인 지휘를 하지 않아도 각각의 경제활동이 시장을 통해서 조화를 이루게 된다는 것이다.

  정부가 경제를 통제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일을 하는지 미국 시민 누구나 잘 알 것이다. 즉 의약품 규제나 소방 안전은 물론, 세금 징수와 해외 파병 등 수많은 일을 한다. 하지만 정부가 나서지 않으면 일상적 경제생활이 어느 정도나 굴러갈 것인지 걱정하는 일은 거의 없다. 매일같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상품들이 중앙의 지휘나 종합 계획 없이 수많은 사람들의 자발적 의지에 따라 생산된다.


혼돈이 아니라, 경제적 질서

시장은 판매자와 구매자가 어지럽게 뒤섞인 난장판 같다. 그러니 식품만 보더라도 적절한 양이 생산되어 적합한 장소로 운반되고 또 먹음 직한 모양으로 저녁 식탁에 오른다는 것이 기적 같기도 하다. 하지만 뉴욕이나 다른 지역의 경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시장 시스템은 난장판도 아니고 기적도 아니라는 사실에 수긍하게 된다. 시장 시스템은 그 자신의 내적 논리를 가지고 있는 시스템이다. 그리고 잘 작동한다.

  시장경제는 가격과 시장 시스템을 통해서 사람과 활동과 거래가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정교한 메커니즘이다. 시장경제는 또한 십인십색의 수없이 많은 개인의 지식과 행동을 한데 모으는 통신 장치이기도 하다. 중앙에 집중된 지식이나 컴퓨터 연산처리 없이도 시장경제는 수십억 개의 관계와 미지수가 맞물려 돌아가는 생산과 분배의 문제를 해결한다. 달리 말해 시장경제가 처리하는 문제는 오늘날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의 능력을 훨씬 넘어선다. 아무도 시장을 설계하지 않았지만, 시장경제는 놀랄 정도로 잘 작동한다. 시장경제에서는 생산하고 소비하고 분배하고 또 가격 매기는 일을 지휘하는 개인이나 개별 조직이 없다.

  시장은 어떻게 가격과 임금과 산출량을 결정할까? 애초에 시장은 구매자와 판매자가 얼굴을 맞대고 흥정할 수 있는 물리적 장소였다. 시장터(혹은 장터, marketplace)는 널찍한 버터 조각과 층층이 쌓아놓은 치즈에다 겹겹이 깔아놓은 생선, 수북한 채소들로 가득했는데, 수많은 촌락과 읍에서 낯익은 광경이었다. 농부들은 장이 열리는 곳, 즉 장터로 물건을 가져와 팔았다. 오늘날에도 많은 거래인이 한곳에 모여서 거래를 하는 커다란 시장을 미국에서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밀과 옥수수가 시카고상품거래소(Chicago Board of Trade)에서 거래되고, 석유와 백금이 뉴욕상업거래소(New York Mercantile Exchange)에서 거래된다. 또 보석은 뉴욕시 다이아몬드 거리에서 거래된다.

  시장은 구매자와 판매자가 서로 교류하고, 재화와 서비스 혹은 자산을 교환하며 가격을 결정하는 곳이다. 어떤 물건이든 거의 다 그 물건이 거래되는 시장이 있다. 예전의 명인들이 만든 예술품을 뉴욕의 경매소에서 살 수 있고,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는 공해배출권을 살 수 있다. 주식시장과 같은 형태로 시장이 중앙에 집중되는 경우도 있고, 대다수 근로자들의 노동시장처럼 분산되는 경우도 있다. 또 인터넷 상의 ‘전자상거래(e-commerce)’처럼 전자적 형태로만 존재하는 시장도 있다. 금융자산을 거래하는 시장은 중요성이 아주 높은 시장인데, 이 금융시장에서는 주식과 채권, 외국환(외국 통화), 모기지(주택저당채권) 등이 거래된다.

시장은 구매자와 판매자가 서로 교류하면서 가격을 결정하고 재화와 서비스, 자산을 거래하는 메커니즘이다.

우선, 시장의 핵심 역할은 상품의 가격을 결정하는 것이다. 가격은 화폐 단위로 표현된 상품의 가치다(화폐의 역할은 이 장의 뒤에서 다룬다).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가격이란 갖가지 상품이 서로 교환되는 비율을 나타낸다. 가령 자전거 한 대의 시장가격이 500달러이고, 신발 한 켤레가 50달러라면, 본질적으로 시장은 이러한 가격들을 통해서 신발과 자전거가 10 대 1로 교환된다고 말하는 셈이다.

  둘째, 가격은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신호 역할을 한다. 소비자들이 어떤 상품을 더 많이 찾는다면, 그 상품의 가격이 오르게 된다. 이러한 가격 상승은 생산자들에게 공급이 더 필요하다는 신호로 작용한다. 고약한 가축병 때문에 쇠고기 생산이 줄어들면, 쇠고기 가격과 햄버거 가격이 오른다. 쇠고기 가격이 높아지면 축산농을 고무하여 생산량을 증대시키게 되고, 동시에 소비자들이 햄버거와 쇠고기 대신 다른 식품을 소비하도록 고무하게 된다.

  이처럼 소비재 시장에 적용되는 원리는 토지와 노동을 비롯한 생산요소 시장에도 적용된다. 인터넷 사업이 팽창하여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더 많이 필요해지면, 컴퓨터 프로그래머의 가격(즉 그들의 시간당 임금)이 오르기 쉽다. 다른 직종과 비교한 어느 직종의 상대임금이 높아지면 임금이 높아지는 직종으로 근로자들을 유인하게 된다.

가격은 임의의 시장에서 활동하는 생산자와 소비자의 의사결정을 조절한다. 가격이 상승하면, 소비자 구매를 감소시키고 생산을 고무하는 경향이 생긴다. 가격이 하락하면, 소비를 고무하고 생산 의욕을 떨어뜨리는 경향이 생긴다. 가격은 기계식 시계가 작동할 때 평형을 잡아주는 평형 바퀴처럼 시장 메커니즘의 균형을 잡아주는 장치다.

시장균형. 어느 순간이든 물건을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파는 사람이 있다. 정부가 오래된 제품을 규제하는 법규를 공표하는 순간, 기업은 신제품을 개발하기도 한다. 외국 회사들이 미국에 새 공장의 문을 여는 사이, 미국 회사들은 해외 시장에 제품을 판매하기도 한다. 이처럼 시장은 뒤죽박죽 어지럽게 돌아가지만, 그 와중에도 쉴 새 없이 무엇을, 어떻게, 누구를 위해서라는 문제를 해결한다. 경제에서 작동하는 모든 힘이 시장을 통해 평형을 이루면, 시장은 공급과 수요의 시장균형을 찾은 것이다.

시장균형은 서로 다른 구매자와 판매자가 모두 균형을 이룬 상태다. 각 가계가 구매하려는 양과 각 기업이 판매하려는 양은 가격에 따라 달라진다. 시장은 구매자와 판매자의 욕망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균형가격을 찾아낸다. 가격이 너무 높아지면, 팔리지 않는 상품이 남아돌게 될 것이다. 반대로 가격이 너무 낮아지면, 상점에서 줄을 서야할 만큼 구매할 상품이 부족해질 것이다. 구매자가 사고 싶어하는 양과 판매자가 팔고 싶어하는 양을 정확히 일치시키는 가격은 공급과 수요의 균형을 달성한다.


시장은 어떻게 세 가지 경제 문제를 해결하는가

방금 가격이 어떻게 어느 개별 시장에서 소비와 생산(혹은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루도록 도와주는지 설명했다. 그러면 쇠고기, 자동차, 토지, 노동, 자본을 비롯한 갖가지 시장을 모두 합쳐서 본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이러한 시장들이 모두 동시에 작동하면서 가격과 생산의 일반균형을 결정하는 것이다.

  각 시장의 판매자와 구매자(즉 공급과 수요)를 대응시킴으로써 시장경제는 무엇을, 어떻게, 누구를 위해서라는 세 가지 경제 문제를 동시에 해결한다. 이 같은 시장균형의 개요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어떤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할 것인가는 소비자들이 일상적 구매 결정에서 판단하는 화폐투표(dollar votes)[*역]에 의해 정해진다. 한 세기 전에는 교통을 결정하는 화폐투표가 말과 말굽을 많이 선택했는데, 오늘날에는 자동차와 타이어를 많이 선택한다.
[역주]* ‘소비자’가 ‘시장’에서 ‘돈’을 쓰는 행위를 ‘개인’이 ‘선거’에서 ‘투표권’을 행사하는 행위에 비유한 말이다. 즉, 개인의 구매력 집행을 1인 1표를 행사하는 보통선거권에 대조적으로 비유한 표현이다. 이 ‘화폐투표’ 혹은 ‘돈투표’라고도 옮길 수 있는 ‘dollar votes’를 이 책의 행간에 흐르는 의미를 감안해 좀 더 풀어서 정의하자면 ‘개인이 자기 소유의 구매력을 자기 의지에 따라 사적 시장에서 행사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쉽게 말해, ‘소득의 지출’을 뜻한다.ㅡ옮긴이

  한편, 기업은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욕망에 의해 좌우된다. 이윤(profit)은 총매출에서 총비용을 뺀 차액, 즉 순수입이다. 기업은 이윤이 줄어드는 사업 분야를 포기한다. 똑같은 이유에서 높은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은 수요가 큰 상품의 생산으로 몰리게 된다. 오늘날 수익성이 아주 높은 활동으로 의약품의 생산과 마케팅이 꼽히는데, 우울증과 불안을 비롯한 인간의 허약한 증상에 대처하는 의약품들이 특히 그렇다. 기업들은 높은 이윤을 노리고 좀 더 나은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 매년 수십억 달러를 연구에 투자한다.

2. 상품을 어떻게 생산하는가 하는 문제는 생산자 사이의 경쟁을 통해 결정된다. 생산자로서 가격 경쟁에 대응하고 이윤을 극대화하는 최적의 방법은 효율이 아주 뛰어난 생산 방법을 적용함으로써 비용을 최저한으로 유지하는 것이다. 비용 우위를 획득하기 위한 생산 방법의 변화가 점진적으로 일어날 때도 있고 기계를 소소하게 손보거나 투입물 조합을 좀 바꾸는 것에 불과할 때도 있다. 반면, 증기 엔진이 말을 대체할 때처럼 대대적인 기술 변화가 일어날 때도 있다. 당시 유용한 작업 한 단위를 수행하는 데 증기 엔진의 비용이 말보다 훨씬 저렴했기 때문이다. 또 효율적 장거리 여행 수단으로서 항공기가 철도를 대체할 때도 대대적 변화가 일어났다. 오늘날의 우리도 그처럼 근본적으로 다른 기술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살고 있다. 왜냐하면 컴퓨터가 현금계산대에서부터 강의실에 이르기까지 일터의 갖가지 업무를 혁명적으로 바꿔놓고 있기 때문이다.

3. 누구를 위해서 생산하는가ㅡ누가 소비하고 또 얼마나 소비하는가ㅡ하는 문제는 주로 생산요소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달려 있다. 요소시장(생산요소 시장을 요소시장이라고 줄여서 말하기도 한다)은 시간당 임금, 토지 지대, 이자율과 이윤을 결정한다. 이러한 가격을 요소가격이라고 부른다. 한 사람이 어떤 일자리에서 임금을 벌 수도 있고, 주식에서 배당을 벌 뿐 아니라, 채권에서 이자를 벌고, 부동산에서 임대수입을 벌 수도 있다. 그가 보유하는 모든 요소로부터 버는 수입을 전부 합하면 그 사람의 시장소득(market income)이 된다. 따라서 사람들 사이의 소득분배는 요소 서비스의 양(노동시간, 토지면적 등)과 요소가격(시간당 임금, 토지 지대 등)에 의하여 결정된다.

기호와 기술의 이중 왕국

시장경제를 지배하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결정권을 행사하는 존재가 마이크로소프트라든가 도요타 같은 거대 회사들인가, 아니면 의회나 대통령인가? 아니면 뉴욕의 매디슨 애비뉴에 들어서 있는 거대 광고회사들인가? 이러한 사람들이나 기관들이 전부 우리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기는 하지만, 궁극적으로 경제의 틀을 좌우하는 커다란 힘은 기호(혹은 취향, tastes)기술(technology)로 이루어진 이중 왕국이다.

  근본적 결정요인 하나는 사람들의 기호나 취향이다. 타고난 것이자 획득된 것이기도 한 사람들의 기호는 소비자 수요의 화폐투표로 표출되면서 사회가 주어진 자원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지휘한다. 달리 말해 이러한 기호가 생산가능경계(PPF)상에 사회가 위치할 지점을 정한다.

  두 번째 근본적 결정요인은 어느 사회가 활용할 수 있는 자원과 기술이다. 경제는 자신의 PPF 바깥으로 나갈 수 없다. 홍콩이라면 항공기로 갈 수 있겠지만 화성에는 갈 수 없는 것과 같다. 결국 경제의 자원은 소비자들이 화폐투표를 던질 후보를 제한한다. 소비자 수요가 기업이 공급하는 재화 및 서비스와 하나하나 짝 지워져야만 최종적으로 무엇을 생산할 것인지 결정될 수 있다.

  두 가지 결정요인을 가리키는 이중 왕국을 떠올리면 왜 시장에서 실패하는 기술이 생기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역사를 보면 증기 동력으로 굴러가던 스탠리 증기자동차라든가 연기는 나지 않았지만 맛이 없었던 프러미어 담배라든가, 전혀 시장을 찾지 못한 제품이 즐비하다. 쓸모없는 제품은 어떻게 시장에서 사라지는가? 신제품의 가치를 공표하는 정부 관청이라도 있는가? 그러한 관청은 전혀 필요하지 않다. 쓸모없는 상품들은 현행 가격에 구매하려는 소비자 수요가 없기 때문에 사라진다. 그러한 제품은 이익을 내지 못하고 손실을 낸다. 이렇게 보면 이익은 기업 입장에서 볼 때 보상과 처벌 역할을 하게 되고, 동시에 시장 메커니즘을 작동시키는 안내자이기도 한다.

농부가 당근과 채찍을 써서 당나귀가 일하도록 구슬리는 것처럼, 시장 시스템은 이익과 손실을 매겨서 기업으로 하여금 사람들이 찾는 상품을 효율적으로 생산하도록 유도한다.

가격과 시장의 흐름도

경제생활이 순환하는 흐름을 <그림 2-1>처럼 그려볼 수 있다. 이 그림은 소비자와 생산자가 서로 작용하고 반작용하면서 투입물과 산출물의 가격과 수량을 결정하는 모습을 개략적으로 보여준다. 이 흐름도에 보이는 서로 다른 두 가지 시장을 눈여겨보라. 맨 위에 있는 상품시장은 피자나 신발과 같은 산출물의 흐름을 나타낸다. 맨 밑에는 토지와 노동과 같은 투입물(혹은 생산요소) 시장이 있다. 그리고 서로 다른 두 경제주체, 즉 소비자와 기업이 어떤 결정을 내리는지 보라.

소비자는 상품을 사고 생산요소를 판다. 기업은 상품을 팔고 생산요소를 산다. 소비자는 노동을 비롯한 생산요소를 팔아서 소득을 벌고, 그 소득으로 기업이 시장에 내놓는 상품을 산다. 기업은 노동과 토지의 비용을 잣대로 상품의 가격을 매긴다. 상품시장의 가격은 소비자 수요와 기업의 공급이 균형을 이루도록 결정된다. 요소시장의 가격은 가계의 요소 공급과 기업의 요소 수요가 균형을 이루도록 결정된다.

이런 이야기가 복잡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시장 메커니즘을 통해 공급과 수요가 얼기설기 복잡하게 연결되어 무엇을, 어떻게, 누구를 위해서라는 경제 문제가 해결되는 전체상을 간단하게 보여준다.

<그림 2-1> 시장 시스템은 수요와 공급을 토대로 세 가지 경제 문제를 해결한다

( ... ... )

보이지 않는 손

시장경제가 수요와 공급의 복잡한 작동을 어떻게 조직하는가 하는 문제를 처음으로 인식한 사람은 애덤 스미스다. 이 장의 첫머리에서 인용한 《국부론》의 내용은 경제학을 통틀어 매우 유명한 구절이다. 스미스는 이 구절에서 사리(私利)와 공익(公益)이 조화를 이룬다는 것을 지적했다. 역설적이기도 한 이 구절을 다시 한 번 읽어보라. 특히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에 관한 미묘한 논점을 눈여겨보라. 즉 잘 작동하는 시장 메커니즘이 갖추어진 경우 사리가 공익에 보탬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 ... 중략 ... )

  시장 메커니즘의 작동을 설명하는 스미스의 식견은 자본주의를 예찬하는 사람이든 비판하는 사람이든 현대의 경제학자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경제이론가들은 제한적인 조건이 갖추어질 경우 완전경쟁 경제가 효율적임을 증명했다(적어도 한 사람의 경제적 후생을 향상시키려면 나머지 다른 사람의 경제적 후생을 악화시키지 않고는 불가능할 때가 경제가 효율적으로 생산하는 상태임을 상기하자).

  하지만 우리는 200년에 걸친 경험과 반추를 통해서 시장경제가 효율적이라는 원리는 제한적으로만 적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첫째, ‘시장실패’가 존재하며 시장이 언제나 가장 효율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시장실패의 한 유형은 독점을 비롯한 여러 가지 형태의 불완전경쟁에서 생긴다. 시장 즉 ‘보이지 않는 손’이 실패하는 두 번째 유형은 시장 바깥으로 파급되는 외부효과가 발생할 때 생긴다. 외부효과에는 과학적 발견과 같은 긍정적 외부효과가 있는가 하면 공해와 같은 부정적 외부효과도 있다.

  시장실패의 세 번째 유형은 소득분배가 정치적 이유나 윤리적 이유에서 타당하지 않을 때 생긴다. 이러한 요인들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발생하면, 애덤 스미스가 일컬었던 보이지 않는 손의 원리는 무너진다. 이때는 고장 난 ‘보이지 않는 손’을 수리하기 위해 정부가 개입하고자 할 것이다.

  이러한 제한을 고려하여 다음과 같이 요약하자.
애덤 스미스는 경쟁이 작동하는 시장경제의 놀라운 속성을 발견했다. 즉 완전경쟁이 이루어지고 또 시장실패가 발생하지 않으면, 시장은 주어진 자원으로부터 유용한 재화와 서비스를 최대한 만들어낸다는 점이다. 하지만 독점이라든가 공해라든가 여타 요인으로 인한 시장실패가 널리 번지면, 효율을 달성하는 보이지 않는 손의 놀라운 기능은 망가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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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상자] 애덤 스미스: 경제학의 아버지
“세상에서 보듯 진을 빼며 일하고 요란을 떠는 일들이 다 무슨 목적을 위한 것인가? 탐욕과 야망의 목적은 무엇이고, 부와 권력을 추구하고 남보다 앞서가서 무엇을 얻으려는 것인가?” 스코틀랜드 태생의 애덤 스미스(1723~1790)가 했던 말이다. 그는 아이삭 뉴턴이 천체의 물리적 세계에서 봤던 것을 경제 논리의 사회적 세계에서 희미하게 목격했다. 스미스는 《국부론(Wealth of Nations)》(1776)에서 스스로 제기한 질문에 답했다. 이 책에서 그는 자기잇속을 챙기는 이기심이 경제라는 기계 장치에 윤활유를 쳐서 경제가 자연의 질서처럼 스스로를 조절하게 되는 기적과도 같은 과정을 설명했다. 스미스는 진을 빼며 일하고 요란을 떠는 것이 보통 사람들의 형편을 향상시킨다고 생각했다. “소비는 모든 생산의 유일한 목적이자 의미다.”
스미스는 경제성장을 처음으로 설파했던 인물이다. 산업혁명이 태동할 즈음 스미스는 전문화와 분업을 통해서 생산성이 크게 성장함을 지적했다. 핀 공장의 제조 과정을 묘사하는 유명한 사례에서 그는 “한 사람은 철사를 뽑아내고, 다른 사람은 잡아늘이고, 세 번째 사람은 절단하는” 식으로 쭉 이어지는 갖가지 작업을 언급한다. 이처럼 작업을 나누어 하면, 열 사람이 하루에 핀 4만 8천 개를 만들 수 있는 데 반해, “각자가 따로따로 핀을 만들면, 한 사람이 하루에 20개, 심하면 한 개도 만들지 못할 것”이라고 스미스는 지적한다. 그는 이러한 분업의 결과를 “가장 지위가 낮은 사람들에게도 퍼져가는 보편적 풍요”라고 보았다. 그가 만약 오늘날 나타나서 200년이 넘는 경제성장이 어떤 결실을 거두었는지 본다면 어떤 생각을 할 것인지 상상해보라!
스미스는 정부가 저지르는 수없이 많은 어리석은 행동과 간섭을 일일이 비판하는 내용을 수백 쪽에 걸쳐 썼다. 17세기 때 길드에 속해 일하는 마스터 장인이 직물 생산을 개선하려면 어떤 절차를 치러야 했는지 보자. 읍의 길드 조직은 다음과 같이 결정했다. “직물을 짜는 장인이 자신의 발명에 따라 직물을 생산하고자 한다면 읍의 검사관에게서 허가를 얻어야 하다. 우선, 길드의 최고참 상인 네 명과 최고참 직물 장인 네 명이 새로운 발명에 따른 문제를 검토해야 한다. 그러고 나서 직물을 짜는 데 쓸 실 뭉치의 숫자와 길이를 허가받아야 한다.” 스미스는, 그 같은 제한은 정부가 강요하는 것이든 독점체가 강요하는 것이든, 아니면 생산에 관한 것이든 해외무역에 관한 것이든 간에, 시장 시스템의 적절한 작동을 제한하고 결국에는 노동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해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렇게 주장하는 그 어느 대목에서도 스미스가 기득권층을 변론했던 흔적은 없다. 그는 온갖 기득권 세력과 사적 독점을 군주의 지배 못지않게 불신했다. 그리고 보통 사람들 편에 섰다. 하지만 다수의 경제학자들이 그러하듯 스미스 또한 연구를 하면서 아무리 뜻이 좋아도 허사일 때가 많음을 알았다.
무엇보다도 그가 현대 경제학에 보탠 오래도록 가시지 않을 기여는 자기 스스로 조절하는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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Ⅱ. 교환과 화폐, 그리고 자본

현대 경제를 구분해주는 뚜렷한 특징이 있다면 어떤 것들일까? 이 절에서 세 가지 중요한 특징을 살펴본다.
  1. 발전한 경제의 특징은 전문화와 복잡한 분업에 바탕을 두는 정교한 교환 네트워크다. 
  2. 오늘날의 현대 경제는 경제적 가치를 측정하는 척도이자 지불수단인 화폐를 광범위하게 활용한다. 
  3. 현대의 산업기술은 고도로 축적된 자본스톡을 활용하는 데 바탕을 둔다. 자본은 인간 노동을 훨씬 효율적인 생산요소로 만들어주고 생산성을 예전보다 몇 배나 더 높여준다.

Ⅱ-1. 교환과 전문화, 그리고 분업

오늘날의 경제는 1700년대의 경제에 비해 개인과 기업의 전문화가 어마어마하게 심화되었다. 광범위한 교환 네트워크가 전문화된 개인과 기업을 연결해준다. 전문화가 심화됨에 따라 노동자들은 자기 직무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게 되었고, 그 결실을 자신에게 필요한 상품과 교환할 수 있게 되었다. 그에 동반하여 현대 경제는 빠른 경제성장을 향유했다.

전문화는 사람이든 나라든 자신의 노력을 특정 부류의 일에 집중하는 것을 말한다. 전문화를 통해서 개인과 국가는 그들이 활용할 수 있는 특수한 기술과 자원을 가장 유리하게 활용할 수 있다. 경제생활에서 드러나는 여러 가지 사실 중 하나는 각자가 모든 일을 고만고만한 수준으로 하는 것보다는 생산을 작은 단위의 전문화된 업무나 단계로 쪼개서 수행하는 분업이 훨씬 낫다는 것이다. 분업의 결과로 키가 큰 사람들은 농구를 할 수 있고, 귀에 쏙쏙 들어오게 잘 설명하는 사람들은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으며, 남을 잘 설득하는 사람들은 자동차를 판매할 수 있게 된다. 어떤 경력에 필요한 훈련을 받는 데는 여러 해가 걸리기도 한다. 한 예로 신경외과 전문의가 되려면 대학교의 학부를 졸업하고 14년이나 걸리는 게 보통이다.

자본과 토지도 고도로 전문화되어 있다. 토지를 보자면, 대도시와 따뜻한 대양 사이 기다란 모래사장 해변에 위치한 값진 토지가 있는가 하면, 프랑스나 샌프란시스코에서 귀한 포도주를 빚는 데 활용되는 포도밭도 있다. 또 심해 항만 주변에 위치하여 세계의 무역중심지로 쓰이는 토지가 있다.

자본 역시 고도로 전문화되어 있다. 가령 이 교과서를 저술하는 동안 내내 함께했던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보자. 이 소프트웨어는 개발하는 데 십 년 넘게 걸린 것이지만, 석유 정제 공정을 관리한다든가 커다란 수치 제어를 해결하는 일에는 아무런 쓸모도 없다. 가장 인상적인 전문화 사례 중 하나는 자동차에 들어가는 컴퓨터 칩이다. 작동을 제어해 자동차의 효율을 높이고 심지어 교통사고 자료를 기록하는 ‘블랙박스’ 역할까지 한다.

전문화가 초래하는 엄청난 효율 덕분에 오늘날 보듯 사람과 사람, 나라와 나라 사이에 복잡한 교환 네트워크가 형성된다. 우리들 가운데 완제품을 생산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고, 우리가 만드는 것은 우리가 소비하는 것들의 아주 작은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대학교 교수는 전체 교과 과정에서 작은 부분만을 가르치고, 어떤 사람은 주차요금통에서 동전을 수거하는 일을 하며, 또 어떤 사람은 초파리에서 유전자 물질을 분리하는 일을 한다. 이처럼 전문화된 노동의 대가로 소득을 벌고, 그 소득으로 세계 각지에서 들어오는 상품을 구매하게 된다.

교환을 통해 이득을 누린다(gains from trade)는 생각은 경제학이 제시하는 핵심적 통찰 중 하나다. 사람이든 나라든 특정한 분야에 전문화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하여 그들이 생산한 것을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과 자발적으로 교환한다. 일본은 자동차와 가전제품을 제조하는 데 특화하여 생산성이 엄청나게 높아졌다. 일본은 제조업 산출량의 큰 부분을 수출하고, 수출로 획득한 외화로 원자재 수입 대금을 지불한다. 반면, 자급자족(즉 소비할 물자의 대부분을 직접 생산하는) 전략에 매진했던 나라들은 정체의 길을 걸었다. 교환으로 모든 나라가 더 풍요로워질 수 있고, 모든 사람의 생활수준이 향상될 수 있다.

요약하면,
전문화와 교환은 높은 생활수준의 열쇠다. 사람들은 전문화를 통해서 좁은 전문 영역에서 높은 생산성을 달성할 수 있다. 그 다음, 자신의 전문화된 상품을 다른 사람들의 상품과 교환할 수 있다. 그럼으로써 소비의 범위와 질을 막대하게 높일 수 있어서 모든 사람의 생활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는 잠재력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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