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2월 6일 월요일

[스크랩][소병천 칼럼] 환경법 속에 나타나는 환경 윤리

자료: 중앙닷씨에이, http://www.joongang.ca/bbs/board.php?bo_table=g200t200&wr_id=1412

지은이: 소병천 교수(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환경윤리 특히 환경법에 표출되고 있는 사상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구 환경윤리가 중심이 되고 있다. 물론 비서구사회, 특히 동양의 환경윤리가 어느 환경윤리보다 친환경적임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현대적 의미의 환경법은 환경 위기를 먼저 경험한 서구사회에서 발전하여 왔으며,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대부분의 개도국이 이를 모델로 자국의 환경법을 발전시켜 왔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현재 환경법 속에서의 환경윤리는 서구적인 것일 수밖에 없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본 글은 서구의 환경윤리 중 일부는 동양의 그것과 유사한 내용을 담고 있음을 밝히며 동양의 환경윤리를 발전적으로 법 분야에서 담아내는 노력이 필요함을 역설하고자 한다.

여러 고전을 비롯하여 많은 철학적 사상에서 자연 환경에 대한 단상이 표출된 경우는 많지만 본격적으로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고찰이 환경윤리, 환경사상, 또는 환경철학이라는 명칭 속에서 학술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근래의 일이다. 이러한 논의는 환경보호 운동을 이끈 많은 사람들의 사상적 기조 및 특징을 정리하고 이를 유사한 입장을 묶어 사조화하기도 하였다. 본 글에서는 그러한 사조를 보전주의, 보존주의, 근본생태주의 및 기타 다른 흐름을 중심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본 글에서 보전주의, 보존주의라는 용어는 보전주의자(Conservationist), 보존주의자(Preservationist)들의 자연과 인간과의 관계에 대한 주장을 편의상 지칭하는 것이다.


기포드 핀쇼의 보전주의

소위 보전주의는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명제로 대표되는 공리주의에 입각하고 있다. 공리주의는 산업혁명으로 인해 발생한 극도의 빈부격차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하여 공리, 즉 공공의 이익, 사회 전체의 이익을 강조하고 있다. 보전주의자들은 환경과 관련 공공의 범주를 정하는 데 있어 현 사회를 구성하는 구성원에서 벗어나 다음 세대까지를 포함하여 그들의 이익까지 고려할 것을 주장하였다. 즉, 자연의 혜택을 현 세대만 누릴 것이 아니라 다음 세대도 현 세대와 동일하게 누리기 위해서 자연을 보호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현 세대의 자연의 이용은 다음 세대의 이익을 고려하여 충분한 계획과 합리적인 검토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대표적 보전주의자인 기포드 핀쇼(Gifford Pinchot)는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s)의 공리주의에 의거 산림관리(forest management)를 주장하였다. 그에 의하면 산림의 방치는 오직 산림이용에 관심 있는 소수 자본가에게만 이익을 가져다 줄 뿐이기 때문에 정부는 공익을 대변하여 산림을 관리하여야 한다. 즉, 한 행위가 최대 다수에게 최대 행복과 이익을 가져다 줄 때 도덕적으로 옳다는 공리주의에 의거하여 광활한 숲은 최장 시간에 걸쳐 최대 다수의 사람들에게 최대 이익과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향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당시 대통령인 시어도어 루스벨트(제26대 대통령)는 그의 주장에 공감, 그를 미국 초대 산림청장에 임명하여 미국 산림 보존의 이념과 기틀을 잡도록 한다.

보전주의에 따른 자연 보호의 주된 이유는 다음 세대를 포함한 인간을 위하여 천연자원의 경제적 효용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그 결과 지속적 소비를 충족하기 위한 다목적 경영관리(multiple use management), 지속적 생산 경영(sustainable yield management)이라는 정책구현을 추구하게 된다. 이처럼 보전주의는 천연자원의 개발과 관련하여 계획적인 개발을 통해 지속 가능한 개발을 구현하는 입법에 반영되었다. 1960년 미국 다목적ㆍ지속적 생산법(Multiple Use Sustained-Yield Act) 및 1975년 국립산림경영법(National Forest Management Act) 등은 이러한 입장이 반영된 대표적 법률이다.

보전주의는 지속가능한 개발(Sustainable Development)이라는 명제 하에 개발행위에 있어 ‘계획과 사전검토’라는 현대 환경법의 기본 골격인 사전예방 원칙을 환경법의 기본 원칙으로 수립하는 데 공헌하였다. 보전주의는 대부분의 환경행정법에 표출되고 있으며 환경법의 기본적 사조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보전주의는 비록 다음 세대의 고려라는 당시 시대 상황에 있어서 앞선 개념을 등장시켰으나 기본적으로 자연을 자원으로만 간주, 이를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하여야 한다는 경제적인 관점에서 접근하였다. 이는 다음에서 논의하는 소위 보존주의가 자연의 경제적 가치 외에 다른 가치 차원에서 자연을 보호하여야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죤 뮤어의 보존주의

현대 환경운동의 기본적 사조를 이루는 보존주의는 자연의 가치를 경제적 자원의 가치로 한하지 않고 자연의 본질적 가치를 추구하며 이를 보호하려는 입장이다. 보전주의자들이 산림을 단순히 인간의 생활에서 사용되는 재화로서의 목재 또는 펄프 등의 용도만을 고려하는 데 반해 보존주의의 입장에서는 경제적 가치 외에 다른 가치에 관심을 두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 보존주의자 (preservationist)이자 시에라 클럽(Sierra Club)의 설립자인 죤 뮤어(John Muir)는 자연을 보호하여야 하는 이유에 대해 인간의 이용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연 고유의 가치(intrinsic value)를 보호함에 있다고 하였다.

이러한 자연의 비경제적 가치에 대한 강조는 많은 고전에서도 등장한다. 미국의 사상가 랄프 에머슨(Ralph Waldo Emerson)은 그의 저서, <자연 Nature>에서 인간에게 있어 자연의 효용 가치를 실용(commodity)•미(beauty)•언어(language)•가르침(discipline)으로 구분, 자연과의 접촉을 통해 인간은 철학적인 깨우침을 얻을 수 있음을 강조하였다. 헨리 소로우(Henry David Thoreau) 역시 <월든 호수 Walden : 부제 ‘숲에서의 삶’) 및 <산책 Walking>이라는 글 등을 통해 자연 속에서의 성찰을 노래하며 토지의 최고 가치는 누구의 소유 대상도 될 수 없는 경관(landscape)이라고 하였는데 이러한 사상은 보존주의와 철학적 궤를 같이하고 있다 할 수 있다.

알도 레오폴드(Aldo Leopold)는 땅의 윤리(Land Ethics)라는 주제로 자연의 본질적 가치 보호를 강조하였다. 그는 자연과의 관계에 있어 인간이 지켜야 할 윤리규범이 있음을 제창함으로써 환경윤리 논의의 촉발을 가져온 장본인이다. 땅의 윤리의 핵심은 공동체라는 개념이다. 즉, 개인은 사회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존재할 수 있으며 해당 공동체 내에서 요구되는 윤리와 의무를 준수하여야 하듯이 생태계 속에서 자연이라는 존재와 공동체를 구성하고 있는 인간은 건강한 자연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인간의 지위를 기존의 만유의 영장에서 자연의 한 구성원으로 변경하는 것이며 동시에 보전주의의 인간 공동체에 국한된 공동체의 범주를 자연으로 확대한 것이다.

알도 레오포드에 따르면 인간과 자연이 함께하는 확대된 공동체에서 인간이 준수하여야 할 규범은 바로 자연의 본질적 가치를 훼손하지 않고 자연과 공존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인간의 유용성과 직접적 관련 없이 자연의 가치 또는 생태계의 근본적 기능을 보호하고자 하는 법률이 등장하였다. 1964년 미국의 미개지법(Wilderness Act)은 미국 내 남아 있는 미개척지를 야생지역으로 보존하고자 제정된 법률이다. 그러나 자연 자체를 위한 입법으로 미국 내에서 가장 많이 논의되는 법률은 1973년 멸종위기종보호법(Endangered Species Act)이다. 역사학자 로더릭 내쉬(Roderick F. Nash)는 이 법이 인간의 건강보호와 삶의 질과의 관련성이 가장 적다는 점에서 기존의 환경법과 다른 특성을 가지며 이러한 차원에서 동법은 환경윤리와 관련하여 미국인의 가장 강력한 법적 표현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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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병천 교수=미국 American University와 Tulane University의 law school에서 국제법 및 환경법 석사학위를 취득 후 Pace University law school에서 국제환경법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이후 미국 뉴욕주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다 2004년부터 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서 국제법 및 환경법을 강의하고 있다. 현재 UBC 법대 방문학자로서 미국과 캐나다 서부 지역의 온실가스배출권 거래시장 제도설계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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