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6월 16일 화요일

13장. 투자 경주의 승률 계산: 주식과 채권 수익률 이해와 예측

과거를 똑바로 알고 있는 사람은 그리 침통해 하지도 않으며 현재를 비관하지도 않는다. ‥‥토마스 B. 매콜리Thomas Babington Macaulay, 《영국사History of England》

자, 이제 금융시장에서 고수가 되는 방법을 배우는 장에 왔다. 물론 이 장을 공부해도 앞으로 몇 달이나 몇 년 동안 시장이 어디로 갈지 예측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누구라도 그렇다. 하지만 이기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확률을 높일 수는 있다. 투자가치를 높이는 제일 중요한 두 요소인 주식과 채권은 언제나 우리가 손댈 수 없을 만큼 시세가 심하게 출렁거린다. 그렇더라도 내가 제시하는 일반적인 방법론을 쓴다면, 현실적인 장기 수익률 예측과 우리의 재정적 필요에 맞는 투자 프로그램 설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13.1. 주식과 채권의 수익률을 결정하는 요인은 무엇인가?

아주 긴 장기간의 주식 수익률은 두 가지 결정적인 요인에 의해 좌우된다. 하나는 매수 시점의 배당 수익률이 얼마인가이고, 다른 하나는 미래에 이익과 배당이 얼마나 성장하는가이다. 원론적으로, 주식을 영구 보유한다면 그 주식의 가치는 미래에 투자자가 받을 각각의 배당을 “할인”해서 “현재가치”로 환산한 값이다. 여기서 “할인한다”는 것은 내일 받을 1 달러가 오늘 손에 쥔 1 달러만 못하다는 사실을 반영하는 것임을 상기하자. 주식을 사는 사람은 앞으로 받을 배당이 계속 불어나기를 바라면서 그 기업의 소유 지분을 매입하는 것이다. 회사가 오늘 지급할 배당을 줄이고 이익의 대부분(심지어 전부)을 유보해 사업에 재투자할 수도 있다. 그래도 투자자들은 이익의 재투자를 통해 앞으로 더 많은 배당을 받게 되거나, 회사가 늘어난 이익으로 자사주를 매입 소각해서 주식 가치를 높여줄 거라고 암묵적으로 가정한다.

주가가 이러한 배당 흐름을 할인한 현재가치(혹은 자사주 매입 소각으로 주주들에게 돌아갈 금전적 가치)라는 관계로부터 개별 주식이나 전체 시장의 장기 총수익률을 나타내는 간단한 공식을 구할 수 있다.

장기 주식 수익률 = 매수 시점의 배당 수익률 + 성장률

1926년부터 2006년까지 장기간을 대상으로 실제 통계를 예로 들어 보자. 이 기간에 주식의 연평균 수익률은 대략 10.4 퍼센트였다. 1926년 1월 1일 현재, 주식시장 전체의 배당 수익률은 5 퍼센트를 약간 웃도는 수준이었다. 이 기간에 이익과 배당의 연평균 성장률도 5 퍼센트를 약간 웃돌았다. 즉 위 공식대로 매수 시점의 배당 수익률과 성장률을 더해 보면, 실제 수익률 10.4 퍼센트와 아주 근사한 값이 나온다.

1 년이나 몇 년에 불과한 단기에는 수익률 결정에 또 하나의 요인이 끼어든다. 단기적으로는 주가를 배당이나 이익의 몇 배로 쳐주는가 하는 시장의 평가 방식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주가와 배당의 비율(즉 배당 수익률의 역수)이나 주가수익비율(PER)의 변동을 제3의 요인으로 고려해야 한다. (보통 배당 수익률은 보다 널리 쓰이는 PER과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배당 수익률과 PER은 해에 따라 변동이 심하다. 즉 2000년 3월 초처럼 시장이 대단히 낙관적일 때는 PER이 30이 넘은 수준에서 주식이 거래된다. 이때 주가는 배당의 80배가 넘었다. 1982년처럼 대단히 비관적일 때는 PER이 8에 불과한 수준에서 주식이 거래됐고, 주가가 배당의 겨우 17배였다. 이렇게 주식 값을 매겨주는 비율들은 이자율의 영향도 크게 받는다. 보통 이자율이 낮을 때는, 투자자들의 돈을 놓고 주식과 경쟁하는 채권의 매력이 떨어진다. 따라서 주식의 배당 수익률도 같이 낮아지고, PER이 높은 수준에서 주가가 형성된다. 이자율이 높을 때는, 주식이 채권과 경쟁하려면 배당 수익률이 높아져야 하기 때문에, PER이 낮은 수준에서 주가가 형성된다. 최근 주식이 최악이었던 시기는 주식 수익률이 연 5.5 퍼센트로 떨어졌던 1968년에서 1982년 사이였다. 이 기간 초기에 주식은 배당 수익률 3 퍼센트 수준에서 거래됐고, 이익과 배당의 성장률은 장기 평균 수준을 약간 웃도는 연 6 퍼센트였다. PER(과 배당 수익률)이 변하지 않았다면, 주식 수익률은 연 9 퍼센트가 됐을 것이다(3% + 6% = 9%). 즉 매년 6 퍼센트로 늘어나는 배당이 그대로 6 퍼센트의 주가 상승으로 반영됐을 것이다. 그러나 배당 수익률이 크게 상승해서(즉 PER이 크게 낮아져서) 연평균 수익률은 3.5 퍼센트 포인트만큼 줄어든 것이다(9% - 3.5% = 5.5%).

배당이 예전처럼 지금도 적합한 변수인지 의문시하는 분석가들이 많다. 즉 이들은 기업이 선호하는 이익 분배 방식이 배당 지급에서 자사주 매입으로 바뀌어가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세금 문제에서 자사주 매입이 주주들에게 더 유리하는 점이다. 즉 당기 배당소득에 붙는 세율에 비해 장기 자본이득에 붙는 세율이 훨씬 낮다는 점이다. 회사가 자사주를 매입하게 되면 발행주식수가 줄어들어서 주당 순이익이 높아지기 마련이고, 주가도 이에 따라 올라가는 게 보통이다. 결국 자사주 매입은 ... (중략)... 따라서 경영진이 배당 증가보다 자사주 매입이 주주 이익에 유리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두 번째 이유는 자사주 매입이 경영진에게도 이익이 된다는 점이다. 경영진이 받는 보수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stock option)은 기업이익과 주가가 상승해야 가치를 발휘한다. 이를 위한 손쉬운 방법이 자사주 매입이다. 주가가 크게 오르면 스톡옵션의 가치도 오르기 때문에 경영진은 큰 혜택을 누리게 된다. 반면, 배당은 현재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주주들 주머니로 들어갈 뿐이다. 194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이익과 배당은 거의 같은 속도로 성장했다. 그러나 1980년대와 1990년대에는 이익이 배당보다 빠르게 성장했다. 아주 장기간으로 보면, 이익과 배당은 대개 같은 속도로 성장한다. 이후로는 이해하기 쉽도록 이익 성장률을 기준으로 논의를 풀어가겠다. 채권의 장기 수익률은 주식보다 계산하기 쉽다. (중략....)

채권을 만기까지 보유하지 않게 되면 수익률 추정이 아주 복잡해진다. 이때는 이자율(즉 채권 유통수익률) 변동이 보유기간 중에 발생하는 순수익을 결정하는 주된 요인이 된다. 이자율이 상승하면, 유통 중인 채권은 높은 금리로 발행되는 신규 채권과 경쟁해야하므로 채권 가격이 떨어진다. 반대로 이자율이 하락하면, 채권 가격은 올라간다. 명심해야할 원리는, 만기까지 보유하지 않는 투자자들은 이자율이 상승할수록 손실을 보게 되고, 이자율이 하락할수록 이득을 보게 된다는 점이다.

금융상품 투자에서 인플레이션은 투자의 성패를 뒤집을 수 있는 복병이다. 인플레이션율 상승은 채권시장에 명백한 악재다. 왜 그런지 보기 위해, 인플레이션이 없고 유통수익률 5 퍼센트로 채권이 거래된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채권 투자자의 실질(인플레이션 공제 후) 수익률도 5 퍼센트가 된다. 이제 인플레이션율이 제로에서 연 5 퍼센트로 상승한다고 치자. 투자자가 계속 5 퍼센트의 실질 수익률을 요구한다면, 채권 유통수익률이 10 퍼센트로 상승해야 한다. 그래야만 투자자가 인플레이션 공제 후 5 퍼센트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채권 유통수익률이 올라가면 채권가격이 떨어지기 때문에, 이전에 5 퍼센트 이자율로 장기 채권을 매수한 투자자들은 큰 자본손실을 입게 된다. 12장에서 소개한 물가연동국채를 보유하는 투자자들을 빼면, 인플레이션은 채권 투자자에게 치명적인 적이다.

원론적으로, 주식은 인플레이션의 피해를 방어하게 되어 있어서, 인플레이션율이 높아져도 손실을 볼 게 없다. 적어도 이론적으로 볼 때, 인플레이션율이 1 퍼센트 포인트 더 높아진다고 하면, 모든 물가가 1 퍼센트씩 높아진다는 이야기다. 즉 공장과 설비, 재고를 포함해 각각의 가격이 1 퍼센트만큼 높아지기 때문에, 이익과 배당의 성장률도 인플레이션율대로 올라가야 한다. 따라서 인플레이션율 상승으로 시장이 각종 자산에 요구하는 수익률이 오르더라도, 주식의 배당 수익률(및 주가수익비율)은 달리 바뀔 필요가 없다. 바로 인플레이션율이 높아진다고 예상되면, 기대하는 성장률도 그에 맞추어 높아지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이렇게 되는지 지금부터 살펴보기로 하자.


출처: 다음 자료의 일부를 발췌. "Chapter 13. Handicapping the Financial Race: A Primer in Understanding and Projecting Returns from Stocks and Bonds,", 버튼 맬킬Buton. G. Malkiel, 시장 변화를 이기는 투자: 랜덤워크 A Random Walk Down Wall Street. 9th edition,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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