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월간 예술의 전당, http://www.sac.or.kr/magazine/s_m_view.jsp?mag_id=2218
연주자가 원하는 음색은 정말 다양해서 연주장에 연주용 피아노가 한두 대밖에 없는 경우, 조율사도 작업하기가 어렵지만 피아노가 이를 감당하지 못해 피아노의 수명이 짧아진다. 음색이 너무 뾰족하다 하여 니들링(바늘로 해머를 찌름)하면 다음 연주자는 너무 둔한 소리다 하여 해머를 깎거나 경화제를 칠한다. 또 다음 연주자는 너무 째는 소리가 난다 하여 다시 찌르게 된다. 찌르고 깎고 찌르고 깎고 하다보면 피아노 해머의 수명은 짧아질 수밖에 없다. 조율사도 어렵지만 피아노도 반복되는 수난에 고통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또 어떤 연주자는 건반에 기름기가 있어 미끄러진다 하며 알코올솜으로 건반을 닦기도 하고 다른 연주자는 손가락 옮기기가 어렵다며 살짝만 닦기를 원한다. 그것 뿐이겠는가. 세계적인 연주가 중에는 의자의 높이까지도 조정해주기를 바라는 사람도 있다고 들었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5mm 높이까지 감지하는 연주자도 있다고 한다. 의자에서 잡음이 나서는 절대 안되고 의자의 길이(넓이)도 조정을 요구하는 연주자가 있으며, 연주장 바닥이 고르지 않아 기우뚱거리는 것을 막기 위해 의자 다리 밑에 나사로 조절하게 만든 특수의자도 있다. 의자에 씌우는 가죽은 천연가죽 사용이 필수 조건인데, 비닐계통의 레자 의자에 장시간 앉아 연주하다 보면 감촉도 나쁘고 바지나 드레스가 땀에 젖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연주자는 반짝반짝 광택나는 건반 뚜껑에 타건하는 손가락이 비춰져 어지럽다고 하는데, 그런 연주자는 미제 스타인웨이 피아노로 연주해야한다. 최종적으로 폐달의 유격도 다양하여 연주자의 요구대로 조정해야 한다. 세계적인 명 연주자의 내한공연이 있으면 며칠 전부터 필자 나름대로 그 연주자를 분석하여 터치, 음색을 손봐놓고 연주자가 내한하여 직접 시연해본 후, 연주자가 피아노를 선택하여 이것저것을 요구하면 그 성미에 맞게 몇 가지를 더 추가해서 조정 정음을 해야한다. 따라서 무대 뒤에서 조율사의 노력은 좋은 연주를 들려주려 애쓰는 연주자 못지 않은 것이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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