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4월 20일 월요일

[책] 숭고와 아름다움의 이념의 기원에 대한 철학적 탐구


에드먼드 버크 저, 김동훈 역| 마티 | 
원제 (A)Philosophical Enquiry into the Origin of Our Ideas of the Sublime and Beautiful
한국어판 발행일: 2006년 07월 10일

책소개: 
오늘날 우리는 이른바 '숭고의 유행'을 목격하고 있다. 현대인들은 이제 뭉크의 절규하는 사람들이 보여주는 불안하고 고통스러운 모습, 프란시스 베이컨이 그려낸 푸줏간에 걸린 듯이 보이는 인간의 머리, 말레비치처럼 캔버스를 온통 검은 색으로 칠해버린 '예술의 자살행위'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사람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면서도 무언가 묘한 감동을 주는 작품들 앞에 서 있다. 현대의 대중문화, 특히 '컬트'라는 이름이 붙는 문화 현상들은 진정한 숭고와 키치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다.

저 : 에드먼드 버크
버크는 1729년 1월 12일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태어나, 더블린의 트리니티 칼리지에서 수학했다. 1750년 런던으로 옮겨온 버크는 1765년 의회 내의 자유주의자를 중심으로 한 휘그당의 지도자 로킹엄의 비서로 정계에 진출하였으며, 1966년 하원의원이 되었다. 버크는 영국왕 조지 3세의 독재와 미국 식민지에 대한 과세에 반대하고 미국 혁명을 지원했지만 동시에 프랑스 혁명에 강력히 반발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역 : 김동훈
번역서로 <숭고와 아름다움의 이념의 기원에 대한 철학적 탐구(A Philosophical Enquiry into the Origin of Our Ideas of the Sublime and Beautiful)>가 있다.

출판사 서평: 

숭고와 아름다움 1 
숭고란 단어는 최근 인문학과 예술론에서 가장 빈번하게 언급되는 단어·개념 가운데 하나다. 그렇지만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아름다움’에 비해 숭고의 의미는 쉽게 와닿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우리말에서는 흔히 ‘숭고한 죽음’ ‘숭고한 희생’ ‘조국영령의 숭고한 뜻’ 등에서 볼 수 있듯이 숭고는 미학적이라기보다는 윤리적·도덕적 의미를 강하게 띈다. 또 숭고는 그동안 잊혀져 있다가 포스트모더니즘(리오타르의 『칸트의 숭고미에 대하여』가 가장 대표적인 예)에 새롭게 발견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서양어 sublime의 번역어 ‘숭고’는 ‘아름다움’과 함께 좁게는 고대 그리스 이래 서양의 미학과 예술론, 넓게는 감성론에서 으뜸가는 주제였다. 

숭고와 아름다움 2 
서양의 미학은 숭고와 아름다움이 전부라고 할 만큼, 이 두 개념의 중요성은 비할 바 없이 크다. 호메로스와 플라톤에서 칸트와 헤겔에 이르기까지 숭고와 아름다움이 자연과 예술을 접할 때 느끼게 되는 정서의 두 국면이라는 데에는 모두가 동의한다. 서로 양립할 수 없을 것 같은 여러 이론과 학설은 단지 이 두 정서의 기원이 어디에 있는지, 숭고와 아름다움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이 어떠한지를 놓고 다툴 뿐이다. 

가장 간단히 말해 아름다움은 인간 인식의 범위 안에서 발견할 수 있는 조화, 비례, 균형 등의 문제이고, 숭고는 인간의 인식능력으로는 가늠할 수 없는 크기와 위력에 관한 문제이다. 숭고는 모든 법칙과 한계를 넘어선 곳에 존재하며, 인간 이성의 좁은 포용력을 비웃는다. 따라서 기존의 미적 기준과 의미를 전복하고 극복하는 데에서 자신의 존재 의미를 찾는 최근의 예술이 숭고를 쉼 없이 탐하는 것은 전혀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마침 삼성 리움미술관에서는 현재 ‘마크 로스코: 숭고의 미학’전을 전시중이다). 그 중요성만큼 숭고의 논의는 언제나 잠재적으로나마 있어왔지만 숭고가 개념적·철학적으로 정립되는 때는 ‘아름다움’의 기준과 가치가 의심되던 시기였던 것이다. 
  • 그리스의 고전 미학이 와해된 고대말기인 1세기에 롱기누스(Longinus)에 의해 처음 숭고가 철학적으로 정의되었을 뿐만 아니라, 
  • 근대에 숭고가 재평가 받은 시기도 르네상스 이래 지탱되어 온 미학적 인본주의가 의심의 대상이 된 프랑스혁명기 전후였던 것이다. 
이런 역사적 문맥에서 포스트모더니즘, 후기자본주의 시대라 불리는 지금이야말로 숭고의 시대인 것이다. 

에드먼드 버크의 『숭고와 아름다움의 이념의 기원에 대한 철학적 탐구』 

버크의 『숭고와 아름다움의 이념의 기원에 대한 철학적 탐구』(이하 『탐구』)는 숭고와 아름다움에 관한 근대적 이해에서 하나의 분수령을 이룬 저서이다. 
  •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이 데이비드 흄의 영향을 받았다면 
  • 『판단력비판』은 버크의 『탐구』의 영향 아래 있다. 아름다움과 숭고에 대한 경험론적·심리학적 설명을 시도한 책 중에서 가장 탁월한 것이라고 한 칸트의 평은 이 책의 중요성을 잘 설명해준다. 
우리는 한 송이 장미꽃에서도 즐거움을 느끼지만 대양의 파도와 험준한 산을 보고도 즐거움을 체험한다. 하지만 이 두 감정과 정서는 동일한 것인가 하는 것이 버크의 물음이다. 물론 이 물음은 미켈란젤로의 완벽한 인체에서 느끼는 정서가 프랜시스 베이컨의 일그러진 신체에서 느끼는 감정과 어떻게 같고 다른지에 관한 물음으로 번역될 수 있다. 

이 책이 갖는 중요성은 무엇보다 아름다움의 하위 개념으로 간주되어온 숭고를 떼어내어 독립적인 미학적 고찰 대상으로 삼고 이 둘 사이의 차이를 면밀히 분석하고 체계적으로 논구했다는 점이다. 이는 칸트에 직접적으로 이어져 근대 미학의 체계로 굳건히 자리잡는다

또 『탐구』는 경험론적 전통에서 사유함이 무엇인지를 여지없이 보여준다. 로크와 베이컨 등 경험론자들의 저술이 여러 권 번역되어 있지만 『탐구』만큼 경험론적 서술방식이 명확히 드러난 책도 찾기 힘들 정도이다. 
  • 버크는 아름다움과 숭고를 대상의 성질에서 찾지 않는다. 즉 대상에 내속하는 성질이 아니라 그것을 경험하는 이의 심리적 상태에서 숭고와 아름다움의 기원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이 역시 칸트의 선험론적 미학에 크게 영향을 주었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버크가 채택한 방식은 당연히 수많은 사례들이다. 버크는 이른바 귀납적 방법을 통해 자신의 주장을 개진해 나간다. 따라서 흔히 구분 없이 사용하는 우리 정서에 대한 미세한 구분이 필수적이다. 예를 들어, 버크는 즐거움에 해당하는 pleasure, joy, delight를, 감정에 해당하는 emotion, passion, feeling을 구분한다. 이 미세한 뉘앙스를 최대한으로 우리말로 살린 옮긴이의 번역은 버크 미학 연구의 새로운 기준을 마련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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