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2월 20일 금요일

행위에 대한 이해: 규범성과 행위자의 관점


김 재 권, 브라운 대학 철학과

※ 메모: 

행위(agency)와 행위 설명(action explanation)에 관한 철학적 논의에서 행위자의 관점을 중요한 
것으로 언급하는 것을 자주 보게 된다. 예를 들어, 도날드 데이빗슨(Donald Davidson)은 그의 영향력 있는 논문 “Actions, Reasons, and Causes”의 첫 페이지에서부터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이유가 행위를 합리화하기 위해서는, 그 이유가 우리로 하여금 행
위자가 그의 행위에서 보았거나 보았다고 생각한 어떤 것을 보도록
해야 한다 ― 즉, 행위자가 원했다든지, 욕구했다든지, 높이 평가했다
든지, 소중히 여겼다든지, 도리에 맞는 것으로 여겼다든지, 이로운 것
으로 여겼다든지, 의무적인 것으로 여겼다든지, 마음에 드는 것으로
여겼다든지 하는, 행위의 특성이나 결과, 측면을 보도록 해야 한다.1) 

1) Donald Davidson, “Actions, Reasons, and Causes,” in Essays on Actions
and Events (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1970). 인용문은 p. 3에 나온
것이며, 강조는 첨가된 것이다. 이 논문이 처음 출간된 것은 1963년이다.

데이빗슨은 왜 행위자가 그가 한 행위를 했는지를 이해하기 위해서 는, 우리가 행위자의 관점을 취하여 그가 “보았던” 것들을 “보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행위자의 관점은 일차적이고 중심적이 며, 우리가 행위자의 행위를 합리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행위자의 관점의 내용에 도달해야 한다. 

일인칭적 관점을 진지하게 다룬 또 한 명의 철학자로 우리는 토마스 네이글(Thomas Nagel)을 들 수 있다. 그는 그의 책 The View from Nowhere에서 행위자의 “내적(internal)” 관점에 대해 이렇게 말 한다.

내적으로는, 우리가 행위할 때 대안적인 가능성들이 우리 앞에 열
려있는 것 같다. 가령, 오른쪽으로 돌지 왼쪽으로 돌지, 이 요리를 주
문할지 저 요리를 주문할지, 이 후보에 투표할지 저 후보에 투표할지
― 그리고 이 가능성들 중 하나가 우리의 행위에 의해서 현실화된
다.2)

그러나 삼인칭적, “외적(outer)” 관점 역시 존재하는데, 네이글은 이에 대해 이렇게 쓰고 있다.

… 내적 관점으로부터 볼 때 열려 있는 것 같은 많은 대안들이, 우
리가 외적 관점을 취할 수 있다 해도, 이 외적 관점으로부터는 닫혀
있을 가능성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그 대안들 중 몇몇이 열려 있다
하더라고, 행위자의 조건이나 행위의 환경이 완전하게 명시되면, 어떻
게 행위자가 결과에 기여할 그 이상의 어떤 것 ― 행위자가 단순히
그 결과가 일어나는 장소로서가 아니라 그 결과의 원천으로서 기여할
수 있는 것 ― 이 남아 있을 수 있는지가 분명치 않다. 행위자에 관한
모든 것이 주어졌는데도 그 대안들이 열려있다면, 행위자가 그 결과
와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3)

네이글은 외적(external), 삼인칭적 관점으로부터는 행위와 행위자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광경을 바라보는 순수한 방관자(spectator)에게는 단지 팔다리가 이쪽 저쪽으로 움직이 는 것과 같은 사건만이 있을 뿐, 행위자나 행위는 없다.

행위에 관한 의도적 설명(intentional explanations), 즉 행위자의 이유에 의한 행위의 설명에 대해 네이글이 다음과 같이 말한다는 것 역시 흥미롭다.

자유로운 행위는 선행하는 조건에 의해 결정되어서는 안 되며, 오
직 의도적(intentionally)으로만, 즉 정당화하는(justifying) 이유와 목적
에 의해서만 완전히 설명되어야 한다.4)

2) The View from Nowhere (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1986), p. 113.
3) The View from Nowhere, pp. 113-4.
4) The View from Nowhere, p. 115. 강조는 첨가된 것이다.


이 인용문에서 흥미로운 것은 다음과 같은 사실이다. 즉 네이글의 입장에 따르면, 행위는 오직 “정당화하는 이유와 목적”에 의해서만 설명 ― “완전하게” 설명 ― 된다는 것이다. 어떤 행위를 정당화하는 규범적 이유가 그 행위를 또한 설명한다. 정당화하는 이유는 행위―우리의 행위든 다른 사람의 행위든 ― 에 대한 우리의 이해의 토대가 되고, 그 행위를 합리적으로 이해가능하게 한다. 이것이 바로 내가 이 논문의 뒷부분에서 발전시키고 이해시키고자 하는 행위 설명에 대한 접근이다.

행위 이론(action theory), 규범 윤리학(normative ethics), 도덕 심리학(moral psychology) 분야에서 이들 및 다른 철학자들의 저술을 보면 다음과 같은 대립되는 관점들의 세 가지 쌍들이 자주, 어떤 경우에는 아주 두드러지게, 언급되곤 한다.

행위자의 관점 vs. 방관자(spectator)의 관점
일인칭적(주관적, 내적) 관점 vs. 삼인칭적(객관적, 외적) 관점
규범적(평가적) 관점 vs. 비규범적(기술적, 이론적) 관점

이러한 구분들을 짓는 대부분의 철학자들에 따르면, 이러한 관점들 중 어떤 하나를 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것으로 여겨진다. 내가 이 논문에서 하기 원하는 한 가지는 이러한 세 가지 이분법들 사이의 상관관계를 더욱 명확히 하는 것이다. 별다른 논의 없이 흔히 가정되기로는, 행위자의 관점은 일인칭적 관점이고, 규범성은 일인칭적 관점을 요구하며, 행위에 관한 합리적/의도적 설명은 오직 일인칭적 관점 안에서만 진행될 수 있다고 한다. 이 모든 주장들이 참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주장들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이것들이(만약 참이라면) 왜 참인지를 아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다. 행위자의 관점이 반드시 규범적이라면, 그리고 그의 결정이나 행위를 이해함에 있어서 행위자의 관점을 취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면, 규범성이 행위자나 행위를 이해하는, 또는 이해해야 하는 방식과 중요한 연관을 갖는다고 기대하는 것이 자연스러울 것이다. 우리는 규범성이 행위에 대한 이해와 정확히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에 대해 알기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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