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7월 26일 토요일

[발췌: 권오상, 파생금융 사용설명서] 3-3 금융 연금술사들이 만들어내는 구조화금융

출처: 《파생금융 사용설명서》, 권오상 지음. 부키 펴냄. 2013년. 112~125쪽.

제3장 다양한 파생금융의 형태 > 제3절 금융 연금술사들이 만들어내는 구조화금융

※ 발췌:

* * *

( ... ... ) 이러한 연금술의 전통을 현대 금융 시장에서 이어 가고 있는 분야가 있다. 바로 구조화금융(structured finance)이다. 쓰레기 같은 자산을 긁어모아 금이나 진배없는 최고 신용도의 AAA급 채권을 만들어 내니 말이다.

구조화금융은 사람마다 조금씩 다른 의미로 사용하고 있어 한마디로 정의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공통점을 추출해 보면 대략 2가지 특징이 발견된다. ① 특수목적법인(special purpose entity, SPE)[주]*이라고 하는 페이퍼 컴퍼니(paper company)[주]**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점과, ② 특수목적법인이 여러 종류의 자산을 취득해 그것을 담보로 새로운 금융 거래 혹은 파생금융 거래를 만든다는 점이다. 이러한 정의를 따르자면, 일반적으로는 구조화 금융과 별개의 것으로 취급하는 프로젝트금융(project finance)도 구조화금융의 부분 집합으로 볼 수 있다.
[주]* 'special purpose vehicle(SPV)'이라고도 하며, 우리나라 감독 당국은 'special purpose company(SPC)'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주]** 물리적인 실체가 없고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회사. 이러한 회사의 존재는 불법이 아니고 합법적이다.
200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부외 거래, 즉 특수목적법인과의 거래를 대차대조표상에 인식하지 않아도 되는 회계 규칙들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이를 악용한 사례가 적지 않았다. 대표적인 예가 엔론 사건이다. 미국 에너지 회사 엔론은 에너지 분야 파생 거래의 일인자였다. 자사의 손실을 감추기 위해 복잡한 형태의 다단계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해 꽤 오랫동안 숨겨 오다 결국 발각되어 부도 처리되었다. 이후 이러한 부외 거래 관련 회계 규칙이 많이 개정돼 현재는 모회사의 대차대조표에 기본적으로 다 인식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구조화금융의 두 번째 특징, 즉 여러 종류의 자산을 취득하 후 이를 담보로 새로운 금융 거래나 파생금융 거래를 만들어 내는 측면은 구조화금융의 종류를 구별하는 데 요긴하게 사용될 수 있다. 어떠한 자산이 담기는가, 어떠한 형태의 금융 거래나 파생금융 거래가 새로 만들어지는가에 따라 크게 프로젝트금융, 패스스루, 페이스루의 3가지로 분류가 가능하다.

3-3-1. 대규모 사업의 자금의 조달하는 프로젝트금융

원시적 형태의 프로젝트금융 기업은 그 기원이 고대 그리스·로마 시대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를테면 해상 항해를 위한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 프로젝트금융이었다. 그런데 자금을 빌려주더라도 배가 침몰한 경우 그 손실을 차주에게 물어낼 것을 요구할 수 없는 형태였다. 근대 최초의 대규모 프로젝트금융 사례로는 19세기 후반에 시작되어 20세기 초반까지 건립에 35년이 소요된 파나마 운하다. 그만큼 대규모 프로젝트여서 중간에 사업 주체가 프랑스에서 미국으로 바뀌기도 했다. 현대에 들어서는 1970~1980년대 북해 유정을 개발하는 사업에서 이 프로젝트금융 기업의 진가가 발휘된 바가 있다. ( ... )

프로젝트금융이나 보다 광의의 구조화금융에서 특수목적법인을 세워 파생금융 거래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새로운 파생금융 거래로 인해 야기되는 모든 결과, 특히 좋지 않은 결과들이 모회사로 넘어오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사업 규모다 어마어마한 해외 플랜트 사업이나 인프라 사업, 에너지 사업 등은 사업이 중도에 잘못될 가능성이 실로 상당하다. 이를 모회사 차원에서 직접 수행하다 사업이 실패로 돌아가면 모회사가 부도 위험으로 내몰리게 된다. 따라서 프로젝트 별로 별개의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하고 그 특수목적법인이 사업 주체가 되어 이끌어 나가는 형태로 하면, 모회사 입장에서 리스크를 통제할 수 있는 것이다. 또 그러한 대규모 프로젝트에 참가하는 다른 회사들(건설 회사나 금융 회사 등)이 모회사보다 특수목적법인과 거래하는 것을 선호하기도 한다. 모회사와 거래하면 본 프로젝트가 성공하더라도 다른 프로젝트의 실패로 인해 모회사가 부도날 가능성이 있지만 특수목적법인을 상대로 하면 이러한 위험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3-3-2. 패키징에 의해 만들어지는 패스스루

금융 회사가 취급하는 대출 중에는 개별적으로는 규모가 작지만 합쳐 놓으면 엄청난 규모가 되는 것들이 있다. 부동산 담보부 대출인 모기지 대출, 물건을 카드로 구입하고 할부로 갚아 나가는 신용카드 매출 채권, 대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학자금 대출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것들을 특수목적법인에 매각한 후 그 특수목적법인이 새로운 증권을 발행하는 형태의 구조화금융을 패스스루(pass-through)라고 한다. 여기서 패스스루라는 말은 '들어온 그대로 패스해 넘긴다'는 뜻이다.

패스스루는 사실 (그) 개념이 단순하다. 특수목적법인을 통해 금융 거래를 만들어 내지만 결국은 그 특수목적법인이 보유한 자잘한 자산들로부터 나오는 현금 흐름을 그대로 합쳐, 즉 패키징(packaging)해 다시 전달해 주는 것이 핵심이다. 일종한 단순한 바스켓 거래[주]*라고도 볼 수 있다. 개별적으로 그 규모가 작아 취급이 안 되는 대출을 한데 뭉쳐 거래가 될 만한 크기로 키우고, 그것을 증권 형태로 만들어 금융 시장에서 거래될 수 있도록 한 것읻. 시장에서 직접 거래하기가 쉽지 않은 대출을 쉽게 거래할 수 있는 증권 형태로 만들었다는 데 의미를 붕해 이 작업을 '증권화(securitization)' 혹은 '유동화'라고 불르기도 한다.

사실, 이 패스스루까지의 구조화금융은 아직 기본적인 수준의 구조화금융으로 크게 문제가 될 부분은 없다. 패스스루로 발행되는 증권의 건전성은 그 특수목적법인이 가진 담보 자산의 건전성에 선형적으로 연관되어 있어 아무런 복잡합도 개입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보자. 특수목적법인이 원금이 100만 원인 만기 1년의 신용카드 매출 채권 10개를 모아 1천만 원을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총 1천만 원 원금의 자산 유동화 증권(asset-backed security, ABS)을 발행했다고 가정하자. 논의의 편의를 위해 담보 자산인 10개의 신용카드 매출 채권들은 부도가 나지 않는다면 각각 그 이자로 8~17%의, 연 1%씩 증가하는 이자가 발생한다고 가정하자.

내가 투자자로 이 자산 유동화 증권을 50만 원어치 구입했다. 만약 만기까지 신용카드 매출 채권 10개 모두 부도가 발생하지 않으면, 나는 연 8~17%의 이자들의 산술 평균을 받게 되며, 그 값이 연 12.5%[주]*에  원금 50만 원을 곱한 6만 2500원을 만기에 이자로서 원금과 함께 받는다. 여기까지는 좋다.  그런데 만약 이 중 매출 채권 하나가 부도날 경우는 어떻게 될까? 만약 연 17%의 이자를 지급하기로 돼 있었던 매출 채권이 부도났다고 가정하면, 나는 원금의 10분의 1을 돌려받지 못하게 되고, 또 남은 10분의 9의 원금의 이자는 부도난 연 17%를 제외한 연 8~16%의 이자의 산술 평균을 받게 된다. 따라서 원금으로 돌려받는 것은 50만원의 90%인 45만 원, 이자는 연 8~16%까지의 산출 평균인 연 12%[주]**가 원금 45만 원에 적용된 5만 4천 원을 받게 되어, 총 50만 원을 투자해 45만 원과 5만 4천원을 합한 50만 4천 원을 만기에 상환받는다. 이처럼 전체 담보 자산에 벌어지는 일 그대로 그 비율에 맞춰 내가 매입한 패스스루 증권의 이자와 상환되는 원금이 결정된는 것이다.[주]***
[주]*
[주]**
[주]*** 물론 특수목적법인을 운영하는 투자은행 등에 지급해야 하는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특수목적법인으로 들어온 것보다는 조금 적은 금액이 유동화 증권에 지급된다.
이러한 패스스루는[,]
  • 주택 대출 담보부 증권(residential mortgage-backed security, RBMS), 상업용 부동산 대출 담보부 증권(commercial mortgage-backed security, CMBS), 신용카드 자산 유동화 증권, 학자금 자산 유동화 증권, 항공사 매출 채권 유동화 증권 등 실로 매우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 우리나라에서 기형적으로 많이 발행되는 ABCP(asset-backed commercial paper, 자산 담보부 기업 어음) 또한 이 패스스루 범주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CP(commercial paper, 기업 어음)는 원래 채권과 구별해 통산 1년 미만의 단기 자금 조달 수단으로서 취급되어야 한다. 그런데 현재 국내 관련 규정이 미비해 만기가 1년이 넘어가도 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만기가 5년, 7년에 달하기도 하는 기형적인 형태로 발행되기도 해 관련 규정의 정비가 필요하다. 재미있는 것은 국내 신용평가사들의 관점이다. 채권의 경우는 만기가 길어짐에 따라 그 부도 확률이 높아질 것으로 타당하게 평가하는 반면, 이 CP는 만기가 3개월이든 5년이든 동일한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3-3-3. 변제의 우선순위가 있는 페이스루

패스스루 형태의 금융 거래에 자신감이 붙자 새로운 형태의 거래가 시도되기 시작했다. 담보 자산에 발생되는 손실을 모든 투자자에게 균등하게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그 발행되는 증권마다 순위를 부여해 누가 먼저 손실을 입고 나중에 입을 것인지를 정해 발행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처럼 손실의 우선순위를 정해 증권을 발행하는 것이 새로운 일은 아니다. 기본적인 회사의 자금 조달 수단인 채권과 우선주, 보통주 역시 이러한 우선순위가 부여된 증권들이기 때문이다. 즉 채권이 다 변제될 때까지는 우선주와 보통주는 단 한 푼도 가져갈 수 없고, 그다음으로 우선주가 다 변제될 때까지는 보통주는 10원 한 장도 가져갈 수 없다. 이와 같이 변제의 우선순위 혹은 손실 부담의 우선순위를 정해 계층적으로 증권을 발행하는 것을 '트랜칭(tranching)'이라고 하며, 그 개별 계층의 증권들을 '트랜치(tranche)'라고 부른다. 이 단어는 프랑스어 '트랑슈(tranche)'에서 온 말로, '조각(slice)'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트랜칭에 의해 만들어진 구조화금융을 페이스루(pay-through)라고 한다. 특수목적법인이 그냥 '패스'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판단 혹은 정해진 규칙에 따라 선택적으로 지급('페이')한다는 데서 유래되었다.

이러한 페이스루 형태의 파생금융 거래를 총칭해 CXO라고 부를 수 있다. C는 collateralized, O는 obligation의 머리글자이고, 가운데 X 자리에는 여러 글자가 올 수 있다. 예를 들어, 가장 보편적인 채무(debt)를 담보화한다고 하면 CDO, 즉 부채 담보부 증권이 된다. 이 외에도 채권(bond), 모기지(mortgage), 은행 대출(loan) 등이 X 자리에 오면 각각 CBO, CMO, CLO가 된다.

반드시 그래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통상적으로 CXO의 트랜치는 크게 3가지로 분류된다.[:]
  • 가장 순위가 높은, 즉 손실을 제일 나중에 입게 되는 트랜치를 선순위 트랜치(senior tranche)라고 하고, 
  • 그다음 순위가 높은 트랜치를 메저닌 트랜치(mezzanine tranche)
  • 가장 먼저 손실을 입는 트랜치를 주식 트랜치(equity tranche) 혹은 후순위 트랜치(subordinate tranche)라고 부른다. 
여기서 발행되는 전체 트랜치의 합을 100이라고 할 때, 각 트랜치 별로 손실이 시작되는 비율과 손실이 종료되는 비율을 정의할 수 있다. 이를테면, 주식 트랜치의 경우, 담보 자산 풀에서 손실이 발생하자마자 그 손실을 무조건 흡수해야 한다. 그러다 주식 트랜치의 원금을 넘어서는 담보 자산의 풀에 손실이 발생하면 주식 트랜치는 원금이 완전히 망실된 상태가 된다. 여기서 각 트랜치의 손실이 개시되는 비율을 손실 개시점(attachment point)이라 하며, 그 트랜치의 손실이 종료되는 비율, 즉 그 트랜치가 아무런 잔존 가치가 없는 상태가 되는 비율을 손실 종료점(detachment point)이라 한다. 이 손실 개시점과 손실 종료점은 〔손실 개시점, 손실 종료점〕과 같은 형식으로 많이 나타낸다.

앞에서 나온 만기 1년의 100만 원 원금의 신용카드 매출 채권 10개를 가지고 한번 부채 담보부 증권을 만들어 보다. 주식 트랜치를 〔0%, 20%〕로 정하고, 메저닌 트랜치를 〔20%, 50%〕, 마지막으로 선순위 트랜치를 〔50%, 100%〕로 정의해 보자. 이 중 제일 위험한 것은 어느 트랜치일까? 말할 것도 없이 주식 트랜치가 제일 위험하다. 10개의 담보 채권 중에 하나라도 부도가 발생할 경우 다른 트랜치는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지만 이 주식 트랜치는 그 원금의 반이 그대로 날아가기 때문이다. 10개 중 2개의 담보 채권에 부도가 발생하면, 이 주식 트랜치는 100% 원금 손실을 입고 사라진다. 그다음 세 번째 담보 채권에 부도가 발생하면, 이번에는 메저닌 트랜치가 자신의 원금의 3분의 1을 잃게 된다. 이러한 과정으로 모든 담보 채권에 부도가 발생할 때까지 손실 전가가 이루어진다.

따라서 부도날 가능성이 제일 높아 리스크가 가장 큰 주식 트랜치는 가장 높은 이자를 지급해야 하며, 그다음이 메저닌 트랜치다. 상대적으로 제일 안전한 선순위 트랜치는 가장 낮은 이자를 지급해도 된다. 이 선순위 트랜치의 신용도가 앞에서 보았던 패스스루의 담보부 증권보다 높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앞의 패스스루의 담보부 증권은 10개 담보 자산 중 어느 하나라도 부도가 발생하면 약간일지언정 원금 손실을 입지만, 이 선순위 트랜치는 전체 담보 자산의 반이 날아갈 때까지 아무 손실을 입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신용도의 보강을 계산하려면, 각 자산의 부도 확률과 자산들 간의 상관 계수에 대한 가정이 필요하다. 이렇게 각 트랜치들의 부도 확률을 수학적인 모델에 의존해 계산하고 이를 바탕으로 신용평가사가 등급을 부여해 투자자들 사이에 유통될 수 있게 하는 것, 이것이 현 구조화금융의 작동 방식이다. 각 담보 자산 사이에 일반적으로 가정하는 것처럼 상관 관계가 약하다고 할 경우, 개별 자산 자체는 부도 확률이 매우 높다고 할지라도 이를 담보로 만들어 내는 선순위 트랜치의 신용 등급은 국가와 동일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국가보다 더 높은 신용도를 갖고 있다고 하는 이른바 슈퍼 시니어 트랜치(super senior tranche)[주]*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이야말로 금융의 연금술이라고 할 만하다!
[주]* 비공식적이기는 하지만 AAA보다 더 높은 신용도를 갖고 잇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 AAAA라고 표기하기도 한다. 이는 투자은행의 마케팅일 뿐 셀제 존재하는 등급은 아니다.
3-3-4. 신용 부도 스와프를 담보 자산으로 삼는 합성 CDO

이러한 페이스루 기법을 통해 기존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의 대차대조표에 자산으로 잡혀 있던 많은 채권이 유동화되었고, 나중에는 더 이상 유동화할 자산이 부족한 상황이 되었다. 이는 곧 실제로 존재하는 부채가 아닌 합성적인 부채, 즉 신용 부도 스와프 같은 것을 담보 자산으로 해 CDO를 발행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와 같은 원금의 초기 투자자가 필요하지 않은 파생금융 거래를 담보 자산으로 해 발행된 CDO를 합성(synthetic) CDO라 한다.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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