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웬만한 교과서나 해설서 들에서 모든 금융 시장의 현장에서 상식적인 용어로 쓰이는 ‘포지션’이라는 용어에 대해 명시적인 정의를 내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왜냐하면 다들 잘 알고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대체로 명확한 정의를 내리려고 (또 명확한 정의에 따라 용어를 사용하려고) 노력하지 않는 것이 우리가 사는 사회의 풍토이기도 하다.
그야 어쨌든, 적절한 정의를 다시 찾게 될 때가 많으니 두루 활용하기에 좋아 보이는 상식적 정의를 아래에 소개해 두면 여러모로 좋을 것 같다. 덩달아, 옵션의 상식적 의미를 전달하려고 노력하는 구절도 소개한다.
* * *
1.
“포지션이란 주식, 채권, 통화, 원자재 상품 등 어떤 금융 상품의 일정량을 어떤 가격에 사거나 팔겠다고 약속하는 것으로, 구속력이 따르는 거래 약정을 말한다.”
“positions: biding commitments to buy or sell a given amount of financial instruments such as shares, bonds, currencies or commodities, for a given price.”
─ Joris Luyendijk,
Swimming with Sharks, Chapter 3. p. 51.
번역서, 《상어와 헤엄치기》 ??쪽.
2.
“옵션은 두 당사자 중 한쪽이 사고 다른 쪽이 판다.[주]11 옵션을 사는 것은 내 선택권을 유효하게 유지하기 위해 돈을 지불하는 것과 같다. 즉, 어떤 행동을 할 권리를 사거나 어떤 행동을 중단할 권리를 사는 것이다. 옵션을 파는 것은 어떤 행동을 할 권리를 팔거나 어떤 행동을 중단할 권리를 파는 것이다.[역주] 이렇게 사고파는 옵션 중 콜옵션은 어떤 행동을 할 선택권이다. 풋옵션은 어떤 행동을 중단할 선택권이며, 따라서 면책 조항과 비슷하다. 그리고 옵션을 사고팔 때 지불하는 가격을 ‘프리미업’이라고 부른다.”
“Options are bought by one party and sold by another. Buying an option is akin to paying to keep one's choices open─either buying the right to do someting, or buying a right to stop doing something. To sell an option is to sell the right to do something, or to sell the right to stop doing somethng. A call option is an option to do something. A put option is an option to stop doing something, like an escape clause. The price for either option is called the ‘premium’.”[11]
[주]11. 옵션은 말 그대로 ‘사고팔’ 수 있는 유일한 파생상품이다. 옵션 계약 하나를 살 때 실제로 프리미엄을 지불하고 해당 옵션을 산다. 하지만 선물은 실제로 ‘살’ 수 있는 게 아니다. 경마 도박이 무얼 사고파는 게 아닌 것과 같다. 선물은 우리가 선물이라는 계약을 약정하는 것이다. 그래서 금융계 용어로 ‘선물은 산다’는 것은 미래에 무엇을 사겠다는 당사자의 약정을 가리킨다.
[역주] 이 부분의 표현에 대한 옮긴이의 질문에 대해 지은이가 보내준 답변을 남겨두는 것이 독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 이하 지은이의 답장을 번역한 것이다.
“내 책에서 꽤 많은 부분이─서문에서도 지적했듯이─기술적 의미에서 정확한 것은 아닙니다. 그러한 부분들 모두 완벽하게 정확한 기술이 아니라 기초적인 이해가 필요한 독자를 더 배려해서 구성된 것입니다. 어떤 전문가든 파생상품을 정확하게 설명하려고 하면, 듣는 사람들은 두뇌 회로의 스위치를 꺼버리기 쉽습니다. 그래서 결국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나는 의도적으로 금융시장의 내부자가 설명하는 방식과 달리 초보자에게 유용한 방식으로 묘사했습니다. 그 때문에 정확성은 느슨하더라도 ‘어떤 행동을 할 권리(right to do something)’와 ‘어떤 행동을 중단할 권리(right to stop doing something)’라는 개념을 사용한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런 식으로 묘사하면, 옵션이란 것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대상으로 다가오기 때문이지요. 그러니까, 비록 풋옵션이 항상 ‘어떤 행동을 중단할 권리’는 아니더라도─일례로 헤지 펀드에게 풋옵션은 능동적으로 어떤 행동을 하려는 선택이지, 어떤 행동을 중단하려는 선택은 아니더라도─말입니다. 폿옵션은 온갖 종류의 의도적인 기획에 이용됩니다. 하지만 애초에 풋옵션이 등장하게 된 본래의 정신은 면책 조항과 같은 것으로 구상된 것입니다. 즉 내가 보유하고 있는 무언가를 처분할 권리, 내가 보유하고 있는 무언가를 처분할 미래의 권리인 것이죠. 그래서 나는 앞의 표현을 선택한 것입니다.
아마도 번역자가 해당 표현을 어떤 것에 들어갈 권리(right to get into something) 그리고 어떤 것에서 빠져나올 권리(right to get out of something)로 바꾸어도 좋을 듯합니다. 이런 식으로 묘사하면 금융 시장의 ‘포지션’ 개념에 좀 더 근접한 묘사가 될 것입니다. 그러니까 콜옵션을 사면 나는 어떤 ‘포지션에 들어갈(어떤 것에 대한 지분을 획득할─즉 매수)’ 권리를 얻는 것이지요. 반대로 폿옵션을 사면─적어도 풋옵션 본래의 정신에서 볼 때─어떤 ‘포지션에서 빠져나올(어떤 것에 대한 지분을 해제할─즉 매도)’ 권리를 얻는 것이 됩니다.
요컨대, 이런 사안들을─모든 독자를 고려하면서─완벽하게 묘사할 방법은 없습니다. 하지만 확신하건대, 만일 당신이 초보자에게 옵션을 가르치면서 무엇을 ‘살 권리’와 ‘팔 권리’라고 설명한다면, ‘어떤 것에 들어갈 권리’와 ‘어떤 것에서 빠져나올 권리’라는 묘사보다 훨씬 더 어렵게 들릴 것입니다. 초보자들이 일단 쉬운 묘사로 이해하고 나면, 나중에 더 자세한 내용을 배울 기회도 그만큼 많을 것입니다.”(브레트 스코트, 2014년 9월 24일의 전자우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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